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가만히 이해해보면, 주로 두 가지의 감정이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삶의 선택과 행동에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두려움이고 둘째는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인데, 이 두 번째의 감정을 유학에서는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이라고 한다. 


맹자가 말하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선왕들에게는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정치를 하였다.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정치를 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쉬울 것이다. <맹자 공손추상> 


  이렇게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유학에서는 인(仁)이라는 용어로 정의하며, 인으로 말미암아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주자가 리기론(理氣論)을 바탕으로 체계화한 신유학적 해석에 근거할 때, 인으로 말미암은 측은지심은 단지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존재론적 상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타인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란 단지 상대방에 대한 선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마음은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경험하는 상태이며, 그 고통의 자리에 내가 동일하게 포함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유학에서는 사적인 욕망에 의해 이 마음이 가려질 뿐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인간 본연의 이 마음은 얼마든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도가의 도(道) 혹은 불가의 불성(佛性)이 이러한 지점을 지칭한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그리스도교의 사랑(agape)도 이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책임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이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너의 슬픔을 다른 사람의 슬픔과 결부시키는 거야. 그리고 나의 십자가는 그 때문에 존재하는 거야. <내가 버린 여자 107쪽>


그 어떤 고통도 고독으로 인한 절망감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자신 혼자만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생각만큼 절망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설혹 사막에 홀로 있을지라도 혼자만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고통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버린 여자 296쪽> 


  독서의 계절에 소설을 읽으며, 나는 엔도 슈사쿠의 글에서 이 마음을 발견하고 있다. 그에게 문화적 전통으로 내재하는 인(仁)의 정감은 그가 배운 그리스도교의 사랑이라는 형태로 그의 작품에 드러나며,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소설에서는 이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내가 버린 여자>의 미츠가 그러하고, <바보>의 가스통이 그러하며, <깊은 강>의 오쓰가 그러하다. 그리고 애초에 <침묵>에서 드러나는 신의 모습, 즉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그러하다. 


그러나 나는 몰랐다. 우리 인생에 있어 타인에게 끼친 행위는, 어느 것이건 태양 아래 얼음이 녹듯이 그렇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그 상대에게서 멀어져 전혀 생각지 않게 되더라도, 우리의 행위는 마음속 깊이 흔적을 남긴다는 점을 몰랐던 것이다. <내가 버린 여자 124쪽> 


인생이란 것은 복잡한 거야. 하지만 잊어서는 안 돼. 인간은 타인의 인생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서는 스쳐지나갈 수 없는 거야. <내가 버린 여자 178쪽> 


  이들의 삶은 그들을 만났던 또 다른 이들의 삶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엔도의 소설에서 드러나듯이 한 인간의 삶은 그를 만나는 다른 이들의 삶에 반드시 흔적을 남기며, 그렇게 개인의 삶은 자신의 의도와 관계 없이 반드시 주변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우리가 만났던 이들을 통해 우리의 내면에 남겨진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어떤 이들은 타인의 삶에 인간 본연의 마음 곧 사랑의 흔적을 남긴다. 


처음으로 도모에는 우리 인생에서 바보와 위대한 바보라는 두 가지 말이 어떻게 다른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꾸밈없이 모든 사람을 믿으며, 비록 자기가 속고 배반을 당해도 그 신뢰와 애정의 등불을 계속해서 지켜가는 사람, 그 사람은 요즘 세상에서 바보로 보일지도 모른다. <바보 254쪽> 


  사적인 욕망의 추구를 성장과 발전의 동인으로 삼는 현대 사회에서, 사적인 욕망에 의한 삶이 아닌 인간 본연의 사랑에 의한 삶은 미련하고 어리석게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삶은 남들이 보기에 좋아보이는 생활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많은 경우에 손해를 보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히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이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랑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동참하여 자신을 내어주고 있을 것이며,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그 사람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미약하나마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생애에는 경제적 안락함도 타인의 인정도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 내면의 사랑에 따라 잠잠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떠한 삶을 원하고 있는가. 가을 하늘이 맑아서, 내가 살아야 할 삶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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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25 0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은 군밤의 계절 아닌가요? 이제 슈샤쿠 작품은 거의 다 읽으셨겠군요. <내가 버린 여자> 이 책 재미있을거 같아요~!!

