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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딛고 다이빙 - 안 움직여 인간의 유쾌하고 느긋한 미세 운동기
송혜교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6월
평점 :
이 책은 절대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 누울 수 있는 데 왜 앉아있어? 라는 말의 진리를 몸소 실행하고 있는 '안 움직여 인간의 유쾌하고 느긋한 미세 운동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내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자면 -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 들어서 알게 된 것이지만 - 우량아로 태어난 나는 막내딸로서의 귀여움이 아니라 장군감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컸고 네살즈음까지 말을 못해서 부모님이 귀가 안들려 그러는건가 싶어 병원에가서 검사를 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말문이 트이니 수다쟁이가 되었다고 하지만 솔직히 기억에 없으니 당할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 혀가 결코 짧지 않은데 간혹 혀짧은듯 부정확한 발음을 하게 된 이유가 어린 시절 말을 하지 않아서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추론을 해보고 있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된 건 안움직여 인간 송혜교의 어린 시절, 돌이 지나면 걸어야 할 아이가 움직이지 않으니 부모님이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못 걷는 것이 아니라 안 걷는 것이라는 결과를 들었다는 프롤로그에서부터 평행이론처럼 빠져들어갔기 때문이다.
저자 이름이 송혜교라는 것을 알고 배우 송혜교는 절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슬쩍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던 나는 차 안에서 자꾸만 자신을 힐끔거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송혜교'라는 명찰을 그대로 차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글에 왠지 내가 그녀를 눈치없이 힐끔거리는 사람인 것 같아 좀 뜨끔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론 주된 것은 '안 움직여 인간'으로 태어나 모든 것을 침대위에 누워서 해결하고 있었으나 거북이 정도가 아니라 몸이 마비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경각심에 운동을 해보기로 한다. 온갖 핑계거리를 대며 운동을 해 보려는 시도를 거부하지만 외딴 산골 동네에 공공수영장이 생기고, 그저 수강일이 언제인지만 알아보려고 찾아갔다가 수강마감이 2자리뿐이라는 걸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아빠와 함께 수강등록을 한다. 그리고 드디어 안움직여 인간의 운동 이야기가 이어지고 뭔가 알 수 없는 안 움직여 인간의 배신감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할 때쯤 글을 쓰기 위해 수영 수강을 끊고 자유이용을 하다보니 글은 늘었지만 운동은 줄어들기 시작하고 결국 수영을 하러 가는 시간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으며 운동을 위해 발레를 시작했지만 이 책이 나올즈음에는 어쩌면 발레를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배신감 따위는 사라지고 안 움직여 인간의 운동이야기에 쏙 빠져들었음을 느꼈다. 내가 운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운동을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곧 다른 운동을 찾을거라는 점이다. 복싱일 수도, 요가일 수도, 또다시 수영일 수도 있다. 그 사이에 '아무것도 안 하는 시기'가 찾아오더라도 좌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운동을 쉬고 있는 것뿐, 다시는 운동하지 않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테니까"(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