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오디세이 - 운명을 짊어진 개미의 여정
오드레 뒤쉬투르.앙투안 비스트라크 지음, 홍지인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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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개미학자 두 분이 13개의 장과 50개의 단원을 각자 서술하여 개미들의 생태를 전하는 책이다. 개미들의 생태라면 너무 광범위한데 본서는 그 중에서 저자들이 수렵개미라고 칭하는 개미들의 선발부대원들 또는 특수부대원이나 개미 정부의 요원들과 같은 개미들의 삶을 전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개미는 현재 집계된 것만으로도 13800종에 이르고 아마도 25000종은 지구에 서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생물종이다. 인류 경우에도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각기 생태가 다르다고 추적되었듯 현재까지도 다채로운 종이 활동하는 개미들은 더더욱 현격한 생태의 차이를 보인다. 기대에 차 본서를 읽으려 한 이유는 개미들의 육아와 사회적 헌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수렵개미라고 분류한 개미들의 야외활동만을 기록한 책이라기에 다소 실망할 뻔했는데 야외활동에서도 그들의 삶과 모험과 활동 속에서 여지없이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엿보였다.

 

개미들의 삶을 엿보기 전에 그들의 비주얼에 관해 논하자면 개미는 종이 다르기에 외양에 있어 친척 관계일 가까운 종 사이에서도 인간에 비유하자면 인간과 티라노사우르스 격의 큰 격차를 보이는 개미들도 있다. 그리고 얇은 피막에만 둘러싸여 공격시 쉽게 폭발해 버리는 종부터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어 거북이처럼 느린 종도 있고 병정개미들은 특수양육을 해서 머리가 비대한 공격성 개미로 자라 머리가 무겁기 때문에 곧 쓰러질 것처럼 다니는 녀석들도 있다. 그리고 개미는 자기 체중의 2000배 이상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인간 경량급 역도선수가 자기 체중의 3배를 들고 고체중의 선수가 자기 무게의 1.5배 정도를 드는 인간의 경우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격차이다. 개미의 펀치 속도는 인간의 수백 배에 이른다. 달리기(이동) 속도도 개미를 말의 크기만큼 확대한다면 순식간에 기차를 추월할 정도의 속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수영이 가능한 개미 종도 상당하며 수영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들은 홍수가 난다거나 했을 때는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해 거대 뗏목을 만들어 온 군락이 탈출한다. 이때 각자 공기방울을 안아 부력을 상승시킨다고 한다.

 

또 개미들은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개미는 대개 시각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아직까지의 과학은 짐작하고 있다. 홑눈과 겹눈으로 편광까지 계산해 길을 찾는 것으로 아직까지의 연구로는 짐작하는 것이다. 개미들은 출생 초기 애벌레 상태부터 굴 내부에서만 생활하다가 굴 밖으로 처음 나서게 되면 다량의 빛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두뇌가 급격하게 자극받는다고 한다. 개미학자들은 이때 개미의 지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굴 밖으로 처음 나온 개미는 몇 걸음 옮기고는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몇 걸음 옮기고는 뱅글뱅글 돌기를 무슨 의례를 진행하듯이 시행하는데 이때 입체적으로 자기 집의 위치를 파악해낸다고 한다. 이 의례가 끝나고 나서는 개미를 아주 먼 곳으로 이동시켜 던져 놓는다고 해도 처음 이탈된 장소로 찾아가 다시 자기 집으로 향할 수 있다고 한다.