라파엘 2022-10-25 10:33   좋아요 2 | URL
엔도 슈사쿠가 정말 많은 작품을 써서, 여전히 읽을거리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몇 가지는 아껴두었다가 읽으려고요. 새파랑님, 맛있는 군밤과 함께 풍성한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2-10-26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6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6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6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100자평 22주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서재에 일반 리뷰나 페이퍼보다 100자평을 주로 작성하였다. 항상 계획을 하고 움직이는 성격상 100자평 챌린지에서도 현황표를 어떤 책들로 어떤 순서로 채울 것인지 먼저 생각하였고, 나름의 규칙과 체계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현황표를 완성하였다. 


  내가 느끼기로 "알라딘" 하면 "중고" 인데, 100자평 챌린지 대상도서에 새책 구매도서만 해당이 되고 중고 구매도서는 해당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나는 알라딘에 처음 가입을 한 것도 중고서점 이용이 잦아지면서부터였고, 현재도 우주점을 포함하여 중고서점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새책을 구매하는 경우보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해보면, 중고책은 생각보다 상태도 괜찮고 포장도 안전하게 잘 되어서 배송되는데, 새책은 모서리가 찍히거나 표지가 접혀진 채로 배송이 되는 등 관리가 부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알라딘 스스로가 중고로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있으면서, 정작 챌린지에서 중고도서를 제외한 것은 정말 아쉬웠다. 


  아무튼 100자평 챌린지를 잘 마무리하고 이제 다음 학기의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관심 분야의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질수록 강의에 대한 관점도 조금씩 변화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해당 과목에 대한 기존의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는데, 이제는 단지 기존의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나 자신의 문제의식과 강조점에 따라 강의의 내용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가게 된다. 덕분에, 같은 과목도 이전의 강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완전히 갈아엎어서 나 자신의 고유한 강의로 새롭게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그 노력의 과정도 즐겁고, 이렇게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들은 그만큼 나로 하여금 삶에서 더 큰 만족과 보람을 느끼게 한다. 


  올해 하반기에도 내가 선택하고 집중하는 영역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잘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전공 분야에서 탁월하게 연구하는 것과 흥미롭게 강의하는 것 그리고 건강하게 수영하는 것, 적어도 이 세 가지는 정말로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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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8-09 17: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구와 강의와 수영 모두 응원합니다~~

라파엘 2022-08-09 17:40   좋아요 4 | URL
정말 좋은 글을 쓰시는 잠자냥님의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Yeagene 2022-08-09 1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챌린지 완주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라파엘 2022-08-09 19:32   좋아요 4 | URL
예진님,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8-10 17: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라파엘님. 성실하십니다 👍 건강하게 바라는 대로 좋은 강의하실겁니디 *^^*

라파엘 2022-08-10 17:54   좋아요 2 | URL
성실하게 잘 해볼게요!! 미니님, 항상 감사합니다 😃

scott 2022-08-10 1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파엘님 강의는

수강경쟁이 치열 할것 같습니다 🤗

라파엘 2022-08-10 17:57   좋아요 2 | URL
스콧님 덕분에 백자평 챌린지에 참여하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공쟝쟝 2022-08-10 1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독한 계획 형 인간 ㅋㅋㅋㅋ 아무레도 라파엘님에게 갖다 대면 전 뒤메질인 것 입니다.

라파엘 2022-08-10 19:37   좋아요 1 | URL
앗!! 인기없는 자에 이어서, 지독한 자가 되어버렸다... 😂 😂

공쟝쟝 2022-08-10 21:58   좋아요 1 | URL
지독한 인기없는 자…. 악명이 드높아지는 고독한 대천사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로 나열되는 육예(六藝)는 군자(君子)가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 기본 교양이며, 그중에서 사(射)가 의미하는 것은 활쏘기이다. 그리고 이 활쏘기에 대해 유학의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자가 말하였다. 활쏘기는 군자(의 도)와 유사하다.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자신에게로 돌이켜 (그 원인을) 찾기 때문이다. <중용 14장> 


