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달 동안 별로 '눈에 띄는' 책이 없어서 애서가로서는 나름대로 우울했었는데 마지막주에 사정이 좀 나아지고 있다. 미국 작가 찰스 부코우스키의 <팩토텀>(문학동네, 2007)도 조금은 기운나게 하는 소설이다. 부코우스키란 이름은 아마도 김성곤 교수의 미국문학 관련서에서 봤음 직한데, 그의 책들이 번역돼 있는 줄은 몰랐다(그러니 자만하면 안된다!). 이번에 나온 <팩토텀> 이전에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바다출판사, 2000)와 <시인의 여자들>(문학사상사, 1993)이 이미 소개됐었다. 그의 '3부작'이 마저 소개되면 좋겠다(<우체국>만 나오면 되는 것인가?).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참고로 <팩토텀>은 2005년에 영화화됐으며(주연은 맷 딜런) 아래 이미지들은 거기에서 따왔다.

한국일보(07. 09. 29) 미국인 조르바 "영혼은 위장에 뿌리 내리고 있다"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로 꼽히는 찰스 부코우스키(1920~1994ㆍ사진). 그가 미국사회의 갖가지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방랑한 20, 30대를 거쳐 전업 작가가 된 것은 49세 때인 1969년이다. 예전엔 시를 주로 썼던 그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떠돌이 잡역부 ‘헨리 치나스키’를 주인공으로 첫 장편소설 <우체국>(1971)에 이어 <팩토텀>(1975) <여자들>(1978) 등 자전적 소설을 잇달아 발표한다.

‘부코우스키 3부작’이라 불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부코우스키와 그가 창조한 치나스키는 반항기 가득했던 1970년대 세대의 문학적 아이콘이 됐다. 팩토텀(factotum)은 잡역부를 뜻하는 단어다. 치나스키는 행동거지가 ‘개차반’인 팩토텀이다. 2차대전 막바지였던 1940년대 중반, 대학을 중퇴하고 무위도식하던 그는 자신을 꾸짖는 아버지를 구타한 뒤 미국 중서부를 떠돈다. 소설 <팩토텀>은 치나스키의 그 유랑기다. 하지만 그 유랑길은 소설의 일반적인 양식, 즉 성숙으로 향하는 도정과는 영 거리가 멀다.

치나스키는 일용직을 얻어 머물 때마다 술과 여자에 탐닉한다. 근무시간에 아랑곳없이 술독에 빠져 여자에게 집적대는 그가 해고 통지를 받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다. 번역자의 표현을 빌면 이 소설의 외양은 “술, 여자, 잡일의 끝없는 변주와 반복”이다. 윤리 따위는 괘념치 않겠다는 자세, 상스럽고 더러 외설적인 표현에 곤혹스러운 독자도 적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이 극단적 ‘안티 히어로’ 치나스키는 시대를 초월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는 온갖 모순적 면모가 혼재된 그의 캐릭터와 관계 깊다. 그는 섹스에 탐닉하면서도 “내게 고독이 없다면, 그건 다른 사람에게 음식이나 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55쪽)라며 글을 끄적인다. 돈으로 겉멋을 부리는 예술가를 경멸하면서도 “불행하게도 굶주림은 예술을 돕지 않았다. 인간의 영혼은 위장에 뿌리 내리고 있다”(91쪽)고 단언한다.

치나스키는 그런 와중에도 편한 직업만 찾는 속물이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숙녀들은 우라질 옷들을 계속 사들이고 있”(88쪽)다며 분노하는 사회의식도 갖췄다. 인간이 애써 다스리고 있는 본능을 거리낌없이 발현하는 이 ‘미국인 조르바’에게 박수갈채하고픈 마음은 억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이훈성기자)

07. 09. 29.

P.S. 자료를 찾아보니 '나를 움직인 이 책' 코너에서도 부코우스키가 다루어진 적이 있다. 영화감독 이무영씨가 추천했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와 <휴머니스트> 같은 영화들을 찍은 다재다능한 시나리오작가이자 방송인 감독이다(이럴 때는 재능이 좋은 영화를 찍는 데 장애물이 된다). 부코우스키 '스탈'의 영화들은 아직 못 찍은 건가?..

한국일보(03. 01. 04) 찰스 부코우스키 단편집 ‘일상의 광기에 관한 이야기’

찰스부코우스키의 이름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것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1987년 영화 ‘바플라이’(Barfly)를 통해서였다. 미국 밑바닥 인생들의 암울한 삶과 절망을 건조하게 그린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주류사회와는 너무도 다른 면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부코우스키의 작품세계와 정확히 일치한다(*<바플라이>(1987)는 나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기억에 <미키 루크의 술고래>란 제목으로 소개됐었다).

