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Miracle 2
김재한 외 지음, 김봉석 해설 / 시작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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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 작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상상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미스터리나 SF 장르와는 다르게 잘 안 읽게 된다. 그런데 이 단편집은 좀 달랐다. 우리나라 환상 문학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작품들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읽기가 편했다. 소재도 다양하고 내용에 그다지 무리가 없었다.  

<상아처녀>는 한번쯤 SF나 미스터리에서도 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뻔한 구성과 뻔한 결말이지만 인간을 배양하는 장면은 곧 다가올 미래의 이야기같아서 늘 오싹함을 준다. 뻔뻔한 인간의 욕심은 정말 어떤 일을 벌이게 될지 걱정된다. <카나리아>와 <사육>은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같은 소재지만 다르게 그리고 있다. <카나리아>는 인간의 자아를 조금이나마 붙잡으려는 뱀파이어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욕심과 허영을 보여주고 있고 <사육>은 뱀파이어가 되기를 자청했다가 뱀파이어 사냥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주인공과 뱀파이어 사냥꾼을 통해 인간의 영원한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용의 비늘>은 만화같은 작품이었다. 14번째로 태어난 딸, 여인들만의 나라, 저주받고 핍박받다 용의 비늘을 구해와 자신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소녀, 그리고 용의 비늘을 찾기까지의 모험이 어디서 많이 본 만화같은 느낌을 준다. 만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이다. <윈드 드리머>는 비공정이라는 날으는 물체를 띄우기 위한 비행석이라는 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과 살육의 참상에 회의를 느끼고 시골에서 은둔해서 사는 황제의 사생아가 비행석없이 날으는 물체를 만드는 이야기다. 이 작품도 만화같았다. 환상이라는 문학적 소재가 만화같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의 아둔함일까, 아니면 만화와 문학의 폭이 그만큼 좁혀진 것일까 궁금하다. <목소리>는 중국의 고대 요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흉측한 몰골과 뱀의 혀같은 혀, 말하지 못하고 기이한 소리를 듣는 것 때문에 사람취급을 못받지만 그것이 아버지가 도사가 준 부적을 붙이지 않는 탓이라는 것을 알고 집을 떠나 자신에게 저주를 씌우고 목소리를 빼앗은 요괴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고전 형식이라 고전처럼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은 한 여자에게 버림받고 자신의 친구가 모든 행복을 차지하고 자신이 불행해진 것이 전쟁 중 저주에 걸린 탓이라고 생각한 주인공이 행복을 되찾기 위해 친구를 암살하러 가는 내용이다. 행복과 불행은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뻔한 이야기에 뻔한 교훈이었다. <세계는 도둑맞았다>는 마법사의 등장, SF적 평행차원론, 외계인의 침략, 그리고 악마와의 약속이 모두 들어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미래의 과학을 들여와 마학이라 하고 마법사가 세계를 장악해서 미래에 쳐들어올 외계인의 침략에 대비한다. 그리고 악마와도 손을 잡는다. 만약 외계인이 이 정도로 막강하다면 인간의 멸종은 순식간이고 인간의 역사 자체가 사라지는 것 또한 순식간이다. 이 단편집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과거로부터의 편지>는 지박령이라든가 퇴마사, 영계같은 소재가 사용되는 요괴와 요괴를 잡는 사람의 이야기다. 거기에 말려든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낯선 곳에 무턱대고 들어가면 안된다는 얘기다. 비오는데 산에 오르는 것도 금지. 마지막 편지가 오싹하게 다가왔다. 단순한 작품이 마지막 반전으로 멋지게 변했다.  

환상문학 고수들이라고 해도 나는 읽은 적이 없는 작가들이라 오히려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소재가 다양한 것도 좋았고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풀어가는 것이 좋았다. 단편이라 약간 아쉬운 작품도 있었고 식상한 작품도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한 낮에 백일몽을 총천연색으로 다양하게 꾸고 난 기분이다. 한번의 백일몽으로 끝나지 않고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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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시티 -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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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바이러스가 퍼져 전 인류가 순식간에 멸망한다. 단 한명만 남겨둔 채. 코카콜라사의 남극의 얼음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사전 답사 내지는 홍보전략으로 보내진 로라만이 유일한 생존자다. 이제 시티에는 로라가 기억하는 이들만이 남아 있고 세상에는 로라 혼자 남아 있다. 산 자의 기억에 의지해서 살아하가는 시티 사람들과 그들의 기억을 가지고 남극을 벗어나 자신만이 유일한 생존자가 아님을 알려고 애를 쓰는 로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 이 세상의 축소판같은 시티라는 죽은 자들이 산 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한 머무르는 곳이 있다면 그곳 참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렇다면 시티에 가서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도 해볼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승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승에서 못다한 무언가를 시티에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얼마나 좋을까 이런 단순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마지막 맹인의 생각처럼 나쁜 기억만을 가지고 그곳에 남아 살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퍼켓의 형처럼 어린 나이에 죽은 아이들은 그 나이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 자신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좋은 사람만 생각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시티는 좀 더 가혹한 곳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은 지금 그들의 그 뒤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누구를 기억하고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퍼켓은 인간이 몇 만명은 기억을 한다고 수를 세었지만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억하는 지 모르겠다. 가끔 생각지도 않던 사람이 떠오를때도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는 이도 있다. 자꾸 기억은 소멸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이승과 저승 중간에 시티가 있어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가고 싶다. 상처는 이승에 두고 미움과 원망도 두고 고마움과 따뜻함만 갖고 가고 싶다. 남은 날들이 그렇게 될 수 있는 기억으로 가득 차기를 바란다. 

