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 고양이는 밀실에서 점프한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1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시작은 기묘했다. 고양이 탐정이 등장한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고양이 탐정은 등장하지 않았다. 어라? 그러면서 보는데 이 스토커의 망상과 하는 짓이 점점 스릴러로 다가온다. 그리고 드디어 쇼타로를 만났다. 이렇게 시크한 고양이라니. 아니 고양이란 존재는 원래 시크하고 무심한 동물이다. 자신의 주인을 주인이 아닌 동거인이라 여긴다. 쇼타로의 행동을 보면 이 작품이 만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문장 문장에서 쇼타로의 표정이 연상되서 키득거리며 웃게 되고 귀엽고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가르랑, 야옹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고양이의 기지개켜는 모습을 따라하고 싶어진다. 아주 유쾌하면서 하드보일드한 고양이가 바로 쇼타로인 것이다. 

쇼타로의 동거인 사쿠라가와는 안팔리는 추리소설가다. 쇼타로는 같은 추리소설가인 센겐지의 집에서 태어나 자라 친분있는 사쿠라가와와 함께 살게 된 고양이다. 그러니까 글은 몰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추리할 수 있는 고양이가 된 것이다. 여기에 사쿠라가와가 결정적으로 고양이를 내세워 추리소설을 쓴 것이 시발점이 되어 인간의 시점과 쇼타로의 시점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색깔의 단편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는 특히 쇼타로가 등장하는 작품이 마음에 들지만 인간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고양이로 쇼타로를 보는 작품도 나름 매력이 있다. 어떻게든 쇼타로는 등장하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S를 위한 레퀴엠>, <빛나는 발톱>, <징글벨>은 모르는 타인이 등장해서 사건이 발생하게 되기까지 인간의 심리에 대한 묘사에 중점을 둔 작품들이다. 인간의 망상과 집착이 스토커에게 나타나고 사랑에 대한 불신이 불륜을 일상적으로 만들고 크리스마스에는 반드시 혼자있고 싶지 않다는 콤플렉스가 자신감을 잃게 만들어 결국 피해를 입게 되고 살인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때문이라고 작품에 잠깐 고양이 자체로 등장하는 쇼타로가 말을 한다면 그런 말을 하며 쯧쯧 거릴 것 같은 작품들이다. 그런 이야기를 고양이가 인간에게 힌트를 주고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 쇼타로의 숨은 공로다. 

번갈이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 <쇼타로와 오후의 식도락 사건>, <쇼타로와 다잉 메시지의 모험>, <쇼타로와 밀실살인>은 쇼타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쇼타로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작품들이다. 공짜는 없다는데 좋아하는 쇼타로의 동거인에 대한 연민과 센겐지와 함께 사는 친구 개 사스케와 함께 다른 차에서 짖어대는 개를 보고 추리하는, 정말 사스케는 소 뒷걸음질치다 쥐잡은 격이라 생각하지만 쇼타로의 명민함이 돋보였고, 고양이가 살해된 사건에서 동거인이 다잉메시지를 고양이가 남겼다고 하는 말에 고양이로써 살해자를 찾고자 아파트의 동료 고양이들과 의논하는 모습은 훈훈했고, 시골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 사건을 푸는 센겐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전원생활의 꿈을 접고 반려동물로서 살기로 결심하는 모습에서는 고양이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또 추리작가들과 함께 할때는 마치 홈즈와 왓슨같은 느낌도 줘 인간과 동물간의 새로운 콤비 탄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면도 있다. 

배가 고파 우는데 동거인이 놀이용 쥐 장난감을 상자에 넣어주자 장난감을 세게 물며 원망을 하는 쇼타로, 친구 앞에서 자신의 추리를 피력하고 그게 맞자 의기양양해하는 쇼타로, 동거인이 곰팡이 핀 빵을 사료로 주자 복수를 다짐하고 가출을 결심했다던 쇼타로, 날카로운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마음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쇼타로, 진짜 쥐를 잡고 싶은 욕망에 눈빛을 빛내는 하드보일드 고양이가 된 쇼타로 등 쇼타로의 다양한 모습이 생생하고 재미있게 담겨 있어 더욱 매력적이고 고양이에 관한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다. 난 절대 쇼타로를 쿠로니 타마니 다른 이름으로 안 부를 자신은 있다. 먹을 것도 잘 주고 궁핍해지면 절대 쇼타로 먹이 먼저 줄이는 쇼타로 주인같은 짓은 안할텐데 어디 쇼타로같은 고양이 없으려나?
 