그는 독일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을 미국서 살았고 ‘우체국’ ‘시인의 여자들’ ‘지상에서 쓰는 마지막 시들의 밤’등 문학 작품을 남겼다. 1990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단편 모음집 ‘일상의 광기에 관한 이야기’는 평생을 미국 주류 문학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던 천재 작가 부코우스키의 야수적 본능, 그리고 엄숙주의와 가진 이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일관한다.

Picture of Charles Bukowski, poet; twentieth century American Literature and poetry

이런 성향으로 인해 그의 시집과 소설 대부분은 미국 내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미국 내 보수적 평단은 그의 작품들 속에 흐르는 섹스와 약물, 알코올에 대한 탐닉을 단순히 ‘저속함’으로 평가절하했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프랑스 작가 장 주네는 그를 미국 최고의 시인이라고 추켜세웠다.

부코우스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그의 작품들이 읽는 이들의 눈치를 전혀 살피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와 관객, 음악 애호가들의 눈치를 보는 문학과 영화, 음악들이 판을치는 요즘 세상에서 마치 철없는 어린 아이의 순수함처럼 다가오는 ‘일상의 광기에 관한 이야기’는 이런 이유로 인해 너무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는 마치 아나키적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히피시대의 정신을다시 접하는 것 같은 흥분과 흡사하다.

공산주의를 물리친 후 돈과 건강을 최대의 미덕으로 내세우며 마치 전세계를 지배하는 듯 우쭐해하는 자본주의의 추함을 보며 우울한 요즘 세상에서, 처절하게 망가지면서도 끝까지 냉소를 잃지 않는 부코우스키의 작품세계는 아직도 주류의 횡포에 휩쓸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있는 불순한(?) 영혼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이 세상 모든 질서를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 속 혁명을 꿈꾸는 이들에게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훌륭한 선물임에 틀림없다. 반대로 이런세상 질서의 수혜자들이라면 절대로 이 책에 손을 대지 마라. 재앙 중의 재앙이 될 것이다.(이무영_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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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원신문에 기고한 글인데, 분량상 다 적지 못한 내용을 보충하고 이미지들을 덧붙여서 옮겨놓는다. 최근에 나온 책들에 대한 소개가 글의 취지이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아직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그나마 최근에 몇 권 구입한 정도이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몇 권 읽으면 다행이겠다). '지정학이란 무엇인가'가 제목으로는 보다 적합하겠지만 며칠전에 같은 제목의 페이퍼를 올려놓았던지라 마지막 문장을 제목으로 삼는다. 정현종의 시구를 바꿔쓰자면,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 

 

가을이 독서와 무관한 계절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 탓인지 다른 계절에 비하면 출간되는 책들의 수준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기대에 못 미친다. 최근에 나온 책들의 목록을 뽑으려고 하니까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물론, 걱정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읽을 만하거나 읽어두어야 하는 책들은 언제나 차고 넘치니까.   

 

책에 길이 있다면 그것은 천 갈래 만 갈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책들이 펼쳐놓는 공간은 그 자체로 ‘지리적 공간’이다. 그 지리적 공간을 삶의 공간과 포개놓을 때 그것은 지정학적 공간이 된다. 지정학적 공간은 현실적인 힘의 비균질적 분포에 따른 굴곡을 갖는다. 고로,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콜린 플린트의 <지정학이란 무엇인가>(길)는 바로 그러한 전제에서 ‘장소의 정치학’을 제안하는 교재용 책이다. “지식이나 표상은 지정학적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지식은 달리 구성된다.”는 문구가 그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전달해준다. 한때 국가주의 학문으로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저자와 역자들은 지정학 비판(anti-geopolitics)까지도 포괄하는, 지정학의 적극적인 자기갱신을 시도한다. 헤게모니의 지정학이 가능하다면 탈식민주의 지정학도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마침 때맞춰 나온 프레드릭 제임슨의 <지정학적 미학>(현대미학사)은 예술,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영화 또한 이러한 지정학적 문제틀 안에서 사고되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이 책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룰 예정이다). <보이는 것의 날인>(한나래)과 함께 제임슨의 대표적인 영화론인 이 책은 영화에 대한 그의 변증법적 사유가 도달할 수 있는 높이를 보여준다. 제임슨에 대한 간단한 입문이 필요하다면 애덤 로버츠의 <트랜스 비평가 제임슨>(앨피)를 참고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가독성에 대한 기대는 반(反)제임슨적이다(국역본들은 사태를 결코 호전시키지 않는다).

 

 

 

 

 

 

 

 

 

 

지정학의 이론적 틀과 개념적 도구들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면 몇 가지 키워드를 길잡이 삼아서 지정학적 여행을 감행할 수도 있겠다. 미국부터다. 미국의 키워드는 ‘종교’이다. 데이비슨 뢰어 목사의 설교들을 모은 책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샨티)은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와 제국주의적 정치 행위가 어떻게 파시즘으로 귀결되고 있는지 환기시키는 책이다(돈과 권력, 그리고 종교의 왜곡된 조작들로 인해 미국식 민주주의가 끝장났다고 설파하는 목사님 말씀이 왜 남의 얘기 같지만은 않은 것일까?).

