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일 일 식 에 답 한 다 :
먹고사는 일
< 먹고살다 > 라는 동사는 있어도 < 살고먹다 > 라는 동사는 없다. < 食 : 먹다 > 는 행위가 < 生 : 살다 > 라는 행위에 앞서는 것으로 보아 < 먹기 위해서 사는 행위 > 가 < 살기 위해 먹는 행위 >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지시하는 단어이다.
단군 이래로 가방끈이 가장 길다는 세대가 듣기에는 아따, 참말로 교양 없게시리 겁나 무식한 라이프 스타일이다. 날씬하게 살기 위해서 소식하는 다이어터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인생의 목표를 먹는 데 중점을 두다 보면 비만이 되기 일쑤이니 말이다. 쉼표 없이 말하겠다 : 하지만 먹고사는 짓(일)은 인류의 역사를 꼼꼼이 살펴보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많다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항문에 힘주고 말하고 싶지 아니 하다 말할 수 있다/없다 ?! 인류는 17만 년 동안 굶주림과 싸워야 했다. 식사하셨어요 _ 라고 안부를 묻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당대 사람들이 수시로 밥을 먹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사람들에게 끼니를 굶지 않는 것은 미용 차원이 아니라 생존 문제에 가까웠다. 세상은 변해서 지금은 식량이 풍부한 사회가 되었지만 허기에 대한 공포는 지금도 퇴화된 흔적 기관처럼 떠돌아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식사하셨어요....... 궈궈궈궈... 식사..... 하셨어요요요요요요요 ? ....... 궈궈궈궈.... 식사... 하아..셨어어어.......어요요요요요요..... 이처럼 인류는 17만 년 동안 굶주린 상태에 직면했기에 몸은 굶주림에 최적화된 상태로 진화했다. 다시 말해서 몸은 공복일 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해서 만성적 포만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 직면했으니 몸 입장에서 보면 만복이 지속되는 상황은 17만 년의 비서(秘書)인 메뉴얼에는 없는 비상사태인 경우'다. 삼시 세 끼는 공복과 만복의 반복을 거스르는 식습관으로 만복의 무한한 반복을 연출한다. 청소 노동자인 오장육부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하여 결국 빗자루와 걸레를 내던지고 일손을 놓는다. 씨이이이발, 더 이상 못해 먹겠다아. 그 결과가 비만과 성인병이다. 일일일식에 답한다는 부제를 달아놓고서는 엉뚱한 신소리나 한다며 주둥이가 댓 발 나오신 분들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는 것이 좋다.
쓸데없는 신소리를 이어가도록 하자. 사상가 함석헌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있어서 유영모라는 이름은 생소할 것이다. 생명 사상가 다석(多夕) 유영모 선생은 함석헌의 스승이다. 우선, 다석 (多夕)이라는 호가 눈에 띈다. 저녁을 많이 ?! 살펴보니 " 세 끼를 합쳐 저녁에 몰아서 먹는다 " 는 뜻이란다. 이 위대한 사상가가 몰빵 미학을 실천하는 사상계의 원조 먹방 요정이었단 말인가 ? 허어, 이 노인네......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할 때 그가 남긴 어록이 눈에 들어온다. " 하루 세 끼 음식을 먹는 것은 짐승의 식사법이요, 두 끼는 사람의 식사1)이고, 한 끼 음식이 신선의 식사법이다. "
무릎 탁, 치고 아, 하게 된다. 그는 죽기 전까지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일일일식을 실천했다고 한다. 제자 함석헌도 평생 1식을 실천한 사상가였다. 다석의 지적은 내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압축해서 보여준 사례이다. 동양에 유영모가 있었다면 서양에는 철학자 칸트가 있었다. 그 또한 죽을 때까지 일일일식을 실천했던 사람이었다. 여담이지만(출처가 불분명해서 자신있게 말하기는 주저되지만), 아이비리그에 소속된 교수 1000명이 교양 학문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 10인을 선정한 적이 있는데 그중에서 7명이 일일일식을 실천한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이 사실만 놓고 보아도 굶주림이 업무에 차질을 준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오히려 정신과 육체의 집중력을 높인다(배부른 사자보다는 굶은 사자가 더 민첩한 경우). 일일일식은 만복과 공복의 반복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과도한 업무량으로 쓰러질 지경에 다다른 청소 노동자인 오장육부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업무를 덜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일석삼조가 아닐까 ? 시작이 반이란 소리가 있다. 이 소리를 살짝 비틀어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시장이 반찬이다 ! 24시간 공복 후에 먹는 밥상은 비록 그것이 걸인의 찬이라 해도 황금 밥상일 수밖에 없다. 겁나 맛있어. 하여, 나는 여러분에게 일일일식을 권한다.
덧대기
피로(疲勞)와 피곤(疲困)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피로(疲勞)는 지나치게 몸을 움직여 일해서(勞) 몸이나 정신이 힘든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피곤(疲困)은 노(勞)가 아니라 곤(困) 때문에 몸이나 정신이 힘든 상태를 뜻한다. 여기서 한자 곤(困 : 졸리다, 기운 없다, 괴롭다, 지치다)은 입 구(口)에 나무 목(木)이 들어찬 형상이다. 입안 한가득 찬 형국이다. 현대인의 피곤은 결국 굶주림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먹었을 때 발생한다. 굶으면 기운이 없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다. 배가 부를수록 기운이 없다. 오히려 허기는 힘을 돋운다. 권투선수는 링 위에 오를 때 살인적인 감량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평생 일일일식을 실천했던 유영모, 함석헌, 칸트는 모두 장수했다. 유영모는 91세, 함석헌는 90세, 칸트는 80세까지 살았다 ■
1) 삼시 세 끼는 현대 산업 사회가 만들어낸 허구라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언급한 적 있다. 한국인은 오랫동안 삼시 두 끼의 식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앵무새처럼 삼시 세 끼가 인류에게 최적화된 식사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