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마법
켈리 링크 지음, 이은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장르문학을 좋아하지만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 중에서 환상 문학, 즉 환타지 장르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나를 곤란하게 만든다. 내가 그다지 상상력이 풍부한 인간이 못되는 까닭에 무심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스릴러 작가라고 하더라도 스티븐 킹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공포, 스릴러는 질색이다. 그런데 이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적인 작가다. 읽는 내내 그만 읽을까를 고민했지만 휴고상, 네블러상을 수상한 작품은 봐야겠기에 다 읽고 말았다.

<고양이 가죽>은 한마디로 잔혹 동화다. 마법사에게 살해당하면서 복수를 위해 자신이 유괴하거나 사온 아이 셋 중 가장 예뻐한 아이에게 고양이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히고 고양이로 나타나서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세히 읽다보면 그 안에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다. 자신들이 유괴된 아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 친부모를 찾아갔을 때 그들은 이미 늙어 자신들을 부유하게 먹여 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다시 팔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작품이 환상적이고 무섭지만 그 안에 현실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실도 그만큼 환상적이며 공포를 품고 있다는 것을.

<요정 핸드백>은 진정한 환타지를 구현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핸드백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산다는 이야기는 진짜 어느 중앙아시아에서 전해 내려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전설적인 면이 있다. 그것이 현대와 결합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훔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핸드백은 사라져 꼭 찾아야만 하는 모험을 남겨두지만 어쩌면 시간 여행이라는 SF적인 측면도 이런 요정 핸드백 속을 드나드는 것과 같고, 우주라는 것도 할머니의 뭐가 들어 있을지 모를 핸드백처럼 어둡고 찾아 나서야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이혼>은 발상부터가 환타지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결혼할 수 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잘 살게 되지만 그들도 보통 사람들처럼 이혼을 원하게도 된다.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말이 안 통하는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결합과 같을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결합이라는 측면만 빼면 인간의 결혼 생활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호르트락>은 인간과 좀비를 대상으로 물건을 파는 가게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 편의점은 인간이 운영하는 곳이야? 좀비가 운영하는 곳이야? 정체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물건만 팔 수 있다면, 그리고 꼭 돈으로 값을 받지 않아도 된다면 이런 가게가 꼭 어디엔가 있을 것도 같다. 인적 드문 곳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편의점이라면 혹 이런 가게는 아닐지 의심해 보시길. 그렇다고 우리가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인간이든 아니든 물건은 파니까.

<대포>는 대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결혼까지 한 남자와 그럼에도 대포만 남아 그 임무에 오늘도 충실히 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작품은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유머라고 생각되는데 웃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대포 이야기에서 머리로 카펫을 짜고 모든 생활용품을 만든다는 나라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갑자기 대포와 머리카락이 무슨 관계일까 생각하다가 대포에서 날아가다 보면 그런 이상한 나라에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이승과 저승처럼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마치 회전문이 돌아가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 도달하게 만든다. 서로 통해 있지만 우리가 발견하지 못해 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갈망이 대포로 표현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돌로 만든 동물들>은 스티븐 킹의 <샤이닝>과 비교된다고 하는데 샤이닝을 읽어봤어야 비교를 하지. 교외로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가족 간의 일들과 그 집 마당에 사는 토끼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얼마 전에 읽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 생각나는데 그 작품보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낫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와 일중독에 대한 비판을 읽을 수 있다. 가정이 점차 붕괴되는 것이 마치 이사 때문인 것 같지만 이전부터 이어지던 것의 이어짐이 발화점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토기들은 그들의 소통 부재와 신뢰 부재가 낳은 산물이다. 그것들은 집 아래로 굴을 파서 가정을 붕괴시키는 존재로 등장한다. 의미심장한 상징인 것이다. 토끼들의 번식이 얼마나 빠르고 왕성한가 하는 점 또한 한번 쌓인 불만과 불안이 얼마나 빠르게 가정 내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하게 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점이 바로 이 작품이 현실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초보자를 위한 마법>은 현실을 사는 아이들이 별자리 대신 밤을 수놓은 광고판의 휘황찬란함에 더 길들여져 있고 그들의 환타지는 텔레비전 드라마로 완성됨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적 드라마를 보는 아이는 그 드라마로 꿈을 꾸고 그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함을 알게 된다. 그때 그의 작가 아버지는 자식이 죽는 책을 쓰고 그에 격분한 엄마는 아들과 함께 대고모의 유산을 보러 떠난다. 초보자, 즉 우리들을 위한 마법이란 이 정도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로 완성되고 드라마로 만족하는. 그런 마법이야 지금 이 시간에도 펼쳐지고 있다.

