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다시 시작되는 야근모드의 마무리를 짓고 있는 와중에 전화가 왔다.
마님이 전화기를 통해 말씀하신다.

`호호호 자기야..쥬니어가 이젠 영어도 읽어..!!'

뭔소리냐 했더니. 영어로 된 어떤 상품을 읽었다는 것이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모 업소에서 받아온 케익에 부록으로 딸려온 곰인형.



주니어의 관심품목은 자동차와 기차였기에 이녀석은 장난감 상자의 한쪽
구석탱이를 차지하는 찬밥 덩어리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어쩌다 어젯밤에 우연스럽게 주니어의 눈에 띄었고 잠깐의 상종가를
쳤었나 보다. 문제는 이 곰인형의 발바닥에 붙어있는 것이 어제밤 나를 달리고
달리게 만들었다.



일은 끝났기에 11시쯤에 가방을 챙기고 부리나케 달려서 사무실 부근의 그 매장
으로 달렸다. 걸어서 10분거리의 그곳에 도착을 한 나는 좌절... 주변에 사무실
이 많다 보니 확보한 물량을 다 팔아치웠나 보다. 제길슨....

잠깐 머리를 굴리니 집으로 가는 퇴근길에 2개의 매장을 지나치는 것이 생각났다.
도로변으로 뛰어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어찌나 급했는지 난 기사아저씨에게
모님이 했던 실수를 따라할 뻔 했었다.

`아저씨 던킨 도너츠로 가주세요 ..빨리요..!!' 이런 실수 말이다.

집으로 달리는 택시안에서 지나치는 첫번째 매장의 위치가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집중해서 그 매장을 차안에서 살펴봤다. 아직 닫지는 않았으나 도넛가판대에 도넛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는 한참 매장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패스....마지막 집근처의 매장으로 향했다.

결국 집근처의 매장역시 문을 닫기는 마찬가지였고 나는 패잔병 행색을 하면서 집에
들어와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미리 좀 전화하면 안되냐고....

마님왈... 그럼 주니어가 11시쯤에 그 상품을 읽었는데 어짜라고......

할말이 없었다. 가뜩이나 매일 밤에 들어가고 회사 다녀올께가 아닌 집에 다녀오겠
습니다 생할모드인데... 잠자는 모습만 보게 되는 주니어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망할놈의 도넛츠 가게는 왜 그렇게 일찍 닫고 그러는지 모르겠다..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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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4-2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던킨노너츠 사려면 최소한 9시 이전에 들러주는 센스... 아이들은 특히 그 한입에 쏙 들어가는 노너츠를 좋아하죠~
던킨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도서관 그만두고 이 가게를 열어?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하지요...유일하게 부러워하는 가게입니다.
(9시 넘어 들어가서 낭패를 본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요. ㅠㅠ)

물만두 2006-04-2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낮에 사두세요^^

瑚璉 2006-04-2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피 크림에 한 표!

sooninara 2006-04-2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왜 갑자기 입덧하는 마님이 생각날까요?
마님들 입덧하면 돌쇠들은 시간 상관없이 사와서 대령해야 하잖아요?
안그럼 평생 욕먹고 살던지..
오늘은 한박스 사두었다가 가져가세요.
주니어의 영민함에 추천 꾸욱~~~

chika 2006-04-21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웃다가 모니터에 커피 튈 뻔했사와욧!
아, 나도 덩킹 먹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ㅠ.ㅠ

Mephistopheles 2006-04-2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 그래도 동네에 있는 던킨은 9시 이후에도 선택폭은 좁아지지만 어느정도 구입은 가능했는데..이젠 그렇지도 않나 보더라구요..
물만두 // 할머니가 아침에 이미 사다 놓으신다더군요....ㅋㅋ
호리건곤님 // 너무 달지 않을까요.. ^^
수니나라님 // 글쎄 저는 집에서 찬밥이라니까요 뭐사와라 하면 사다줘야 하고 그러는...
치카님 // 치카님께 키스킨을 선물해 드려야 겠군요..모니터도 랩으로 뚤뚤 말아드려야 겠구요..^^

비로그인 2006-04-2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아빠에 이쁜 가족이예요..^^

Mephistopheles 2006-04-21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멋지진 않은 무성실한 아빠랍니다..결국 못샀으니까요..ㅋㅋ

토트 2006-04-2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부턴 꼭 상표를 떼세요..^^;;

Mephistopheles 2006-04-2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다고 통할까요...저상표 도넛을 좋아하는 건 마님도 마찬가지라....
이번 사태도 마님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추측하는 걸요...ㅋㅋ

조선인 2006-04-2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님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거에 저도 한 표!