 

그리고 류대영의 <미국종교사>(청년사)는 국내 필자가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쓴 미국 종교 통사이다(*거기에 보태자면 미국의 정체성을 다룬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김영사)과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을 다룬 인터뷰집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시대의창)도 같이 읽어두면 좋겠다).

 

 

 

 

 

 

 

 

 

이어지는 여정은 ‘혁명’의 나라 프랑스이다. ‘하버드의 석학이 분석한 프랑스인들의 삶’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프렌치 프랑스>(고려대출판부)는 프랑스 문화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한 교재용 책이다. 국내 전공자들이 쓴 <프랑스, 하나 그리고 여럿>(강)과 함께 나란히 읽어봄 직하다. 거기에 ‘프랑스 공화주의의 이면’을 다룬 <공존의 기술>(그린비)은 지난 2005년 ‘방리유 사태’를 추적하고 진단한 글 모음으로 ‘교재들’을 보완해줄 수 있겠다. 필자의 한 사람인 에티엔 발리바르의 주저 <대중들의 공포>(도서출판b)를 그러한 계급적대 문제에 대한 철학적 개입으로 읽어볼 수도 있겠고. 

 

 

 

 

 

 

 

 

 

아직도 ‘나치 독일’이 연상된다면 독일인들이 섭섭해 할 테지만, 히틀러와 그의 나치즘은 여전히 출판계의 단골 메뉴이다. 그 중 최신간은 노먼 메일러의 논픽션 3부작 중 1부로 출간된 <숲속의 성>(뿔). 어린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불안정한 삶에 대한 소설인데, 절대 악에 대한 작가의 완벽한 이해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나치와의 연루로 많은 논란을 낳은 지휘자의 평전과 철학자의 연구서도 겸사겸사 읽어봄 직하다. 각각 헤르베르트 하프너의 <푸르트벵글러>(마티)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철학과현실사, 2007)이다. 전자는 작년에 나온 <레니 리펜슈탈, 금지된 열정>(마티)에 이어지는 책이고, 후자는 <하이데거와 나치즘>(문예출판사, 2001)의 개정판이다(*부르디외의 <나는 철학자다> 등도 같은 주제의 책이다).

 

 

 

 

 

 

 

 

 

 

 

이제 눈길을 시베리아를 거치거나(김경주, <패스포트>) 지중해를 거쳐서(로버트 카플란, <지중해 오디세이>) 아시아대륙으로 돌릴 차례이지만 어느새 분량이 바닥났다(*<유라시아 천년을 가다>(사계절출판사, 2002)와 <지중해 철학기행>(효형출판, 2007)도 같이 들어볼 만하다). 자판에서 손을 떼고 다시 책상머리에 앉을 때이다. 독서와 무관한 계절은 다른 이들의 몫이니, 가을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입 닥치고 책이나 읽어!”   

 

 07. 0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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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07-09-2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에 드는 여자친구 만드는 법>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책은 없나요?

로쟈 2007-09-28 23:11   좋아요 0 | URL
'The Game'이란 책을 참고해보시길. '작업'에 대해서는 유익한 정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자꾸때리다 2007-09-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오타가 있네요? "박찬국 교수의 <히틀러는 나치였는가?>(철학과현실사, 2007)이다. "
히틀러는 나치가 맞잖아요.ㅋㅋㅋ

로쟈 2007-09-28 23:09   좋아요 0 | URL
감사. 히틀러, 히틀러 하다보니 말도 안되는 오타가 들어갔었네요.^^;

마늘빵 2007-09-29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맨 위 사진은 영화 <가을로> 군요. 실제로 영화에선 저 장면은 없었던거 같은데, 검색하면 사진은 나오더라고요.

로쟈 2007-09-29 01:22   좋아요 0 | URL
포스터용 사진인가 봅니다...

섬나무 2007-10-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생각을 해보는데요... 로쟈님의 '최소한의 도덕'을 위해 바쳐지는 맥시멈의 인내들은 남들에게 없는 어떤 장치가 하나 더 뇌에 장착되어 있거나 남들에게 있는 심장의 퓨즈가 없는 것 같다는...아니면 책 읽는 터미네이터쯤 - 존경스럽단 뜻입니다.^^

로쟈 2007-10-0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 읽는 터미네이터'도 하나 고용해야겠습니다. 저 혼자 읽기는 좀 벅차서.^^