내가 제대로 작품을 읽고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작가의 글쓰기가 마음에 든다고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작가에게 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보르헤스의 현실적 환상 문학과 비교하는 것은 뭣하지만 나름대로 라틴문학적 리얼리즘 환상 문학에서 벗어나 미국적 리얼리즘 환상 문학을 선보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카프카의 몽환적 알레고리와 커트 보네거트의 비틀린 풍자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다른 세계를 잘 보여줘서 자연스럽게 보게 만든 점은 인정한다. 그런 세계를 모두 다르게 그리고 있는 작가의 상상력도 높이 사고 싶다. 한마디로 ‘초보자를 위한’이 아닌 독자를 위한 마법이 담긴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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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8-01-1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만두님, 게으른 침묵 속에서 잠시 나와 새해인사드립니다.

알라딘 서재주인장들 중에 가장 사랑받으시는 만두님,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님이 있어 더욱 훈훈한 알라딘입니다.

님이 그리워 오늘은 아침부터 물만두를 먹었습니다.

물만두 2008-01-10 11:49   좋아요 0 | URL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안 늦었어요. 아직 무자년도 아닌데요^^;;;
저 생각하며 물만두 잘 드셨기를...
하지만 아침은 밥을 드세요.
건강하셔야죠.
저도 님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날 그후 - SF거장 14인이 그린 핵전쟁 그 이후의 세상
노먼 스핀래드 외 지음, 마틴 H. 그린버그 외 엮음, 김상온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여기서 최후의 날이란 핵전쟁, 즉 메가워 이후를 말한다. 앨빈 토플러는 “SF는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 사회학이다.” 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공감한다. 범죄소설이 현대 사회학이고 현대를 잘 나타내는 것이듯이 SF 작품을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그것들은 몇 십 년 후 맞기도 해서 그들이 책에서 사용된 용어가 그대로 적용되기도 하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3차 대전을 사람들은 핵전쟁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가 핵보유국이고 핵확산금지조약을 했음에도 핵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이 자신들이 만든 조약에 구멍을 만들어 놓고 핵 자체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플루토늄을 어떻게 했네 아니네 하고 이라크 같은 나라만 잡을 생각을 하는데 이용할 뿐이니 다른 나라들이 핵을 보유하고자 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미국과 맞설 수 있다는 뜻이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메가워 이후 가장 많은 타격을 입는 나라로 미국이 등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세계 멸망, 최후의 날 그 후 자신들의 후손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들은 그런 지구 종말이나 유성충돌로 인해 지구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가 보고 생각해볼 점은 많다.

인간은 미련 때문에 망하지만 미련(未練) 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작품을 모두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에 대한 미련, 그리움, 향수,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가 메가워 이후 인간에게서 문명을 빼앗지만 인간 본성은 빼앗지 못한다. 그것은 즉 다시 시간이 흐르면 인간은 또 다시 메가워에 직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법이니까.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남은 자들에게 주어진 것은 태초에 있었던 인간의 시작점이다. 그런 이유로 읽은 뒤 뒷맛은 쓰다. 반어적 표현이나 그들의 두려움이 결국 그들이 맨 밑에 깔리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라니 그것에 비하면 차라리 노먼 스핀래드의 <거대한 섬광>으로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조차 모르게 하는 것은 낫다.

