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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쟁 ㅣ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1
조 홀드먼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이 책을 읽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바람이 이렇게 금방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완전판이라니 예전 것과 어떤 점이 차이가 있는 지를 생각하고 보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긴가 민가 싶은 장면도 있었는데 역자 후기가 있으니 아, 그거구나 싶었다. 물론 마지막의 <분리된 전쟁>은 처음 실린 하나의 단편이지만 말이다.
또 한 번 본 이 책은 세세한 점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언짢게 만들었다. 우선 남자 50명, 여자 50명으로 구성된 엘리트 징집법에 의해 징집당한 병사들을 언뜻 보면 남녀평등이란 문제가 확실하게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의 묘사나 메리게이의 회상 장면을 보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는 측면이 있다. 물론 쓰여 진 시기가 70년대고 작가의 생각도 있고 완전한 평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마치 남녀가 자유롭고 평등한 것처럼 묘사하면서 그런 묘한 여운을 준다는 것이 여성을 여전히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밖에 볼 수가 없었다. 또한 여기에서 간과한 완전한 이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가 있다면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까가 없다. 엘리트 징집법은 이성애자여야 한다는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나중의 변화와의 대비를 위해 일부러 작가가 안 썼을 수도 있지만 그 시대에도 엄연히 존재했던 사람들을 은연중에 터부시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잽에서 스트레이트를 날린 셈이다. 문화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넣은 <분리된 전쟁>은 보는 것은 좋지만 차라리 넣지 않았거나 부록처럼 나눴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완벽한 한 작품에 속하는 챕터의 형식이 아니라. 왜냐하면 이 작품의 관점은 끝까지 만델라에게 주어진다. 그 관점이 만델라와 메리게이가 헤어지게 되면서 나중에 메리게이의 관점에서, 아니 메리게이는 어떻게 만델라 없는 동안 지냈나 하는 면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전투에 나선 메리게이의 관점에서 한 단편을 부여한 것이다. 한 작품에서 화자가 처음부터 정해졌는데 무리하게 단편을 작품 안에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독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측면에서라면 독립된 부록이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누구나 한번쯤 읽기를 바라는 작품이고 지금 미국이 이라크에서 전쟁 중인데 그 상공에 이 책을 뿌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작품을 읽었음에도 여전히 전쟁을 한다는 건 역시 전쟁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거 이외의 어떤 것은 없다. 아마 어쩌면 우린 전쟁을 막기 위해 마지막에는 이 작품의 결론을 따라야 할지도 모른다. 다양성이 물론 지금도 파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고 이해의 결여가 언제나 사라질 수 없는 거라면 동일한 사람들, 즉 클론으로 지구를 채우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바보 같은 전쟁으로 계속 일관할 거라면 말이다. 지구 안에서일 지라도. 그런데 인간은 그러면서도 자신이 학습한 문화와 생활의 패턴을 바꾸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만델라와 메리게이의 유토피아를 보면...
처음 읽었을 때는 무척 감동적이기까지 했던 작품인데 다시 한 번 읽으니 조금은 시니컬해진다. 그건 어쩌면 지금이나 이 작품이 쓰여 진 때나, 만델라가 살았던 곳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씁쓸함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희망이란 존재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마리화나가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암담함은 지구의 지금이 어쩌면 미래의 디스토피아의 전조로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