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오른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지음, 정태원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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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범죄 소설은 너무 폭력적이고 잔인함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알겠지만 너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재만이 눈에 띄는 것 같아 안타깝고 내가 추리소설을 왜 읽나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한다. 그럴때면 나는 예전의 본격 추리소설을 읽는다. 그 작품들에는 미스터리란 무엇인가? 내가 추리소설을 읽고 좋아하게 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해도 좋은 작품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이 작품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의 <붉은 오른손>같은 작품이 그런 작품이다.  

이렇게 기묘하고 이렇게 기발한 전개로 독자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작품이 있었다니 놀랍다. 이런 작품을 이제야 보게 되다니 그게 더 놀라울 뿐이다. 이 작품은 정말 1950년 이전 추리소설에 대해서만 따진다면 베스트 3 작품에, 아니 넉넉잡아도 베스트 10에 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다 읽은 지금도 흥분으로 뭐라 써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감탄만 나올 뿐이다. 

작품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남자의 이야기는 뒤죽박죽이지만 차근차근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이 일어난 것들, 그것에 대한 미스터리한 점을 짚어보는 방식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을 위해 뉴욕에서 출발했지만 결혼이 당일에 안되서 코네티컷까지 오게 되었다. 오던 길가에서 한 부랑자를 태웠는데 그에게 남자는 살해당하고 여자는 간신히 도망쳤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그 특징이 너무도 뚜렷한 부랑자는 밖에서 숨어 계속 살인을 저지르는 중이고. 그런데 살해당한 남자의 오른손이 잘려나간 채 발견됐다. 화자인 의사는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작품은 의사 리들이 화자로 모든 사건 정황을 끼워 맞추며 전개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뜬금없이 사람이 죽었다는 말도 나오고 시간이 언제인지 밝혀지지 않아 무언가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점점 그가, 아니면 살인자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 같은, 아니 마치 당장이라도 눈 앞에 범인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리들이 미스터리하게 여기는 또 한가지는 자신을 지나쳐 갔다는 범인의 자동차를 그가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살인자들에 대한 책을 쓴 교수도,경찰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처음 시작은 천천히 시작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넘어가면 순식간에 사건이 전개된다. 아니 리들의 머리속에서 사건이 퍼즐맞추기를 하듯이 맞춰진다. 그 정교한 퍼즐맞추기가 아주 놀랍다는 것이다. 단하룻밤에 일어나는 일을 이렇게 정교하고 치밀하게 마지막까지 미스터리를 끌고 간다는 점은 지금 봐도 대단한 작품임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정말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봐야만 하는 작품이다. 안 보면 정말 후회하게 될 작품이다. 난 지금 당장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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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0-11-1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생일 지났다고 선물도 못하게 하실 생각이세욧 !
빨리 책 골라 주세욧 !!!
안 고르시면 저 또 뒹굽니다.

hani0221 2010-12-1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글만 얌체같이 읽고 댓글도 잘 안남겼거든요...
너무 눈물나요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크시겠어요..
남은 가족들 힘내시구요
물만두님 분명 하늘나라에서 아프지말구 좋아하는 책 많이 보셨음 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mira 2010-12-1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야 이런 좋은 글을 알다니 너무 늦었네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넘버투 2010-12-1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알아버린게 후회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상생 2016-05-09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한국일보 기사를 보고 물만두님을 알게 되었네요
이렇게 놀라운 추리소설 리뷰를 알게되어서 반갑네요
앞으로 추리설은 여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될 것같네요
이렇게 훌륭한 리뷰를 남기신 물만두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제 블로그에도 리뷰를 옮기고 싶은데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몇 편 정도요
아뭏든 남은 가족들에게 평안이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