인(仁)을 행하는 자는 활을 쏘는 것과 같다. 활을 쏘는 자는 자신을 바로잡은 뒤에야 발사하여, 발사한 것이 맞지 않더라도 자신을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에게 돌이켜 (개선할 점을) 찾을 뿐이다. <맹자 공손추상> 



  활을 쏘는 사람은 부족한 결과에 대해 주변의 다른 것을 원망하거나 핑계대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자신이 바람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자세에 문제는 없었는지, 활을 쏘는 사람은 스스로 성찰하며 자신을 개선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활쏘기는 자신을 수양하는 공부이며 군자의 기본적인 교양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학에서 활쏘기가 그러하다면, 나에게는 수영이 같은 역할을 한다. 수영에서는 나 자신의 기록에 대해 주변의 다른 것을 원망하거나 핑계댈 수 없다. 내가 물을 제대로 이해하며 물과 올바르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 자신의 자세와 신체 능력에서 개선할 점은 없는지,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배우며 익혀갈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수영은 성찰을 연습하는 방편이면서 나 자신을 완성해가는 배움과 공부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영은 신체가 노화되어도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이며, 심지어 신체에 장애가 있어도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리고 수영은 사람을 모으지 않아도 혼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게다가 땀에 젖은 찝찝한 상태를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상쾌한 운동이다. 무엇보다 물(羊水)에서 태어난 나의 몸과 마음은 물 안에 있을 때 진정으로 자유롭고 평안하다. 이렇게 나 자신에게 맞는 평생 운동을 찾은 것도 축복이고, 그 운동을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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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01 17: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써주신 글을 보니 저도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래 전에 갔던 호주에서 PADI
자격증을 수영을 하지 못해서
못딴 게 후회가 되네요.

군자의 교양에 활쏘기가 들어간
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요. 군자는 빗나간 화살탓
을 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가르침도 탁월했습니다.

라파엘 2022-08-01 22:03   좋아요 1 | URL
수영은 기본적으로 배워두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국내에서도 PADI 자격증을 따시는 분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ㅎㅎ

말씀하신대로, 활쏘기는 화살이나 과녁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지요. 좋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mini74 2022-08-01 2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일은 자전거 수영 등을 배워야 졸업이 가능하단 글 읽었어요. 전 물을 무서워해서 ~ 어릴 적 오빠가 강제로 밀어서 그 충격이ㅠㅠ 김홍도 활쏘기 그림도 떠오르고 또 라파엘님 수영자세 굉장히 반듯하고 좋으실거 같아요. 👍

라파엘 2022-08-01 22:10   좋아요 2 | URL
트라우마가 있으시면 정말 물이 무서울 수 있겠어요. 어릴 적 오빠들은 다들 왜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많이 할까요 ㅜㅜ 저는 예쁜 자세로 멋진 수영을 하고자 늘 연습한답니다 ㅎㅎ 미니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그레이스 2022-08-02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영한지가 넘 오래되서 다 까먹은듯요^^

라파엘 2022-08-02 13:19   좋아요 2 | URL
오랜만에 해도, 몸으로 배웠던 것은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
 

  나 자신에게 단순한 면이 있어서 그런지, 스스로를 이해할수록 생활을 더 단순하게 만들어가게 된다. 물론, 단순한 생활을 선호한다고 해서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복잡한 부분을 건드리는 공부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향은 아니고, 정확히는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에 가까운 것 같다. 나는 서재뿐만 아니라 삶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만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채워져있기를 원한다. 


  이러한 나는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도 넓게 만들지 않는다. 물론, 사회적인 책임과 역할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과 알고 지낼 수밖에 없지만, 사적으로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인간관계는 부모님을 제외하면 3명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가깝게 지낸 친구, 오랜 대학원 과정에 동고동락한 선배, 나를 이해해주고 믿어주시는 지도교수님. 이번 주간에는 이 중에 둘을 만나서 식사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올해 사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벌써 다 해버린 느낌이다. 내가 사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일년에 한두 번인데, 이번 주에 만남을 가진 것이 올해의 처음이면서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사적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최근 몇 년간 내가 머물렀던 장소를 떠올려 보면, 5군데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집, 성당, 학교, 도서관, 수영장. 이 장소들은 모두 내가 꾸준하게 머무르는 일상의 공간이며, 이 외에 다른 어딘가에 방문하는 것은 나에게 여행이나 휴식이 아니라 일로 느껴진다. 이 각각의 장소에 내가 머무르는 시간은 규칙적으로 정해져 있으며, 유일하게 동적인 공간인 수영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정적인 공간이다. 


