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론입문서로 먼저 나온 건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이고 여전히 많이 읽히고 있지만 그 못지 않은 책이 레이먼(라만) 셀던의 <현대문학이론>이다. 국내에선 문학과지성사에서 처음 번역본이 나온 이래 세 종의 번역본이 더 나왔는데 현재는 문지판만 스테디셀러로 버티고 있다. 거의 30년째 절판되지 않았다면 생명력을 인정해줄 만하다.

특이한 건 문지판이 원서 초판의 번역본이라는 점. 원서는 최초 저자 셀던의 사망 이후에 제자들이 가세해 증보개정판을 냈고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6판이다. 절판된 판본 가운데 경문사판이 5판의 번역이었다. 나는 5판의 원서도 갖고 있었지만 서고에 물난리가 났을 때 훼손돼 폐기했고 이번에 6판을 주문했다. 오늘 배송된다고 하기에 생각이 나서 적는다. 업데이트하자면 6판의 번역본이 개정판으로 나오는 게 맞는데 문지판이 개정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확인하다 보니 문학이론 번역본들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적은 일이 있다. 기본 가이드북의 경우에는 독자층이 계속 유지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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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다. 스티븐 로즈와 힐러리 로즈의(부부다) <신경과학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이상북스). 제목이 긴 책이 보통 그렇듯 분량은 얇은 편이다. 그리고 제목으로도 저자들의 신중한 답변을 내놓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신경과학이 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극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과학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즉 공동 구성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신경과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스티븐 로즈와 힐러리 로즈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정치경제학의 일부로 발생한 ‘신경’이라는 접두사에 대한 과도한 기대의 거품을 걷어내고 실제 희망을 솎아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따라서 이 책은 신경과학이라는 테크노사이언스가 제시하는 장밋빛 낙관보다는 정치와 사회 정책에 대한 신경과학의 남용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두 저자의 책으론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바다출판사)가 먼저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책보다는 묵직한데, 두 사람이 급진과학운동의 선구자라는 건 소개를 보고 알았다. 급진과학에 대한 소개서로도 참고할 만하다.

˝1960년대부터 급진과학운동의 선구자로 활동한 힐러리 로즈와 스티븐 로즈 부부의 최신작. 급진과학운동이란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과학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과학의 민주화와 민중을 위한 과학 건설을 추구한 운동이다. 오랫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연구 활동을 하던 이들 부부가 유전체학(유전자)과 재생의학(세포), 뇌신경과학(뇌)으로 대표되는 생명과학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본다. 저자들은 생명과학은 과연 누가 통제하고,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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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사랑의 폭력 혹은 폭력적 사랑

9년전에 올렸던 글이다.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자음과모음)에 들어가 있지만 그 책도 현재로선 품절 상태다(하이브리드 시리즈가 절판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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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9-1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와 함께~ 지젝>은 절판되서 아쉬운 책 중 하나에요. <문학이론>에 등장하는 철학자들 개괄해서 지젝포함 <로쟈와 함께~ 철학자들> 내시면 안될까요??? 소수만 듣기 참 아까운 강의에요~
그나저나 샘의 옛날 글은 훨씬 생기있고 재기발랄하고 영화도 자주 다루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로쟈 2019-09-17 13:15   좋아요 0 | URL
어제 강의를 들으셨나요?!

wingles 2019-09-1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이론강의가 이렇게 재밌다니요! 혼자 읽을때는 안개속같은데..ㅋ

로쟈 2019-09-17 14:48   좋아요 0 | URL
적성의 발견일수도.^^

모맘 2019-09-1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년전 선생님의 댓글, 한참 웃었습니다 ㅋㅋ 미모가 폭력인거였네요!
하지만 역시 사랑 자체는 폭력!
그 무엇에 대한 사랑일지라도!

모맘 2019-09-1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이론! 강의! 맘을 뺏을줄 알았어요 적성문제는 쪼금 개입돼일을거예요
문학이론 강의 듣기 강력 추진~ㅎㅎ
 

북플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나 보다. 독보적? 읽고 쓰고 한 걸 매일 만보기처럼 기록하라는 모양인데, 일거리가 하나 느는 것인가. 나 같은 올드 회원은 면제해주면 좋겠다. 그렇잖아도 일이 너무 많으므로.

