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흉본 적 있지만 난 어린이 놀이터에서 담배피거나 술마시는 사람을 아주 싫어한다.
오늘도 젊은 남자 하나가 줄담배를 피우며 휙휙 내던지길래 참지 못해 한 소리를 했다.
그 남자, '미안합니다'라고 꾸벅 인사를 하더니 줍지도 않고 휑~하고 도망가버렸다.
내가 들고 있던 집게로 한 대 때리기라도 할 줄 알았나?

벤치 주변에는 그 남자가 핀 게 분명한 대여섯개의 담배꽁초까지 합해 수십개에 달하는 담배꽁초가 있었고,
그걸 치우며 투덜대고 있는데, 또래 아주머니 한 분이 수고한다며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옳거니 말동무가 생겼구나 싶어 함께 놀이터 꼴불견을 실컷 흉보는데,
4살난 그 집 딸이 쉬 마렵다고 엄마를 부른다.

놀이터 주변에 있던 쓰레기통을 철거한 뒤 놀이터가 더 지저분해졌다면서,
관리사무소까지 성토대상으로 삼으며 열변을 토하던 그녀였는데....
수위실 옆에 화장실이 있고, 하다못해 놀이터 주변 나무 우거진 공터도 있는데...

그녀는 놀이터 모래밭 한복판에서 딸아이의 볼일을 보게 했다.
기특하게도 쓰레기 줍는 걸 도와주던 초등학생 남자아이도 황당한지
정색을 하며 그녀에게 잔소리를 했더니 모래밭이라 금방 다 아래로 빠지니까 괜찮다나?
그 옆에서 신나게 모래장난하고 있던 내 딸아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건가?
너무 기가 막혀 벙찐 얼굴로 보면서 아무 소리도 못 한 게 후회 막심하다.
그때 못한 말이 가슴에 맺혀 여기라도 남겨야겠다.

"이제부터 당신도 놀이터 꼴불견 추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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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06-05-14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황당해요. 세상에..-_-;
그러면서 남 욕은 왜 한대요? 자신에게는 그리도 관대하면서;
아우- 어째 담배꽁초 버리던 아저씨보다 더 싫어요.-_- (흥분!)

세실 2006-05-1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아줌마 참 이기적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어찌 모를까요?
아무리 아래로 빠진다 한들 아이들이 만지는건데....
저두 놀이터에서 담배 피는 사람 싫어요.
놀이터 꼴불견. 세번째. 젊은 남,녀가 앉아서 부비부비 하는거....정말 꼴불견이죠~

가넷 2006-05-1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뭐예요 그 사람...;

Mephistopheles 2006-05-14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이터가 밤만 되면 연애의 장...비행청소년의 장...이 되버리더라구요..
거참 낮에 애들 노는 곳인데 그러고 싶나..??

조선인 2006-05-1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짜님, 겨묻은 개 똥묻은 개 생각이 났어요, 저도.
세실님, 부비부비야 눈요기가 되니까 그래도 참을 수 있어요. ㅋㄷㅋㄷ
야로님, 정말 황당하죠?
메피스토님, 아무래도 좀 논다 하는 애들은 돈도 없고 단속도 피할 겸 놀이터 와서 술 마셔요. 속상한 일이죠. 정말.

히피드림~ 2006-05-1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람들 때문에 놀이터 모래가 더러우니 만지지 말라는 뉴스까지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그런가 우리 아파트 놀이터는 바닥이 모래가 아닌 우레탄 소재예요. 요즘 짓는 공원이나 놀이터는 고무나 우레탄 소재를 많이 쓰더라구요.(윽, 딴소리만?^^;;)

조선인 2006-05-1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그런데 우레탄 소재에선 모래놀이를 할 수 없잖아요. 그 점이 늘 아쉬워요.

nemuko 2006-05-1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흰 개똥 땜에 놀이터 못 데려가요. 응가를 놀이터와서 시키는 것도 기절할 노릇인데 왜 안 치우고 그냥 가는 건지...

ceylontea 2006-05-1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이그....
저희동네 놀이터도 우레탄 소재인데.. 그래서 그냥 놀기는 좋아요.. 흙장난 못하는 건 아쉬워요..요즘은 지현이가 커서 다른 아파트 놀이터까지 원정을 다니닌 모래장난도 하지만.. 계속 아파트들이 이렇게 만들면 그것도 안되겠지요?

조선인 2006-05-1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 헉, 개똥. @,@ 대체 놀이터 꼴불견 리스트가 얼마나 더 추가되야 하는 거죠?
실론티님, 아예 모래를 한 푸대 사서 풀장에 넣어둘까 생각도 했답니다. ㅠ.ㅠ

ceylontea 2006-05-1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조선인님.. 것두 좋은 생각이긴 한데요..
흑.. 저희 집에는 풀장을 놓을 공간이 없어요.. --;
음.. 함 생각해봐야겠당.. 모래는 어디서 구하지.. 공사장 가서 퍼올까? --;

조선인 2006-05-1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저도 풀장 놓을 곳이 없어 생각만 굴뚝이라죠.

진/우맘 2006-05-1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오늘 연우, 놀이터 가에다가 쉬 시켰는데.....그래도 구석탱이에, 매우 부끄부끄하며 얼른 시켰으니 난 봐주....ㅠㅠ

조선인 2006-05-17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알았으. 하지만 이번까지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