정말 작가들에게 묻고 싶다. 메가워 이 후 백인들, 아니 미국의 존재가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하루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끔찍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정말로 지구라는 세계의 최후의 날 그 후가 걱정이 되는 건지. 아니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파괴가 걱정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 그 이전의 아무 것도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지금의 문명이 과연 파괴되지 않고 지켜야만 할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워드 무어의 <현대판 롯>과 할란 엘리슨의 <소년과 개>가 가장 그 이 후를 잘 나타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로버트 셰클리의 <세상을 파는 가게>였다. 인간의 미련에 그 날 이 후 우리가 그리워 할 것은 이런 것일 테니까. 레이 브래드버리의 <시카고 어비스 역으로>도 그리워하겠지만 말이다. 다른 면에서 보자면 폴 앤더슨의 <내일의 아이들>은 그 무엇보다 두려운 경고다. 이것만은 피하기 위해서라도 메가워는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라면 우리는 이렇게 미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 날을 위해 지금이라도 준비를 해보면 어떨지...

존 윈덤의 <바퀴>는 이 단편선 보다는 종교와 과학의 대립에 대해 쓴 갈릴레오의 아이들에 수록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물론 이런 일도 일어나겠지만 세상에 종교가 모두 이렇게 될 것 같아 더 걱정이 된다. 그날은 지옥을 연상케 할 테니까.

로버트 애버나시의 <누가 상속자인가>와 윌리엄 텐의 <동쪽으로 출발!>은 근본적인 인간 생활의 충돌과 단물 다 빼먹고 이제 쫓겨 다시 제자리고 가는 모습에서 인간이란 이런 존재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의 사회의 발전사나 문명사 같은 것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못의 시인? 화해의 몸짓?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기분이 언짢아 지는 작품이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우리는 모른다. 내일도 모르는 데 어찌 알겠는가마는 모두가 공감하는 것 한 가지는 전쟁이 만약 일어난다면 그것은 핵전쟁이고 지구 문명의 멸망, 나아가서는 인간이라는 종의 멸망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살아남은 자가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고 그 살아감마저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학, 인문학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앨빈 토플러도 인정한 미래 사회학,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의 미래에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되지 않게 할 수 있기 위해 이 작품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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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7-10-2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회학 !

물만두 2007-10-23 10:39   좋아요 0 | URL
^^;;;
 
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둠은 빛보다 빨라야 한다. 그래야 빛이 어둠을 비출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어둠의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나는 모른다. 하지만 추락과 절망, 불행이 찾아오는 속도와 비상, 희망, 행복의 속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전자가 더 빠르다. 그것들은 내가 모르는 새 이미 도착해 있고 그 뒤에 기다리는 후자들은 너무 느리고 더디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폐인 루에 대한 이야기다. 멀지 않은 미래, 더 이상 자폐아가 태어나고 자라지 않도록 의학적인 연구가 끝나 나이가 많아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루와 같은 사람들을 빼고 자폐인은 사라진 때 그래도 그들은 그 이전의 자폐인보다는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직장에 다니고 직장에서 그들을 위한 복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이것들은 장애인 고용으로 인한 세금 혜택을 보기 위한 기업의 방편이지만 어쨌든 그들은 나름 괜찮다. 어느 날 새로 온 부장이 그들에게 실험에 참가하는 얘기를 하기 전까지는.

루는 자폐인으로 산다는 것보다 정상인으로 산다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상인은 모든 문제를 알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다른 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그들도 나름대로 불행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도 그는 실험에 참가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은 때론 행복할 수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고 있다. 보여 지는 많은 것들이 보여 지지 않는 것들, 감춰진 것들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장애인은 안전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서 그들이 없다면 사회가 정상인들, 비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리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생각해보자. 범죄자, 특히 끔찍한 연쇄살인범이나 성폭행범이 이마에 범죄자라고 쓰고 다닌다면 그들에게 희생될 피해자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정상인들 틈에 숨어 있다. 바로 당신 옆에서 당신과 같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도 그들이 잡힐 때까지 피해자 말고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들에게 그들보다 더한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없는 대도 왜 그들을 우리 사회는, 아니 모든 사회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생각해볼 문제다.

