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함께 한 집안 일
햇수로 2년 전, 안해가 일주일 동안 외국에 나 갔다. 그리고 아이와 나, 둘은 집에 있었다.
* 우리 집도 집안일의 대부분을 안해가 한다. 그러나 안해가 가장 피곤해 할 때, 일이 겹치는 경우다. 직장일과 집안일과 아이와 관련된 것이 한꺼번에 겹치는 경우다. 물론 집안일을 충분히 나누지 못한 내 책임도 있지만, 이것이 아이와 뒤엉키면 적절한 해답을 내지 못하기도 한다. 음식을 준비하는 일을 내가 맡을 수도 있지만, 내가 준비한 음식은 나만 먹을 수 있다.
* 안해가 피곤한데,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아이는 엄마에게 놀아 달라고 한다. 안해가 음식 준비를 마치고 식사를 하고 나면, 아니는 이제까지 엄마가 저와 놀아주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자신과 놀아 달라고 한다. 이때의 결과는 둘 중의 하나다. 안해와 아이가 싸우거나 안해가 아이와 놀아주고 녹초가 되거나.
* 안해가 외국에 있는 동안, 나는 밥을 짓는 등의 집안일과 아이를 돌보는 것을 동시에 해야 했다. 당시의 아이 나이는 우리나라 나이로 6세였다. 그런데 나의 해결책은 아이를 집안일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내가 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는 쌀을 씻었다. 설거지도 함께 한다. 깨질 가능성이 적은 그릇이나 숟가락을 설거지하라고 한다. 아이가 쌀을 씻다가 쌀을 흘리면 어떠랴, 그릇을 깨뜨리면 어떠랴. 남들은 수 십만원을 들여 사교육도 시키는데. 세제를 사용하면서 거품이 이니, 아이는 집안일하는 것이 아니고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재미있어 했다. 이런 식을 집안일을 하면 하루 반나절이 지나간다. 아침을 아이와 함께 해먹고 설거지를 하면 점심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나의 해결책에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을 함께 보내달라고 아이가 투정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밥은 전기밥솥이 했지만, 쌀을 씻었다는 이유로 딸아이에게 네가 밥을 지었다고 격려하니, 본인 스스로도 대견한 모양이다. 아이가 설거지를 귀찮아 할 때도 있다. 이때 나 혼자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밥도 없다.
딸아이에게 책읽기, 자전거 타기 등 첫 경험의 대부분은 아빠인 나와 함께 했는데, 부엌일도 엄마보다는 아빠와 나눈 것이 많다. 최근에는 부엌칼 사용을 나와 함께 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집안일에 대해 첫인상이 좋았는지, 지금도 엄마가 없을 때 집안일은 항상 같이 한다. 올해 어느 날, 안해가 외출에서 돌아와서 집안을 둘러보더니, 아무 일도 없었냐고 물었다. 그럼 아무 일도 없지, 집이 폭탄 맞을 줄 알았나. 안해는 본인이 없어도 집안일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고 했다.
* 집안일을 가족이 나눌 것을 주장하는 것은 페미니스트의 주장일까, 안티페미니스트의 주장일까? 집안일을 나누는데, 남편, 자녀도 걸림돌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주부 자신이 걸림돌이다. 이 판단이 내 경험에 한정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