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9
기예르모 델 토로 외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비행기가 착륙한 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교신도 안되고 승객들의 아우성도 없고 마치 비행기 자체가 죽은 것처럼 느껴져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9.11 테러의 공포에서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테러와 감염이라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지만 질병관리센터 책임자인 에프가 동료 노라와 함께 그들을 살피러 갔을 때는 이미 4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사망한 상태였다. 그리고 에프는 이상한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수화물에 포함되지 않은 커다란 관같은 흙이 담긴 상자가 발견 되자마자 어디론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어 격리 수용되었던 사람들은 기장만 빼고 모두 퇴원을 하는데 기장이 갑자기 사람을 공격하는 기이한 장면을 직접 격게 되면서 에프는 병원체가 아닌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  

작품은 세트라키안의 과거에서 시작한다. 아주 옛날 이야기에서. 할머니가 손주들의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그런 기이하고 무서운 옛날 이야기 사두르라는 성주에 대한 이야기에서 세트라키안이 겪게 되는 나치 숭요소 생활과 그가 어떻게 전당포를 운영하게 되었나는 점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스톤하트 그룹의 엘드리치 파머가 전 인류와 자신의 영생을 맞바꾸기 위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교차해서 이성적인 에프 굿웨더의 평범하고 과학적 사고를 하는 인물의 평범한 생활이 어떻게 변하게 되고 그의 관점이 어떻게 달라져서 세트라키안의 이야기를 믿게 되고 그와 함께 인간과 손을 잡고 대륙을 건너온 마스터를 잡기 위해 전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뱀파이어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영화 <에일리언>을 볼때 느끼던 공포의 생생함을 그대로 느끼게 하고 사태 파악을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에프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등장하는 영웅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간간히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대의 소돔을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과자지만 뱀파이어에게서 사람 목숨을 구한 거스가 잡혀가는 아이러니는 뉴욕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고 에프가 아들 잭에 대해 갖는 애정은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에서 네빌이 찾고 기다리던 딸에 대한 애정과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공포는 뱀파이어 자체도 있지만 뱀파이어가 확산되는 과정에 있다. 그것은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다.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부정해야 하고 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변한 본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공포를 넘어 끔찍하게 다가온다.   

언데드 열풍은 끝이 없다. 브램 스토커의 뱀파이어 이후에 뱀파이어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인간과 다른 또 하나의 종족으로 당연히 공존하는 존재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작품마다 뱀파이어를 재미있게, 낭만적으로, 인간과 다르지 않게 그리고 있지만 이 작품은 그 작품들과 달리 뱀파이어가 되어 가는 과정을 너무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처음 감염처럼 거의 보이지 않는 상처만 남기고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다가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충분히 느끼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들과 싸우는 과정도 끔찍하다. 그런 공포를 개기 일식과 맞물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공포와 현대인의 최대 약점인 폐쇄성과 불신, 그리고 인간이 포화된 도시라는 점을 강조해서 독자들이 더욱 공포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작가가 영화 감독이라는 점이 유감없이 작품 속에 드러나고 있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단 며칠 사이에 벌어지는 일인데도 영화속에서 필름이 빠르게 돌아가듯 속도감있게 전개한다. 그 와중에 정예부대는 집결되고 또 다른 전개를 암시하며 1부를 끝내고 있다. 1부는 이 거대한 작품의 시작에 불과하다. 책을 덮는 순간 작가는 독자에게 기대감과 더 큰 공포를 선사한다. 2부는 어떻게 전개될지, 세트라키안의 집념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인지, 에프와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뱀파이어의 전쟁, 뱀파이어와의 전쟁에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그리고 마지막에 거스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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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06-2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영화 감독이라는 점이 유감없이 드러나더군요.
저도 모처럼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ㅎㅎ

물만두 2009-06-26 14:07   좋아요 0 | URL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