블루비니 2009-09-28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책을 나열해놓고, 느낌 몇줄 서술하는 것이 독자들이 책을 선택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아하다. 단순히 '시간 많음'이나 '돈이 남아도는 상황'을 과시한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차라리 책 한권을 '논리적'으로 파해쳐 보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귀가길에 서점에 들렀다가 김영진의 <평론가 매혈기>를 집어들었다. '글을 통해 자신을 단련시킨 한 평론가의 농밀한 고백'이란 소개글이 무색하지 않게 재미있고 둔중하다(필름2.0에서 이미 읽은 글들도 여럿 눈에 띈다).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에서 느낀 실망감을 충분히 보상해준다. 자칭 '첫번째 영화산문집'인데, 두번째도 사서 보겠다(언젠부턴가 영화를 보기보다는 영화에 대한 글들을 읽게 된다. 늙었다). 겸사겸사 영화평론집 혹은 산문집들의 리스트도 만들어둔다. 국내저작으로만. 하긴 몇 권 되지 않는다. 영화평론으로 '매혈'하는 이가 많지 않고, 게다가 그걸 책으로 묶어낸 이는 극소수이기에(정성일, 허문영 같은 평론가들은 결벽이 있는 것일까?). 해서 인터뷰집들도 보탠다...


1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평론가 매혈기- 글을 통해 자신을 단련시킨 한 평론가의 농밀한 고백
김영진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9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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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이류 평론가의 첫번째 산문집. '외국문화원 막내 세대'이지만 영화저널 1세대 평론가의 근력과 각오가 담겨 있다. 공감하는 바가 많은 건 같은 486세대이어서일까...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
김영진 지음 / 책세상 / 2001년 2월
4,900원 → 4,41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원(5% 적립)
2007년 09월 27일에 저장
구판절판
잡지에서 읽었을 때 나름 매력적이었던 글들이었지만 모아놓고 읽으니 좀 심심했다. '삶의 자취'보다는 '교양'이 두드러진 탓이었을까...
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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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찬욱 글빨...
박찬욱의 오마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2007년 09월 27일에 저장
품절

예전에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으로 읽었던 책. 그래서 <오마주>는 아직 구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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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전철에서 읽은 기사를 옮겨놓는다. 얼마전부터 대학가에서 '학문 융합'이란 말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는데, 이전의 '학제적 연구'보다 더욱 강조된 전공연계, 특히 인문학과 자연과학/공학의 만남을 지향하는 것이 '학문 융합'이 그리는 상인 듯하다('통섭'이란 용어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물론 이런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거꾸로 지금의 대학과 학문의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겸사겸사 참고가 될 만한 기사들을 몇 개 모아놓는다.  

한국일보(07. 09. 27) '학문 융합' 어떻게 해야하나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공학도, 첨단 유전공학을 파악하는 철학도는 시대의 요청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는 가시각(可視角) 30도의 일관된 자세로 한 학문을 파고 드는 방법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문명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는 분명 한계를 안고 있다. 국내외 대학들이 미래의 키워드를 ‘학문 융합’으로 정하고 각종 연구소와 기구를 설립해 연계 전공이나 통합 과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ㆍ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화여대 최재천(53) 석좌교수와 서울대 정진홍(70) 명예교수가 최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정 교수의 개인 연구실에서 만나 왜 학문 융합이 필요한지, 학문간 벽을 넘어선 연구가 우리 학계에 뿌리내리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함께 고민해봤다.

환원주의에서 융합주의로
정진홍(이하 정)=지금까지 통용됐던 개념이나 인식을 추출하는 방법론이 새로운 시대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지심리학에서는 ‘뇌 세포의 어떤 부분이 상처를 입으면 종교적 감동이 사라질까’ ‘어떤 부분을 자극하면 종교적 감동이 만들어 질까’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종교학에서 말하는 ‘초월’이나 ‘신비’라는 개념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지요.

때문에 이제껏 이어져온 분과 학문의 울타리 안에서, 지금껏 사용했던 개념이나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다른 학문과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다른 학문을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학문끼리 대화하면 새로운 인식 방법이나 개념을 만들 수 있고 또 현실적 요구에 응할 수 있습니다. 종교학과 생물학, 종교학과 뇌 과학이 다른 쪽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인식 지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재천(이하 최)=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 선생이 활동 했던 시기에는 한 학자가 여러 분야를 두루 다뤘고 자연스럽게 학문 융합이 됐습니다. 이후에는 서양 중심의 환원주의의 영향으로 학문은 분과로 쪼개져 발전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인류가 지닌 지식의 총량이 크게 늘었죠.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정약용 같은 학자는 나올 수 없습니다. 그 시대는 인류가 축적해 놓은 지식의 총량이 많지 않아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섭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2, 3개 분야를 완벽히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또 다른 차원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문 융합은 새 공용어 창출 과정
최=지난해 말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선생에게서 ‘우물을 깊이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씀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여럿이 함께 넓고 깊게 파야 물이 나오는 시대입니다. 혼자 파 봐야 겉만 긁적거리다 끝납니다. 다른 학문과의 공용어를 찾는 게 학문 융합이자 통섭(統攝)이지요. 많은 학자들은 ‘내 학문만 파면 되지’ 하는데 그래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옵니다. 나와 너의 학문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공통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개별 학문을 하는 학자들끼리 각자 사투리를 써서는 소통이 안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자존심을 ‘자존감’이라고 합니다만 철학에서는 안 쓰는 말입니다. 학문의 공용어를 만들어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학문적 리얼리티(진실)를 발견했다면 그 진실은 기존 학문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지요. 새 언어로 표현해야 하고, 그 언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바로 학문 융합입니다.