코지 미스터리의 매력과 서스펜스 추리소설의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심플하면서 식상하지 않은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꽤 있었다.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도 있고 아키프 피린치의 펠리데를 비롯한 고양이 시리즈도 있다. 아마존에는 고양이 탐정이 미스터리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된 고양이 시리즈는 그리 많지 않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쇼타로 시리즈라도 출판되었으니 즐겁게 다음 편을 읽어볼란다. 재미있다. 자꾸만 쇼타로의 모습이 상상되서 미소짓게 된다. 하드보일드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활약이 더욱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크하고 무심한 쇼타로와 생각없어 보이는 안팔리는 추리작가 동거인의 조화가 은근히 환상적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6-25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2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크하군요 이 탐정은 ^^

물만두 2010-06-25 11:01   좋아요 0 | URL
고양이란 동물 자체가 시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paviana 2010-06-2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졸업>빌렸어요...재미있어야 되는데..ㅎㅎ
축구는 좀 보시나요? 어머님 바쁘시겠네요.

물만두 2010-06-25 16:05   좋아요 0 | URL
님의 취향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8시에 할때는 좋았는데 11시꺼는 자느라 못보고 다음날 봅니다^^;;;
엄니는 눈이 쑥 들어가셨어요 ㅜ.ㅜ

그린브라운 2010-06-2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재미있어 보여요...연속으로 시리즈가 주르륵 나와서 절대 안봐~~ 그랬는데(자금 압박이.. ^^;;) 이거 또 스르르 돈 빠져나갈 위기가....ㅎㅎ

물만두 2010-06-25 19:33   좋아요 0 | URL
재미있습니다^^
 
잠자는 인형 모중석 스릴러 클럽 23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 <콜드 문>에 잠시 등장해서 링컨 라임에게 조언을 해주며 깊은 인상을 남긴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이 드디어 나왔다. 캐트린 댄스는 CBI소속의 수사관으로 주로 범인을 심문하면서 범인의 말과 동작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찾아내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CBI가 어떤 기관인가 했더니 캘리포니아 연방 수사국의 약자다. 미국은 주마다 수사국을 달리 두는 모양이다.  

이야기는 '맨슨의 아들'이라 불리며 자신의 패밀리를 조직해서 온갖 범죄와 살인을 저지른 다니엘 펠의 여죄로 보여지는 물증이 발견되서 그를 추궁하던 캐트린 댄스와 다니엘 펠의 거짓말 찾기와 거짓말 감추기로 공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간수와 부하 요원이 다니엘 펠이 탈옥하면서 그에게 살해당하고 그의 말을 되새기다가 그 물증의 진위가 그의 탈옥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 캐트린 댄스가 조치를 취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다니엘 펠의 탈옥은 성공을 하고 뒤늦게 캐트린 댄스가 그를 추적하게 되는 진행 과정을 요일별로 나눠 보여주며 긴장감을 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인간 거짓말탐지기 댄스와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조종하는데 탁월함을 보이는 펠의 한판 승부는 항상 댄스가 한발 늦게 단서를 찾아내서 눈 앞에서 놓친다. FBI에서 다니엘 펠과 같은 페밀리를 조직하는 사람들만을 담당하는 요원이 참여해서 힘을 보태고 캐트린 댄스는 더 많은 다니엘 펠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당시 사건때 같이 있었던 페밀리 여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의 책을 쓰는 작가와 심지어 \'잠자는 인형\'이라고 이름붙여진 살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린 아이와의 면담도 요청한다. 이 와중에서 여러 사람들에게서 거짓말을 탐지하는 캐트린 댄스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갖가지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범죄자, 범죄자에 희생되는 사람들, 범죄자에 동조한 사람들, 피해자, 경찰, 작가 등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다니엘 펠에게 빠지는 사람들은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다니엘 펠 또한 어린 시절이 불행했던 사람이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가정 불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가정에서 안식을 얻지 못하는 아이들, 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사회에 맨손으로 나왔을 때 그들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유혹하는 이들은 그들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펠과 같은 범죄자들뿐이다.  