  이와 같은 생활에서 신앙은 나의 가치관이자 세계관으로서 삶의 바탕으로 존재한다고 보면, SNS를 하지도 않고 TV를 시청하지도 않으며 게임을 하지도 않는 나의 삶을 채우는 활동은 단 두 가지이다. 공부와 수영. 매일 반복되는 이 두 가지로 나의 삶은 충족되며, 이 두 가지는 그 배움에 있어서 끝이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내가 평생을 들여서 정말 잘하고 싶은 두 가지이다. 단순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더디지만 하루하루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자유형을 잘 뜯어보면 어느 몸동작 하나라도 밸런스가 무너지면 몸이 무거워져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오른팔과 왼팔은 물을 잡으며 상체를 앞으로 밀어 줘야 하고, 머리와 상체는 흔들림 없이 버텨 내며 오랜 레이스를 위한 호흡을 책임져야 한다. 또한 제2의 추진력이 되어 주는 발차기를 통해 적당한 무게감으로 물을 눌러 줘야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얻게 된다. 이렇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하나가 더하거나 덜하지 않는 균형감이 있어야 ‘잘‘ 나아갈 수 있는 게 수영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나와 주위 사람들, 나의 커리어 등 나를 포함한 주위 모든 것의 균형을 잘 잡아야 허우적대지 않는 게 아닐까.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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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7-09 08: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요하고 조용한 삶을 이루는 두 개의 요소가 공부와 수영이라서 넘 근사하네요. 저희 동네 새 도서관이 생겼는데요(벌써 2년 전이네요) 1, 2층이 도서관이고 지하 1층이 수영장이에요. 공부와 수영의 완벽한 결합이라 하겠습니다만 전 지하 1층에는 주차할 때 빼고는 가보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ㅎㅎㅎ

라파엘 2022-07-09 10:15   좋아요 4 | URL
도서관과 수영장이 함께 존재하는 건물이라니!! 인류가 지상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건축물이네요!! 진심으로 단발님 동네로 이사를 고려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ㅎㅎ

새파랑 2022-07-09 0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부와 수영~!! 멋집니다 ~!! 저도 티비 게임 SNS를 아예 안하는데 반갑군요 ㅋ 전 외향(?)적이어서 사람만나는것도 좋아하는데 책 읽는 시간도 갖고 싶어서 매일매일이 갈등입니다😅

라파엘 2022-07-09 10:20   좋아요 3 | URL
저도 누군가와 개인적이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상당히 좋아합니다만, 굳이 사람을 만나러 어딘가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요 😅

수이 2022-07-09 1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부와 수영 🏊‍♀️ 페이퍼 좋은걸요, 폭을 좁혀 더 깊이 파고들어간다_ 이게 삶의 모토라면 라파엘님은 이미 성공하신 걸로 보여요. 시원한 여름 나날 되시기를 :)

라파엘 2022-07-09 10:22   좋아요 2 | URL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공부하고 수영하기 좋은 계절이에요 :)

yamoo 2022-07-09 14: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부와 수영이라...
전 학교에서 배우는, 그러니까 텍스트로 뭔가 배우는 것 보다 다른 걸 배우는 게 좋더라구요. 수영도 한때 빠져지냈지만 다른 걸로 관심이 얼겨가더라구요. 탁구 볼링 테니스 골프 여러가지를 해 봤지만 제일 꾸준히 한 게 책읽기와 탁구네요. 요즘엔 미술활동한답시고 탁구 안친지도 꽤 됐네요.

저두 인간관계 넓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관심사를 공유하는 분들과는 지속적인 연락은 하는 편입니다..