일도 많고 책도 너무 많다(그럼에도 거의 매일 책을 주문한다). 책이 포화상태라 집에서 책을 펴놓고 읽을 공간도 없다. 집에 있는 날이면 가방을 들고 동네 카페로 나설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다. 읽을 책은 많지만 이미 생의 시간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서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 이상은 어려울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혹은 40여 년간 많이 읽어왔다. 게으름을 부렸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다르게 한 일이 없어서 책만 읽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으니 문제다.

다른 한편으로 책을 덜 읽어야 뭔가 쓸 수 있지, 라는 생각도 한다. 리쩌허우의 <비판철학의 비판>(문학동네)를 읽다가 새삼 든 생각이다(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도 고전적 사례다. 참고문헌이 없어서 쓸 수 있었던). 칸트 연구서가 충분하지 않은 터에 독어를 할 줄 몰라서 영역본 칸트와 씨름하며 쓴 책이다. 지금이라면 중국에서도 연구서가 많이 나왔을 테니 그런 대담한 시도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책이 귀해서 읽은 책을 또 읽어야 했던. 나부터도 초등학교 시절 소년소녀 세계명작(전50권)을 반복해서 읽었다. 다섯 번 읽은 책도 적지 않았고 조풍연 역의 삼국지도 그렇게 읽었다. 이젠 어떤 책도 그렇게 읽기 어려울 것이다. 그럴 여유가 없고 그러기엔 읽을 책이 너무 많다. 너무 당연하게도 나는 필독서도 다 읽지 못하고서, 문제를 다 풀지 못한 채 시험장을 떠나는 수험생처럼, 인생의 무대를 떠날 것이다. 좀 읽었다는 사람으로 잠시 기억되다 말 터이다.

아동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그토록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이 피아제를 읽을 필요가 없어서였다고 한다(언젠가 김현 선생의 글에서 읽었다). 칸트가 늦게라도 3대 비판서를 쓸 수 있었던 건 칸트를 읽을 필요가 없어서였겠지. 늦기 전에 칸트를 좀 읽으려고 하니(처음은 아니다. 30년 전에 최재희 선생의 번역서와 해설서로 시도한 적이 있다. 이후에도 몇 번. 하긴 백종현 교수 번역의 선집만 나왔고 아직 칸트학회판 전집이 다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런 생각이 든다. 칸트를 읽을 시간에 내가 쓸 수 있는 책은 혹 없을까.

그렇더라도 생각이 칸트에 미치자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도서출판b)을 다시 읽어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번역된 칸트 저작 가운데 일부가 그간에 또 나온 게 있어서다. 독어권 해설서 가운데 카울바하의 책도 이번에 다시 나왔다. 찾아보면 입문서로 구해놓은 책이 열 종은 될 것이다(승계호 교수의 책이 왜 번역되지 않는지 미스터리하다).

칸트를 읽다 보면 스위스문학기행 준비차 나는 또 니체도 읽어야 한다. 그렇게 모든 게 밀리고 밀려 있으니 나는 ‘독보적‘에서 빠지고자 한다. 북플 친구가 8000명에 육박하지만 서재 방문자는 진작에 반토막난 지 오래되었다.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이젠 감각도 떨어지고 열정도 바닥이 나서 북튜버로 변신하지도 못한다). 어떻게 발을 뺄지도 궁리해봐야겠다. ‘독보적‘ 때문에 적어본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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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5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9-09-17 13:21   좋아요 0 | URL
그러려고 했는데 일이 점점 늘어나네요.^^;

밤에읽는책 2019-09-1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2019-09-15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9-09-17 13:18   좋아요 0 | URL
한세월이 흘렀네요.~

wingles 2019-09-1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은 미션이 아니라 샘께 개인 서재라도 마련해줘야 하는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로쟈 2019-09-17 13:19   좋아요 0 | URL
뭐 그런 것까지야.

