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흉본 적 있지만 난 어린이 놀이터에서 담배피거나 술마시는 사람을 아주 싫어한다.
오늘도 젊은 남자 하나가 줄담배를 피우며 휙휙 내던지길래 참지 못해 한 소리를 했다.
그 남자, '미안합니다'라고 꾸벅 인사를 하더니 줍지도 않고 휑~하고 도망가버렸다.
내가 들고 있던 집게로 한 대 때리기라도 할 줄 알았나?
벤치 주변에는 그 남자가 핀 게 분명한 대여섯개의 담배꽁초까지 합해 수십개에 달하는 담배꽁초가 있었고,
그걸 치우며 투덜대고 있는데, 또래 아주머니 한 분이 수고한다며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옳거니 말동무가 생겼구나 싶어 함께 놀이터 꼴불견을 실컷 흉보는데,
4살난 그 집 딸이 쉬 마렵다고 엄마를 부른다.
놀이터 주변에 있던 쓰레기통을 철거한 뒤 놀이터가 더 지저분해졌다면서,
관리사무소까지 성토대상으로 삼으며 열변을 토하던 그녀였는데....
수위실 옆에 화장실이 있고, 하다못해 놀이터 주변 나무 우거진 공터도 있는데...
그녀는 놀이터 모래밭 한복판에서 딸아이의 볼일을 보게 했다.
기특하게도 쓰레기 줍는 걸 도와주던 초등학생 남자아이도 황당한지
정색을 하며 그녀에게 잔소리를 했더니 모래밭이라 금방 다 아래로 빠지니까 괜찮다나?
그 옆에서 신나게 모래장난하고 있던 내 딸아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건가?
너무 기가 막혀 벙찐 얼굴로 보면서 아무 소리도 못 한 게 후회 막심하다.
그때 못한 말이 가슴에 맺혀 여기라도 남겨야겠다.
"이제부터 당신도 놀이터 꼴불견 추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