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깎고 와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초파일인 만큼 출가하는 기분도 좀 내볼 걸 그랬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존경받는 불교 스승 중 한 분인 틱낫한. 신작으로 <붓다처럼>(시공사, 2016)이 출간되었다. 원제는 <옛 길, 흰 구름>이고 영어판은 1987년에 나왔다. 뜻밖에도 소설이다.

 

"틱낫한 스님이 부처의 일생을 감동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붓다의 말씀이 고스란히 담긴 초기의 경전을 바탕으로 사실에 기초하여 집필함으로써 붓다를 신격화하는 요소들을 걷어내고,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현실에 고통을 느끼며 평화를 갈구했던 ‘인간’의 모습을 그려 종교를 뛰어넘은 감동을 준다."

 

사실 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푸른숲, 2003)란 붓다의 생애를 재구성하기란 쉽지 않다. 경전에 나오는 일화들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붓다의 인격을 숭배하는 것은 그의 가르침과 다르기에, 불교의 붓다는 그리스도교의 예수와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붓다처럼>이란 제목이 얼핏 <예수처럼>을 떠올려주기에 드는 생각이다. 잘못된 제목이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는 붓다의 삶과 생각을 따라가보는 데 아주 요긴해 보인다. 800쪽이 넘는 분량인데다가 틱낫한이라는 믿을 만한 스승이 안내해주기 때문이다.

 

 

틱낫한의 책은 알라딘에서만 90종이 검색될 정도로 많이 소개되었고, 올해 들어서도 이미 여러 권이 나올 만큼 꾸준하다. 하지만 읽게 된다면 나로선 <붓다처럼>이 첫 책이다. 붓다를 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헤세의 <싯다르타>나 카잔차키스의 <붓다>와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이어서 역사학자 서중석 교수.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5-6권이 이번에 출간되었다. 이미 60년대로 들어와서 5권이 제2공화국과 5.16쿠데타를 다루고, 6권이 박정희의 제3공화국을 이야기한다.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끝내 밀어붙인다지만, 국민을 개돼지로 알고 속이려는 수작이 21세기에도 통할 리 없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만 하더라도 좋은 '대안 교과서'가 되어줄 것이다.   

 

 

끝으로 (법학자가 아니라) 언론학자 장호순 교수. <미국 헌법과 인권의 역사>(개마고원, 2016) 개정증보판을 이번에 펴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주요 판결 22개 사례를 통해 미국 사회에 법치주의가 뿌리내린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으며, 그 변화가 역으로 사회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적 순간을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판결 이야기를 들려준다."

 

 

참고로 판결을 다룬 책들은 더러 출간된 바 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창비, 2015)나 김용국 법조전문기자의 <판결 VS 판결>(개마고원, 2015), 레너크 캐스터/사이먼 정의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현암사, 2012) 등. 법학에 관심을 둔 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도 관심을 갖고 읽어볼 만하다...

 

16. 0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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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첫날에 보통 하는 두 가지 일, 밀린 잠을 보충하고 집안청소를 거든 다음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지난주를 걸렀기에 이번주에는 조금 부지런히. 신작 소설과 에세이를 펴낸 한국작가 3인이다.

 

 

먼저 알라딘에서도 그렇고 더이상 소개가 필요없는 작가 정유정의 신작이 나온다. <종의 기원>(은행나무, 2016), <28> 이후 3년만의 신작인데,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의미겠다. 전작인 <7년의 밤>과 <28>이 그랬듯이 '올해의 책'의 강력한 후보겠다. 내용은 역시나 '하드'하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종의 기원>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정유정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악'에 대한 한층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선보인다." 흔히 대중문학, 장르문학으로 분류하는데, 전례가 드물어서 '정유정'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하나의 계보가 될지('정유정 스타일')는 두고봐야겠다.   

 

 

부쩍 활동이 활발해진 듯한 인상을 받는 김중혁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엔 '몸 에세이'다. <바디무빙>(문학동네, 2016).  

소설가 김중혁의 다섯번째 에세이. 특정한 시기에 자신을 사로잡은 주제나 소재를 다방면으로 파고들어가 집중적으로 써내려가는 그의 이번 키워드는 '몸'이다. 작가는 "몸이 겪는 스펙터클한 경험과 몸이 말하는 언어"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써보고 싶었다 한다. 이 책에 수록된 32편의 글은 영화와 스포츠, 드라마, 책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화 콘텐츠와 현상에서 발견한 소재들로 인간의 몸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보여준다.

