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 - 고양이는 고타쓰에서 웅크린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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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에게 쇼타로와 비교되는 고양이 탐정이 등장한다. 편집자 마사미와 동거하는 거세된 고양이 곤타다. 곤타의 등장으로 작품들의 내용은 교토의 쇼타로와 도쿄의 곤타로 나뉘게 된다. 여기에 곤타는 쇼타로의 첫사랑 토마시나와 함께 살고 있다. 이 고양이들의 미묘한 관계는 인간들의 미묘한 관계만큼이나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 시리즈의 특성을 이 세번째 단편이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고양이와 인간, 고양이와 개, 고양이와 고양이,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 미스터리한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모든 사건은 관계에서 비롯되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관계는 그저 함께 있기만해도 좋은 플라토닉한 관계이지만 그런 관계에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댓가가 따른다고 작품들에서 고양이의 행동으로, 인간의 몸부림으로 나타내고 있다. 

<쇼타로와 버섯 숲의 모험>에서는 또 다시 뭉친 쇼타로와 사스케 콤비가 펼치는 독버섯과 의심스러운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토마시나와 푸른 달>은 쇼타로의 첫사랑인 토마시나가 등장해서 동거인 마사미가 가벼운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이 미스터리는 곤타가 푸는 거지만. 이 곤타는 캐릭터가 쇼타로와는 반대로 보이지만 그런데로 탐정에 어울리는 면을 보여준다. 쇼타로가 셜록 홈즈같은 탐정이라면 곤타는 네로 울프같은 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쇼타로와 비밀의 화원 살인>은 처음 작품인 버섯 숲 모험과 비슷하게 전개되지만 살인 사건과 다잉 메시지가 등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진지하게 범죄를 다루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폴로 미>는 마사미가 겪는 갑작스런 실연과 이상한 메일, 그리고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가 순식간에 펼쳐지는 이야기다. <쇼타로와 늦여름의 스파이 대작전>은 쇼타로의 아파트에 사는 등교거부 초등학생의 뱃지가 길에서 발견되면서 의문을 풀어가는 쇼타로와 사쿠라가와의 오지랖이 더 큰 사건을 풀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핑크>는 한 여자가 결혼 사기를 당한 뒤 남자를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르포로 쓸 남자가 그 여자의 자살을 의심하면서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어떤 점을 간과했는지를 알아보는 이야기다. 역시 마사미가 등장하고 다시 그와 사귀는 여자가 돌아오고 사건은 곤타가 풀어 해피엔딩이 된다. <고양이는 고타쓰에서 웅크린다>는 다음 작품을 예고하는 것 같은 이야기다. 결국 쇼타로는 첫사랑 토마시나가 있는 도쿄로 이사를 갈 모양이다. 그렇다면 마사미와 사쿠라가와, 쇼타로와 곤타가 더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첫만남이 어떻게 될지 자뭇 기대된다. 설마 삼각관계는 아니겠지만 난 왜 서부의 총잡이가 생각나는 건지^^;;;  

쇼타로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은 쇼타로가 나오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곤타가 나온다. 아니면 마사미가 나온다. 고양이가 위주라 고양이 먼저 생각했다. 그럼 이제 비와호라는 풍경과는 이별인가? 사쿠라가와는 결혼을 하는 건가? 쇼타로는 토마시나를 만나면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정말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3편이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인간 위주의 작품과 인간이 해결하는 사건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주고 그들이 서로 고양이로 연결된다는 점은 고양이에 대한 이 작품 본연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고 있다. 2편보다는 좀 더 본격 미스터리에 가까웠고 유머러스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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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15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라이벌이 등장해야 멋지고 이야기는 꼬여야 제 맛이지요^^

물만두 2010-07-15 19:31   좋아요 0 | URL
라이벌이 좀 애매하긴 해요^^;;; 그리고 꼬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블랙 에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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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넬리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해리 보슈라는 또 다른 코요테같은 외로운 형사를 탄생시켰다. 마이클 코넬리는 이 작품을 통해 다른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갖고 있는 마약중독자와 정부 조직의 부패, 그리고 사회의 하층민의 그렇게 살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을 그리고 있다.    

블랙 에코는 베트남 전쟁 중 베트남 사람들들이 파 놓은 수많은 땅굴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이 벗어나지 못하는 범죄에 대한 검은 메아리라고도 볼 수 있다. 누구나 겁내지만 한번 들어가거나 또는 그 안에 갇히면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되는. 한 남자가 배수구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마약중독자여서 마약 과다 투여로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해리 보슈는 그가 타살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는 피해자가 자신과 같이 베트남에서 땅굴쥐로 있던 동료였음을 알아본다. 이것은 범인들에게는 머피의 법칙의 시작이었고, 해리에게는 의심스러운 우연의 시작이었다. 

