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개입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그레고리 월튼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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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퀘스트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 교수이며 마인드셋 연구의 세계적 석학이라는 캐럴 드웩 박사와 함께 드웩-월튼 랩의 공동 책임자인 인물로, 저자의 연구는 사회 심리적 과정이 동기부여, 학업 성취도, 집단 간 성취 격차에 주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본서는 그의 연구와 강의를 정리한 책으로 내가 파악한 주요 키워드는 하강 소용돌이, 상승 소용돌이, 티프빗, 표면화 등으로 이들이 그의 이론에 주요한 개념이다. ‘하강 소용돌이는 사람들의 부정적 기대와 두려움이 부정적 결과를 야기하는 바를 이야기하는데 사소한 불화나 자신의 약점에 주목하게 되는 사소하고 평범한 경험이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이어져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야기한다. ‘상승 소용돌이는 긍정적 생각과 행동이 결국 더 나은 결과를 불러오는 것을 이야기한다. ‘티프빗은 일상의 사소한 사건에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사소한 것이 결국 그 사람에게 깊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것이 그 사람이 직면한 질문에 대한 부정적 답으로 작용하는 것을 이른다. ‘표면화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며 그것이 유발하는 질문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하는데 자신에게 언제 어떻게 불편한 질문이 작용하는지 명확히 이해함으로써 현명한 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가르침 중 하나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의 연구는 현명한 개입으로 개인이 티프빗에 빠져 하강 소용돌이를 일으키지 않으며 상승 소용돌이가 작용할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 표면화가 역할을 하며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애정 어린 관심을 바탕으로 한 사소한 개입, 바로 현명한 개입의 작용이다. 저자가 든 심리 연구의 사례를 하나 들자면 아동들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너 참 똑똑하구나라고 반응한다면 그 아동은 다시 다른 문제와 마주했을 때 자신이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자긍심이 강화되지만 대부분 자신이 쉽게 해결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문제는 회피하고 자신이 기존에 잘하는 것만 대하려 하는 부정적 반응을 하게 된다고 한다. 반면에 문제 해결에서 아동에게 너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라고 반응하면 아이는 다시 더 어려운 문제와 마주쳤을 때도 그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하고 해결하려 시간을 들이며 노력한다고 한다. 사소한 반응의 차이가 아동의 성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는 일상에서 흔한데 흑인 학생과 백인 학생에게 게이트볼 같은 단순 스포츠를 시키면서도 이것이 스포츠 지능을 고려한 게임이라고 설명하면 백인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이고 그저 운동 능력을 본다고만 했을 때는 흑인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인다고 한다. 남녀 학생의 경우 단순 시험문제를 출제하면서 남성이 많은 시험에서는 여성의 성적이 떨어지는데, 동일한 성비와 동일한 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하며 이 시험은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려된 문제라고 말하고 나서 시험을 보게 하면 여성 학생들의 성적이 월등히 상승한다고 한다. 인종 간의 고정관념, 성별 간의 고정관념이 실제로 학생들의 성취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사소한 한 마디의 개입만으로도 이런 상황을 전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자 사실들이 아닌가 싶다.

 

이와 같은 개입이 실효가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몇 가지를 본서에서 예로 들자면 첫째로 새로운 환경에서 소속감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가진 대학 신입생들에게 소속감에 대한 걱정이 보편적인 것임을 알리는 1시간 세션만 해도 이런 세션을 받지 않은 학생과 대비해 10년 후까지도 당시 학생들의 삶이 개선되었다는 사례가 있다. 이들은 학업 성취뿐 아니라 직업 성공과 삶의 만족도의 지수에서 대조군보다 상당한 우위를 보였다고 한다. 둘째로는 소년원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학생들에게 1페이지짜리 격려 편지를 보내는 것만으로 학교에서의 재범률이 40% 감소했다는 연구가 있다. 셋째로는 자살 우려자들에게 지속적인 소통과 연결을 위한 엽서를 보내기만 해도 자살률이 상당히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다. 넷째로는 갈등이 있고 상담이 필요한 부부에게 갈등 대화 전 7분간의 성찰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1년 후까지 부부 친밀감이 증진되었다는 사례도 있다.

 

이런 성과는 비슷한 류의 넛지에서의 사례와는 달리 애정 어린 관심으로 상대와 상황에 대한 충분한 통찰을 전제한 사려 깊은 개입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런 개입은 사소하게 이뤄지지만 현명해야 하는 것으로, 그러게 현명한 개입이라는 이름이고 이름값을 넘치게 하는 개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회적 고정관념이나 사소한 부정적 시선만으로 무너지는 누군가를 대하게 될 때 우리는 안타까움과 자신의 도움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는 애석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공감과 연민이 남다른 분들이나 자신의 자녀에게 또는 친지들에게 생각 없는 반응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읽어 보셔야만 할 책이 아닐까 싶다. 분량은 있지만 숙고하고 몰입해 읽고 나면 충분하고 넘치는 만족감을 주는 책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함께였으면 싶은 책이다.