마태우스 2006-04-2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한테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전 던킨 도너츠가 제 타입이 아닙니다...

Mephistopheles 2006-04-2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예...마님이 저 도넛을 좋아하긴 합니다..ㅋㅋ
마태님 // 저한테 반대하다니요..^^ 저도 던킨은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단지 마님과 주니어가 좋아할 뿐이랍죠..^^
 

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는 용병들에게서는 화약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새옷을 입고 깨끗하게 목욕을 해도 피부 깊숙히 박혀있는 전쟁의 냄새를
지울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20대중반부터 시작한 나의 흡연인생은 결국 20대후반을 넘어서 30대를 넘은 지금
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끔 줄담배를 피워 물고 나면 나 역시 담배에 찌든 냄새가
내 후각으로도 느껴지기도 한다.

20대 후반 모임에 나가서 징하게 술을 먹은 적이 있었다.
약속된 시간보다 3시간이 늦게 도착한 나는 이미 일행들이 마신 술병을 보고 그날
의 이 모임의 방향을 알수 있었다. 해 뜰때까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술먹는 자리가
될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동참을 한 나역시 열심히 달리고 달렸다.
혜화동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좁지만 정말 많은 그 혜화동 골목의 술집들을 섭렵하
면서 막판 포장마차까지 진출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담배를 물고..불을 붙이고
빨아들이고 내뿜고...비벼끄고...똑같은 반복을 술자리에서 계속 해나가고 있었다.

옆에 앉은 여자후배녀석이 술이 오른 상태에서 내가 담배를 피는 모습을 장시간에
걸쳐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 발견되었다. 뭘보냐..임마..!! 하면서 난 또 담배에
불을 붙였고 내말을 들은 그 여자후배녀석은 약간 꼬부라진 발음으로 이런말을 했
다.

`선배는 담배를 참 맛있게 피세요..'

술이 들어가긴 들어간 모양이다. 담배를 피지도 않은 그 녀석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정도면 그날 술자리가 지나치게 과했었다고 판단 되었다.
그런데 말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내 앞에 놓인 담배를 낚아 채더니만 말릴 틈도 없이
입에 물고 불을 댕겨버린 것이였다. 결과는 그날 먹은 술과 안주를 즉석으로 확인하
는 수순을 당연히 밟았고, 겔겔거리다가 다른 사람들보단 일찍 집에 들어가서 해를
보는 중도 탈락자가 되었었다.

이런저런일로 바뻐 모임에 참석을 못했던 나는 몇개월 후 그 모임에 참석을 했고
역시 또 그날도 해뜰때까지 술판을 벌이게 되었다. 나보다 더 늦게 도착한 저번 모임
에서 겁도 없이 담배를 물은 그 여자 후배는 앉아마자 가방에서 대뜸 담배를 꺼내 물
더니 아주 능숙하게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했다.

`선배가 날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낄낄'

말도 안되는 누명을 나에게 뒤집어 씌우면서 그녀는 근사하게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지금의 상태에서도 나는 담배를 계속 피고 있다. 하루에 한갑이
조금 모자르게 소비를 하는 걸 보면 그래도 옛날에 두갑 세갑을 피웠을 때보다는 많이
줄었다고 생각 되어진다.

그런데 오랜시간 지근거리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녀석을 올해안에 정리할 생각
이다. 남들처럼 건강을 생각해서..혹은 치솟는 담배값의 부담이라는 통속적인 변명보다는
좀더 근사하고 우아해 보이는 이젠 질려서...혹은 난 니코틴이 아니라 알라딘 중독이야~
라는 다소 거만한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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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4-2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거만해도 좋아요. *^^*

물만두 2006-04-2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거만 맘에 듭니다^^

chika 2006-04-2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거만, 이라니... 그거 (하나)만 맘에 든단 얘기 같잖아요~ ;;;;

세실 2006-04-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생각 잘하셨어요~
마님과 어떤 거래를 하시려나? 어쨌든 거래는 필요합니다.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도 호호호~

세실 2006-04-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기를 복돋아 드리기 위해서 추천 꾸욱~ 제 의지여요~

날개 2006-04-2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안 정리....라는 말이 살짝 걸리지만..^^ (아니, 왜 지금부터가 아니냐구요~)
뭐.. 꼭 이루시길!