게마n리리 2019-09-16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북플 친구는 아니지만 하루의 시작 그리고 마지막에 선생님 서재를 들릅니다. 하루 일과 중 소소한 즐거움이고 보람이기도 합니다. 저처럼 조용히 다녀간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매일 선생님의 새로운 글을 고대하는 이도 많을 겁니다. 발 뺄 생각 말아주세요 ㅎㅎ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이젠 감각도 떨어지고 열정도 바닥이 나서 북튜버로 변신하지도 못한다). 어떻게 발을 뺄지도 궁리해봐야겠다.˝를 읽고 아무래도 몇 자 남겨야 할 것 같아 남깁니다. 올 여름 선생님의 강의 덕분에 다시 명랑한 독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감사의 마음도 더하며.

로쟈 2019-09-17 13: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9-09-16 14: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재 방문자 반토막 난건 로쟈님이 개인적으로 오래 했거나 감각이 떨어진 탓은 아닌 것 같고요, 유입되는 사람들이 SNS 기능으로 북플을 사용하는 탓이 더 큰 걸로 보입니다. 저도 독보적 서비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이용하지 않을 생각인데, 독보적 서비스 사용하지 않으면서 여기 계시면 어떻습니까. 저도 그러니까... 말입니다. 오래된 알라디너들이 떠나면 제가 서운할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로쟈 2019-09-17 13:20   좋아요 0 | URL
북플도 카운트된다고 본거 같은데 아닌가요?

다락방 2019-09-17 14:29   좋아요 0 | URL
즐찾은 많아도 방문자 수가 확 줄어드는게, 기존 서재 이용자들이 이제 안들어오는 것 같고요 북플 이용자들은 긴 글은 그냥 넘기는 것 같아요.

로제트50 2019-09-16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독보적 서비스 두어 가지 이유로 신청 안합니다.
유튜브 몇 가지 구독하는데 책은 아닌 거 같아요, 비쥬얼, 광고 들어가면 집중도가
떨어져요. 요즘 저녁 8시쯤 퇴근 버스에서 피곤해서 멍한 시선을 바깥 풍경에 두고,
인문학이나 과학 강의 듣는데 귀에 잘 들어오고 재밌어요^^

* 간만의 책장 구경~
뉴코스모스 - 절판되기 전에 구입해야할 듯.
유리 동물원 - 학생때 최초로 본 연극.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중학생 때 우연히 윌 듀런트의 철학이야기를 재밌게
읽고 다른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어려웠던지...
그나마 부분부분 조금씩 이해가 된 기억의 책.


로쟈 2019-09-17 13:21   좋아요 0 | URL
책장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2019-09-16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17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아의서재 2019-09-17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죠? 저도 가끔, 조용히 들어갔다 옵니다. 여력이 되시는 만큼만, 하지만 발끝이라도 남아 있어 주세요.

로쟈 2019-09-17 22:03   좋아요 0 | URL
발빼는것도 시간이 걸려요.^^

42zone 2020-06-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책을 사들여 쌓아가고 있어도 마나님의 도끼눈을 피할 수 있으신지 엉뚱하게도 전 그게 가장 궁금합니다. 제겐 가장 현실적 난제라서요.
 

‘빈 태생의 유대인 철학자‘로 소개되는 야콥 타우베스(1923-1987)의 <서구 종말론>(그린비)이 번역돼 나왔다. <바울의 정치신학>에 이어 두번째로 소개되는 책. 프로필을 보니 그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서구종말론이었다. 주로 신학적 종말론을 다룰 것 같아 제쳐놓았는데 목차를 보니 마지막 4부(번역본에서 4권)가 ‘유럽의 철학적 종말론‘이다. 분량도 150쪽 가량. 읽는다면 먼저 이쪽부터 봐야겠다.

˝<서구종말론>은 급진적인 바울 해석으로 현대정치철학에 ‘종교의 귀환’을 촉발한 야콥 타우베스의 박사논문이자 그가 생전에 출간한 유일한 책이다. 이 책은 제목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서구의 종말론의 역사적 전개를 다룬다. 현존 질서를 부정하는 근대의 혁명의식, 더 나은 세계가 도래하리라는 근대의 역사철학 이면에는 세속화된 묵시적 종말론과 영지주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생전에 출간한 유일한 책‘이라는 문구에 다시 확인해보니 주요 저서들이 모두 사후에 나왔다. 법학자 칼 슈미트와 교환한 편지들도 책으로 묶여 나왔는데(영어판으로 나왔다) 무슨 밀담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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