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치르는 소소한 '전투'는 강의자료를 만들고 이 주에 강의할 책을 찾는 것이다. 보통 댓권에서 일고여덟 권까지 매주 강의하다 보니 이들을 서가나 책더미 속에서 끄집어내는 것도 일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두 주 전에 미리 찾아놓은 책도 막상 때가 되어 눈길을 돌리면 자리에 없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 '서재의 미스터리'나 '머피의 법칙 - 강사편'쯤에 해당하리라 짐작할 따름이다. 매번 반복되는 책과의 숨바꼭질에 지쳐 '이주의 저자'나 꼽아두기로 한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한 용도다.     

 

 

먼저 장석주 시인. 꾸준히 시집을 출간하고 있는 현역 시인이면서 전방위 저술가인 그가 지난해 펴낸 책이 얼추 10여 권이다. 연말에도 에세이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샘터사, 2015)와 박연준 시인과의 동행 여행서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난다, 2015)를 펴냈다. 두 시인의 시드니 여행기는 신혼 여행기이기도 하다고. 그리고 그 전달에는 시집 <일요일과 나쁜 날씨>(민음사, 2015)도 펴냈다. 저자로서는 또 한번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싶다.

 

 

비트 제너레이션의 시인이면서도 동시에 저명한 생태주의자 게리 스나이더의 에세이 <야생의 실천>(문학동네, 2015)도 지난 연말에 나왔다. <야성의 삶>(동쪽나라, 2000)의 개정판이다(<야성의 삶>이 아직 품절되지 않아서 현재는 둘다 구입 가능하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서양철학의 맹목적이고 이분법적인 대치 구도를 벗어나, 살아 있는 모든 생명 속에 깃든 본질적인 아름다운을 찾아낸다. 자연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이야기한다." 스나이더의 시집 <지구, 우주의 한 마을>(창비, 2015)도 작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저명한 과학저술가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도 연말에 나왔다. <온 더 무브>(알마, 2015). "이 시대의 위대한 의사이자 작가, 올리버 색스가 타계 직전에 남긴 자서전. 저자가 추구한 끝없는 모험, 중단 없이 나아가는 삶의 뜨겁고 생생한 기록이다."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감동이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 서평도 다르지 않다.  

정녕 가슴 뭉클하다. … 색스는 의학과 과학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연민과 그들의 정서적 진퇴양난에 대한 철학적 통찰로 글을 쓴다. … 색스가 말하듯 ‘다른 무엇과도 같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의 글쓰기는 독자들에게 일종의 선물이다. 인간 조건의 기쁨과 시련과 위로에 대한 박식함과 연민, 그리고 끝없는 이해라는 선물.

자서전이지만 과학책으로도 올해 첫번째로 손에 들 만하다...

 

16. 0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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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세분하면 인문학자, 생태학자, 미학자, 3인이다. 먼저 김우창 선생. 김우창 전집이 무려 19권짜리로 구성돼 내년까지 완간된다고 하는데, 이번주에 일차분 7권이 출간되었다. 지난 2006년에 5권짜리 전집이 나온 바 있는데, 10년만에 대폭 증보되었다. 비평과 시론적인 글들 외 학술논문들까지 포함되는 게 아닌가 싶다. 5권짜리 전집을 갖고 있는 처지에서는 일차분 가운데서 6-7권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젊은 독자들은 1권부터 관심을 가질 만하다(요즘 인문학 전공학생들은 김우창이 누군지도 모른다는 '설'이 있긴 하지만).

 

 

 

 

'전집'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두 종의 선집을 선택해도 좋겠다. <김우창 평론선집>(지만지, 2015)와 <체념의 조형>(나남, 2013)이 그에 해당한다. 그나저나 '현대문학과 사회에 관한 에세이'를 묶은 6, 7권만으로도 1500쪽이 넘는 분량이로군...