어둠이 빛보다 빠르다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원리다. 빛이 찾아드는 원리와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루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가 정상인의 삶을 선택하게 만든다. 자폐인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것임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폐인이 되고 싶어 되는 사람은 없다. 병에 걸리고 싶어 걸리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너무 쉽게 말을 하는데 결코 쉽게 얘기할 일이 아니다. 모든 정상인은 잠재적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장애인이 편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편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것은 이타적인 일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과 복지를 위한 이기적인 일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또한 미래 장애 없는 사회가 오더라도 그 사회가 지금보다 더 좋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하나의 편견을 없앤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인간은 결코 쉽게 바뀌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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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1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물만두 2007-10-11 12:41   좋아요 0 | URL
넵^^

가넷 2007-10-1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

다행히 물만두 님도 재미있게 읽으신 것 같네요(?).

물만두 2007-10-11 15:04   좋아요 0 | URL
저는 재미도 있었고 나름 생각도 많았답니다^^

비로그인 2007-10-12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애인이 비장애인들에게 그들보다 더한 일을 저질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없는 대도 왜 그들을 우리 사회는, 아니 모든 사회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생각해볼 문제다.


-아, 어쩌면 이런 말을 하실 수 있으신지요. 감탄, 감탄.

물만두 2007-10-12 16:09   좋아요 0 | URL
가끔 제가 격앙되곤 합니다.
욱하는 것 내뱉는데 괜찮게 봐주시니 다행입니다^^;;;

비로그인 2007-10-1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두번째 추천은 접니다.^^

물만두 2007-10-12 16: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나폴리 특급 살인 - 귀족 탐정 다아시 경 3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0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다아시경과 마술사 숀 오 로클란과 이제는 작별을 고할 때가 왔다.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섭섭하지만 그보다 시절이 하수상한 관계로 작품의 풍미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왜곡되어 영불제국이라는 SF 팩션이 아직까지 그들은 만족을 못하는 구나 싶고, 프랑스인이 이 작품을 읽는다면 기분이 나빴겠구나 싶고 아일랜드인인 숀이 과연 이렇게 충성스러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팩션임에도 불구하고 잘 받아들일 수 없어 읽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마지막인데 참 아쉬웠다. 내 밴댕이 속을 어쩔 수 없으니 원... 가스등 불빛과 말들이 끄는 마치 소리가 아직도 다아시 경을 향해 달려가고 다아시 경이 그렇게 런던 거리를 다니겠지 생각되지만 내 안에서 가스등은 이미 꺼졌고 마차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으니 안타깝다.

<중력의 문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전형적인 다아시경 시리즈가 표방하는 수사는 다아시경이, 증거의 검증은 마술사 숀이 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지키며 밀실 살인을 풀어낸 작품이다. 밀실 살인의 고전적 트릭도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고 무엇보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떨어진 유리창을 마법으로 다시 복원한다는 발상이 맘에 들었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시절에 다아시경 시리즈가 SF 영화로 나올 만도 한데 궁금하다. 이 작품이 영화로 언제 만들어질지가.

<비터 엔드>는 <마술사가 너무 많다>에서처럼 마술사 숀이 기차 시간이 남아 술 한 잔 하기 위해 있던 바에서 시체가 된 남자를 만나고 공교롭게 다른 사건들이 많이 생겨 마술사가 없는 바람에 그곳 마술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돕다가 사건에 연관이 되고 그의 진술서가 급했던 다아시경까지 그곳에 오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이야기 자체는 아주 고전적이다.

<입스위치의 비밀>는 일종의 스파이물이다. 제국의 실험실에서 사라진 물건을 찾기 위해 살해당한 제국의 첩보원을 죽인 폴란드 첩자들을 찾고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다아시경과 마술사 숀이 위장을 해서 시골까지 내려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다아시경을 007로 만들기로 했는지 참 007스러운 다아시경의 별 모습을 다 봤다. 별로 안 어울렸지만.

<열여섯 개의 열쇠>는 <나폴리 특급 살인>과 연결되는 작품으로 사건보다는 사라진 문서를 찾기인데 놀라운 것은 마술로 젊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욕심이라니. 하긴 마술이 있는 곳인데 무슨 마술은 없고 흑마술은 없겠는가. 그러고 보니 숀과 흑마술사의 대결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러면 다아시경이 소외되니 조연에게 그런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려나...