에세이로도 다섯번째라면 소설가와 에세이스트 겸업이라고 해야 할까. 김영하, 김연수와 함께 대세 '3김'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대표 장편만 쓴다면?

 

 

16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장편 역사소설도 출간되었다. 김홍정의 <금강>(솔, 2016). "폭군 연산을 폐위한 중종반정 이후 조선의 조정은 이른바 공신과 사림간의 끊임없는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에 쳐 박히고 급기야 선비들이 떼 죽임을 당하는 기묘사화, 을사사화, 기축옥사 등의 참극이 이어진다. 피비린내 풍기는 사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침내 사림의 큰 스승 충암의 가르침을 따르는 '동계'가 결성되고, 동계를 중심으로 <금강>의 주인공들은 여민동락의 새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자기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다."

 

 

한때 역사소설이라면 고정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눈에 띄는 책도 드물고, 출간 자체도 뜸해진 감이 있다. 최근 사례가 정찬주의 <이순신의 7년>(작가정신, 2016)과 함께 김홍정의 <금강>이다. <금강>은 현직 국어교사인 저자가 10년간의 준비 끝에 내놓은 역작이라고 소개되는데, 어떤 성취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정홍수 평론가의 해설에 따르면, '여민동락'과 '대동사회'를 꿈꾼 일종의 유토피아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16.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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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세 명의 인문학자를 골랐다. 먼저 '임철규 저작집'의 마지막(?) 권으로 <고전>(한길사, 2016)을 펴낸 임철규 교수. '인간의 계보학'이 부제인데, "새로운 책 <고전-인간의 계보학>에서는 호메로스가 던진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이 후대의 문학작품들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탐구했다. 호메로스에서 시작한 탐구는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와 베르길리우스를 지나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브레히트, 그리고 정지용과 박경리 등 동서고금을 아우른다." 스케일과 깊이에 대한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미더운 저작이다.

 

 

 

이로써 <눈의 역사 눈의 미학>(한길사, 2004)에서부터 시작된 '저작집'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듯싶은데,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박이문 전집과 함께 장관이다(김우창 교수의 전집은 출간중이므로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번역서로 노스럽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한길사, 2000)을 더 얹을 수 있겠다. 그밖의 번역서로 <카프카와 마르크스주의자들>(까치, 1986)과 비탈린 에이 루빈의 <중국에서의 개인과 국가>(율하, 2007)가 있다.

 

사실 내가 제일 처음 접한 임칠규 교수의 책은 바로 <비평의 해부>였던 것 같다(혹은 레슬리 스티븐슨의 <인간의 본질에 관한 일곱 가지 이론>(종로서적, 1981)이 먼저였을 수도 있다). 학부 1학년 때였으니까 햇수로는 30년 전이다. 그 30년의 시간이 응축된 듯싶어 독자로서도 감회가 없지 않다. 저작집에서 빼놓은 책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서가에 자리를 마련해두어야겠다. 임철규 교수의 저작에 관해서라면 번역서까지 포함해서 나는 '전작주의자'다.

 

 

지난 2월 '박이문 인문학 전집'(전10권)을 출간한 박이문 선생이 이번에는 아포리즘집 두 권을 펴냈다. <이 순간 이 시간 이 삶>과 <저녁은 강을 건너오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미다스북스, 2016). 1930년생이므로 현재 86세다. 역시나 대학 1학년 때부터 읽어왔으므로 선생과의 인연도 30년이다. 그 인연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것인가. 하지만 저자와 독자와의 인연은 독자가 살아 숨쉬는 한 계속된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앞으로도 30년 동안 인연이 더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회학자 정수복의 박이문론, <삶을 긍정하는 허무주의>(알마, 2016)의 반양장본도 3년만에 나왔다. 양장본은 '전집' 이전에 나왔었는데, '전집' 이후에 나오는 것이라 반양장본이 더 의미 있어 보인다. '전집'에 대한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겠다.    