 

#현명한개입은어떻게삶을바꾸는가 #그레고리월튼 #더퀘스트 #서평단 #심리적개입 #애정어린개입 @thequest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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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25-08-08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명한‘이라는 말이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선햔 영향을 주고 싶어하고 현명하게 개입해서 상대가 좀 더 나아지도록 개입하고 싶어지는 것은 인간의 선한 본성 중의 하나이겠지요. 그러나 그 현명한 조언이 불러올 결과를 우리가 진짜로 알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개입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 회피인지, 방관인지, 혹은 조언을 하는 것이 간섭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조언을 할 때는 내 의도가 작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나의 의도를 접어놓고 상대를 진짜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 그것도 현명한 개입만큼 어려운 것 같아요.

이하라 2025-08-08 11:28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말하는 현명한 개입은 긴 조언보다는 자신이 문제를 또는 문제를 달리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정도였다고 보였습니다. 문제나 편향에 가로막혀 탈출할 길을 찾지 못할 때 스스로 해결할 여지가 있다는 정도를 일깨워주는 정도의 개입은 뭔가 긍정성이 더 느껴졌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세뇌하거나 강요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어서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40가지 테마로 읽는 도시 세계사 - 철학의 도시 아테네부터 금융의 도시 뉴욕까지 역사를 이끈 위대한 도시 이야기 테마로 읽는 역사 9
첼시 폴렛 지음, 이정민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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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 산하 국제자유번영센터(Center for Global Liber ty and Prosperity)의 정책 분석가이자 HumanProgress.org의 편집장이라고 한다. 2018년 포브스가 다양한 산업 분야의 주목할만한 30세 미만 인물 30인을 선정했는데 법과 정책 분야 인물에 뽑힌 이력도 있는 인물이다. 본서는 저자가 HumanProgress에 게재한 칼럼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본서에는 제목과 같이 40개의 도시가 등장하고 각 도시별 테마로 역사의 부분들을 읽고 있다. 당연히 시대별 국가와 인물이 소개되고 도시별 남다른 역량이랄까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 유물과 유적이라는 유형의 특징으로 남아있는 남다른 역량이 있는가 하면 노예제 폐지의 효시가 된 도시와 여성 참정권의 시작을 알린 도시와, 무역, 개방, 천문학, 물리, 소설, 예술, 음악, 계몽주의, 사회학, 노예해방, 참정권, 자유민주주의 등과 같은 무형의 특징을 보여주는 도시들도 있다.

 

언젠가부터 도시로 보는 역사에 관한 책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지만 리뷰어 본인은 도시별 역사책이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본서가 거의 처음 읽은 도시 세계사 저작이었는데 본서의 모든 대목에 흥미가 지속되지는 않았으나 후반부보다는 오히려 초기 역사를 다룬 장들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첫 장의 도시 여리고의 유적에 부장품들을 통해 기원전 9000년경 이 도시의 인물들 사이에 이미 권력구조가 드러나고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유발 하라리도 언급한 괴베클리 테베에서 종교가 먼저 생기고 그를 중심으로 농경문화가 일어났다는 것도 그랬지만, 괴베클리 테베가 그 주변 지역 전체와 유럽에서까지 사람들이 모일 정도의 문화적 허브였다는 것도 놀라웠다. 괴베클리 테베는 기원전 9600년경의 유적이기에 더욱 놀라웠다. 모헨조다로 유적도 상하수 시설과 공중 목욕탕 문화가 이 시대부터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후에 로마의 특징인 줄로만 알았지, 그보다도 앞서는 상하수 시설이 이토록 완벽한 문화가 있었다는 자체를 상세한 서술로 만나니 신선하게 다가왔다. 초반의 이 내용들에 이미 매료되었으나 후반으로 가며 노예해방의 최전선에 런던이 있었다는 것도 신선한 정보였다. 다른 테마의 장들은 익숙한 내용이지만 국가가 아니라 도시를 기준으로 특정 지어 뭔가 더욱 치밀하고 세밀히 들어보는 기분이 되기도 했다.