표지의 저 빈 외투와 그 외투를 잡은 손이 인상적이다. 시티는, 인간의 기억은 저 빈 외투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빈 외투만 남기고 떠난 인간을 말하는 것일까? 저 손이 움켜 잡은 것은 빈 외투일까? 아니면 외투에 남은 기억 한 자락일까? 자꾸만 표지를 보면서 생각하게 만든다. 저 표지가 말하고자 하는 기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떠난 뒤 남은 인간인 생존자 로라를 상징하는 것일까? 로라만 남기고 떠난 시티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까? 저 빈 외투를 잡은 손이 기억하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었다. 바이러스에 의한 멸망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 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은 작가의 대담함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그리지 않아도 무관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멸망하는 지구인들이라는 설정은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더욱 독특한 시티는 오히려 너무도 죽은 자들이 살던 세상과 같아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기억은, 인간의 상상력은 이렇게 자신에게 익숙한 것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 같다. 로라가 세상에는 무엇이든 버리는 사람과 어떤 것이든 간직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은 후자라고 한 말에서 시티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여기에 로라의 남극 탈출기는 나라면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전사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이런 요소들이 무리없이 하나의 SF 환타지 작품을 만들어 냈지만 내 마음에 가장 든 것은 시티도, 로라도 아닌 마지막 맹인의 이야기였다. 그런 잔잔하면서 무심한 작가의 글쓰기가 오히려 자극적인 글들의 홍수 속에서 마음에 남지 않을까 싶다.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이 작품은 가끔 생각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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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8-09-0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읽다 내가 아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생각했답니다 ^^

물만두 2008-09-03 09:56   좋아요 0 | URL
그죠. 저는 몇명 안되는 것 같더라구요^^;;;

까칠마녀 2008-09-0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에 '곱하기100'을 날리며 댓글을 달아봅니다.
'네**'에서부터 많은 책들이 저랑 중복되어,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또는 이 부분에서는 공감을 하는구나...호기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이렇게,또 같은 책의 리뷰를 갖고 님을 뵙게 되니 반가워...호들갑을 떨어봅니다.

물만두 2008-09-09 14:08   좋아요 0 | URL
같은 사람인줄 잘 아셨네요^^
서평 읽다보면 종종 느끼게 되죠.
저도 반갑습니다^^
 
다이디타운
F. 폴 윌슨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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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라나그 연방(LaNague Federation) 시리즈인 1989년에 지금의 형태로 발표된 이 작품은 사이버펑크 SF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작품은 독특하게 레이먼드 챈들러를 연상시키는 삼류 사립탐정 시그가 등장해서 클론인 진의 의뢰를 맡으면서 시작된다. 실종된 남자를 찾아 달라는 의뢰에서 시작해서 각기 독립된 세 편의 단편을 일게 되는 줄 알았는데 그 세 편이 하나로 이어지는 큰 틀의 한 작품이었다.

미래, 지구가 있고 외항성계가 있고 법에 따라 자녀는 한 명만 가져야 하고 불법으로 낳은 아이는 업둥이로 버려져 그들만의 생활을 하게 되고 하지만 그런 것들을 빼면 현재와 다른 것이 별로 없는 사회를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하고 있고 그로인해 남아선호사상때문에 버려지는 여자아이들이 많다는 외신을 우리는 접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억제정책으로 그런 일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버려진 아이들이 없는 나라는 없다. 잘 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이것은 시스템과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민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것은 클론과 업둥이들과는 다른 진짜 시민을 뜻한다. 우리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차별에 대해 느낄 수 있다. 피부색이 달라서, 국적이 달라서, 여자라서, 등등 온갖 이유로 인간은 인간을 차별하고 있다. 클론도 인간이 만들었는데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차별을 위해서인가?