이기적인 학문의 벽 뛰어 넘어야
최=국내 대학은 ‘학과’ 체계의 높은 벽에 막혀 있습니다. 만약 자연과학 전공 교수가 인문학 전공 학과에 새로운 연구를 해보자고 제안하면 혼만 나는 게 현실입니다. 학문 이기주의, 학과 이기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에 앞서 교수들에게 안정성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기존 틀을 완전히 뒤엎는다고 하면 학과 체계에 익숙한 교수들은 자신의 지위가 불안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인문학, 자연과학 전공 교수들은 학과가 아닌 ‘예술과 과학’ 교수단에 속해 있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내용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결정이 나면 학과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정=학문 융합을 잘못 이해하는 학자들이 많아요. 융합은 기존 학문이 잘못 됐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학문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힘을 얻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문은 그냥 두면 자칫 경화해서 죽어버리고 맙니다. 종교학의 경우 옛날 같으면 초월, 신비라는 개념에 묶여 있었죠. 그러나 정치, 경제로 외연이 넓어지면서 천당 가자는 말로는 매우 모자라게 되고, 결국 과학이라는 벽과 부닥치게 됩니다. 때문에 종교, 정치, 과학을 통틀어 함께 봐야 합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건도 종교, 정치, 과학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였죠. 정치학자의 말, 과학자의 말 등을 모두 귀담아 들으면서 문제가 서로 어떻게 만나는지 파악하고 또 사태 전체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인문ㆍ자연 아우르는 기초교육 절실
최=문, 이과를 갈라 놓은 중등 교육과정도 큰 문제입니다. 뭐 하나 제대로 가르치는 게 없어요. 중고교에서는 모든 학문의 기본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여러 공부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학은 신입생에게 기본기 가르치기도 버겁습니다. ‘수학(修學) 장애우’ 들이 대부분이에요. 문과 출신 학생들은 이과 수업을 못 알아듣고, 이과 학생들은 문과 수업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연계전공, 협동과정 같은 학문 융합을 시킨다 한들 뭐가 되겠습니까.

정=학문 융합이 가능해야 개별 학문도 훨씬 빨리 발전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방향과 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학문 융합의 시각에서 분과 학문을 바라볼 때 융합 자체가 살아납니다.

최=어느 미래학자의 말처럼 앞으론 평생 한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여러 차례 전직할 수밖에 없게 될겁니다. 40대 중반에 첫 직장을 그만 둔다면 한 가지 전공만 했을 경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학문 융합입니다. 미국 유명 대학은 학생들에게 전공에 관계없이 인문학, 자연과학 등 학문의 기초를 가르치는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렇게 해서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수학 능력을 갖추도록 합니다. 만일 그런 능력이 있다면 여러 직종을 옮겨도 잘 적응할 수 있겠죠. 반면 우리 대학들은 기본조차 안된 학생들에게 그나마 편협한 교육을 하고 있어요. 대학생들은 인문학적 소양과 자연과학의 기초를 확실히 닦고 대학 문을 나서야 합니다. 잡탕 학문만 잔뜩 가르치고 배워서 사회에 나온다면 10년은 버틸지 몰라도 그 이후는 어렵다고 봅니다.(정리 박상준기자)

국내 대학 '학문 융합' 현주소

국내 주요 대학 가운데 이화여대의 학문 융합을 위한 움직임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화여대는 올해 초 ‘이화학술원’과 ‘스크랜튼 대학’을 창설했다. 이화여대를 설립한 미국인 감리교 선교사 메리 F 스크랜튼(1832~1929)의 이름을 딴 스크랜튼 대학은 하버드대의 기숙대학(Residential College)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 국제학부를 확대해 만든 2년제 과정으로, 올해 처음 30명의 학생들을 모집했다. 학생들은 인문ㆍ자연과학 등 기존 학과 체계를 뛰어 넘어 모든 분야에 걸쳐 자기 목표를 설정한다.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스스로 설계하고 공부하면서 국내외 석학으로부터 디지털 인문학, 문화연구, 생명과학기술 등 통합 과목을 배운다.

