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전출장의 원인을 제공한 갑 사무실의 A이사는 결국 우리 사무실에 6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손실을 입히고 말았다. 대전쪽 아파트 설계의뢰 담당자인 A이사는 프로젝트 시작 때부터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한숨 꽤나 나오는 진행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확실하게 적중시켜주고 있다.

촉박한 시간에 마무리를 해달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넘어가주자. 점심시간때, 혹은 밤 10시에 찾아와 점심밥을 뜯어먹고 술을 뜯어 먹는 것도 사람이 원래 그러려니 하면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일으킨 사고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갈 뿐더러 용납이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제의 발단은 촉박한 일정이 원인 이였을 수도 있다. 허나 넌지시 옆구리를 찔러오는 A이사의 요구는 좀 황당했었다.

바쁜 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주고자 사무실을 하나 소개시켜주겠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번 프로젝트에 완성 돼야 할 도면의 한 파트부분을 뚝 뜯어내 그 사무실에 외주를 주라는 은근히 요구해 온 것이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그 사무실 오너가 A이사의 대학선배라고 한다.

결국 1200만원에 계약을 하고 도면의 한 파트를 우리가 지금까지 작성해왔던 양식의 샘플까지 동봉하여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이게 11월 중순 때의 이야기...

보름정도가 걸려 납품시기에 맞춰 A이사의 선배라는 사무실에서 결과물이 도착했는데, 동봉된 샘플은 깡그리 무시하고 아주 쉽게 쉽게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그림을 그려 가지고 와버렸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워낙에 A이사의 요구는 A이사의 부탁으로 A이사 소속사무실엔 오픈이 안 된 상태로 은밀하게 진행되왔던 사항 이였다. 졸지에 개판 오분전 도면은 우리가 그린 것으로 낙인 찍혀 말도 안 되는 억울한 누명 비스 무리한 것을 뒤집어 써버린 것..

더 가관인 것은 A이사가 대전출장 중에 했던 말이었다. 그 당시 외주로 나갔던 도면의 문제점에 대하여 실장마마는 A이사에게 따졌을 때 돌아온 대답은 "괜찮아요..어차피 도청 시청 다 통과했고 제가 우리 사무실에는 그쪽 사무실이 너무 바빠서 도면을 이렇게 밖에 못 그렸다고 잘 말해뒀습니다." 이었다.

나이만 엇비슷했어도 눈에 불똥이 튀게 싸대기를 날리고 싶은 욕구를 겨우겨우 참았던 상황이었다. 결국 이러한 사실이 소장마마의 귀에 들어갔고 바로 소장마마가 행동에 옮긴 것이 지난 주 일이였다.

A이사의 소속 회장을 독대로 만나 그간의 일들을 죄다 오픈해버린 것.. 아울러 A이사에게는 도면 제대로 그려오지 못하면 한 푼도 못준다는 대못을 박아버린 것..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A이사의 선배라는 작자가 운영하는 사무실에서는 황당한 요구가 들어온다.

자기들은 그쪽 수준처럼 도면을 못 그리겠으니, 빠지겠다고. 대신 그동안 했던 일이 있으니 800만원만 받겠다는 지나가는 빈 라덴이 성조기 흔드는 헛소리를 해댔었다. 못 주겠다는 소장의 일침이 있은 후 재미있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A이사는 하루에 수십 번씩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소장님께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하다하다 안되니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업무에 지장이 될 정도로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결국 엊그제. 800까지는 절대 못주겠다는 우리의 요구로 깎아서 600이란 쌩돈이 그들 손에 들어가 버렸다. 추측을 해보면 아마도 자신의 선배에게 일을 물어다 주는 조건으로 몇%의 코미션을 챙기기로 되어 있을 것이 뻔할 뻔자이리라. 그러니 자기 사무실에 비밀로 붙이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결국 A이사의 선배라는 작자가 운영하는 사무실이 펑크내버린 일을 고스란히 내가 떠안아 버리는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 돼 버렸다.

얼마 전까지 돈 달라고 비굴하게 굴었던 A이사는 30일 변비환자가 화장실 들어갔을 때와 나왔을 때 다르듯이 도면 빨리 달라고 닦달을 하고 있다. 그래봤자. A이사는 이번 일로 찍힐 대로 찍해 이 프로젝트를 끝으로 더 이상 지금의 소속사무실에서의 이사 직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이 분야 쪽 일을 10년이 넘게 해오고 있지만, 유독 이쪽 분야에는 협작꾼, 사기꾼 수준의 인간들이 많이들 보이는 듯싶다. 이게 바로 다른 나라에선 의사, 법조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직업군임에도 불구하고 천대와 냉대를 받는 이유일 것이다. 열심히 제 살 파먹기에 열중하는 것. 우리나라는 개혁과 쇄신을 이루어야 할 단체나 조직이 너무나도 많은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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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이미애) 2007-12-16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벽에.. 눈에 들어온 이 글은.. 참.. 거시기하네요. -_-
왜 그렇게 사세요?
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그렇게 말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죠.

요즘처럼 시끌시끌 할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메피님, 저는 그렇게 안 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그렇게 살고 싶어도 쉽게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을껄요.
그게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으휴~

비로그인 2007-12-1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그런 인간들 짜증짜증 ㅡ.,ㅡ
돈 몇푼에 자신을 버리는 것은 '나 자존심이 없소' 라고 간판을 다는 것과 같단 말이다.
하여간, 메피님이 고생이 많으시군요. 힘내세요-!!

Mephistopheles 2007-12-17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 제가 태그에 저정도의 글까지 썼다는 것은 더 이상 사람취급 안하겠다는 뜻일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제 삶에서 떨어트려내야 할 듯 싶습니다.
엘신님 // 자존심은 애시당초 없어 보이더군요. 문제는 남들 눈에는 다 자존심도 없는 속 빈 껍데기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러한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죠.^^

비로그인 2007-12-17 11:46   좋아요 0 | URL
그렇죠, 대부분 엉뚱한 것을 자존심이라고 착각들 하죠.^^

보석 2007-12-1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글로만 봐도 끔찍했던 상황이네요. 그나마 A이사가 이번 프로젝트를 끝으로 자리 보전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위안. 정말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Mephistopheles 2007-12-17 23:30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무실 나와 종종 사무실로 전화걸 듯 싶습니다. 뭐 콩고물 없나 하고요. 하지만 소장님께도 역시나 찍혀서 별 반 신경은 안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