 

개미가 버섯농사를 짓거나 진딧물을 사육한다던가 하는 내용은 이젠 상식에 가깝기에 넘어간다 해도 다른 상식인 노예를 부리는 경우는 다시 봐도 신기했다. 다른 개미굴을 습격해 타 군락을 모조리 몰살하며 알을 탈취해 부화시켜서 애벌레 시절부터 자신들의 페로몬을 발라가며 양육하는데 노예개미들은 감쪽같이 이들을 가족이라고 속아 넘어간다. 그렇게 다 자라면 노예로 부린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예가 된 노예개미는 주인 개미를 자매인 혈족으로 알고 그들이 개미지옥 같은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 목숨을 던져 구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하지만 노예 개미가 같은 상황에 빠지면 주인 개미들은 못 본 척 무시하고 가버린다고 한다. 개미가 사는 세상도 아주 냉혹한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성체가 된 이후의 개미들을 노예로 부리는 개미 종도 있는데 이들은 한 개미굴을 목표로 여러 부대가 침입에 타 군락을 모조리 살육하고는 몇몇을 살려두며 노예로 부리는데 가혹한 대우에 노예개미들은 주인 개미들이 보지 않을 때 주인 개미 종의 애벌레들을 살육하기도 한단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특정 개미 종 중 여왕개미가 하나의 군락 자체를 훔치는 경우가 있는데 수태를 마친 이 여왕개미는 다른 종의 궁전에 침입해 미혼산 같은 가스폭탄을 터트리며 주위를 혼란스럽게 한 상태에서 해당 굴의 원래 여왕개미를 도륙하고는 그녀의 피와 페로몬을 뒤집어쓰고는 그 개미 군락 전체를 속이며 그 군락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그리고는 해당 군락의 모든 개미가 다른 개미 종인 이 여왕개미의 알을 부화시키고 애벌레를 양육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이 여왕개미의 알에서 나온 애벌레도 놀라운데 이 알이 부화해 애벌레가 나오면 양육하던 해당 개미들은 자신과 다른 종이란 것을 페로몬으로 알 수 있는데, 새로운 여왕개미의 애벌레 역시 신경 가스폭탄 같은 걸 배출해 다른 개미들이 최면에 걸리도록 만든다고 한다. 살벌하기도 소름끼치기도 놀랍기도 했다.

 

어떤 개미 종은 나무 위에 올랐다가 천적을 만나거나 위험에 처하면 아무리 높은 나무에서도 뛰어내린다고 한다. 이 종류의 개미는 고공 스카이다이빙을 해 바람을 타고 내려오다가 공중에서 비행하듯 나무의 줄기에 안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개미 종은 극소수의 종뿐이다. 그리고 개미는 이동거리를 최단거리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미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크고 넓은 공간에 거대하게 지도를 배치해 수십 수백의 여러 지역에 위치를 표시하고 연결해 미로를 만들어 개미들을 풀어놓고 이들의 이동경로를 연속사진이나 특정 색깔을 띠는 색소 등으로 표시해 파악하면 모든 연결점의 최단 거리가 파악된다고 한다. 이를 개미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는데 번거로운 반면에 탁월한 최단거리 파악법 중 하나다.

 

이들은 전투도 이채로우면서 처절한데 이들의 힘과 펀치에 대해 이미 언급했으므로 사실적인 전투묘사는 생략하고 보자 해도 자신의 얇은 피막으로 인해 개미 자살폭탄을 자처하게 되는 개미 종이 있기도 하고 전투 중 작은 부상이나 여러 팔다리를 잃는 개미 전투원도 있다. 치료가 가능한 개미들은 치료를 다른 개미들이 전담하기도 하고 치료가 불가능한 개미는 자신을 옮기려는 다른 개미들에게 저항해 격전장에서 홀로 죽음을 감당하기도 한다. 살아남은 상이용사들은 개미 굴 입구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자신과 같은 소속인지 아닌지 파악하는 초병 역할을 한다. 인간 경우에도 해병대 전우회가 자경단 역할을 하며 우범지역을 돌아보는 등 자원해서 헌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미 경우에도 그와 같아 보인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개미들은 한 지역으로 이동해 공동묘지가 형성된다. 같은 군락의 개미는 그렇게 처우하지만 적군 개미는 따로 버려지거나 적군 개미의 시체를 들고 적지에 가서 포로와 교환하기도 한다. 여기서 개미학자들은 개미는 죽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궁금해 검사를 거치자 그들이 리놀렌산인가의 냄새로 시체를 파악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같은 군락의 개미 하나에 개미 시체 냄새와 같은 것으로 파악된 냄새를 입히자 개미들이 해당 개미를 공동묘지에 버리고 다시 그 개미가 돌아오면 또 공동묘지로 버리기를 반복했다. 이 시체 냄새를 씻기 위해 그 개미는 두 시간을 물가에서 목욕했다고 한다.