 

도시별 이런 차이점이 생기는 이유는 안전과 안정을 위해 조성된 도시라고 해도 각 민족의 개성, 문화별 차이, 제도의 특색이 어우러지며 차별점이 생겨난 것이다 싶었다. 저자이거나 출판사이거나 둘 중 한 분이 특별하게 문화적 허브가 되었던 국가들은 자유를 중시했다는 공통분모를 찾기 바라는 것 같기도 한데 실제로 종교적 허브에서 자유가 그다지 중시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종교는 자유보다는 결속이 더 중시되는 부분이 있어 보이지 않나? 도그마에 저항하면 죽기도 하는 것이 종교이니 말이다. 발전한 문명이라고 자유를 중시하지도 않는 건 이슬람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962년까지도 노예제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대만으로도 자유가 주어지지 않으며 문명의 발전 수준과 자유의 보장이 직결되지도 않는다는 건 한국의 신안이라는 곳의 염전 노예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논란이 되고 나서 근 10년 가까이 지나 취재진이 다시 찾아가 재확인을 했어도 몇몇 곳에서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기사도 보았다. 대표적 가해자 한 명은 염전 노예 사건으로 유죄를 받고도 신안군 의원으로 아직까지 승승장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역이나 산업 개발 등 도시와 도시, 문명과 문명을 잇는 대목도 있었지만, 항해나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는) 개척이라는 주제로 보자면 개척이라는 명분으로 사라져간 국가들과 문명이 즐비했던 시대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인류의 특정 문명의 확산은 법정 전염병 전파의 역사와 같고 다수 문명과 국가의 궤멸과 민족의 멸종과도 궤를 같이 한다. 그래서 이전까지 나는 암이나 바이러스가 혈액과 영양을 자기에게만 유입되도록 지속하며 자신과 같아진 세포를 증식해 나가며 확산하는 특징과 같이, 인류 문명이 하나의 질병 상태라고 보았다. 하지만 본서를 읽으며 더디지만 인류 문명은 개선되어나가는 방향성도 다소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서는 책의 대미에 토의를 위한 15가지 질문까지 완독해야만 독서의 의의가 완성되는 책이기도 하다. [토의를 위한 질문] 15가지는 본서를 독서한 의의를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의미 있는 독서가 될 본서와 한 번이라도 만나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40가지테마로읽는도시세계사 #첼시폴렛 #현대지성 #서평단 #리뷰 @hdsj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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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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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괴물사기극 #이산화 #최재훈그림 #갈매나무 #서평단 #1주차 #도서협찬 @galmaenamu.pub

1주차 P4 ~ P148

인간과 유사한 신비 생명체인 동굴인간에 광란하던 사람들, 전설 속 인어의 실제라 믿고파 하던 피지 인어, 성서 속 괴물이 실제했다며 경이로워하던 히드라르코스, 지구 밖에도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며 열광하던 달의 박쥐 인간, 인간이 인간을 이기는 기계를 창조했다며 매료되었던 튀르크인. 이 모든 사기극의 근원은 무엇일까? 사기꾼들의 기만과 사기성만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까? 속이는 자의 탐욕도 문제겠으나 속아넘어간 자들의 기대와 두려움은 원인이 아니었을까? 인간 내면의 어둠이 투사된 것, 그것이 괴물은 아닐까?

진실이나 사실보다 대중은 자극적인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두려움이나 선망을 충족시킨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도 없이 날조된 사기를 그대로 수용하고는 숙고도 거치지 않는다. 일부가 반박한다고 해도 그에는 눈감아버린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의 무언가가 이러한 괴물 탄생의 원인이지는 않을까? 인간들은 누군가를 파괴하고 추락시키며 우월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자신들의 치부나 죄를 덮고자 다른 이를 괴물로 둔갑시키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의 말을 의심없이 믿는 이들은 그런 속임수가 치밀하거나 완벽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싶은 바 자체에 속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어두운 일들을 그려내며 자신들의 내면의 어둠이 투사되었다는 생각은 버려버리고 그저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며 안도하고 괴물에 혐오하며 우월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괴물의 탄생을 기대나 두려움이나 혐오로서 반긴다.