그런데도 부모는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사회를 탓하고 범죄자를 탓한다. 범죄자는 불우했던 가정 탓, 부모탓을 하고 사회는 어떤 울타리도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은 더욱 가속도를 더하며 파괴되어 가고 있고 범죄자는 늘어나고 그만큼 피해자와 희생자도 늘어나고 있다. 언제까지 더 많은 \'잠자는 인형\'이 생겨나고 펠과 같은 이들에게서 위안을 얻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사회를 방치할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경찰인 캐트린 댄스조차도 자신의 가족의 안전을 늘 걱정하며 살아야 한다면 아무 것도 없는 일반인의 걱정은 어느정도여야 하는지 작가는 픽션속에 독자를 던져넣어 현실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다니엘 펠은 제니를 유혹해서 그녀의 도움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려 애를 쓰며 거짓 정보를 남기고 캐트린 댄스는 그가 남긴 단서 중 거짓과 진실을 가려 빠른 시간 안에 그를 잡고 그가 마지막에 가려고 하는 곳이 어디인지, 왜 아직도 도시에서 머물고 있는지 이유를 알아내려 애를 쓴다. 그러면서 캐트린 댄스 또한 언론을 통해 그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고 누가 더 거짓말을 잘하는지, 누가 더 진실을 빨리 파악하는지 수 싸움은 절정으로 다다르지만 끝에 더 심각한 결과가 캐트린 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작품의 후속작이 나왔다고 한다. 빨리 후속작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캐트린 댄스는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를 합쳐 놓은, 그러면서도 그들과는 전혀 다른 경찰 캐릭터다. 인간 거짓말탐지기 캐트린 댄스가 끝을 이야기하기 전까지 사건은 종결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부디 마음껏 놀라시고 캐트린 댄스처럼 등장 인물들이 하는 말과 동작에서 거짓말을 찾아보시길. 아마 그런 집중력이 독서의 재미를 높여줄 것이다. 링컨 라임이 현장에 범죄자가 남긴 증거를 분석해서 범인을 찾는 경찰이라면 캐트린 댄스는 범죄자를 심문해서 범죄자의 말 속에서 거짓말을 찾아내 그것으로 범죄의 증거와 유죄여부를 가려내는 경찰이다. 제프리 디버의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앞날은 링컨 라임 시리즈만큼이나 밝아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거의 마지막까지 읽는 동안 시즈토의 뒷통수를 때려 '이 자식아, 너 뭐하고 있냐? 엄마가 돌아가시게 생겼는데 빨리 집에 안가냐?' 소리를 질렀다. 답답했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건 어찌되었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자신이 가장 감사해야 하는 사람의 옆을 지키지 못한다는 일이 얼마나 애도와 상반되는 일인지 묻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이 아님을. 준코는 마지막까지 아들을 기다렸지만 그를 부르지는 않았다. 부를려면 얼마든지 부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이, 그의 애도가 결국은 자신을 위한 애도도 된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진짜 있을까? 지금 누군가 내게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애도하고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나는 있다고 해야 할지 없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게는 안면도 없는 사람을 가끔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를 기리거나 애도하는 건 아니다. 그저 한때 그런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할 뿐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기억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이 작품에서 말하는 애도와는 다른 것이다. 생명이 태어나 이 땅에서 숨 쉬다 갔음을 기억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생명들중에는 어쨌든 남편을 살해한 유키요같은 이도 있을 것이고 더 인면수심인 이도 있을테니까. 마키노가 그를 믿지 못하는 이유도, 그의 가족이 그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왜 모든 살아 숨쉬다 죽은 생명을 애도해야 하는가? 왜 사람을 애도해야 하는가 말이다. 