인형사 사건으로 총기 사용 남용의 징계를 받고 헐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된 잘 나가던 보슈와 경찰 일보다는 집 파는 일에 더 매달리는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파트너. 죽은 메도우스에 대한 전쟁 당시의 죄책감이 있었던 해리는 FBI를 협박해서 공조수사를 하게 만들고 그가 가담한 은행털이 사건에 매달린다. 그런데 다시 그를 어떻게든 경찰에서 쫓아내려고 내사과 직원들이 쫗아다니고 FBI 요원 위시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해리는 목격자를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게 만들고 그들까지 살해 위협을 받기에 이른다. 도대체 범인들은 누구길래 땅을 파서 은행을 털 생각을 한 것인지 해리는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베트남. 미국인은 이 전쟁을 두고두고 곱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패배한 전쟁이었고, 무고한 희생을 치르고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 시켰으니까. 그들은 베트남에서 모두 미쳐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사회에 그 분노를 분출했다. 그들은 베트남에서는 조국을 위해 싸우는 용감한 군인이었지만 사회에서는 범죄자요, 낙오자였다. 이런 작품을 접하게 되면 어떤 전쟁도 인간에게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인간은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지난 전쟁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   

인간이 발전한다는 것, 부강해 진다는 것, 막강해진다는 것이 미국처럼 된다는 뜻이라면 나는 그 길을 절대로 말리고 싶다. 어느 사회나 모순은 있고 부조리도 있지만 자신들의 사회 불안과 힘의 과시를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자신의 국민을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시키고 그들은 높은 자리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제거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인 것이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 때의 땅굴의 블랙 에코가 아닌 자신들의 나라가 땅굴처럼 되어 점점 검은 메아리만이 나돌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한낱 좌천된 경찰이 죄 없이 죽임을 당한 한 소년의 목숨 값을 받아 내려는 몸부림이 처량하게만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탄탄한 구성과 극적 반전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십여년 전에 읽었을 때 내가 간과했던 것들을 좀 더 음미하며 볼 수 있어 두번째 읽는데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 죄 없이 죽은 자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해리 보슈의 말은 경찰이 왜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지 그 이유를 알려주는 말임과 동시에 해리 보슈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려준다. 그에게는 그만의 원칙이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경찰, 나아가서는 해리 보슈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것 아닐까. 잘못된 일을 바로 잡을 수는 없어도 적어도 잘못을 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해야 한다는.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를 보고 있다. 해리 보슈의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도 동시에 울려 퍼진다. 



보슈는 출입문 앞의 복도에 그 그림을 걸어두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가끔 걸음을 멈추고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특히 피곤한 날 그럴 때가 많았다. 그 그림은 볼 떄마다 항상 매혹적이었다. 그는 그 그림을 보면서 엘리노어 위시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림 속의 어둠, 황량한 고독, 혼자 앉아서 그림자를 향해 얼굴을 돌린 남자, 내가 바로 저 남자야. 해리 보슈는 그림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해리 보슈를 볼 때 그 남자를 떠올린다. 쓸쓸한 그 등이 깊은 밤 잠못 이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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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 고양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추리한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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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고양이 탐정 쇼타로는 추리를 한다. 이제 동거인과 어느 정도 텔레파시가 통하는 듯 동거인도 쇼타로가 추리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럼 더 많이 쇼타로가 추리할 작품들을 보여줄 것이지 너무 감질났다. 아니 땅에 떨어진 복숭아를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맛있어 보이는데 먹을 수 없어 안타까운 느낌을 주는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쇼타로와 수다쟁이의 모험>은 고양이들끼리 나누는 대화와 인간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사건을 감지하고 그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독거 노인에 대한 생각이다. 그들의 외로움과 고독에 무관심하고 그들에 대한 작은 배려에 인색하게 군다면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일이 된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물론 고양이나 개도 주인을 잃으면 그 처지가 딱하게 된다는 점도 주지시키고 있느니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되겠다.  

