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 -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한국사를 바꾼 31번의 선택
신병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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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동기

 

인물만이 아닌 작품과 제도까지 아우르는 라이벌이라면 정치에만 한정되지 않고 풍속과 문화 당시의 시대정신까지 배울 수 있는 저작이라 생각되었다.

 

+ 본서 빛깔

 

: 저자 약력

저자는 서울대 인문 대학 국사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건국대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사람이다. 그 외 약력 역시 역사와 문화재와 관련 있는데 찐 사학자가 아닌가 여겨졌다.

 

저서로는 [책으로 읽는 조선의 역사], [왕으로 산다는 것], [왕비로 산다는 것], 참모로 산다는 것], [56개 공간으로 읽는 조선사], [우리 역사 속 전염병], [서울의 자서전], [혼군], [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등이 있다. 대부분에 저작이 나로서도 탐내하며 읽을 순간을 기다린 책들이다. 전작들도 내용도 내용이지만 주제 자체도 너무 혹할 만한 책들이다. 역사에서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대목을 잘 파악하고 저술하는 분이 아닌가 싶다.

 

: 저술 방식

역사의 특징적인 대목을 적극 대조하여 서술한 책이다. 정치 외교적 관점의 차이를 보이던 인물들만이 아니라 종교사적 차원에서 특징적 차별점을 보인 인물들과 사상적인 대립을 보이던 인물, 세계관이 너무도 현격하던 인물들, 왕권 계승을 위한 관점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던 인물들의 양상까지 유려하게 대조하여 설명하고 있다.

 

: 본서 내용

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춘향전][흥부전]을 대조한 장인데 여기서는 사실 대조라기보다 나열을 해 주고 있다. 본서에서는 춘향전에서 변사또의 고문과 감금을 통해 당시 사법 시스템의 문제를 고발하고 있단 관점을 전하기도 하는데 나로서는 저자의 관점이나, 어느 사극에서 말한 춘향이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했다는 이야기와는 다른 관점이다. 당시는 양반가 자제와 기생의 딸이 찐사랑을 한다고 해도 정실은 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럼 춘향은 첩이 되어 자유를 구속당하고 온종일 외출도 못 하는 거의 구금상태로 지내며 정실부인의 투기가 심하다면 극도의 학대와 살해의 위협까지도 있는 상황 속으로 제 발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미의 신분이 자식으로 되물림 되는 조선의 법도를 그대로 따라 기생이 되면 양반가 규수들도 못 누리는 화려한 패션과 호사를 누리는 생활 속에서 양반가 규수는 꿈도 꿀 수 없는 시와 서예와 그림과 노래와 춤 등 종합예술인으로서의 창조적인 삶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사랑에 눈이 멀어 노예와도 다를 바 없고 지가 사랑한다는 남자가 마음이 바뀌면 찾아오지도 않을 밤들을 보낼 가능성도 있는 생활 속으로 춘향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변학도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구금하고 고문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게 내가 춘향전에서 가진 감상이다.

 

또 흥부전을 소개하며 저자는 당시 [경국대전]을 보아도 장남부터 막내까지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분배하여 상속하였다는데, 가계를 잇는 장남에게만 그 외에 5분의 1을 더 상속했다는 법률 내용을 서술한다. 요즘 여성들이 조선 시대에 갖는 편견과는 달리 장남이든 아니든 남녀에게 똑같이 상속했다는 것이다. 다만 5분의 1을 가계를 잇는 자식에게 더 상속하는 것은 당시 제사를 지냈기 때문일 텐데 조선 시대 제사면 제사가 허다한 걸 넘어서도 제사마다 온 일가친척이 다 방문하는 예로 보아 당시 상당한 금액이 제사마다 지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제사 지내는 자식에게 더 상속하는 건 이 시대 논리로도 당연한 게 아니었나 싶다.