죽음 뒤의 세상은 누구도 모른다. 죽은 뒤 인간은 어쩌면 진정한 동등한 관계가 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살아서의 잘잘못도 있고 죽은이의 사연에 경중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즈토는 피해자를 세번 애도한 뒤 가해자를 애도한다고 했다. 시즈토는 그의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남을 애도하느라 나를 잊은 것이다. 애도에 나와 남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더 많은 애도하는 이가 생긴다면 시즈토의 엄마 준코를 애도하는 이도 있을거라는 얘기다. 시즈토의 마음속에서는 모두가 하나일 뿐이다. 이런 이가 있다면 내것만을 따지겠는가, 남을 소홀히 대하겠는가.  

하지만 작품은 또 원폭 피해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화해를 하자는 건지, 용서를 구하겠다는 건지 그들의 속내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일본 속담에 '거짓말도 백번하면 진실이 된다.'고 한다. 2차대전 전범국가라는 것에 대한 반성은 늘 빠지고 원폭 피해자인 것만 내세우는 이들의 모습은 딱 이 속담 그대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좋은 글을 읽다 불쾌해지고 말았다. 시즈토의 행동대로라면 일본은 피해국과 국민에게 세번 사죄하고 자국민은 그뒤에 애도해야 한다. 한번도 하지 않고 계속 자국민만을 동정해달라는 그들의 글은 사람들이 애도하는 사람을 보는 불편한 시각 그대로다. 내 속 편하자고 하는 일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글이 좀 더 진정성을 담았더라면 과거의 이야기는 끼워넣지 말았어야 했다. 과거없는 현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 다른 식으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즈토에게 에그노라 불리던 자극적인 기사만을 쓰던 한물 간 기자 마키노도 동화되고, 유키오도 결국 동화된다. 아들을 기다리며 나름대로 자신의 시한부 삶을 잘 정리한 준코도 마지막에 아들을 이해했다. 이제 누구에게나 '애도하는 사람'이 된 시즈토에게서 우리는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고 별개의 것이 아님을 배운다. 시즈토가 자신이 '애도하는 사람'이 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할 때 그의 발걸음이, 그의 애도가 삶과 죽음이 융합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듯이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윤동주는 '서시'에서 이렇게 썼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 옛날 윤동주가 쓴 서시와 같다고 말하고 싶다. 윤동주가 시로 말하고자 했던 것과 텐도 아라타가 이 작품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다. 단지 시와 소설이라는 장르적 차이가 있을뿐이다. 사랑에 대한 기억과 감사에 대한 기억은 결국 사는 동안 사람이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런 일을 더 많이 해야 더 많이 기억하게 될테니까. 결국 작가는 우리 모두 애도하는 사람처럼 애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아름다워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되는 작품이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0-06-1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읽었군요. 묵직하죠?^^

물만두 2010-06-11 10:51   좋아요 0 | URL
아, 좀 읽는데 사연이 있어서리 못 읽다 안정이 되서 읽었습니다.

stella.K 2010-06-11 14:49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그렇지 않아도 만두님이 이 책을 안 읽을리
없을텐데 했는데...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나름
물만두님께 위로가 됐으리라 믿습니다. 힘 내십쇼!^^

물만두 2010-06-11 14:55   좋아요 0 | URL
그게 위로가 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힘낼 일은 없구요^^

stella.K 2010-06-11 15:20   좋아요 0 | URL
이런...꽈당!>.<;;
그리 말씀하시니 사실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ㅜ

라로 2010-06-1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읽지 못했어요~.ㅜㅜ
물만두님의 리뷰로 대신해야 할지,,,

물만두 2010-06-12 10:22   좋아요 0 | URL
나비님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책은 읽어야 맛이지요^^ㅋㅋㅋ
 
탐정은 죽지 않는다 - The Gifted Nobless Club 19
이슬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하고 환타지적인 작품이다. 알 수 없는 시대, 빌런트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얀 트로닉이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한 뒤 그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귀족이라는 존재는 유명무실해졌지만 아직 그 뿌리는 남아 있는 키르헨펠 자작 가문의 어린 소녀 에이레네가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달라며 의뢰를 해온다. 이 심장병으로 급사한 죽음은 사소해보이지만 거대한 사건 해결의 시발점이 된다. 

