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거장’ 김수근 주요작품 사라진다
기사입력 2008-05-05 18:06 |최종수정2008-05-06 00:46
[한겨레]
한국일보 사옥 이어 타워호텔·세운상가 재건축
전문가들 “문화사적 작품들 보호의식 아쉬움”
20세기 후반 김수근(1931~1986)은 김중업(1922~1988)과 함께 한국 건축계를 양분한 대표적 건축가였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그의 주요 작품들이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현대 건축사에서 논란의 한가운데 있던 그의 작품들은 지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사라지면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 사라진 작품 1968년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 지어진 한국일보 옛 사옥은 지난해 한국일보 지구의 재개발과 함께 사라졌다. 김수근은 동십자각 앞 큰 도로와 45도 각도의 이면도로가 만나는 이곳에 기둥 간격이 3m인 직각 삼각형의 현대적인 건물을 설계했다.
김수근 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원 건축가는 “설계 당시에나 완공 뒤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그동안 서울시 안에서 좋은 역할을 했다”며 “순식간에 조사 한번 없이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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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평론가 이주연씨도 “60년대 중반 지어진 이 건물은 부정형의 대지를 건물 형태에 잘 반영했다”며 “건물 외벽 디자인과 입면이 수려해 고궁 옆에 세워진 현대적 건물로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 위기의 작품 타워호텔과 세운상가도 한국일보와 비슷한 운명을 맞고 있다. 서울 중구 장충동의 타워호텔은 69년 한국반공연맹(현 자유센터)의 외빈용 숙박 시설로 마련됐다. 한국일보와 함께 60년대 김수근의 대표작인 타워호텔은 6·25전쟁에 참여한 16개국과 한국을 상징하기 위해 17층으로 지어졌다.
올 상반기에 타워호텔은 외관을 두겹 유리로 덮는 공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그동안 뽐내온 독특한 외관이 사라질 예정이다. 이 작품에 대해 검토한 문화재심의위원회는 외벽을 허물지 않는 조건으로 심의를 통과시켰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김수근 선생의 작품을 유리로 가리는 것은 대표적 현대 건축물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건축평론가는 “타워호텔은 자유센터와 짝을 이루도록 설계한 건물인데, 하나가 변형되면서 균형이 깨질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세종로에 이르는 세운상가 건물은 67년 박정희 대통령과 김현옥 서울시장 시기, 무허가 건물 정비 차원에서 지어졌다. 당시 김수근은 1~4층은 상가, 5층 이상은 아파트인 본격 주상복합 건물을 설계한다. 4채의 거대한 건물들은 3층에서 보행자용 데크로 모두 연결됐다. 그러나 당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은 이 건물은 오래지 않아 서울의 대표적 흉물로 손꼽히게 된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세운상가를 허물고 주변을 고층으로 재개발해 북악산∼종묘∼세운상가∼명동∼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도심 녹지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당시 김수근과 함께 설계에 참여한 김원 이사장은 “김수근의 작품뿐 아니라, 뉴타운이나 재개발로 앞으로 몇 년 안에 600년의 역사를 가진 강북의 많은 공간이 사라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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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건축문화가 얼마나 낙후되었으며
뒤쳐졌다는 것을 한 눈에 알게 되는 사건
이라고 해야 하나.
하긴 건축행위가 투기와 과시의 대상이며
개인영욕의 목적으로 전락해버린 상황에서
무얼 더 바라고 무얼 더 기대하겠는가.
어설프고 독선적인 실리주의 앞에
문화재는 길거리 짱돌로 전락하고
의미있는 건축물은 도시의 흉물로
치부되버리곤 한다.
아무리 명품으로 온몸을 두르고, 지위가 높다한들
뇌와 행동이 3류 이하의 저질이면 이런 어이없는
상황은 계속 반복해서 일어나겠지.
대한민국 예술은 도를 넘어설 정도로
금전적이며 물질적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