 

개미는 세균,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에 저항하기 위해 특정 박테리아를 뒤집어쓰기도 하는데 버섯 농사를 짓는 개미나 특정 식물로 빵을 만드는 개미 같은 경우에 특히 그런 유익 박테리아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종종 유해한 박테리아에 노출되어 생을 마감하는 개미들이 있는데 이들은 다른 식구들에게 전염시키지 않기 위해 굴 밖으로 나가 떠돌다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동충하초가 된 개미의 경우 대부분에 곤충학자들이 개미가 동충하초가 되는 감염으로 개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거지를 이탈해 먼 곳으로 가 죽는 것으로 판단하는 걸 과거 다큐멘터리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 책의 개미학자들도 이들이 주거지 밖으로 나가 죽는 것이 해당 박테리아의 영향은 아닌가 싶어 죽음을 예감한 개미는 다 굴 밖으로 멀리 떠나는지 실험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생물종이 노출되면 죽음에 이르는 CO2를 개미가 흡입하게 했더니 다른 최면 효과는 없을 단순 가스인데도 불구하고 개미들은 모두 주거지에서 멀리 떠나가 죽었다고 한다. 개미들의 의무감, 책임감에서 느껴지는 바가 적지 않았다. 개미라는 작은 생명체는 시계침만한 그 작은 뇌로 어떻게 이렇게 다채로운 삶의 양식과 도덕성을 보이는 걸까 생각되기도 했다. 어쩌면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태생적으로 프로그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본서를 보면 모든 개미들이 이타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아주 맛있고 영양가 높은 먹이를 발견했을 때 다른 개미부터 데려와 자신들 군락의 거주지로 먼저 가져가는 개미가 있는 반면 같은 종 같은 군락의 개미인데도 불구하고 저 혼자 먹고 마는 개미도 있었다. 개미학자들이 추적관찰 한 결과 한번 이타적인 개미는 쭉 이타적인 선택만 하고 한번 이기적인 선택을 보인 개미는 쭉 이기적이었다고 한다.(일주일의 관찰이었으나 대개 1~2개월이 일생인 일개미의 생애에서 짧은 기간은 아닐 것이다. 여담이지만 단백질 중심의 식단을 받은 일개미는 그보다 더 단명하는 반면 당도 높은 식단의 일개미는 1년 이상 장수를 했다고 한다) 개미들도 개성을 지닌 것이다. 사람 각자의 인격이 다르듯 개미들도 인간의 인격처럼 개미격이 있다면 그것이 다 다른 것이다.

 

이 짧은 리뷰에서 모두 언급할 수는 없었지만 다채로운 개미 종마다 특성과 개미 각자의 개성을 보며 인간이 갖추어야 할 품성은 무엇이고 다른 생물종과는 다른 인간만의 독자성은 무엇일까 생각하게도 되었다. 개미의 모험과 일상과 죽음이 인간에게도 깊은 사색과 이채로운 감상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기회였다. 본서에서는 지금까지 파악된 13800종이라는 개미 종 가운데 75종이 언급되고 있다. 개미 종들의 이름이 한국어로 프랑스어로 라틴어로 너무 많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본 리뷰에서는 이름까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사실 다 읽고 난 본인도 개미 이름만으로 어떤 개미였나를 파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름을 모른다고 해도 개미라는 대상이 모호하다가도 친근하게 다가오게 해주는 책이 본서다. 1장의 단락들을 제외하고 48단락의 제목들이 가만히 보니 모두 영화와 문학에 등장하는 제목들이었다. 생물학이자 곤충학이 담긴 책이지만 정말 영화 같고 문학 같은 감상을 남기는 책이기도 하다. 영화 관람처럼 문학 감상처럼 다가서도 좋을 만한 책이라고 선뜻 권해드릴 수 있을 책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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