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녕대군의 멋들어진 현판을 자랑하는 숭례문이 어느 미치광이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전소되었다 해도 거리낌이 없는 몰골이 돼 버렸다. 어린 시절 어쩌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외출을 나갔을 때도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하게 지키고 있었던 멋들어진 곡선을 자랑하며 현대식 고층빌딩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으면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국보 1호라는 수식이 붙어버린 그 과거의 유산은 이제 그 자리에 없다.
애당초 시민의식이 저질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국보급 유물을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하게 개방을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가 나온 상태이며, 남 탓하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은 언제나 똑같은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담당 부서 장관이며 책벌레들에게는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저자로도 유명한 유홍준 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의표명을 했다지만, 그런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꺼라 보이진 않는다.
언제부터였나 우리는 노상 앞만 보며 전진과 성장이라는 구호만 줄 창 외쳐대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를 게을리 하며 성찰과 순응을 등한시 했으며, 이러한 행위로 얻게 되는 겸허함마저 상실된 느낌이 종종 들곤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를 따지고 싶진 않지만 잘못된 건 바로잡고 가는 행동하나의 불성실함이 숭례문의 손실이라는 표면적인 생채기로 표출된 건 아닌가 싶다.
화려하고 멋들어진 하이테크스러운 현대 건축물 속에 하나의 유기물로 자리매김한 숭례문은 더 이상 존재하진 않을 진 몰라도 거대한 손실 속에 얻는 것이 많은 사건 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죽은 자식 불알만지기 식 행정은 지겹고 질릴 뿐이다.
행여 현대식으로 새로운 숭례문을 계획하자는 혹은 프랑스 라데팡스 그랑 다르쉬를 보고 혹시 숭례문도 저렇게..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게 바쁜 시간을 짬내서 서울 성공회 대성당에 가보길 권장한다.(http://blog.aladin.co.kr/mephisto/806759) 우리나라에서 어쩌면 유일할지도 모를 신구의 조화가 가장 멋들어지게 융합을 이룬 아름다운 건축물이니 보고 조용히 반성하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