<나폴리 특급 살인>은 한 남자가 지팡이로 모질게 맞아 살해되고 기차안의 모든 승객이 용의자가 된다. 변장을 하고 대공의 비밀문서를 전달하러 가는 다아시경과 마술사 숀은 어떻게든 나폴리까지 갈 수 있게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고 마침 숀이 아는 사람이 경무관으로 기차에 조사하러 오는 바람에 일이 쉽게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차 안의 모든 승객이 아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고 살해된 자와 원한이 있다는 생각에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은근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패러디한 듯 보이면서 비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지막에 그런 대사까지 등장하니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 감히 대가와 맞장을 뜨려하다니 기개는 가상하나 안 될 말씀. 하지만 나름 피해가며 잘 마무리 했다.

이렇게 아쉽게 다아시경과 작별을 하게 되었다. 마치 한 사람과 이별을 하는 느낌이다. 작품의 깊이와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허전하기만 하다. 안녕, 다아시경. 안녕 마술사 숀. 안녕 랜달 개릿. 그동안 여러분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작품 속에서 또 이런 낭만적인 느낌의 작품을 읽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안은 깜깜해도 책은 남아 있으니 당신이 그리울 때 언제든지 그 안으로 달려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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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족탐정이라...귀족탐정은 문제를 어떻게 추론하고 풀어나갈지 궁금하군요.
게다가 마술과의 조화라..(웃음) 담아놔야겠어요.^^
이런건 누가 만화로 안 그려주나~ 중세 분위기 좋은데.(웃음)

물만두 2007-09-06 13:41   좋아요 0 | URL
전 영화로 만들면 멋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답니다.
1편 세르브르의 저주부터 보세요~ 시리즙니다.

비로그인 2007-09-06 17:47   좋아요 0 | URL
오오, 그 정도입니까? 나중에 1편부터 꼭 봐야겠군요 ^^

물만두 2007-09-06 18:40   좋아요 0 | URL
그럼요^^

BRINY 2007-09-0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집, 그것도 마지막 작품이라니. 꼭 사야겠어요.

물만두 2007-09-07 11:08   좋아요 0 | URL
당연하죠.^^

stella.K 2007-09-1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왠지 아가사 크리스티가 연상이 되는 제목 같아 읽어보고 싶어졌다는...흐흐

물만두 2007-09-11 11:53   좋아요 0 | URL
시리즈라 1편부터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달랑 3권이니 계속 보심 좋겠습니다^^ㅋㅋ
 
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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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환타지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무협소설을 빼고 보면 내가 읽은 환타지 소설이라고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그리고 이영도의 단편집이 전부이다. 그래서 읽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자마자 안 읽었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음에 있어 선입견과 편식은 좋은 책을 멀리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폴레옹이 영국을 점령하려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의 전투기처럼 용이 공군력이 된다는 설정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환타지 소설이다. 

 

영국 해군의 로렌스 대령은 프랑스 전함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전리품을 챙기려던 순간 그들에게 부화를 앞두고 있는 용알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런데 용은 공군에게 배정되는 것인데 부화하면 용에게 안장을 채우지 않으면 야생용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들 중 제비뽑기로 해군에서 공군으로 과감하게 자신의 부대를 바꾸기로 하는데 알에서 깨어난 용이 제비뽑기에 뽑힌 해군의 안장을 거부하고 로렌스 앞에 앉는 사태가 발생한다. 어쩔 수 없이 로렌스는 용에게 안장을 채우고 이름을 ‘테메레르’라고 지어준 뒤 자신이 지휘하던 전함을 부하에게 넘겨주고 공군이 되는 신세가 된다. 

 