 

 

'환경운동을 하는 생물학자'로 현재 인천 도시생태환경 연구소 박병상 연구소장의 책도 새로 나왔다. <동물 인문학>(이상북스, 2015). '인간과 더불어 사는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부제. "생태의 관점에서 여러 동물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에게 성찰의 메시지를 던지는 책.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제대로 순환해야 건강하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생태계의 순환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사례들을 12개 항목으로 나누어 해안, 갯벌, 논, 과수원, 골프장, 4대강, 도시 주거지 등 모든 지역에 걸쳐 많은 동물들이 우리 조상과 어떤 평화 관계를 맺고 살아 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육식의 문제, '인간 세계에 들어온 동물들의 삶'을 다룬 <탐욕의 울타리>(이상북스, 2014)의 후속작으로도 읽을 수 있다.

 

 

일본 도쿄대 교수 오타베 다네히사의 '근대미학 3부작'이 <상징의 미학>(돌베개, 2015)으로 완간되었다. <예술의 역설>(돌베개, 2011)과 <예술의 조건>(돌베개, 2012)에 뒤이은 것으로 바움가르텐에서 헤겔에 이르는 독일 미학사상에서 상징의 문제를 다룬다.  

근대 미학 삼부작 마지막 책. 상징 개념의 변용 양상을 분석하여 근대 미학의 형성 원리를 탐사한다. 1735년부터 1835년까지 독일 철학계에서 미학이 생성하고 전개하는 양상을 상징 개념의 이해와 그 변용 과정을 통해 접근한다. 상징은 미와 예술을 구성하는 기호 또는 상을 가리키는데, 이 개념 이해의 변천이 곧 근대 미학의 형성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학술교양서 범주에 속하는 책인데, 무탈하게 완간되어 다행스럽다. 미학 전공자나 이 주제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묵직한 연말 선물이 될 듯싶다.

 

 

독일 미학에 관한 책을 찾아보니 카이 함머마이스터의 <독일 미학전통>(이학사, 2013)이 최근에 나온 책이다. 유형식 교수의 <독일미학>(논형, 2009)은 절판된 지 오래이고, 대학원 시절에 접한 테리 이글턴의 <미학사상>(한신문화사, 1995)도 마찬가지다. <상징의 미학>에서 오타베 다네히사도 중요한 저작으로 언급하고 있는 토도로프의 <상징의 이론>(한국문화사, 1995)도 그맘때 나온 책으로 역시나 절판된 지 오래다. 20년이면 그럴 만한 시간인가...

 

1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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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문학평론가와 사회학자, 그리고 물리학자, 3인이다. 먼저 작고한 1990년에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김현의 유작 <행복한 책읽기>(문학과지성사, 1992)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올해가 문학과지성사 창사 40주년이어서 이를 기념하는 책이 몇 권 나왔는데, 이 개정판 역시 그런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행복한 책읽기>는 전집판까지 포함하여 세 가지 판본을 갖게 되었는데, 1986-1989년 사이에 쓰인 저자의 일기를 묶은 것이다. 당대의 평론가에게 일기란 곧 읽기의 기록이었다. 감회를 얹자면, <행복한 책읽기>는 초판을 읽었을 때 나는 아직 20대였다. 이제 23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그 개정판을 읽는다. 어느덧 저자만큼의 나이가 되어. 89년에 강의실에서 저자의 육성을 들은 것이 마지막 기억인데, 그로부터는 26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일도 아니란 걸 다시금 알겠다.

 

 

창사 40주년과 관련해서는 '문지의 논리 1970-2015'라는 부제의 평론선 <한국문학의 가능성>(문학과지성사, 2015)이 출간되었는데, 표제가 된 글이 바로 김현이 1970년에 발표한 평론이다. 그리고 1980년 가을호였던 창간 10주년 기념호의 복각본도 이번에 나왔다. 옛 표지와 활자를 대하니 마치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기분이다. 계간 <문학과사회>는 이번 겨울호가 112호인데, 편집진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져(엊저녁 2015년 문학동네 시상식 겸 송년회를 가졌던 <문학동네>도 마찬가지다) 내년 봄호부터는 다른 색깔의 잡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월은 이 모든 것을 강제한다.