<고양이와 복숭아>는 현대 사회에서 청년 실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느 여성 대졸자의 절망이 담긴 이야기다. 꿈이 있었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회는 냉정했다. 취직이 되지 않자 그녀는 아르바이트로 밤일을 할 때 만난 남자에게 연락을 하고 그의 연줄을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그 남자의 목적은 달랐다.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가 담담하고 서글프게 쓰여지고 있다. 여자라서 비참한 건지 비참하게 만드는 여자라서 더 비참한 건지 뒷말이 썼다. 고향에서 보내준 복숭아, 복숭아 물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여자, 땅에 떨어진 복숭아를 맛있게 먹는 쇼타로. 정말 쇼타로가 가장 행복한 지도 모르겠다. 쇼타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쇼타로와 목 없는 인형의 모험>은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조금은 이상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인형의 얼굴만 사라지고 동화책에서 얼굴만 오려지고 아이가 입은 옷의 얼굴 부분에만 불이 붙는 비상식적이지만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아 보이는 이야기, 하지만 아주 찜찜한 이야기. 그래서 쇼타로와 친구 샤스케, 그리고 아파트 동물들이 뭉쳤다. <나이트 스위츠>는 추리소설 지망생인 직장인이 사쿠라가와 히토미의 고등학교 과외 선생이었고 그 히토미의 소설을 안다는 이유로 수상작 발표에 초대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보다는 작가가 연애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연애 소설이다.  

<쇼타로와 차가운 방정식(번외편)>은 번외편이라는 것에 걸맞게 시대 배경이 미래인 SF도 아닌 그냥 미래만을 배경으로 한 쇼타로와 히토미의 일단 한번 풀어봐식 추리소설이다. <현명한 사람의 선물>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히토미가 넋두리하는 것을 들으며 쇼타로가 히토미가 내는 추리 문제를 풀어 진정 탐정 고양이로 인정을 받는 이야기다. 

잔잔하다. 산다는 게 참 애닯고 애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어째 고양이로 사는 것보다 못하게 느껴지는 지 원. 그래도 산다는 건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고양이처럼 타협하고 수능하면, 길들여지지는 않겠지만 길들어보려고 노력한다면 살만하지 않나 싶다. 현명한 사람의 선물은 버려질 수 밖에 없지만 그런 선물을 했었다는 기억이, 추억이 있어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쇼타로가 좀 더 많은 추리를 할 수 있게 부탁을 하고 싶다. 쇼타로가 보고 싶지 인간이 보고 싶은 게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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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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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문학계의 거장이자 선구자다. 일본 추리 소설의 아버지다. 서양 추리소설의 아버지가 에드거 앨런 포이고 그의 이름을 일본식 필명으로 만든 것이 이제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에도가와 란포를 빼고 추리소설을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 그를 작품에 등장시켜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우타노 쇼고의 작품은 그런 시도만으로도,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곳곳에 배치시키고 연상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읽는데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작품은 액자소설을 표방하고 있다. <백골귀>라는 추리소설속 이야기가 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현실 속에서 <백골귀>를 쓴 작가와 절필한 노 작가와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추리소설 <백골귀>는 1930년대를 무대로 글이 안써지자 자살을 시도하다 한 젊은이에게 저지당한 에도가와 란포가 그 청년의 기이한 자살의 내막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에도가와 란포는 그의 지기이자 자살한 청년이 읽던 시집의 시인인 하기와라 사쿠타로와 마치 왓슨과 홈즈처럼 작가가 아닌 탐정이 되어 직접 추리를 한다.  

한편 책의 첫머리를 장식한 잡지에 연재되던 <백골귀>라는 작품이 연재가 중단되게 되는 사건을 현실에서는 다루고 있다. 잡지에서 <백골귀>라는 추리소설은 절필을 했지만 왕년에 유명했던 작가 호소미 다쓰토키의 눈에 띄어 그을 사로잡는다. 호소미는 잡지사를 통해 그 글을 쓴 자신의 팬이라는 신인 작가 니시자키를 만나 그 글을 쓰게 된 경위를 물어본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기묘하게 흘러간다. 니시자키는 란포 중독자다. 와세다 대학 경제학과를 다니며 아케치 고고로가 살았을 법한 집에서 사는 독특한 젊은이다. 란포 중독자와 절필 작가의 만남은 에도가와 란포가 등장하는 작품만큼이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에도가와 란포가 썼음직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 월애병, 시집과 같은 방식의 자살, 쌍둥이가 등장하고 에도가와 란포의 취향과 그 시대 그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었으며 - 동성애에 대한 동경같은 - 누구와 친하게 지내고 글이 안써지면 집을 나와 떠돌았고 자신의 작품에 자신감이 없었다는 점은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작가는 하나의 작품, 추리소설의 완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에도가와 란포가 만약 이런 사건을 접했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에 더 초점을 맞춰 글을 쓴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작품속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이 그대로 묘사되거나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인용되고 하면서도 위화감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쓴 점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작가가 자신의 우타노 쇼고가 가진 능력인 반전을 구사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좀 작가의 작품으로는 초기 작품이고 십여년 전 작품이라 그다지 놀랍지 않을 뿐이다. 중요한 건 액자소설답게 소설과 소설 속 소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냔데 작가는 마지막까지 잘 발란스를 맞추고 있다. 나는 제목을 왜 <시체를 사는 남자>라고 정했을까 의아했었다. 그냥 <백골귀>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역자의 글을 보고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구나 알게 되었다. 역시 이런 점이 원작을 읽느냐 번역작을 읽느냐에 대한 미묘한 차이라 생각되니 좀 안타까울 뿐이다. 우타노 쇼고의 또 다른 작품을 읽을 수 있어, 그 안에서 에도가와 란포를 탐정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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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윈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8 링컨 라임 시리즈 8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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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소름이 쫙 끼쳤다. 컴퓨터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 컴퓨터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모든 것은 컴퓨터로 통한다. 개인이 사용하는 것부터 정부까지, 작은 상점에서 대기업까지, 은행, 학교에서도 컴퓨터에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더 사용하고 집 전화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결합되면서 기업들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일반인들은 자신을 블로그가 트위터 등을 통해 알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지금은 정보가 힘이다. 범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책 뒤에 바코드를 본다. 누군가 인간 개개인의 정보를 바코드로 인식하고 있다면 인간은 책과 별 차이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속 범죄자처럼. 