그녀의 의뢰는 어머니의 죽음이 단순한 병에 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고의적 살인이었는지를 밝히는 것과 백부집에 있는 것이 불안하니 자신을 보호해달라는 것이다. 트로닉은 일단 가장 안전한 장소인 친구의 바에 그녀를 맡긴다. 에이레네는 의심스러워하지만 그가 믿는 절대 안전한 곳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에이레네의 어머니의 죽음의 자연사라고 한 의사를 찾아가 그가 공모한 것인지 확인해본다. 의사의 이야기는 믿을만 했는데 돌연 그 의사가 거리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제야 그는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와 그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 조사를 한다. 

에이레네의 집안에 삼촌 브루너는 마법사다. 그를 의심하고 조사하던 중 정치에 뜻을 둔 에이레네의 백부가 정치인의 죽음으로 자리가 난 곳에 들어가는데 실패했음을 알게 된다. 그 정치인의 죽음이 에이레네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심장병에 의한 급사였다는 사실은 더더욱 의심에 부채질을 하며 브루너를 가르치는 상급 마법사를 의심하는 데에 이른다. 이때 브루너가 에이레네를 데려가 가두는 일이 벌어진다. 트로닉은 에이레네를 구하기 위해 키르헨펠 집안으로 들어가 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에이레네를 구하지만 브루너는 놓치고 사태는 점점 심각해진다. 그는 마법사와 이상한 그림자라는 집단 사람에게 휘둘리는 처지가 된다.  

작품의 영어 제목을 The Gifted로 적어 놓은데는 그만한 뜻이 있었다. 이 기프트라는 것은 하나의 특별한 재능을 뜻한다. 이 재능은 오너에게서 전해지는 능력인데 자신이 기프트인지 오너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아도 이용당할까봐서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얀도 그런 기프트다. 그는 보안관 시절 강도에게 아내와 딸을 잃었다. 그때 딸에게서 기프트를 받아 오너가 되었다. 기프트는 오너가 죽으며 물려주는 것이다. 또한 에이레네의 엄마도 기프트였고 죽는 순간 그것을 에이레네가 물려받았다. 그녀는 그것을 모를뿐이다. 

재능은 인간에게 독인가, 약인가를 묻고 있다. 마치 엑스맨에 등장하는 돌연변이 인간을 보는 느낌을 준다. 그들처럼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것에 고뇌하는 평범한 사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탐정을 하는 트로닉, 자신에게 능력이 있는 줄도 모르는 에이레네와 같이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기프트로 표현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도 재능을 타고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재능을 사장시키기도 하고 하는 일들을 접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사는 것도  같다.  

작품은 이 작품 한권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을 남긴다. 좀 더 시리즈로 만들어 기프트를 가진 오너들과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그림자 집단의 음모를 얀 트로닉이 해결하는 내용도 좋고 바를 운영하는 그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아직 못 들었다. 정부와의 문제, 보안과의 의리 등, 얀 트로닉을 주인공으로 좋은 시리즈가 될 것 같은 작품이다. 작품의 첫 작품으로 본다면 참 괜찮은 작품이다. 제발 더 나와주기를 기대해본다. 제목처럼 탐정 얀 트로닉은 게속 죽지 않고 독자들에게 살아 남는 캐릭터가 되었으면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0-06-0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나라 작품인가요? 우와!

물만두 2010-06-09 13:3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작품인데 꽤 괜찮습니다.
 