비로그인 2006-04-2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만 피우삼. =_=

sooninara 2006-04-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옆지기는 결혼 10년동안 한갑 피웠는데..ㅋㅋ
글고 메일 감사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4-2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그래도 너무 거만하면 재수 없잖아요.....^^
물만두님 // 감사합니다...ㅋㅋ
치카님 // 음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요..물만두님 앞의 감사 취소할까 생각중입니다..ㅋㅋ
세실님 // 아직까지는 정하진 않았습니다..뭘로 할까요..?
또세실님 // 감사합니다..
날개님 // 그게 좀 준비기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누렁이님 // 알겠삼~!
수니나라님 // 별말씀을요..저도 그정도면 펴도 될꺼 같은데 말이죠..^^
 

아버지가 십이지장 궤양으로 쓰러지신 적이 있다.
새벽에 피를 토하시고 쓰러지시는 모습이 어린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결국 그 새벽에 카톨릭 병원 응급실로 향하셨고 당분간 입원을 하셨었다. 담당 의사는
`금연하세요...!!' 라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권유를 아버지께 내리셨다.

아버지의 십이지장 궤양의 원인이 흡연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하진 않
는다 다소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여 결국은 병원 신세를 지시게 되었던 것으라라.
그러나 어렸던 나에게 병원의사가 아버지께 말씀하시는 내용을 옆에서 들은 입장으로
써 담배는 절대 가까히 해서는 안되는 그런 물건으로 인식이 되어지기에는 충분한
사건이 아니였나 싶다. 그런데 지금은...?? 난 하루에 한갑정도의 담배를 소비한다.

내 흡연의 계기는 참으로 억울할 사연이 있다. 내 파란만장했던 첫번째 직장에서였다.
(나쁜 건 죄다 그 첫번째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나보다. 어찌보면 그 사무실은 나에게
있어서 고해성서와 같은 역활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느날처럼 출근을 했고 오전근무가 끝나고 들어온 소장의 표정은 심상치가 않았다.
갑자기 소장실로의 연이어 호출이 이루어지더니 내 차례가 되었다. 소장실에 들어가
보니 소장의 얼굴은 잘익은 홍담무보다 더 붉었고 코에서는 시커먼 김을 뿜어내고 있는
신화속의 악명높은 용의 콧구멍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다짜고짜 날아드는 고성에 난
순간 멍해졌고 어떻게 이따위로 도면을 납품하냐는 일갈이 나를 송두리째 두둘겨 패기
시작했다. 소장의 손에 들고 흔드는 도면파일을 살펴보니 그건 분명 내가 참여한 프로
젝트가 아니였었다. 생각해 보니 먼저 들어가 소장의 심문을 받았던 과장과 차장이 생
각났다. 덤탱이를 써버린 것이였다. 나는 너무나 착하게도 그 소장의 화풀이대상의 샌드
백으로써 20여분간의 역활을 끝내고 설계실로 들어왔다. 약삭빠른 차장놈은 외근을 핑
계로 이미 도망쳤고 그 밑에 과장놈은 결코 나하고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어설픈
페인트 모션을 보이고 있었다.

확 그냥 제도판을 엎어버리고 청사진실로 달려가 암모니아통을 과장놈의 머리통에 부어
버릴까하는 과격한 방법을 생각도 했었지만 난 결국 나보다 반년 늦게 들어온 직원과
의 주차장 나들이를 택했다. 부글거리고 있던 내 옆에서 위로를 해주던 그 직원의 윗주
머니에 박혀있는 담배곽이 눈에 띄었고 난 그 자리에서 그걸 빼들고 연달아 네가치의
담배를 빡빡 피워 버렸다.

26년동안 지켜온 깨끗한 내 폐의 순결을 한순간에 그것도 집단 윤간을 당해버린 씁쓸한
나의 첫경험(?)이였다. 그 후 난 노상 담배를 물고 살았다. 요즘은 줄었지만 말이다.