현대 사회에서 컴퓨터로 많은 일을 하게 된 뒤 개인 정보는 내가 스스로 알려주게 되고 그 정보는 누군가에게 해킹 당하거나 팔리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곳에서 휴대폰으로 스팸 문자가 오고 가입 권유를 하는 건 어쨌든 어디서 내 전화번호가 샜다는 증거가 된다. 이 정도는 그저 생활의 불편함, 짜증스러움으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내 정보가 누군가의 범죄에 이용되고 내가 범죄의 대상이 된다면 그건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힘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 정보가 누구에게 힘이 되고 누구에게 휘두를 힘이 되는 지 생각해볼 문제다.   

영국 경찰과 공조 수사를 통해 속칭 '시계공'이라 이름붙인 범인을 잡는 일을 하던 링컨 라임은 사촌 아서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잡혔고 증거가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갈등을 하다가 '시계공' 사건보다 이 사건이 더 급하다는 생각에 속칭 '522'로 이름붙인 범인 잡기에 돌입한다. 그의 사촌뿐 아니라 무고한 많은 이들이 살해당하고 다른 무고한 사람들이 그가 심어 놓은 증거에 의해 용의자가 된 사건들을 발견하고 그런 일들이 그가 주시하는 동안에도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는 어디서 피해자와 용의자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일까를 생각하다가 그런 데이터를 모으는 거대 기업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기업 사람들을 주시하게 된다. 

아멜리아 색스는 사건을 수사하다가 범인을 하느님이라 부르고 자신을 욥이라 부르는 완전히 범인에 의해 인생이 파괴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너무 황당해서 믿기지 않지만 차츰 그런 일이 수사하는 경찰들에게까지 일어나자 당황하게 된다. 늘 누군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듯한 느낌, 지나가는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링컨의 가족 이야기가 등장하고 전작에서 구해낸 팸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며 평범한 소녀로 살아가는 모습은 흐뭇하게 만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나는 두렵다. 조지 오웰의 '1984'보다 너무 생생한 오늘의 모습 그 자체가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프리 디버의 '2008'이라고 이름붙이고 싶을 지경이다. 내가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사실 없다는 것, 지금도 여전히 모든 사람의 기록은 컴퓨터에 저장되고 있고 더 많은 정보를 모으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고가 났다는 것을 듣기도 하고 누군가 피해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너무도 와닿는 이야기를 작가는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를 통해 좀 더 거창하게 풀어내고 있다. 범인의 모습도 보여주며 독자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말이다. 

제프리 디버는 정말 이 시대 최고의 스릴러의 거장이다.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는 가장 환상적 콤비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등골이 오싹하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게 될 것이다. 여름에 공포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무서움을 느끼게 될 작품이다. 그나저나 아멜리아 색스, 제발 혼자 즉흥적으로 돌아다니지 좀 마라. 링컨 라임보다 내가 더 떨려 죽는 줄 알았다. 그나저나 '시계공'과의 일전을 다짐하는 링컨 라임의 모습에서 그들이 크게 격돌할 거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모든 작품이 그랬지만 특히 작품에서 한치의 눈을 떼기 어려웠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놀라며 궁금하게 만든 놀라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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