로렌스에게는 참혹한 설정이지만 이 부분에서부터 나를 사로잡는다. 재미있다.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두터운 우정과 신뢰가 쌓여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인간과 용의 그런 유대감을 잘 묘사한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테메레르는 영국에 하나뿐인 중국용으로 추측되는데 각 나라마다 용을 얼마나 보유하고 잘 교배시켜 부화를 많이 시키느냐가 공군력을 상징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용은 여자만을 태우기 때문에 공군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인 군대에 여자 군인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모든 장면이 로렌스와 테메레르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로렌스는 공군에서 질투의 대상이 된다. 다른 공군이 테메레르를 인수하려 했지만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용알이 부화되어 배정되기를 오랜 세월 기다려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 둘이 공군 훈련을 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교관이 용이라는 사실, 용끼리 친분을 쌓고 자신의 용을 귀하게 대우하지 못하는 자는 경멸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 속에서 자신의 신분은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지 세습되어 내려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테메레즈와 로렌스의 전투장면도 좋지만 작품 안에서 로렌스가 자신이 쌓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용을 위해 재산의 반을 털어 아름다운 목걸이를 사서 걸어주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인간보다 더 머리가 좋고 자신이 선택한 인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 마음은 충성심이라는 인위적인 것과는 조금 다른 우리가 지금 잃어가고 있는 우정이라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총6권에 달하는 판타지 대서사물의 1권에 해당한다니 다행이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는 테메레르를 기다릴 차례다. 그 기다림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해리포터 시리즈는 중간에 나를 실망시켰다. 이 작품은 그런 일이 없을거라 믿는다. 아울러 피터 잭슨의 차기 작품으로 영화화된다니 얼마나 멋지게 만들어질지 기대가 된다. 

 

해리포터에게 마법이라는 환타지가 있다면 로렌스에게는 용이라는 환타지가 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전투신보다 용과 인간의 교류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이 느껴진다. 지금 전투기가 아닌 용이 전투기 대신 공군의 조종기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땅이 큰 나라가 역시 용을 많이 사육할 수 있고 먹이 조달도 할 수 있을 테니 그게 그거겠다. 아무튼 나폴레옹은 등장하지 않고 나폴레옹이 갖고 싶어 하던 황제 용만 등장하지만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해리 포터보다는 이 작품이 더 재미있다. 훨씬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고 어른스러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올 여름 환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지 않으면 안 될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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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피터잭슨 아저씨 고무인간 만들때랑 달리 영화만드는 솜씨는 늘어나는군요. 그래도 반지의 제왕은 캐스팅을 잘해서 그런거예요.

물만두 2007-07-03 10:34   좋아요 0 | URL
반지의 제왕은 누가 만들어도 그보다 낫기는 힘들거라 생각해요.

chika 2007-07-0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요? 정말 해리포~러보다 더 재밌어여?

물만두 2007-07-03 10:36   좋아요 0 | URL
해리포터는 보면 볼수록 같은 패턴이라 짜증이 나서 4권부턴가 안봤는데 해리포터는 아동용으로 재미가 있다면 이 작품은 어른용으로 웅장하면서 멋있고 재미있다고 할 수 있지. 한번 잡으면 테메레르한테 반할껄^^

paviana 2007-07-0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이 나와야 진정한 환타지지요.저도 그래봤자 이영도랑 이우혁정도밖에 안 읽었지만...
추리소설도 모자라 환타지까지 뽐뿌를 하시다니...

물만두 2007-07-03 11:30   좋아요 0 | URL
앗, 퇴마록은 저도 읽었는데 그게 환타지였던가요? 음... 역시 용이 나와줘야 하는군요. 용들의 전투가 볼만 합니다^^;;;

twinpix 2007-07-0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관심이 갑니다.(전 판타지를 좋아해서, 더욱.^^)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물만두 2007-07-03 13:46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무난격정 2007-07-0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데 진짜 술술 읽히고 재밌네요 : )

물만두 2007-07-03 13:46   좋아요 0 | URL
그죠^^

마노아 2007-07-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부터 흥분이 느껴져요. 저도 며칠 전에 판타지 소설 재밌게 읽어서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판타지 소설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답니다^^

물만두 2007-07-03 13:46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2007-07-03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7-03 18:57   좋아요 0 | URL
오오 물론입니다^^

보석 2007-07-0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닥파닥. 흑흑.

물만두 2007-07-04 10:36   좋아요 0 | URL
왜요~~~~

향기로운 2007-07-0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흑흑..

물만두 2007-07-05 11:06   좋아요 0 | URL
왜요~~~~

아린양 2007-09-2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용나오는거라~도서관에 있으려나..ㅋ

물만두 2007-09-20 16:19   좋아요 0 | URL
없으면 도서관에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