이화학술원은 국내외 석학이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 공동 연구와 강연을 진행하는 연구 기관이다. 1호 국가과학자인 이서구 교수, 이어령 명예 석좌교수 등 국내 석학과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영국) 박사 등 해외 석좌교수가 함께 연구와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는 내년 중 경기 수원시 인근 광교신도시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범학문통합연구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연세대도 2010년 인천 송도신도시에 학문융합 관련 연구소를 열 계획이다.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학문 융합에 대한 교수 사회의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에 저변을 넓힐 터전이 필요하다”며 “학문 융합을 전담할 교원을 배치하고 별도 예산을 편성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상준기자)

한국일보(07. 09. 17) "인문학 소양 갖춘 공대생은 왜 못키우나"

14일 오후 서울대 공대 연구동내 한 강의실. '공학 문제 해결과 창의적 사고' 제목의 세미나 수업이 한창이다.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내도록 질문을 유도한다. 단순한 문제 풀이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10명 남짓한 1학년 수강생은 3조로 나눠 '소변기에 내리는 물을 어떻게 절약할 수 있는가' '교내 전단지 공해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묘수를 짜내야 한다. 재료공학과의 한 교수는 "공대생은 애매하고 답이 명확치 않은 문제에 약하다"며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적 사고를 갖췄을 때 비로소 완전한 공학도가 된다"고 강조했다.

● 대학에 부는 '융합' '통섭' 바람
요즘 대학의 화두는 '학문 간 융합'이다. 대학이 사회와 소통하려면 학문 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탓이다. 특히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이공계 분야에 융합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최근 부임한 강태진 서울대 공대 학장은 이공계 위기론과 관련, "융합과 통섭의 시대를 맞아 리더십을 가진 이공계 지도자를 육성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학문 융합은 대학 발전계획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화여대의 경우 지난해 9월 통섭원을 만들어 학문 간 벽을 허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통섭(統攝)이란 '서로 다른 것을 아우른다'는 개념이다. 대학에서는 이를 '학문 접목'을 통해 기존 학문 체계의 고립화를 극복한다는 뜻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가령 성형외과 의사가 미학을 연구하고, 제품 디자이너가 시(詩)의 은유를 배울 때 더 완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연세대는 신촌캠퍼스에 융복합프로그램을 개설하고 2010년 개교 예정인 송도캠퍼스에 관련 연구소를 만들 예정이다. 서울대 역시 3월 장기발전계획을 통해 융합분야에 참여하는 교수나 연구원의 교육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차후 세계적 수준의 융합분야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내에 범학문통합연구소를 내년에 문을 열어 인문 자연과학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중심 기구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 학생들 "부담 크고 필요성 덜 느껴"
대학들은 저마다 연계전공제(학부)와 대학원 협동과정(석ㆍ박사)제도를 통해 학문 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갈 길은 한참 멀다. 학부생들은 단순히 '취업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 '부담만 된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연계전공을 외면하고 있다. 연세대는 2000년 1학기 8개 전공을 도입하며 이 제도를 시작했지만 올해 1학기 이수 학생은 143명에 불과하다. 송예슬(21ㆍ연세대 문헌정보학과)씨는 "연계전공 이수학점이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복수전공을 하면 본 전공과 제2전공이 각각 36학점씩인데 연계전공을 하게 되면 본 전공 57학점을 다 채워야 하니 같은 조건이라면 연계전공보다는 복수전공을 한다는 뜻이다.

연계전공에 대한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인식도 매우 낮은 편이다. 본보가 대졸 취업준비생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11개 기업(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커뮤니케이션즈 한국IBM LG패션 넥슨 한국전력 한국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NC소프트) 인사팀에 문의한 결과 관련자 모두 용어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아예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산점을 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학원 협동과정은 학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 과정엔 하나의 학문적 테마를 놓고 겉으로는 이질적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수들이 참여하는 게 보통이다. 예를 들면 의료법ㆍ윤리학 협동과정(연세대)의 경우 법학 의학 철학 보건학 이학 전공 교수들이 함께 참가하는 식이다. 그러나 학부와는 달리, 이와 같은 협동과정 자체엔 전임교수가 없어 지속적이고 책임있는 연구·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전임교수 확보 시급
융합학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몸 담아 온 학자들은 '학문 간 벽 허물기'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학문 간 융합의 필요성에 대한 학계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취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학생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고려대 비교문학ㆍ비교문화 협동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정우봉 국문과 교수는 "우리 학계는 아직 학문 간 경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경계(警戒)를 하고 있다"며 학과 중심의 강한 연구풍토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전임 교수 확보도 시급하다. 단순히 구색갖추기 식으로 '이 학과에서 이 교수 빼오고, 저 학과에서 저 교수 빼오는' 식으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학문 발전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의 전공주임을 맡고 있는 홍성욱(생명과학부) 교수는 "학과가 소속 교수의 협동과정 겸임교수 활동을 얼마나 인정해주고, 밀어주냐에 따라 겸임교수 섭외가 쉬워지기도 하고 어려워지기도 한다"고 말했다.(박원기기자)

