골 목 식 당 의 꼼 수 :
백종원 씨, 꼼수 쓰지 맙시다
언제부터인가 백종원은 홍익인간이 되었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에게는 요리 비법을 공짜로 전수하고 장사를 못하는 사람에게는 장사 수완을 전수했다.
<< 골목식당 >> 의 핵심은 요리(의 맛)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백종원은 생선 몇 마리를 주는 것보다는 생선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성서 속 사마리아인'처럼 가게 주인에게 얄팍한 장삿속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친다. 백 번, 아니 천 번 만 번 옳은 소리'이다. 그에게 토, 토토토토토를 다는 사람은 죄다 월화수목금요일만 (지속)하여라. 주말 없는 우울한 주중을 떠올려보라. 황교익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 골목식당 - 막걸리 논쟁 >> 은 백승황패로 끝날 모양이다. 백종원이라는 파워 브랜드가 대중에게 차지하는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백종원이 존나 아니꼽살머리스럽다.
첫째, 백종원의 자격이다. 골목 상권을 위협하는 원인 중 하나는 치솟는 임대료와 함께 기업형 프랜차이즈 식당의 골목 침투'를 뽑는다. 그 중심에는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 더본코리아 > 가 있다. 더본코리아( : 빽다방과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등 운영 중인 브랜드만 30여 개에 달하고 직영과 가맹점은 2011년 374개에서 1267개로 큰폭으로 증가했다)는 2016년 매출액이 1749억원으로 2015년 510억 대비 3배 정도 증가했을 정도로 요식업계의 티라노사우루스에 해당된다. 요리 보고 조리 보는 꼬맹이 둘리라고 생각했다가는 오산이다. 그가 티븨 방송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동분서주하며 뛰기 시작하자 2011년 374개였던 직영/가맹점 수는 1267개(2015년 기준)까지 늘어났다.
이 정도 성장세라면 요식업 프랜차이즈계의 문어발식 공룡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홍종학 벤처기업부 장관이 이 기업의 중소기업 지위 박탈을 검토했을까. 요식업계의 대기업이란 소리이다. 골목 상권을 망치는 주범인 백종원이 망하는 골목 상권을 살리겠다며 두 팔 걷고 두 발 벗고 나서는 짓은 꽤나 뻔뻔하다. 그는 과연 골목 상권 상인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있을까 ? 그는 이타적이기 때문에 조건 없이 골목 식당 주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대중 인지도를 높여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골목상권을 돕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참말로...... 존나 아니꼽살머리스럽다잉 ~
둘째, 백종원의 태도'이다. 그는 음식 맛이 없으면 씹던 음식을 휴지에 싸서 휴지통에 버린다, 가차없다 ! 그리고는 독설을 쏟아낸다. 음식물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면 뭐다 ? 음식물 쓰레기'다. 이 장면 때문에 식당 주인은 느닷없이 못 먹는 쓰레기 음식'를 손님에게 파는 악덕 가게 주인이 된다. 그가 음식을 뱉는 행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가게 문을 닫으면 가계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는 너무 가혹한 리액션은 아닐까. 가게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가게 문을 열 수 있게 해달라고 백종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진짜로 가게 문을 닫게 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쓰레기 음식이라......... 이토록 강렬한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가 굉장히 크다.
다음날이면 SNS에서 떠도는 말풍선 전자 가게에서는 가게 주인을 향한 욕설로 도배가 된다. 상한 음식도 아니고 단지 비린내가 난다거나 누린내가 난다는 이유로 씹던 음식을 뱉는 짓은 아이들이 음식 투정을 부릴 때나 하는 짓이다. 음식 맛이 나쁘다고 투덜대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맛이 없다고 씹던 음식을 뱉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나는 그가 먹던 음식을 휴지에 싸서 버리는 화려한 볼거리를 연출할 때마다 충고 한 마디 하고 싶었다. 백종원 씨, 식당 주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기 전에 먼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우세요. 내가 보기에는 논란을 부추겨서 시청률을 올리는 방식이야말로 제작진의 장삿속처럼 보인다.
셋째, 백종원의 공정'이다( 게임의 룰은 위에 링크를 건 동영상을 보시라). 골목식당 제작진은 2번 막걸리(가게 주인), 7번 막걸리(서천 막걸리), 12번 막걸리(양평 막걸리)를 순서대로 놓고 동료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펼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수제 막걸리 주인이 무조건 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도출할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맛의 농도 순서대로 막걸리를 배치한다. 2번 막걸리 맛은 순한 맛이고, 7번은 중간 맛이며, 12번은 진한 맛이다. 피실험자는 2번, 7번, 12번 순으로 시음을 한다. 농도가 낮은 막걸리에서 농도가 짙은 막걸리 순으로 맛을 보는 것이다. 이때 피실험자는 중간 맛을 표준값으로 선정하게 된다. 이 표준값을 가지고 2번은 표준값에 미달하고 12번은 표준값을 초과한다고 자기 나름대로 기준을 정하게 된다.
맛을 평가해야 되는 피실험자 입장에서 보면 2번 막걸리는 배제할 수밖에 없다. 동영상에서는 그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추론은 가능하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한 대전청년구단 6인이 선택한 막걸리는 7번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7번 막걸리가 그들에게는 가장 대중적인 맛이기 때문이다. 충청도 양조장에서 만들어져서 그 지역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서천 막걸리가 아닌가 ! 제작진이 마련한 배치는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백종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이것은 맛 테스트가 아니라 심리 실험인 셈이다(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내 문제 제기에 동의할 것이다). 백종원은 골목 식당 주인에게 장사치의 장삿속을 경계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은 장사치의 장삿속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명백한 꼼수'다. 백종원 씨, 꼼수 쓰지 맙시다. 요리 보고 조리 하는 요식업계의 거대 공룡 둘리이면서 병 주고 약주는 요식업계의 허준. 하는 짓이 졸나 아니꼽살머리스럽다고 아니 말할 수 있다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