라파엘 2022-07-09 18:22   좋아요 2 | URL
말씀하신 운동들을 저도 모두 배워보았고, 제 경우에는 수영으로 정착했습니다. 자신을 더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잘 찾아갈수록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법이지요 ㅎㅎ

공쟝쟝 2022-07-10 0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패터슨…. 부러운 삶… 규칙을 도모할 수 없는 생계형 엔잡러는 부러워봤자 소용없으니 뒤메질을 좌표로 삼기로 합니다 ㅋㅋㅋㅋ

라파엘 2022-07-10 09:38   좋아요 3 | URL
쟝님 덕분에 저도 좋아하게 된 패터슨!! 우리의 삶에는 정답이 없고, 어떤 삶이든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규칙을 도모하기 어려운 인기쟁이 쟝님 ~ 😆

2022-07-10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0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0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0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10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7-11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으니 첨벙의책표지인 데이빗 호크니의 더 큰 첨벙과 어울립니다. 조금 쓸슬해보이는 한낮이지만 혼자만의 첨벙을 남기고 유유히 수영하시는 모습*^^*

라파엘 2022-07-11 19:21   좋아요 2 | URL
누군가에게는 정말 재미없는 삶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삶의 모습이지요 ㅎㅎ <풍덩>에는 좋은 그림들이 많아요!! 미술에 조예가 깊으신 미니님, 항상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22-07-13 09: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파엘 님의 이 글을 읽으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나르치스가 떠오릅니다. 나르치스는 수도원에 그저 머무르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죠.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저는 그 책 읽으면서 제가 골드문트이기도 하지만 나르치스의 면도 갖고 있다 생각햇는데, 오늘 라파엘 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라파엘님이 나르치스, 저는 골드문트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라파엘 님이 한정된 공간안에 머무르면서 충분히 앞으로 나아가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라파엘 2022-07-13 11:47   좋아요 1 | URL
제가 수도자의 삶을 꿈꾸었던 성향의 사람이어서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내년 쯤에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어보고 싶네요... 제가 성장하고 나아가는 데 있어서, 다락방님의 글을 통해 정말 많이 배우며 도움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락방님께는 늘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2-07-13 0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영하는 여자들, 좋았어요^^
수영장을 지키기 위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연대하는 이야기^^
밤거리 쓰레기통을 뒤지는 여우처럼 외로운 현대의 삶, 홀로 깊이 잠수했다가도 이내 수면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수영, 삶의 많은 비유를 떠올렸던 소설이었어요^^

라파엘 2022-07-13 11:50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이 좋으셨다니, 제게도 좋은 소설일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수영과 관련된 책에는 늘 흥미가 생깁니다 ^^
 

  처리해야 할 일들이 아직 몇 가지 남아 있지만, 사실상 이번 학기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연구에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방학 중에는 강의도 거절하였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일정 기간 확보되었다. 당분간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좋지만, 책을 마음껏 읽는다는 것이 많은 책을 읽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 대입 면접에서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500권 이상의 책을 읽겠다고 답변했었다. 독서를 좋아하는 학생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답변이었고, 우리나라에서 12년 간의 정규교육을 통해 양적인 방법과 평가에 익숙해진 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무난한 목표였다. 나의 답변에 대해 비트겐슈타인을 전공하신 L교수님은 잡지에 실린 글들이나 논문 등의 페이퍼는 어떻게 권 수로 규정하고 측정할 것인지 물으셨고, 그런 부분을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잠시 당황하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내가 생각을 정리하고 답하기도 전에 아퀴나스를 전공하신 J교수님께서 그런 부분은 대학에 입학하면 배울 거라고 상황을 정리해주셨고, 그 이후로 나는 대입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대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오래 공부한 이후에야, 나는 독서가와 연구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부를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의 집단에는 언제나 독서가와 연구자가 있었다. 독서가는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읽었고, 정말 많은 것들을 쉬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나 많은 책을 꾸준히 읽는다는 사실과 그들이 매우 다양한 분야에 박식하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놀랍게 느껴지는 사람은 독서가가 아니라 연구자였다. 그들이 관심을 두는 곳은 많은 책이 아니라 자신의 질문이었으며, 그들은 자신의 문제의식과 논점을 섬세하게 다룰 줄 알았다. 연구자는 독서가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독서가가 연구자인 것은 아니었다. 