주요 대학들의 학문융합 추진 현황
▦고려대= 2004년 교과과정 개편 통해 연계전공 실시. 학부생 이중전공 의무화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융복합 프로그램 개설. 송도캠퍼스(2010년 개교 예정) 융복합 관련 연구소 개설 예정
▦이화여대= 5월 학문융합 전담 스크랜튼 대학 설립(문화연구, 디지털인문학, 사회과학심화, 생명과 과학기술 4개 분야). 지난해 9월 통섭원 개설. 파주 새 캠퍼스 화두를 '학문융합' 으로 결정
▦서울대= 2008년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내 범학문통합연구소 개설.
(장기발전계획) 학문융합분야 참여 교수나 연구원 인사 고과 반영, 세계적 수준의 융합분야 연구소 설립 추진

고대신문(07. 09. 16) 학문융합 모양만 있고 '내실'이 없다

본교 대학원 응용언어문화학협동과정 선정규(인문대 중국학부) 주임교수는 학문융합에 대해 "르네상스 이후에 세분화된 학문의 분류로 생긴 틈새를 보완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본교도 학문융합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본교는 학부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연계전공을 실시했으며, 학생설계전공 시행을 준비중이다.

연계전공은 두 개 이상의 전공이 모여 새로운 전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수학과와 정보보호대학원이 융합한 ‘암호학 연계전공’이 그 사례다. 한편, 학생설계전공은 학생이 개별적으로 원하는 전공분야가 있는 경우 학과에 상관없이 스스로 커리큘럼을 계획해 이를 이수하는 제도다. 학교 측은 지난 2006년부터 학생설계전공을 시행하려 했지만 현재 보류 중이다.

학부에 비해 심도 있는 학문계발이 이뤄지는 대학원은 한 발 먼저 학문융합의 추세에 합류했다. 본교 대학원은 지난 1996년부터 학과 간의 벽을 허물고 두 개 이상의 전공이 모여 ‘학과 간 협동과정(이하 협동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금융공학협동과정의 경우 △경영학과 △수학과 △경제학과 △통계학과 △산업시스템정보공학과가 통합된 것이다. 하지만 학부의 연계전공 및 대학원의 협동과정에 학생들의 관심이 적어 제대로 운영되는 학과가 많지 않다.

▲학생들의 관심 부족으로 운영 ‘삐걱’
지난 2006년 2학기 04, 05학번 학부 재적생 8038명 중 연계전공을 이수한 학생은 안암 · 서창 캠퍼스를 합쳐도 272명 뿐이다. 특정 학과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도 문제. 2007년 1학기 연계전공 지원 · 합격 현황을 보면 전체 지원자 211명 가운데 166명이 합격해 79%의 합격률을 보였다. 하지만 △환경디자인학(5명) △산업디자인공학(6명) △사회복지학(14명) 등 대부분의 학과는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다. 이번 학기 신설된 나노바이오정보기술학전공의 경우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으며, 지난 2005년 2학기 개설된 환경생물자원공학의 경우 지난 학기까지 지원자가 없어 폐지됐다. 대학원 역시 2007년 2학기 현재 석사, 박사 및 석 · 박사통합과정 재학생 5035명 중 협동과정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은 273명뿐이다.

▲다양성 부족한 전공수업
연계전공과 협동과정의 전공과목 수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본지는 협동과정 대학원생 3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및 개선사항 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다양한 전공 간의 교류를 통해 폭넓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본교 협동과정의 만족도에 보통 이상의 점수를 매겼다. 하지만 '개설과목이 적어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을 지적한 학생들이 다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학기 16개 협동과정의 개설 전공과목 수를 살펴보면 △마이크로/나노시스템 △통신시스템기술 △메카트로닉스 협동과정은 한 과목 뿐 이었고 기전융합신기술협동과정은 개설과목이 없었다. 이는 협동과정을 전공하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이다. 대학원 수업의 경우 학생 수 3명이 폐강 기준인데 이번 학기 기전융합신기술협동과정의 재적생은 3명이다.

학부 역시 14개의 연계전공 중 7개 전공만 해당 전공만을 위한 과목이 개설됐다. 이마저도 한 과목씩 뿐이다. 연계전공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단순히 연계된 단일전공들의 과목을 들어야 한다.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각 학과의 전공과목들이 모였을 뿐 학문융합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품과학 △생명공학 △의과대가 모인 식품생의학안전학 김경헌(생명대 식품공학부)주임교수는 “만들어 놓은 과목이 있지만 운용이 잘 안된다”며 “교수들이 해당 전공을 맡기도 바쁘다 보니 과목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30명의 협동과정 대학원생 중 11명의 학생들이 ‘전임교수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여러 전공의 교수들이 있지만 협동과정만을 담당할 전임교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체계가 덜 잡혀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공학협동과정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은 “협동과정을 '학과'로 전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응용언어문화학협동과정의 한 학생은 “독자적인 건물이나 연구실도 없고 협동과정의 이름도 계속 바뀌니 붕 뜬 기분이다”라고 협동과정의 모호함을 표현했다.