괴물 탄생은 사기꾼들만이 아니라 동조하며 속았다고 말하는 모두의 합작인 것이다. 이 책의 일부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 책에 수록되지 않는 괴물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20세기 초까지도 미국 서커스단에서는 샴쌍둥이나 다리가 하나이거나 척추가 뒤틀리거나 거인증에 걸린 사람들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해 괴물이라며 일반에게 공개했다. 사람들은 그런 괴물에 열광했고 서커스단은 왕성하고 창대하게 활동했다. 사람들은 서커스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을 자신들과는 다른 괴물로 인식했으며 그들의 일상에 마저 자신들의 어두운 호기심을 투사해 괴물의 삶이라 여기며 열광하기 그지 없었다. 샴쌍둥이 여성의 연애와 결혼 등에 대중은 왜 그리도 관심을 가졌을까? 괴물이라 불린 이들은 생존을 위해 서커스라는 대중의 관심을 사는 작업에 동조했으나 정작 괴물 같아보이는 것은 그에 열광하거나 혐오하며 광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이 시대에도 괴물은 탄생하고 존재한다고 널리 알려질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호도된 사기에 관심을 가진 이들보다 많다면 그리고 사실이 무언지 진실이 무언지 파헤칠 의지를 가진 소수만 있다 해도 정작 괴물은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믿는 자신들 사이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괴물을 만든 이들이 건네는 존재를 두려워 하거나 혐오하는 이면의 실체는 괴물이 우리 곁에 있어서가 아니라 평범하다는 인간들이 바로 진정한 괴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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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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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서양철학사 #더크고온전한지혜를향한철학의모든길 #탁석산 #열린책들 #서평단 openbooks21

 

열린책들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면서도 진입장벽이 낮지 않은 학문 분야이기도 하지 않나 싶다. 대개 사람들은 삶을 살아가며 자기 나름의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갖게 된다. 그런 태도와 관점은 각 개인의 삶의 경험과 사유가 녹아 있다. 대부분에 사람들은 타인의 관점과 태도는 주마간산으로 대하지만 자신의 태도와 관점에는 확고할 것이다. 경험과 사유는 판단과 결정의 중요한 핵심이 되며 대개는 혁신적 전환을 거치지 않는다면 기존 자신의 태도와 관점이 진리인 듯이 여기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그런 태도와 관점을 들을 때도 있지만 대개는 자신의 것이 강화될 뿐 타자의 태도와 관점은 그가 권위를 갖추었다고 믿기 전에는 참고의 대상이 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런 각각의 태도와 관점들은 세상에 인구수만큼 즐비하기에 개똥철학이라는 말도 있다.

 

그 흔한 개똥철학도 나름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갖추고 있을 테고 그렇기에 들어봄직하지만, 대부분은 타자의 그것을 들어야 한다면 종교 창시자나 철학자들의 그것에 연연할 것이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본서만 읽어봐도 답이 나오는데 그건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철학이라는 것이 대부분에 경우 각 개인의 평생의 사유와 관점의 변화를 그린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본서는 철학 특유의 용어들에 난해함을 비껴갈 수 있으리만치 일상 언어로 평이한 서술을 해 주고 있어 독해가 그리 많이 어렵지는 않다. 물론 철학자들은 이해하고 나면 별것 아닌 생각들을 아주 어려운 용어들로 치장하고 은폐하는 재주들이 탁월한 데 서술이 쉽다 보면 용어의 난해함을 피해 가는 듯한 착각을 가지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본서를 통해 유년 시절부터 어린 시절 그리고 청소년 시절을 거쳐 세월을 겪어가는 동안 자신의 사유, 관점, 태도의 변화가 철학사의 흐름을 따르거나 때로는 역행하기도 하면서 진행되어 간 것이 다 담겨있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철학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성장과 성숙 과정을 되짚어 보는 회상과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본서는 탈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의 고대에서 고대에서 중세로다시 중세’, 그리고 르네상스에서 근대로’, ‘근대 계몽주의 이후그리고 현대이렇게 철학사의 흐름을 6 분할로 전달하고 있다. 본 리뷰를 쓰기 전 언론과 다른 리뷰들을 참고했는데 본서만의 강점을 강신술과 비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있다는 대에서 찾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철학사의 흐름이 개인의 성장과 성숙의 흐름이 담겨있는 것이라면 오컬트적인 부분도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싶다. 사실 그노시즘과 비학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텐데 본서에서 에소테리시즘이라고 정의한 정신문화의 한 축을 배격하고서 저술된 기존의 철학서들은 (인간의 사유와 관점들의 큰 맥락을 전하고자 하는 게 철학서라면) 특정 장르는 배제한 정리이지 않은가 싶다.