 

 

아나키즘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온 사회학자 김성국 교수가 묵직한 분량의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문명전환론'을 펴냈다.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이학사, 2015). 저자는 이미 <한국의 아나키스트, 자유와 해방의 전사>(이학사, 2007)과 공저 <지금, 여기의 아나키스트>(이학사, 2012)를 출간했고, 내년에는 아나키스트 3부작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가.

한국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 사회학자인 김성국이 필생의 학문적 열정을 쏟아부은 역작이자, 그의 새로운 이념적 출발을 알리는 책이다. 저자는 '잡종'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아나키스트 자유주의, 잡종사회와 탈근대 문명전환 그리고 개인의 사회학을 논의한다. 구체적으로 고유한 특성을 지닌 유일무이의 존재인 개인에 주목하는 독특한 잡종사회론과 문명전환론을 구상하며, 아나키즘의 실용화와 자유주의의 급진화라는 양 날개를 추구하는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연말이라 두툼한 문제작의 출간은 해를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은 똑같이 이번주에 나온 찰스 테일러의 <자아의 원천들>(새물결, 2015)과 함께 '가는 해'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주는 책으로 도드라진다. 

 

 

하버드 대학교의 물리학 교수로 <숨겨진 우주>(사이언스북스, 2008)의 저자 리사 랜들의 최신작이 번역돼 나왔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사이언스북스, 2015). 중간에 나온 <이것이 힉스다>(사이언스북스, 2013)까지 포함하면 세번째 책이다. 교양과학서 독자들에게는 올해의 크리스마스 선물감이다. 책의 내용을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도 반갑다.

저자는 전작 <숨겨진 우주>에서 비틀린 시공간 기하를 이용해 숨겨져 있는 차원과 우리 우주의 3차원 세계를 연결했듯이, 이번에는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결 짓는다. 저자는 이번 책을 <숨겨진 우주>의 후속작이지만 동시에 프리퀄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물체들을 이루고 있는 원자나 쿼크 같은 가장 근본적인 구성 요소들이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일상적인 물리 법칙과는 완전히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입자 물리학에서 우주론까지의 현란한 도약과 융합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물음에 답하면서 저자는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종교와 갈등을 빚어 가면서까지 연구를 계속했던 갈릴레오를 불러 내며 물리학과 과학의 가치, 역사, 기초를 탐구하고 있다.

 

리사 랜들의 최신작이라고 했지만,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2011년작이고, 그보다 나중에 나온 책으로는 <암흑물질과 공룡>(2015)이 있다. 짐작에는 이 또한 번역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번역돼 나온다면 리사 랜들 3부작으로 부름직하다...

 

15.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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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소설가로 돌아온 번역가 김석희,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장정에 나선 역사학자 주명철, 그리고 미국의 인문학자 마사 누스바움, 3인이다.

 

 

먼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쥘 베른 걸작선'(전20권)의 번역자 김석희 선생. 하지만 출발은 소설가였다. 지금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지만 소설집 <이상의 날개>와 장편소설 <섬에는 옹달샘> 등을 발표한 바 있다(나는 이 책들을 서점에서 만져본 기억만 갖고 있다). 이후에 역자 후기 모음집만을 따로 묶어서 책을 낼 정도로 창작 대신 번역에만 몰두했던 저자가 제주 귀향과 함께 다시 창작으로 돌아온 것.

1988년 '이상의 날개'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절필 이전까지 10년간 한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소설집을 내놓으며 번역가로서의 눈부신 활약과 더불어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왔던 소설가 김석희가 오랜 침묵을 깨고 그간의 미출간된 아홉 편의 중단편소설과 등단작까지 포함하여 두 번째 소설집을 우리 앞에 선보인다. 다시 소설가로 돌아가겠다는 선언도 함께다.  