과학기술학협동과정 과학관리학전공의 한 학생은 “기존의 단일 학과만으론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다양한 학문간의 배움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지만 “좋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학과간 협동과정에 대한 학교의 지원이 부족해 여러 도약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초기인 협동과정의 시스템은 오랜시간 독자적으로 성장해온 단일전공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다.

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의 정우봉(문과대 국어국문학과)교수는 "학문융합이 필요한 시기이며 추세지만 일시적인 유행이 돼선 곤란하다"고 경고한다. 이어 정 교수는 “발전적인 학문융합을 위해선 각각의 독자적인 학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까지 한국 학계는 학문간 경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학협동과정의 이홍종(인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역시 “모든 사회조직이 결국 총체적이고 유기적이 듯 학문도 이제는 독자적인 연구를 벗어나 이를 융합해야할 시점”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학과 중심체제가 강하다”고 말했다.

점점 무너지는 학문의 경계에서 간학문적 접근의 필요성은 가속화되고 있다. 낯선 것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고 보다 열린 태도가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와 정부 또한 적극적인 자세로 학문융합에 접근해야 한다.(김효원기자)

07. 09. 27.

P.S. 연세춘추의 관련기사는 http://chunchu.yonsei.ac.kr/news/read.php?idxno=10246&rsec=S1N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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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는 지정학 표준 교재로 쓰일 만한 <지정학이란 무엇인가>(길, 2007)도 들어 있다. 10년전에 출간된 필립 드파르쥐의 불어권 교재 <지정학 입문: 공간과 권력의 정치학>(새물결, 1997)을 가뿐하게 대체할 수 있겠다. 저자인 콜린 플린트는 일리노이 대학 지리학과 교수로서 7년간 펜 주립대학교와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가르쳤던 수업의 결과물들을 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현재의 국제정세와 사건들을 보다 큰 그림 속에 위치지어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정학이라는 이론적인 틀"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돼 있다.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동아일보(07. 09. 22) 숙명론 걷어찬 지정학…‘지정학이란 무엇인가’

지정학은 한국에선 사회과학의 탈을 쓴 운명결정론이었다. 개인의 운명이 사주에 달렸다는 것처럼 한반도의 운명이 주변 열강의 파워 게임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숙명론적 요소가 강했기 때문이다. 지정학은 19세기 세계제국을 운영한 영국과 이에 도전한 독일에 의해 학문의 영역에 진입했으나 국가전략과 정책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사회과학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지정학의 현실정합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부인 한스 모겐소도 ‘사이비 과학’이라고 비판했다.



이 책은 그런 지정학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지정학의 이론과 모델을 소개한다. 그렇게 재탄생하는 지정학은 지리학과 정치학의 결합으로만 설명할 수 없고 ‘공간의 정치학’이라는 더욱 추상적 표현이 더 어울린다. 지정학에선 공간(space)으로 추상화되기 전 좀 더 구체적 장소(place)에 대한 4가지 차원의 표상 이해가 중요하다. 로케이션, 로컬, 장소감각 그리고 규모다.

로케이션은 장소의 역할을 통해 그 장소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용산은 역할에 따라 미군기지로도, 전자상가 밀집지로도 볼 수 있다. 로컬은 장소를 제도나 권력관계의 부산물로 보는 것이다. 광주와 대구가 지역정치의 중심지로 자리 매김한 게 그 사례다. 장소감각은 특정한 장소와 연결된 집단적 정체성이다. 규모는 지역경제-국민경제-동북아경제-세계경제처럼 장소의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그 속에서 표상이 유동하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지정학은 공간에 대한 표상을 국가차원에만 적용하던 데서 벗어나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다국적 기업, 테러단체, 젠더 등 다양한 차원으로 확대하고 구조와 행위자 간 상호 작용을 강조한다. 덕분에 지정학은 19∼20세기 국가주의적이고 구조결정론적 학문에서 비판적이고 구성주의적 학문으로 거듭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는 미국 일리노이대 지리학자이지만 이성형(이화여대) 김명섭(연세대) 이혜정(중앙대) 교수 등 8명에 이르는 공동번역자는 모두 정치외교학자라는 점이다. 한국근현대사에서 숙명론과 같았던 지정학을 능동적 운명개척의 학문으로서 재정립하려는 문제의식을 읽을 수 있다. 지정학의 발전사와 이론에 이라크전, 북한 핵, 이란 핵 문제 등 최신 사례를 접목해 생동감이 넘치지만, 주제에 대한 집중력이나 문장의 치밀함이 다소 떨어진다.(권재현 기자)

07. 09. 27.

P.S.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강의도 준비해야 하는 터여서 보다 눈길이 가는 책은 저자 콜린 플린트가 엮은 <전쟁과 평화의 지리학>(옥스포드대출판부, 2004)이다. 두께가 좀 있는 책이지만 마저 소개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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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09-27 13:2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 알라딘에는 아직 안 들어와있네요(워낙에 굼떠서인지). 덕분에 원서의 먼지도 털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