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은 <외딴집>뺴고는 거의 단편집어서 이 작품도 단편집으로 생각했다. 넷핀 나가야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모음이라고. 그래서 에도시대 일상의 미스터리가 나오리라 생각을 했다. 처음 시작도 그런 식으로 흘러 '아, 역시.'이러면서 보는데 점점 작품이 단편이 아님을 알게 된다.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작품을 보고 있는 거지? 얘기가 점점 미스터리, 진짜 추리를 요하는 미스터리 작품이라는 것을 읽으며 느끼다니 우습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고 얼간이가 얼간이를 본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게 읽었다. 한 밤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 채소가게에서 아버지 병수발을 들던 오누이중 오빠가 살해당하고 여동생은 누군가 예전에 원한을 가진 자의 소행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가 사실은 아버지를 죽이고 편하게 살려는 것을 말리다가 오빠를 죽인것임을 알게 되지만 불쌍히 여기고 그녀의 거짓말에 속아주기로 한다. 한술 더 떠서 관리인은 자신의 목숨도 노린다는 설정이니 자신이 떠나는 게 더 좋다고 하며 떠나버리고 넷핀 나가야에는 새파랗게 젊은 관리인이 들어오게 된다. 처음 혼조 후카가와 지역을 담당하는 무사 헤이시로는 평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천성인 게으름이나 피우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새로운 관리인이 오면서 사람들이 한집, 두집 떠나 빈집만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니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마치 무슨 구실을 붙이는 양 이상한 신앙에 빠진다거나 노름에 딸을 팔려하지만 딸이 집을 나갔는데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거나 심지어 떠났다던 관리인 규베의 모습도 보였다는 등 무언가 음모가 있음을 감지하게 되고 더 큰 틀에서 이 지역에 셋집을 주고 있는 상인 집안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크게 현대물과 시대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현대물도 자잘하게 나눌 수 있고 시대물고 나눌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대물은 사회파 추리소설을 지향하고 있고 시대물은 캐릭터의 특징을 잡아내서 그 시대를 묘사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인 헤이시로는 바보스럽지만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사는 남자고 그 남자를 모시고 있는 고헤이지는 우직하지만 잘 놀라는 남자로 등장해 두 콤비의 조화에서 재미를 느끼게 한다. 나중에는 양자를 들여 뒤를 잇게 하려는 처조카 유미노스케의 엉뚱하면서도 어른스럽고 그러면서 아이같은 모습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과 함께 묘미를 더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 동서고금 같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측은지심이라고 했다. 남을 불쌍히 여기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을 이 작품에서 잘 이야기하고 있다. 미스터리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점이 좋았다. 정이 깊은 오토쿠 아줌마가 논다니 오쿠메를 받아들이고 오쿠메가 오토쿠가 쓰러졌을때 구박받은 것도 잊고 간호하던 것,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이를 거두는 젊은 관리인 사키치의 따뜻한 마음씨와 서로 그 아이를 돌봐주는 모습은 없는 형편에서 넉넉한 인심난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물질적 풍요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물질이 있어 사람이 더 행복하다면 더욱 좋은 일이지만 나만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은 불행해도 좋다는, 아니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들이 만연해있는 지금 차라리 얼간이라 불리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