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한 소녀가 벌거벗은 시체로 발견된다. 다른 작품들이었다면 이 정도에서 사건이 추측될 법하다. 하지만 한 소녀가 자신이 머물던 곳을 떠나던 장면과 누군가 죽은 이에게서 옷을 훔치는 장면이 나오면서 작품은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14,5세 정도된 여자가 살해되었다. 머독 형사는 검시관의 발표가 나오기 전에 우선 그녀가 발견된 장소에서 탐문 수색을 한다. 그러던 중 두 여자가 수상하다는 걸 느끼고 그 여자들 주변을 돌아보던 중 공중화장실 안에서 죽은 소녀의 옷을 발견한다. 옷의 발견으로 그녀가 로즈 의사집 하녀였음을 알게 되고 다시 그는 수사망을 그녀가 살던 곳과 로즈 의사가 아는 사람들로 좁힌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 그 거짓말에 자신이 주목받으리라는 것은 모르고. 또 경찰을 믿지 않고 하지 않은 이야기로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작품은 1895년의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영국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 영국에서 이주한 사람들은 자신들도 이주한 사람들이면서 다른 나라에서 이주한 사람들을 핍박한다. 영국이 천주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천주교 신자들은 놀림감이 되고 종교를 감추게 된다. 머독 형사도 천주교를 믿어서 그의 상관에게 비웃거리가 되곤 한다. 이 작품에서 그런 기득권자들의 위선적 모습은 짧지만 강하게 다가온다. 

정말 죽음 이외에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린 소녀가 그 시대 하녀로 산다는 것, 아니 혼자 세상과 맞서야 하는 여자들에게 선택권이라는 것이 있기나 했을지 추운 캐나다 날씨만큼이나 암담하게 느껴졌다. 죽음조차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니 죽은 소녀가 가여울 뿐이다. 로즈 부인이라는 상류층 여성부터 부자 아버지를 둔 헤리엇, 그리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앨리스와 에티까지 내가 보기에는 모두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  

그러니 에밀리 디킨슨의 시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에서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도
여느 때와 같은 밤이었지.
다만 죽어간다는 것, 죽음 이외에는.
이 때문에 우리가 보는 세계는 달라졌도다. 

가 더욱 슬프고 잔인하게 울린다. 여느 때와 같은 추운 밤이었고 거짓말한 사람들을 대하던 사람들이 보는 세계가 달라졌을뿐 죽은 자와 같은 이의 세계가 달라진 것은 아니므로.  

이 작품은 드라마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머독 형사의 캐릭더도 보는 재미가 더 좋을 것 같고 책으로 읽기보다는 드라마가 이 시대 분위기를 더 잘 표현할 것 같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드라마도 아주 반응이 좋다고 하는데 보고 싶다. 2008년 EBS에서 해줬다는데 난 꼭 이렇게 한박자 늦게 알게 된다. 뭐, 이번 우리나라에서 열린 드라마어워즈에서 상도 탔으니 또 방송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1-01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11-0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 만두님... 오랜만이네요. 몸은 많이 회복되신 거죠?
날이 추워집니다. 건강하게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maettugi 2010-11-0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꼭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몸조리도 잘 하세요~!

deeppure 2010-12-1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의 이야기를 이렇게 나중에야 전해듣고 나니

에밀리 디킨슨의 시 <그녀가 살아 있었던 마지막 밤>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