 

경복궁과 창덕궁의 장을 보자. 경복궁의 경복(큰 복)[시경] [대아]편에 기록을 인용한 것이며, 가장 중심이 되는 전각 근정전은 왕에게 백성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란 뜻이고, 왕의 집무실 사정전은 왕이 늘 생각하며 정치하란 뜻이며, 왕의 침전 강녕전은 [서경]의 홍범구주의 오복 가운데 셋째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오복은 장수, 부귀, 강녕, 유호덕-좋은 덕성을 가지는 것-, 고종명-천수를 누리고 죽는 것-을 말한다) 왕비의 침전 교태전은 주역의 64괘 중 11괘인 천지교태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창덕궁은 태종이 음양형세가 맞지 않고 무인년 규문의 일 때문이라고 하며 경복궁 외에 다시 지은 궁전이다. 하지만 경복궁은 조선을 창건하며 지은 궁이니 음양형세가 맞지 않게 지었을 리 없다. 이건 태종의 변명 같고 무인년 일이라면 자신이 왕위계승권을 가지려고 자기 형제와 정적들을 제거한 왕자의 난을 말하는 것으로 제 형제들을 무참히 죽인 곳에서 더 지내고 싶지 않아 창덕궁을 지은 게 맞을 것 같다.

 

통신사, 연행사 장은 일본 열도 파견 사신에게 통신사라 하였다는 데 임진왜란 이전에는 회례사, 보빙사, 경차관 등 여러 명칭을 사용했다고 한다. 연행사는 청에 보내는 사신들을 말하는데 명 때는 황제에게 조하하러 간다고 조천사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사신 파견 성격에 따라 사은사, 동지사, 하절사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청의 황제와 지배층은 여진족, 만주족이니 오랑캐라고 조천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거라 한다.

 

조선 3대 도둑은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을 이야기하는데 홍길동전의 홍길동 역시 연산군대와 중종대에 실존했던 인물의 이름과 같고 그가 고관대작의 차림을 하고 있어 지방관들도 존대를 했던 기록이 있어서 그를 근거로 창의력을 더해 홍길동전이 저술된 거라고 한다. 저자는 당시 3대 도둑을 논하는 기록을 통해 그 시대에는 중국의 수호지 속 인물들을 모방해 역도들이 자기 이름을 수호지 속 인물들 이름으로 칭하기도 하며 반역을 꾀했다고 기록했다 전하기도 한다. 제자백가를 논하는 책에서 제자백가 중 소설가는 백가쟁명의 시대에 세상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평해졌다던데 수호지를 보고 역심을 일으킨 이 산적 무리들과 도적단 이야기는 소설로도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가하는 감상도 갖게 한다.

 

삼국부터 조선 초기까지는 정치에서 권력 구도와 외교에 대한 관점 그리고 세계관의 차이 또 그 대응 방식을 주로 그리고 있다면 그 이후는 권력욕과 전쟁관, 부국에 대한 관점 차이를 그리고 있기도 하다. 이걸 극명한 대조 비교로 시작해 역사적 교훈이라는 결론으로 마칠 때도 있고 각 인물별로 나열하듯 설명하고 감상 차원으로 서술하기도 한다.

 

전반부 고대사 속 인물들은 미흡한 기록만으로 역사적 인물의 특징을 대조하기도 하지만 역사 속 역할, 그들이 남긴 획과 방점만은 명확하기에 이런 라이벌 구도로 인식하는 역사가 명료히 기억에 남을 것 같기도 하다.

 

+ 감상 포인트

 

본서에서는 이렇게 정치 외교, 종교, 사상, 세계관, 계승의 타당성 등 역사적 차이점을 보이는 인물들만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했듯 문화와 풍속까지 약소하게나마 다루고 있다.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통해 서술한 대목에서는 그 차이를 통해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하기에 그 시대 상황이 보다 명확하게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 초기, 조선 중기, 조선 후기로 시대별 중요 인물을 선별해 서술함으로써 인물로 역사를 전개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당시 정치 외교 사상 차원에서 중요한 사건과 그 역사 흐름 속에서 어떠한 관점의 변곡점을 거치며 흘러왔는지 맥락이 다가왔다.

 

무엇보다 개인 취향 저격당한 대목은 마지막 장인 인물을 넘어선 또 다른 라이벌장이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춘향전과 흥부전, 경복궁과 창덕궁, 통신사와 연행사를 다룬 이야기들이다. 이런 한국 문화를 서술해내 다가설 만한 저작들이 그다지 찾기 힘든 것 같아 작은 손으로 떠 마시는 한 모금의 청정수 같이 느껴졌다.

 

역사를 사건 중심보다 역사적 라이벌 구도로 접근한 것도 신선했고 풍속 문화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한 마지막 장은 너무 끌리는 내용이었다. 시대별 문화와 풍속의 차이를 주제로 한 저작을 저술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가지게 되는 책이다. 앞으로 저자분의 책들을 탐독할 것 같고 더 많은 저술이 있으시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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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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