현재는 장편소설을 집필중이라는데, 아무래도 번역가로서의 오랜 경험도 소설에 녹아들지 않을까 싶다. 이번 소설집에 붙인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1998년 가을에 중편소설 발표한 것을 끝으로 창작을 접은 뒤 처음 10년은 내 이름 뒤에 (소설가.번역가)라고, 그 후 10년은 미련 때문에 (번역가.소설가)라고 덧붙이다가, 그 뒤로는 ‘소설가’를 아예 빼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때나마 도타웠던 애인에 대한 그리움이 왜 없었겠습니까.(...) 다시 시작하면서 나는 무척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다시 소설가로 돌아왔다면 번역가 김석희와는 작별인가 싶어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다. 대표 번역작으로 어떤 책을 꼽을지 모르겠지만, 첫 번역작인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와 비로소 읽을 수 있도록 해준 멜빌의 <모비딕>은 반드시 포함될 듯싶다. 작가로서도 그에 못지 않은 활약을 기대해봐야겠다.

 

 

 

프랑스사, 특히 혁명사가 전공인 주명철 교수가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의 첫 두 권으로 <대서사의 서막>과 <1789>(여문책, 2015)를 펴냈다. 그러 고면 재작년에 나온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소나무, 2013)은 맛보기에 불과했나 보다. 대장정인 만큼 출사표가 없을 리 없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한국서양사학회 회장을 지낸 주명철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226년 전인 1789년 7월 14일, 무장한 민중이 바스티유 감옥을 '정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랑스 혁명은 그동안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논문과 관련서가 나와 있는 역사적 대사건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저서와 번역서가 나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처럼 혁명이 시작된 1789년부터 테르미도르 반동이 일어난 1794년까지를 무려 10권에 세밀히 다루려는 저작은 아직까지 출판된 적이 없다. 남의 나라에서 오래전에 일어난 혁명을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프랑스 혁명의 교훈은 언제라도 우리에게 유용할뿐더러 그간 우리는 프랑스 혁명에 대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해왔다는 것을 자각하고 우리 목소리로 또 우리 시각으로 프랑스 혁명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학자들의 혁명사가 몇 권 소개된 적이 있지만 대부분 절판된 상태다. 안 그대로 내년에 19세기 프랑스 소설들을 강의에서 다룰 계획이어서 겨울에는 프랑스 혁명사에 빠져볼 참이었는데, 말 그대로 '제때' 책이 나와주었다. 무탈하게 10부작이 완결되기를 기대한다.

 

 

<역량의 창조>(돌베개, 2015)는 올 들어 <혐오와 수치심>(민음사, 2015), <감정의 격동>(새물결, 2015) 등이 연이어 소개된 누스바움의 신작이다(또 다른 신작으로 <정치적 감정> 같은 책도 소개됨직하다). 2013년에 나온 책으로 '인간다운 삶에는 무엇이 필요한가?'가 부제. 소개에도 나오지만 누스바움의 역량론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티아 센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작업의 성과다. 그 핵심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접해볼 수 있겠다.

마사 누스바움이 제안하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척도, 역량 접근법. 저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와 센과 함께 20년 넘게 개진해온 역량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자신의 사상적 정수를 과감 없이 펼친다. 역량 접근법은 경제성장이 아닌 개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 삶의 질을 비교 평가하며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이론이다. 단순히 이론에 머물지 않고 당면한 현실 과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에 개입했으며, 그것이 일정 부분 인정받아 현재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자유라면 '선택의 자유'를 떠올리지만 누스바움과 센의 제안은 '역량으로서의 자유'다. '하고 싶다'로서의 자유를 넘어서 '할 수 있다'의 자유로 이행해가기. 바로 그 역량이 행복의 밑바탕 아닌가. 내 어림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단순히 구호하는 게 아니라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복지에 대한 역량론적 접근이다. 더 자세한 이해는 <역량의 창조>를 참고해야겠다...