 

 

러시아문학자 오종우 교수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대한 강의를 단행본으로 펴냈다. <무엇이 인간인가>(어크로스, 2016). 지난해에 나온 <예술수업>(어크로스, 2015)의 연장선이면서 그보다 먼저 나왔던 <러시아 거장들, 삶을 말하다>(사람의무늬, 2012)의 바톤을 이어받는 책이다(<러시아 거장들, 삶을 말하다>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세 작품을 다뤘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깊이 읽으며 우리의 인문적 사유를 깨우는 책이다. 인문학자 오종우는 <죄와 벌>에 그려진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련한 삶들과 21세기 오늘의 삶을 교차하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우리 인생을 손익과 성과로 점수 매기게 하는 걸까. 우리는 계산하며 살아온 것을, 생각하며 산다고 착각해온 건 아닐까. 노예나 기계로 전락하지 않고 인간으로서 진정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죄와 벌>은 을유문화사판과 민음사판, 두 종이다. <죄와 벌>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 같이 읽어볼 만하다...

 

16.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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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먼저 논픽션 작가 리처드 로즈. 폭탄보다는 벽돌을 연상하게 하는 두툼한 책 <수소폭탄 만들기>(사이언스북스, 2016)가 이번주에 나왔다. 전작 <원자폭탄 만들기>(민음사, 1995/2003)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경력의 거물 저술가다. 책소개는 이렇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두 발의 원자 폭탄은 제2차 세계 대전을 종결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었다. 미국과 소련은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함께 맞선 동맹국이었지만, 미국이 원자 폭탄을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두 나라의 긴장과 갈등은 서서히 고조되고 있었다. 과학자, 군인, 정치가 들은 전쟁과 동맹이 뒤엉킨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게 된다. 수소 폭탄은 미국과 소련을 둘러싼 20세기 후반의 정치, 과학, 군사적 사안들이 충돌과 분열, 그리고 융합의 산물이었다. 강경파, 매파 정치가와 군인들은 적대국이 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해 전쟁 계획을 짰고, 과학자들은 새로운 과학 원리를 발견하겠다는 바람에, 자신의 과학적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욕심에, 그리고 애국심과 공포에 추동되어 수소 폭탄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실상 쓰지 못한, 그리고 쓰지 못할 무기를 만들다가 냉전의 종말을 맞이했다. 무한 군비 경쟁을 통해 미국은 4억 달러의 비용을 날렸고, 소련은 경제 위기에 몰려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곧 '수소폭탄 만들기'의 과정이 전후 현대사이자 냉전의 역사였다. 흥미로운(하지만 뒷맛은 쓰다) 현대사 책으로도 일독할 만하다. 원제는 '암흑의 태양(Dark Sun)'인데, '20세기를 지배한 암흑의 태양'이란 부제에 반영돼 있다. 리처드 로즈의 다른 저작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한다.

 

 

 

<생각의 역사>와 <저먼 지니어스> 등의 저자 피터 왓슨이 또 한권의 대작을 펴냈다. <거대한 단절>(글항아리, 2016). 이번에는 지성사가 아니라 문명사다. "저자 피터 왓슨은 구세계와 신세계, 그리고 기원전 1만5000년과 기원후 1500년을 나눈 '거대한 단절'을 탐구한다. 여러 사례와 근거를 바탕으로 두 세계의 역사.종교.정치.기후.문화.사회.언어를 비롯한 인류사 전반을 비교하는 놀라운 작업을 한 권에 담았다. 처음에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던 인류가, 신/구세계로 나뉘어 각각 엘니뇨와 몬순 기후에 영향을 받아 '수렵-채집'과 '유목-농경'으로 발전하게 된 여정을 관찰한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라서 일단 판단을 유보하게 되는데, 영국의 '가디언'지에서는 이 책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비교하면서 '매우 흥미진진한 여정'이라고 평했다. 시간 스케일로 보자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김영사, 2015)와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사이를 다룬 책. 그렇게 연속선상에 놓고 읽어도 좋겠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인공지능을 다룬 <인간 vs 기계>(동아시아, 2016). 지난번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대결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이라 때맞춰 나온 책이다. 인공지능에 관한 명쾌한 강의로서 "인간의 지능과 기계의 지능은 어떻게 다른가? 빅데이터, 딥러닝 등이 발전시킨 현재의 인공지능이 어떤 혁신을 가지고 올 수 있을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전망, 그리고 인간과 사회를 향한 엄중한 경고를 전한다." 어린 학생들이 많이 읽어보면 좋겠다.