결국 마지막은 제목과는 조금 다르게 끝난다. 제목은 하드보일든데 내용은 아니다. 읽을수록 미래에 정말 인간이 지구 밖으로 나아가 식민 행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우습게 느껴진다. 전형적인 백인들의 남의 땅 뺏기가 이렇게 SF에도 고스란히 스며있다니 보면 볼 수록 놀랍기만 하다. 지구가 그정도로 강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백인우월주의는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

레이먼드 챈들러 비슷하게 보이려 했지만 시그는 내 개인적 취향으로 보면 레이먼드 챈들러보다 더 낫다. 버튼해드였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하고 클론에 대한 혐오도 고스란히 드러내고 업둥이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차츰 클론에 대해, 업둥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슴 속으로 느끼고 BB의 잘려나간 팔에 우는 모습, 업둥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BB가 자신을 부모가 아니라고 한 말에 상처입기도 한다. 그런 시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의 약간 불법적인 친구들도 좋았고 그래서 오히려 시그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아닌 매트 스커더를 연상시켰다. 이 시리즈가 시그 시리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만큼 또 다른 작품에서 시그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작품은 사이버펑크다운면을 잘 보여줬지만 마지막 감상적인 모습이 약간 어울리지 않았다. 결과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너무 쉬웠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SF라지만 말이다. 그밖에는 꽤 괜찮았다. 미래가 아닌 다이디타운이 바로 지금 내가 사는 곳이라 느껴졌으니까.

다만 시리즈는 첫 작품을 출판해주는 것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또 남는다. LaNague Chronicles를 출판했다면 앞의 세 작품 1976년 작품인 Healer, 1978년 작품인 Wheels Within Wheels, 그리고 1980년 작품인 An Enemy of the State를 한꺼번에 볼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이 작품들은 1992년에 한 권으로 출판되었다. 그 다음 이 작품을 보았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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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6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프리카 2 - 최후의 결전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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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 사라진 DC 미니>를 읽고 끝에 너무 당황했었다. 끝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무슨 책을 이렇게 만드나 싶어 화가 났었다. 뭐라고 설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1, 2권을 시간을 두고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책 읽기가 중간에 끊었다가 다시 읽는 것이다. 1, 2권이라고 말을 했어야지.

1편은 파프리카라는 꿈 탐정의 활동과 병원에서의 권력 암투, 정신과 치료를 위한 기계의 발명으로 인한 사건의 발생을 보여주고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그 DC 미니라는 기계를 찾기 위해 반격에 나서는 아츠코 일행과 거대한 현실과 꿈의 사이에서 경계선이 모호해지며 벌어지는 사투를 그리고 있다.

파프리카라는 꿈 탐정이 등장한다. 꿈속으로 들어가서 심리 치료를 하는 일종의 테라피스트인 것이다. 여기서 잠깐 프로이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이드가 꿈에 대한 해석을 인간의 무의식과 억압이라는 것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인간의 정신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인간이 치러야할 대가는 너무도 크고 아직도 인간의 뇌기능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기계를 만들어 인간의 무의식으로 들어간다는 발상은 SF지만 끔찍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최면요법이나 여러 정신과적인 상담방법이 사용되고 있겠지만 인간을 너무 단순하게 기계화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남기게 된다는 것을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극단적인 일본인 특유의 정서를 함유한 환상과 광기로 가득한 의학 미스터리 SF를 보게 돼서 혼란스럽다. 마치 ‘이 작가는 단편이 더 좋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프로이드가 여러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를 탓하기는 싫으니 ‘프로이드 때문이야.’를 외칠 수밖에 없다.

그저 독서를 통해 안 좋은 꿈을 꿨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런 책, 저런 책 보는 거고 작가에게도 마음에 드는 책, 안 드는 책이 있는 법이니까. 미래에라도 이런 일은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의 꿈까지 누군가에게 지배당하고 조종당해야 한다면 인간이 존재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꿈을 꾸지 않고 산다면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꿈은 살아있음의 증거다. 파프리카는 그저 책 속에서만 존재하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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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5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5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8-02-08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혼란스러웠어요. 극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봤다가...

물만두 2008-02-09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1권의 마지막에서 생뚱맞게 끝나서 이게 뭐꼬? 했는데 2편은 더 웃기더라구요.
 
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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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며, 고독하고 소외된 채 살아가는 남성”을 작가는 1950년대 작품들의 주제라고 말했다고 작품해설을 보면 나와 있다. 이것은 비단 <나는 전설이다>뿐만 아니라 수록되어 있는 단편 중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다.