  훌륭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훌륭한 요리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요리사가 되고자 한다면 요리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스스로 수없이 음식을 만들어 보아야 한다. 인간은 기계처럼 단순하지 않아서, 단지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것을 집어 넣는다고 해서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이 만들어져 나오지는 않는다. 때로는 무언가를 채우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의 체험과 상상력이 움직일 수 있도록 무언가를 비우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리든지 글이든지 삶이든지 자신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에 본격적인 관심이 있다면, 원하는 결과를 직접 만들어내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한다. 


  외국어 실력이 늘어도 외국인과 대화할 때 늘 답답함이 남아 있는 것처럼,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늘 답답함이 남아 있다. 그래서 내게는 언제나 배움이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하다. 일단 관심 분야의 책들을 잠시 살펴보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계속 해야겠다. 자유로움에는 반드시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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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6-11 19:5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라파엘님 글을 읽으니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한 권의 책을 써낸 사람만큼의 경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라파엘 2022-06-11 23:31   좋아요 6 | URL
소비자와 생산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생산물에도 잘 만들어진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존재하지요 ㅎㅎ

mini74 2022-06-11 21: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연구자와 독서가. 비움의 시간 ㅠㅠ 생각이 많아집니다 라파엘님 ~ 즐거운 방학이시군요 뜻한대로 즐겁고 행복한 방학이 되시길 *^^*

라파엘 2022-06-11 23:32   좋아요 5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도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프레이야 2022-06-11 2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유로움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부단히! 책장 엿보기 재미있지요. 피터 비에리의 삶의 격, 좋아하는 책입니다. 삶이 지리멸렬하다 느끼며 고민하던 때 읽었던, 제겐 소중한 책이네요. ^^

라파엘 2022-06-11 23:36   좋아요 6 | URL
저 역시 누군가의 책장을 보는 건 즐거워요 ㅎㅎ 자신에게 소중한 책을 소개해주시는 알라디너님들 덕분에 저도 종종 좋은 책을 발견하고 함께 읽게 됩니다 ^^

물감 2022-06-11 2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질문, 자신의 문제의식, 논점. 그렇군요.
제가 습관처럼 자기 객관화를 하는 편인데,
이 글에 따르면 저는 연구자 쪽인 것 같아요.
저는 지식보다 지혜를 얻으려고 독서를 하거든요.
좋은 생각거리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파엘님ㅎㅎ

라파엘 2022-06-11 23:39   좋아요 5 | URL
늘 자신을 알아가는 멋진 물감님의 리뷰를 평소에 잘 읽고 있어요!! 제 글이 좋은 생각거리가 되었다니 저도 감사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2-06-12 1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뭔가 경건해지는 책장 사진이네요~!! 교육과 철학쪽을 연구하시나 봐요.
독서가와 연구자의 차이에도 공감이 갑니다~~

전 그냥 단순 취미가 독서인 일반인😅

라파엘 2022-06-12 14:29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께서 꾸준히 읽고 써주시는 덕분에, 정말 좋은 작가와 소설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항상 감사해요 🤗

공쟝쟝 2022-06-12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자유로움에는 반드시 연습이 필요하다.˝를 보고 끄덕끄덕 하다가 책장을 살펴보니 엄기호님의 <공부공부>가 있네요. ˝(232) 다룰 줄아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꿈꾸는 자유는 그저 ‘내 맘대로 하고 싶다‘라는 공허한 바람에 불과하다. (234) 법칙은 지키되 그 법칙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유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내가 법칙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자유의 척도가 된다. 법칙을 어기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칙을 알고 다룸으로써 그는 법칙에 매인 노예가 아니라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공부에는 익힘과 견딤의 시간이, 자유로움엔 반드시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유로운 방학 되시기를 총총~