 

본서는 그런 까닭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끌림을 느끼며 자신에 대한 일깨움을 더욱 짙게 가지게 할 서양 철학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본서의 쉬운 서술에도 마감 기간 이전에 완독하기 위해 무리한 속도로 독서를 하다 보니 이해 못한 대목들이 많았는데 673장인 본서를 하루에 1개 장씩 읽어 나가며 사유의 시간을 갖는다면 성찰의 시간도 동시에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철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대개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그러니까 자신의 삶과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이해하고 싶어서가 더 깊은 까닭이리라. 자기 이해 이후에야 타인과 세상에 대한 이해나 포용도 가능한 것일 테니 자기 이해가 난해하게 느껴질 때 철학을 그리고 이 책을 가까이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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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15주년 특별기념판) -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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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만들지않는대화법 #TongueFu #샘혼 #갈매나무 #사람을얻는대화의기술56 #화법화술

@book_withppt @galmaenamu.pub

 

북피티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원제는 [Tongue Fu! : How to Deflect, Disarm, and Defuse Any Verbal Conflict ]이다. 한국어 제목과 비교하니 저자의 집필 의도를 잘 수렴해서 한국어 제목도 정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한국어 제목의 부제는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이기도 하다. 원제도 한국어 제목과 부제도 모두 상대를 이기는데 주안점을 둔 대화 기술이 아니라 포용하고 함께 하는 대화법을 다룬 책이란 걸 주지시키고 있다.

 

본서는 2008년 출간된 책으로 무려 17년을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저서이기도 하다. 일을 진행하고 언쟁에서 이기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에는 대화의 기본으로서 사람을 존중하는 것에 중요성을 다시 돌아보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샘 혼의 이 저작 이후로 논쟁에서 이기거나 타인을 설득하는 경우의 저작에서까지 타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식을 헤아리는 저작들이 더러 있지 않은가? 화법에 관한 책을 많이 접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쇼펜하우어 시대의 타인에게 모욕적인 대응을 해서라도 언쟁에서 이기는 기술 등은 이 시절에는 거의 폐기되는 지경이다. 대화에서의 기본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짐으로 여기며 반드시 이긴다보다 함께 한다에 주목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본서의 영어 제목이 [Tongue Fu!]인 건 저자가 강연을 이어가다 어느 참가자 분이 이건 동양 무술들처럼 언어와 마음의 소양이 담긴 것 같다고 한 발언 때문에 이런 제목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쿵후와 같은 텅후라고 말이다. 본서에서 저자는 텅후의 기법이라며 종종 언급하는데 기억에 남는 두 가지는 텅후는 싸움이 아닌 조절의 기법이다. 우리 목표는 균형을 이루는 것이지, 상대의 부정적 전술을 낱낱이 밝혀내 파멸시키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과 텅후의 핵심은 당신 자신의 권리와 상대방의 권리를 동시에 지키는 것이다라는 문장이다.

 

이 두 문장은 본서의 빛깔을 그대로 담고 있기도 하다. 상대를 나의 이익에 맞게 유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내 말만을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권리와 이익을 조율하고 균형을 찾는 대화의 기법이 바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라고 보였다. 리뷰를 쓰는 본인도 내향적이고 타인과 언쟁을 꺼리는 편인데도 다소 대화에 서툴러서 타인이 오해할만한 화법을 구사할 때가 종종 있있던 것 같다. 그러나 본서를 통해 나의 입장만이 아니라 타인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의도가 무언지를 생각하는 데 주의하게 되었다.

 

왜냐는 물음에는 설명이든 해명이든 이어가게 되고 상대의 말과 나의 의지가 충돌할 때는 반박을 하는 게 당연했지만, 이제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며 상대가 반발하지 않는 화술은 무언지를 알게 되었다. 이건 기술이라기보다는 포용과 헤아림과 어우러짐을 바탕으로 사고하는 법을 헤아려보도록 저자가 안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분명히 느껴진 건 텅후는 기교가 아니라 태도라는 것이었다. 관계에 대한 태도, 사람에 대한 태도, 그리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항상 헤아려보는 태도. 이러한 태도가 자리잡으면 텅후는 고수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흔히 끌어당김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자기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고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과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이 사회 속에서는 각기 기준과 욕망과 의도가 다른 많은 바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바람들에는 나름의 타당성이 대개는 다 존재한다. 그런데도 당신 한 사람만의 기준과 욕망과 의도만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믿는가? 그건 옳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독단과 독선의 원칙이라는 말이다. 타자의 바람에는 타자의 정당성이 있다. 그렇기에 나만의 바람이 반드시 관철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통해야 할 것이 통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 것이리라. 이러한 시각에는 나만이 옳고 나만이 정의이고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의식과는 다른 깊이가 있다. 이런 깊이와 본서의 저자의 눈높이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보다 나은 현실을 끌어당기지만 순리에 맞는 대화의 기법, 텅후가 바로 그것이다.

 

아프리카어 [우분투]처럼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의식을 일깨우기도 하는 것이 본서였다. 이기는 것이 아니라 화합하고, 함께이면서 일을 진행하고, 나의 의사를 무리하지 않고 전달하며 나아가는 법을 다룬 책이 본서이다. ‘만큼 서로의 중요성을 문득문득 깨닫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할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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