1950년대란 어떤 시대이기에 작가가 이런 남성을 주인공으로 만들게 된 것일까? 그 시대는 바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대다. 전쟁의 공포가 아직도 남아 있고 남자라는 이유로 전쟁에 참가를 강요당하고 그 끔찍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작가에게 편집증처럼 달라붙어서 이런 작품들을 쓰게 만든 것이다. 그들 중 가장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중산층의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피할 수 있는 선택이 없고, 그렇다고 절망하기에는 행복이 남아 있는 계층이 바로 중산충이기 때문이다.

시대 배경은 1970년대다. 핵전쟁이 있었고 세균전까지 벌어져 모든 사람들이 흡혈귀가 되어버리고 자신만이 감염되지 않은 채 혼자 남아 외롭게 사투를 벌이는 것이 <나는 전설이다>의 내용이다. 흡혈귀가 된 친구가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미칠 것 같아 술과 담배로 참고 지내지만 결코 자신이 흡혈귀가 된다거나 자살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쩌면 살아남은 인간이 자신 혼자만은 아닐지도 모르는 희망 때문이다.

그런 힘겹고 고독한 사투는 계속되고 그는 이제 좌절과 분노의 경지를 넘어서 체념과 수용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자신만 살아 있다고 해서 인류가 다시 복원되는 것도 아니지만 낮에는 햇볕을 피해 잠자는 흡혈귀를 찾아 처치하고 다니고 흡혈귀를 없앨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의학 서적을 보고 밤의 흡혈귀 공격의 피해를 복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마지막 장에서 주인공은 ‘이제 나는 전설이야.’하고 생각하며 끝을 맺는다. 그것이 신화와 종교의 탄생을 연상시켰다. 누군가에게 두려움을 주거나 받들어지는 이는 정상인이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상이란 책에서 주인공이 생각하는 것처럼 다수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무엇이 되었든 소수는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소수, 단 한 명이 남았다는 것은 다수가 된 이들 사이에서 그가 전설이 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에서 아내와 아이를 잃고 고독과 맞서고 흡혈귀와 맞서 싸우다 스스로 전설이 된 남자의 사투를 다룬 이 작품을 공포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말해버리기에는 작품의 스케일이 크다. 단순한 공포소설이 아닌 작품이고 또한 흡혈귀가 등장한다고 공포소설은 아니다. 물론 인간 고독의 내면의 공포와 단 한명의 인간만이 남은 인간 멸종에 대한 공포라는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공포겠지만 그것은 단순한 장르적 의미가 아닌 인간존재론까지 이어지고 있는 작품의 성격상 이런 단순한 획일화는 독자에 대한 배려도, 작품과 작가에 대한 예의도 아니므로 쉽게 규정짓지 않았으면 한다.

단편들 중에서는 <루피 댄스>가 역시 <나는 전설이다>와 비슷한 면을 보이고 있다. 3차 대전이 일어난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평범한 네 명의 대학생 가운데 순진한 주인공이 루피 댄스를 보러 가는 내내 엄마의 말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그렇지만 혼자 있기 너무 외로워서 탈선을 감행한 결과가 너무도 섬뜩하게 그려지고 있다. 50년대 중산층 남성이 <나는 전설이다>의 주인공이라면 50년대 순진한 중산층 대학생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살아있는 전설이 된 리처드 매드슨의 작품은 정말이지 장편, 중편, 단편 그 어떤 것도 빠지지 않는 대가의 작품들이다. 전설이 될지언정 스스로 파멸하지 않는 그가 만든 주인공들에게서 오늘을 살아가는 위태로운 우리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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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1-1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대문 사진 보고 한참을 웃었잖아요.^^
넘~ 귀여우세요.
전 이 책은 못 보고, 영화만 봤어요.^^
영화와 책은 조금 다른 것 같군요.

물만두 2008-01-16 15:2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예전에 선물받고 찍은 사진 재사용중입니다^^
책이 훨씬 낫습니다.
책을 보세요~

순오기 2008-01-1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만 봤고, 아이들은 어제 책이 와서 세놈이 다 봤어요.
책이랑 영화랑 다 좋다누만요~ㅎㅎ

물만두 2008-01-18 16:25   좋아요 0 | URL
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었나봅니다.
대단하네요.

핑크팬더 2008-03-2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전설이다 란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마지막에 가서야 알게되더군요. 이 책을 통해 sf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담으로 본 책이 두개골의 서였는데 짐 다잉인사이드 주문한 상태네요. 나중에 여력이 된다면 이 작가의 줄어드는 남자도 한번 보고싶네요.

물만두 2008-03-24 10:18   좋아요 0 | URL
SF 매력있는 장르죠. 줄어드는 남자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