몇달 후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고 있는 나를 발견한 그 차창
놈이 이런말을 했다.

`몸에도 안좋은 담배를 왜 피냐..? 그것도 사람 모인 곳에서 담배를 피는 건
 매너가 아니지..' 

술도 들어갔겠다. 앞에 있는 소주잔을 비워버리면서 담배를 한모금 빨아 연기를 차장놈
에게 날리면서 한마디 했다.

`글쎄요 그걸 제가 모르는 건 아닌데요. 담배를 피면 누군가를 패주고 싶은 충동이
 좀 자제가 되거든요. 예를 들면 절 골초로 만든 그 잡놈들 말이죠...'

애써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차장놈의 면상을 보면서 잡고 있는 담배를 필터 근처
까지 피워버리고 또 한잔..또 한잔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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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4-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래도 담배는 몸에 좋지 않으니 끈으세요,
우리 옆지기도 참다가 또 피고 또피는데,,,걱정입니다,

야클 2006-04-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1년에 한갑 피워요. 피고 싶을 땐 늘 피우기 때문에 한번도 끊은 적은 없죠. ^^

세실 2006-04-2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런 나쁜 ** 들이 있어요? 에이 두들겨 패주고 담배는 피지 말것을.....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고 하더이다...쿨럭쿨럭~

날개 2006-04-2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피면서 네가치나....!
소질이 좀 있으셨군요...^^

비로그인 2006-04-2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애절한(?) 이유로 29살에 담배를 시작한 저는 유구무언입니다..흑흑

Mephistopheles 2006-04-2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 그럴까 하고요...^^
야클님 // 그럼 1년에 딱 1갑 만큼의 분량만 피우고 싶은 건가요..?? 대단 대단..
세실님 // 몇년후 찾아가 봤더니...좀 비참하던 모습을 보여 그걸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날개님 // ㅋㅋ 울렁거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사야님 // 그럼 피운지 1년밖에...?? ㅋㅋ 이유가 궁금하네요..^^
 
트루먼 쇼 SE - 할인행사
피터 위어 감독, 짐 캐리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짐 캐리라는 배우가 있다.
아마도 다른 사람보다는 얼굴근육의 발달이 유난히 월등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자유자재로 이그러지고 우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웃기기에 앞서 안
스러운 생각이 들때도 있다. `저렇게까지 해서 돈 벌고 싶냐..'
대답은 물론 `당근이지..저렇게까지 해서 저만큼 번다면 나도 한다' 이다.

가볍고 아무생각없는 그의 영화들을 극장에서 본다면 아마도 팝콘을 씹고 콜라를
훌쩍거린 기억만이 남아 있고 정작 영화내용은 극장을 나서는 순간 저 멀리 요단
강을 건너버리는 그렇고 그런 킬링타임용 영화에만 출연을 했던 이 배우가 변신을
시도 한다.

아마도 더이상 자신의 자랑스런 얼굴근육이 예전만큼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무언가 다른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전환기의 시점에서 시기적절
하게 `굿 초이스'로써 이 범상치 않은 작품에 출연을 해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루머나 정황추측을 무시하고도 이 영화는 정말 좋다.

만들어진 세계에서 오직 자기자신이 중심이 되어서 돌아가는..그러나 정작 본인은
모르는 쇼프로그램의 시스템속에서 그는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자신의 정체성과 자
아를 찾아 나선다. 찢어져버린 진정한 첫사랑의 추억을 더듬으며 하나의 거짓을
깨버릴때마다 트루먼은 조각난 자신의 자아를 퍼즐 맞추듯이 맞춰나간다.



초라해 보일진 몰라도 완성된 퍼즐 한장을 밑천 삼아 평온하기 그지 없었을 새장을
빠져나가는 그를 보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그는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다

`In case I don't see you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못볼지도 모르니까 미리 하죠, 굿 에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불안한 마음으로 TV 앞에 모인 시청자들에게 멋지게 한방을 날리는 트루먼의 마지막
모습... 몇번을 다시 볼때마다 감동하는 사람은 아마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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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9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감동 받은 작품인데...