 

 

김대식 교수의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문학동네, 2015)도 입문서 성격의 책이지만, 말이 나온 김에 최근에 나온 책도 몇 권 언급한다. 모헤브 코스탄디의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뇌과학지식 50>(반니, 2016)과 이케가야 유지의 <교양으로 읽는 뇌과학>(은행나무, 2015) 등이 제목이 암시하듯 뇌과학 입문서이고, 뇌과학자와 심리학자가 공저한 <감정본색>(플루토, 2015)은 감정을 주제로 다룬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어떤 책이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해준다면 역할로서는 충분하리라...

 

16.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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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대한민국의 변호사와 역사학자, 그리고 이탈리아의 사상가, 3인이다. 먼저 대표적 인권변호사 한승헌의 당대사로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창비, 2016)가 출간되었다. "50여 년 동안 시국사건.양심수를 변호한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자 전 감사원장 한승헌이 한국현대사의 맥락에서 17건의 정치재판을 실황중계한다. 독재정권에 맞서 흔들림 없는 변론을 펼치고, 때론 시국사범으로 몰려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한 변호사는 '사법의 민낯'을 제대로 알리고, 우리 국민의 '망각 방지'에 일조하고자 펜을 들었다."

 

 

2013년에 법조 55주년 기념선집 두 권을 펴낸 데 이어서(<권력과 필화>까지 포함하면 세 권이다) 내놓은 기대작이다. "한승헌 변호사의 기존 저술들이 본인이 참여한 재판을 증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는 해방 이후의 중요 정치재판에 초점을 맞추고 법률적 전문성에 바탕을 둔 역사 서술이라는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이는 저술"이라는 소개가 자연스레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17가지 사건은 여운형 암살 사건부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까지다.

 

 

한마디 보태자면, 최근에 김대중 관련서로 그의 어록을 정리한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메디치, 2016)도 출간되었다. 저자는 <새벽: 김대중 평전>(사계절, 2012)의 김택근이다. "김대중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이 책은 용기, 도전, 지혜, 성찰, 인내, 평화, 감사 등 7개 장에 김대중의 정신과 삶을 집약했다." 아울러, 뒤늦게 발견했는데 지난해 말에는 박정희와 김대중, 그리고 김일성이 삼분한 한국현대사를 다룬 이충렬의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레디앙, 2015)가 출간됐었다.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 통치'가 부제.

"저자는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는 세 개의 혁명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쟁투해 왔다고 말한다. 김일성, 박정희, 김대중, 이 세 명의 영웅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혁명 vs 근대화 혁명 vs 민주주의 혁명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세상을 떠난 현재까지도 한반도는 세 개의 혁명을 이끌었던 세 명의 정치적 리더의 유훈 통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의 현실인지라 '유훈 통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박하기 어렵군... 

 

 

한홍구의 신간은 <사법부>(돌베개, 2016)다. 제목에서 바로 <유신>(한겨레출판, 2014)을 떠올리게 한다.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가 부제. 국민이 법을 믿지 않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실상을 까발린다.

"2016년 3월 2일, 결국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테러방지법의 핵심은 국정원장이 영장 없이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삼권분립이 무색해진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여론의 비판이 들끓었다. 무엇보다 이번 법 제정은 국회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며 월권을 행사한 것인데다 사법부는 제 역할을 포기한 채 국가의 조력자임을 스스로 증명해낸 사건이기도 하다. 역사학자 한홍구가 이러한 대한민국 사법부에 죽비를 내리친다. 10명 중 7명은 사법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설문 결과가 버젓이 공개되는 사법불신 한국사회를 낱낱이 파헤치며 사법부에 직접 공소장을 던진 것이다."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와 함께 젊은 법학도나 예비 법학도들이 필독했으면 싶다. 그들은 조금 다른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하니까.

 

  

안토니오 그람시의 산문선이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바다출판사, 2016)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탈리아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안토니오 그람시가 잡지 등에 연재한 글과 강연, 의회에서의 의사 진행 발언 등을 엮은 책이다. 여기서 그람시는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 파시즘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탈리아 민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꼽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삶에 참여하는 것이며, 무언가를 지지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시민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고, 시민의 참여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펼친다."

 

그간에 다소 빈곤했던 그람시 소개가 다시 활발해진 것은 역자인 김종법 교수의 분발 덕분이다. <그람시의 군주론>과 <그람시와 한국 지배계급 분석>(바다출판사, 2015) 같은 저술과 여러 번역을 통해 그람시를 당대의 사상가로 소환하고 있다. 그람시의 유효성은  이번에 나온 산문선을 통해서도 판별해볼 수 있겠다...

 

16.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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