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 -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
마이클 부스 지음, 김윤경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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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번역서를 읽을 때 출판연도와 제목을 보곤 하는데 이 책은 중반쯤 읽었을 때 확신을 했다. 분명 원제는 유럽 육로 여행기가 아닐꺼야...

물론 이 책의 부제는 '동화 속 언더그라운드를 찾아서'라고 되어 있으니 전혀 엉뚱한 제목이 툭하고 떨어진 것은 아닐것이다. 요즘 읽는 책이 뭐냐는 물음에 그저 이 책의 제목만 말하면 뭔가 오해가 있을수는 있으니 반드시 부연 설명을 해야한다. 마이클 부스라는 사람이 안데르센의 여행여정을 따라 가면서 안데르센의 여행과 그에 대한 정확한 고증을 하는 여행기? 정도라고 말을 하면 또 다른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아는 그 동화작가 안데르센?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아는' 그 안데르센이 어떤 안데르센인지 잠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안데르센은 그저 동화작가일뿐이고 그가 쓴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읽어보지도 못했고 그의 일생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다.

 

하지만 덴마크에 가면 인어공주 동상을 볼 수 있고 그의 작품처럼 아름다운 동화세상이 펼쳐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고있는 것은 간혹 그로테스크한 안데르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밝고 명랑하기만한 디즈니의 세상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무의식중에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담긴 동화를 쓴 안데르센의 여행에는 그에 걸맞는 아름다움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마이클 부스의 안데르센 이야기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아니, 잊고 있었던 안데르센 동화의 그로테스크한 부분들을 떠올렸고 한때 회자되었던 그의 성정체성이라거나 그의 동화이야기에 담겨있는 상징들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래서? 라고 한다면 뭐라고 해야할까...이건 그냥 안데르센이야! 라는 말 이상 뭐라 할수가 없을 것 같다.

 

"매 순간을 소비하고 모든 것을 보려고 애쓰며 항상 쉬지 않고 움직인다" 안데르센은 한때 여행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301)

"오, 여행, 여행이란! 분명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이지. 여행은 내 가슴속 큰 열망!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마으속에 밀려오는 이 불안도 잠잠해질 텐데.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요원한 일!"(317)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고 많은 곳을 다녔던 안데르센의 여정을 따라간 마이클 부스의 여행은 어떠했을까? 이 책은 마이클 부스의 여행기이지만 또한 그의 여행기가 아니다. 그만큼 철저히 안데르센의 기록을 따라 그대로 재현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백오십여년도 더 전의 기록이기에 경로가 완벽히 일치할수도 없고 안데르센이 봤던 그 도시의 건물은 이미 사라지고 없기도 한다.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겨우 십여년도 안지나 두번째 방문한 여행지의 변화된 모습도 당연시여겨지는판에. 물론 세기의 역사가 지나도 변함없는 것도 있다. 안데르센이 봤던 세마, 그리스의 전통춤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을테니.

 

마이클 부스의 여행기가 촌철살인이라고 표현하지는 못하겠다. 안데르센의 삶에 대해 빈정거림이 있는건가? 싶었지만 마이클 부스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도 그러한 태도인데 그것은 정말 비꼼으로 배배꼬인것이 아니라 적나라함 속에서 그 본연의 모습 자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임을 확신하게 한다. 영국인인 그는 덴마크로 가서 언어를 배울때 '나는 록 음악, 특히 덴마크 록 음악을 좋아합니다'를 암송해보라는 강사의 요청에 묵묵히 낙제점을 의미하는 검은 막대기를 긋는 것을 선택할만큼 고지식(!)하기도 하다. 그런 그가 안데르센의 여정을 따라갔으니 믿을만하지 않겠는가.

알지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들에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익숙한 여행기가 아닌 마이클 부스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그의 이야기에 슬며시 빠져들게 된다.

그러니까 처음으로 돌아가 중반쯤 떠올리게 되었던 이 책의 제목이 왜 '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인거지? 라는 물음은 이제 잊혀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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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9-05-24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데르센은 이방인이자 자기중심주의자였지만, 어디 안 그런 사람이 있나요? 저는 우리가 갖고 있는 안데르센의 이미지가 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안데르센 자신도 스스로를 순진무구한 이미지로 생각하고 싶어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야심만만하고 강인한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덴마크 지성인 집단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걸 안테의 법칙으로 설명하죠. 그래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덴마크를 떠나야 했고요.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