Mephistopheles 2006-04-1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볼때마다...감동이.....^^

stella.K 2006-04-2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참 잘 만들었죠. 그러고 보니 일전에 이 영화 짐캐리 대사 저에게 남겨주신 게, 본지 얼마 안되어서 기억이 활어처럼 팔딱 팔딱 뛸 때 남기신 거로군요. 흐흐.

Mephistopheles 2006-04-2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지도....모르고요..아니면 외우고 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sayonara 2006-04-2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으로 씨익~ 웃으면서 저 대사 한번 날려줄 때...
정말 온몸에 소름이 쫘아~ㄱ
흠잡을데 없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도 '현대의 고전'이라고... -ㅗ-;

Mephistopheles 2006-04-2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름 돋은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였군요...^^
정말 저 마지막 대사는 대단했어요...^^
 
수상한 식모들 - 제1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박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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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도 내가 어릴 적 식모가 존재했었다고 한다.
그럴리가. 우리집은 식모를 부릴 정도로 재력이 있는 집이 아닌데 말이다.
내가 7살때였나..? 그때는 형편이 좋았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단지 희미한 기억만이
남아 있다. 아버지의 이야기와 내 기억을 편집을 하고 짜맞추면 내가 기억하는 그 식모는
사흘도 못 버티고 결국 아버지에게 짤렸던 기억이 난다. 이유는..?
여름철에 들어온 그 식모의 복장이 지나치게 살색이 많이 보였던 이유때문이라고 기억된다.
그럴수밖에 아버지의 직업은 지금은 정년퇴직을 하셨지만 교사이시다.
그것도 그 당시 아버지는 교사로서의 직책은 삼천 중딩들이 벌벌 떨던 `학주'였으니까..
그렇다면 혹시 그 식모도...수상한 식모...??..아니면 수상하려다가 만 어설픈 식모..??


추천의 운이 지지리도 없는 나에게 이곳에서 모님의 사고이벤트에 경쟁율이 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웬일로 당첨이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이책이 내 수중에 들어 왔다. 무슨 책을 할
까 생각 중에 플모님의 추천이 번쩍 생각이 났고 책표지의 망사스타킹과 고혹적인 가터벨
트의 칼자루도 눈에 띄었으니까.

그동안 책을 못읽은 것에 대한 보상심리마냥 허겁지겁 읽어내려간 이책은 개인적으로 전혀
수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음흉하게 유쾌하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리진 않을까 생각되어진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선에서 노닥거리기를 좋아하는 나의 사상적인 이유때문이라고 생각되
어진다.

시대적으로는 단군신화를 주물럭거리기 시작한 이 책은 대망(?)의 서울올림픽과 그 후의
일련의 사회적인 상황을 청결하지 못한 중국집 면장이 주물럭 거리던 밀가루 반죽마냥 불
쾌하지만 맛만 좋은 불량식품의 냄새를 풀풀 풍긴다.

사회의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역사적인 사건의 배우에는 언제나 호랑아낙들과 수상한 식모
들이 존재했다고 주장하는 이 거대한 음모론이 주축을 이루는 이 소설은 읽는이에 따라 충
분히 수상하게 생각되어지기도 할 것이고 통쾌하게 생각되어지기도 할것이라고 보여진다.

왠지 모를 아쉬운 그 1%의 여운은 아직 젊은 작가의 나이와 처녀작이라는 의미에서 충분히
무마가 되고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싶다. 이렇게 건방진 판단을 할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었다는 일종의 자기만족이 내리는 오만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음 작품은 또 얼마나 수상하고 불쾌를 가장한 자지러지는 책을 내놓을지 지금은 딱 50%
만 기대해볼까 한다. 사사오입 반올림 하면 100%된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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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시다니 빠르십니다~

Mephistopheles 2006-04-19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빨리 읽히더라구요...재미있더군요..^^

반딧불,, 2006-04-19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추천.

비로그인 2006-04-19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장 이쁜 제 친구가 남고 첫 해 여학생으로 입학을 했기에 난리가 아니었다죠.
문제는 걔네 아버지가 그 학교 학주였다는걸 알고는 그 후 그림자도 못 밟았다는..ㅎㅎ
내용이랑 별 상관은 없지만 학주란 말을 보니..^^;;

Mephistopheles 2006-04-19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 에이 제목만요..?? (뻔뻔한 메피와 스토)
사야님 // 저도 이뻤답니다..(뻔뻔한 메피와 스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