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11시.. 다시 시작되는 야근모드의 마무리를 짓고 있는 와중에 전화가 왔다.
마님이 전화기를 통해 말씀하신다.
`호호호 자기야..쥬니어가 이젠 영어도 읽어..!!'
뭔소리냐 했더니. 영어로 된 어떤 상품을 읽었다는 것이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모 업소에서 받아온 케익에 부록으로 딸려온 곰인형.

주니어의 관심품목은 자동차와 기차였기에 이녀석은 장난감 상자의 한쪽
구석탱이를 차지하는 찬밥 덩어리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어쩌다 어젯밤에 우연스럽게 주니어의 눈에 띄었고 잠깐의 상종가를
쳤었나 보다. 문제는 이 곰인형의 발바닥에 붙어있는 것이 어제밤 나를 달리고
달리게 만들었다.

일은 끝났기에 11시쯤에 가방을 챙기고 부리나케 달려서 사무실 부근의 그 매장
으로 달렸다. 걸어서 10분거리의 그곳에 도착을 한 나는 좌절... 주변에 사무실
이 많다 보니 확보한 물량을 다 팔아치웠나 보다. 제길슨....
잠깐 머리를 굴리니 집으로 가는 퇴근길에 2개의 매장을 지나치는 것이 생각났다.
도로변으로 뛰어나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어찌나 급했는지 난 기사아저씨에게
모님이 했던 실수를 따라할 뻔 했었다.
`아저씨 던킨 도너츠로 가주세요 ..빨리요..!!' 이런 실수 말이다.
집으로 달리는 택시안에서 지나치는 첫번째 매장의 위치가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집중해서 그 매장을 차안에서 살펴봤다. 아직 닫지는 않았으나 도넛가판대에 도넛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고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는 한참 매장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패스....마지막 집근처의 매장으로 향했다.
결국 집근처의 매장역시 문을 닫기는 마찬가지였고 나는 패잔병 행색을 하면서 집에
들어와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미리 좀 전화하면 안되냐고....
마님왈... 그럼 주니어가 11시쯤에 그 상품을 읽었는데 어짜라고......
할말이 없었다. 가뜩이나 매일 밤에 들어가고 회사 다녀올께가 아닌 집에 다녀오겠
습니다 생할모드인데... 잠자는 모습만 보게 되는 주니어에게 미안하기 그지없다.
망할놈의 도넛츠 가게는 왜 그렇게 일찍 닫고 그러는지 모르겠다..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