라파엘 2022-06-12 17:41   좋아요 3 | URL
공부하는 쟝님!! 쟝님의 말씀대로, 익힘과 견딤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연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통해, 우리가 무엇보다 자기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진정으로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책읽는나무 2022-06-13 00: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호~~맞는 말씀이라, 읽으면서 독서가와 연구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방학을 통해서 라파엘님. 연구에 한 발 더 정진하는 삶이 되시겠군요!!!
응원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도 또 기대하구요^^

라파엘 2022-06-13 00:38   좋아요 4 | URL
나무님의 응원이 정말로 제게 큰 격려가 됩니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2-06-13 09: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연구자이고도 싶다가 독서가이고도 싶다가...^^
둘 다 아닌 저는
라파엘님을 응원합니다

라파엘 2022-06-13 12:17   좋아요 3 | URL
인간은 변화하는 역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설명될 수 있겠지요. 아무튼 우리는 누구나 고유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님, 응원 정말 감사해요!! ^^

yamoo 2022-06-13 11: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잘봤어요. 라파엘님은 대학에서 연구를 하시는 분이시군요! 교수세계는 너무 자유옵지 않은 거 같고 친구가 자신의 부모의 도움으로 어린나이에 대학교수로 임용되는 걸 보고 전 우리나라 대학에 기대를 접었습니다. 주위에 대학에서 내쳐진 분들이 더 자류롭게 연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축하는 모습이 더 좋아보입니다. 저는 최근에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틀을 깨고 캔버스에 내 관념을 쏙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그리고 나면 마음이 좀 후련해 집니다.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어느정도 표현할 수 있다는 즐고움도 있더군요. 예전엔 미처 몰랐지만 뭔가를 색으로 표현한다는 거...텍스트로만 배울 때와는 사뭇 다른 처원이 열리는 거 같아 좋네요...근데 라파엘님은 철학 전공하시나봐요~ 비트겐슈타인 전공 교수가 면접관이었던걸 봐서는요..철학 전공 연구가를 알게 되어서 무척 반갑습니다!!ㅎ

라파엘 2022-06-13 12:45   좋아요 3 | URL
야무님, 제가 한동안 서재활동을 하지 않다가 현재의 닉네임으로 다시 서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과거에 안단테라는 닉네임으로 서재를 사용하며 야무님과 대화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ㅎㅎ 아무튼 대학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구성한 모든 집단은 그 인간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필연적으로 반영하게 되지요. 대학이나 기업뿐만 아니라 심지어 종교단체마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로 자유롭고 좋은 삶을 살고 싶다면, 자신이 속한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부터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자유롭고 좋은 삶은 저 혼자만 좋은 게 아니라 제가 살아가는 세상이 좋아야 가능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림은 저도 좋아해요!! 야무님께서 최근에 올려주시는 그림 관련 글들도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

잠자냥 2022-06-16 00: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랑 다부장님이 그래서 요리를 못하는 거였어요!!! ㅋㅋㅋㅋ

라파엘 2022-06-16 00:52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과 다부장님은 요리사보다 놀라운 미식가!!! 🧀 🥗 🍱 🍜 🍣 🍰 ☕ 🍷

다락방 2022-06-18 11:51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요리를 하려면 먹기만 해서는 안되는 것이지요…

다락방 2022-06-18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저는 그간 독서가를 원하는 줄 알고 살아왔으나 제가 원하는 건 연구자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파엘 님.
라파엘님이 방학 중에 공부에 전념하실거라니, 왜 제가 좋을까요?

그나저나 역시! 너무나 아름답고 단정한 책장이네요.

라파엘 2022-06-18 17:22   좋아요 1 | URL
자신의 문제의식과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읽고 쓰며 공부하시는 다락방님은 정말 멋진 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은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도록, 저도 성실하게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해요 :)

scott 2022-06-19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학시간이 라파엘님에게 연구와 공부의 시간으로 가득!

라파엘님 책장 정 중앙에 꽂혀 있는 [삶의 격]

스승 라파엘님의 인격이 느껴지는 책장, 포스팅 입니다 ^ㅅ^

라파엘 2022-06-19 14:03   좋아요 1 | URL
제게 주어진 길을 성실하게 걸어서, 좋은 학자 좋은 교육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스콧님, 좋은 말씀 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