내 어둠의 근원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원열 옮김 / 시작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열살이라는 나이에 엄마를 잃는다는 건 잔인한 일이다. 나는 지금 마흔이 넘었지만 엄마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더 끔찍한 사실은 엄마를 범죄로 잃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그의 엄마를 살해한 것이다. 작가 제임스 엘로이의 엄마 진 엘로이를 말이다. 하지만 아직 심각한 일은 남아 있다. 아들이 엄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그에게, 그의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작가는 이제 나이가 들어 어둠 속에 묻어 둔 엄마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 

진 엘로이는 빨간 머리의 백인 여성이었다. 1950년 후반 그는 이혼하고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었다. 왜 그녀가 멕시코인들이 사는 허름한 동네로 이사를 갔는지 당시 아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간호사였고 술을 많이 마셨다. 어느 토요일 아들이 아버지를 만나러 간 날 외출했다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리고 그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는다. 같이 술을 마신 여자와 남자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증언들이 있었지만 범인을 찾을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건은 천천히 아들의 삶에 어두운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기만 했다. 

작품은 제임스 엘로이의 엄마 진 엘로이의 사건에서 시작해서 그후 제임스 엘로이가 자라는 과정과 아버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임스 엘로이의 청소년기에 있었던 약물과 알코올 중독, 절도, 노숙 등 그의 방황은 어떻게 그가 이런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의아하게 만든다. 그만큼 그에게 엄마를 일찍 잃은 빈자리는 컸고 엄마의 사랑을 인식하지 못한 불안감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공포로 남아 그가 현실에서 도피해서 환상속에 집을 짓게 만들었다. 그의 범죄 사건과 범죄 소설에의 탐닉은 그의 엄마에게로 가는 길이었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또한 동시대 경찰들의 사건 해결 과정과 미제로 남는 사건들을 보여주며 미국의 범죄와 경찰의 역사를 되집어간다. 그 뒤 소설가가 되어 그가 집착하게 되어 글로 쓴 LA 4부작속의 <블랙 달리아>, <LA 컨피덴셜>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엄마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고자 시간을 되돌리려 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한 경찰의 경험을 토대로 당시 너무 어리고 아버지의 말만 믿어 방치해둔 그가 해야만 했던 일인 엄마 진 엘로이 미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해결, 범죄자를 잡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실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를 놔주지 않던 근원적 어둠과 말이다.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비극을 하나의 사회적 문화의 비극으로, 인류의 비극으로까지 연결되게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아픔은 비단 작가만의 아픔이 아닌 범죄에 희생된 모든 이들의 아픔이자 그런 범죄가 발생하게 만든 문화의 상처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엄마를 잃은 피해자의 아들이었음에도 보호받지 못한 채 사진이 찍히는 언론의 희생양이 된다. 하지만 그 뒤 그는 자라서 언론을 이용해서 엄마의 사건을 풀어보고자 한다. 작가에게 엄마는 금지된 인물이었다. 아버지가 그를 세뇌시켰고 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는 아니었지만 엄마에 대한 성적 집착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의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모든 것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작가는 아직도 미제 사건으로 남은 엄마 진 엘로이 살인사건에 대한 제보 전화를 기다린다. 어쩌면 그것은 엄마에 대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애정 표현이자 진혼곡이 아닌가 싶다. 또한 작가로써 보여줄 수 있는 범죄의 역사에 대한 비가이기도 하다. 작가 제임스 엘로이의 어둠의 근원은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어둠의 근원과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그 어둠을 잘 헤쳐나왔다. 그가 오늘날 범죄자가 아닌 작가로써 우리 앞에 우뚝 섰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시니컬한 말투와 행동을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작가의 글 속에서 비로소 엄마와 마주 선 아들의 코끗을 찡하게 만드는 울림이 들리는 듯하다. '엄마, 제가 왔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늦어서 죄송해요.'라고 미안해 하는 모습이. 이 작품은 너무 진솔해서 불편하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작품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aettugi 2010-06-0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네요.

물만두 2010-06-03 14:32   좋아요 0 | URL
제임스 엘로이가 아주 솔직하게 썼더라구요.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