 

15.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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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불문학자, 종교학자, 사회학자 3인이다. 먼저 불문학자이자 번역가 김화영 교수가 '역자 후기'만을 모아서 <김화영의 번역수첩>(문학동네, 2015)으로 출간했다. 대략 1969년 르 클레지오의 산문 <침묵> 이래 약 46년간 1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해왔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알베르 카뮈 전집 번역자로 업적이 가장 크겠지만, 한국어 번역을 통해서 저자가 처음 우리에게 소개한 작가들이 적지 않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김화영이 1974년부터 2014년까지 평생에 걸쳐 매진한 프랑스 문학과 문화에 대한 번역서들의 역자 후기를 집대성한 책이다. 김화영은 누가 시켜서 하는 번역, 의뢰받은 번역은 절대로 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읽고 간절한 마음이 들었던 책들만을 우리말로 풀어냈다. 그가 발견한 작가만 해도 파트릭 모디아노, 미셸 투르니에, 크리스토프 바타유, 르 클레지요, 자크 프레베르, 가브리엘 루아, 로맹 가리, 로제 그르니에, 에마뉘엘 로블레스, 파스칼 자르댕, 알랭 레몽, 실비 제르맹 등이 나열된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으로는 <이방인>(책세상, 2015) 개정판을 들 수 있겠다(실제 어느 정도 손질을 본 것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새움판의 번역시비 이후에 나온 판본이기에 비로소 김화영판의 결정본으로 내지 않았을까 싶다). <앙드레 말로 평전>(김영사, 2015)도 재간된 번역본.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문학도나 애독자들에게 미셸 레몽의 <프랑스 현대시사>나 <프랑스 현대소설사>(현대문학, 2007)를 소개한 공로도 크다고 생각된다. 절판됐지만 <프랑스문학 산책>(세계사, 1989)이 내가 처음 읽은 김화영 교수의 책들 가운데 하나인데, 압축하면 내게는 <산책>부터 <수첩>까지 불문학자 김화영의 세계다.

 

 

고전문헌학자이자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가 묵직한 물음을 다룬 책 두 권을 같이 펴냈다. <인간의 위대한 질문>과 <신의 위대한 질문>(21세기북스, 2015)이다. 이전에 저자는 카렌 암스트롱의 <성서 이펙트>(세종서적, 2013)과 브루스 로런스의 <꾸란 이펙트>(세종서적, 2013)을 옮긴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겠다. 가령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이런 질문들을 다룬다.

지난 2,0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예수는 누구인가? 또 21세기 한국 사회에서의 예수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서양 사람들이 그들만의 실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놓은 교리와 도그마를 통해 예수를 보고 있지는 않은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는 그 교리와 도그마를 과감히 버리고, 21세기 현대인에게 예수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주에 나란히 나온 바트 어만의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갈라파고스, 2015)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끝으로 지그문트 바우만. 우리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의 한 명이면서 동시에 다작의 학자답게 국내에 소개되는 책도 끊임이 없다. 최근에 와서는 대담 형식의 책이 많은데, 이번에 나온 건 레오니드 돈스키스와의 대담집 <도덕적 불감증>(책읽는수요일, 2015)이다. 번역본 부제는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라고 다소 길게 붙었다.

바우만과 돈스키스는 우리 사회에 독특한 종류의 도덕적 불감증을 분석하기 위해 '아디아포라'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아디아포라는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즉 일종의 도덕적 마비 상태를 함축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활동, 언어, 생각 없이 그저 안전하게 모방하면서 말하거나 행한 모든 것이며, 모두 우리가 성찰하지 않은, 그러나 잠자코 동의한 악들이라며, 윤리적 거울의 원리를 담아 우리의 현실을 가차 없이 비추고 있다.

사회학적 성찰을 연말 독서에 보탠다면 <도덕적 불감증>을 최적의 후보로 꼽을 만하다...

 

15.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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