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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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을 알게 해주는 책이지만 이 책을 통해 부와 불평등의 기원을 뚜렷이 알 수 있기는 어렵다. 부는 몰라도 불평등의 기원이나 간소하던 불평등이 세습자본주의로 거대한 격차의 시대를 만들어낸 과정을 속 시원히 설명해주는 저작은 아니다. 우리의 미래가 그나마 긍정적 여지를 준다는 해석을 갖기에도 다소 부족하다. 그럼에도 인류가 발전해온 과정에 대해 탐구한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며 지적 즐거움은 충분히 얻게 되는 것 같다.

 

맬서스의 인구가 증가하며 부가 축적하고 발전하지만 다시 그보다 더 증가하는 인구로 인해 경제적 발전은 한계에 도달한다는 논지에 이론을 제기한 저자의 탐구는 자원의 개발과 함께 증가하는 인구는 일종의 기능적 사회화랄 수 있는 교육을 통해 개인의 부를 축적하면서도 임신과 출산에 제한을 두게 됨으로써 맬서스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체계화된 설을 간략히 몇몇 가지만 짚어보자면 앞서 말한 자원 개발과 교육과 함께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특수성이 각국에 적합한 체제를 가져오며 이것이 각국 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지리적으로 인접한 지역에서도 다른 체제를 선택함으로써 경제 발전상과 사회적 성취도가 다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과 북한의 경우처럼 말이다. 하지만 유별난 이러한 경우들을 제외하고 본다면 각지에는 진화도상에서 갖추게 되는 각 시민적 속성에 맞는 문화와 체제를 선택하게 되고 이는 극명한 각각의 특색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는 주주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로 일컫기도 하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가 시대적으로 극명하게 부의 격차를 불러온 시절도 분명 있었다. 현재의 중국을 보면 저자의 주장과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그들의 선택이 공산주의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이야기하는 국가 자본주의로 자리바꿈하지 않았나를 돌아본다면 오데드 갤로어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식자층과 일부 지식인층이 견고하게 지니고 있는 시대 상황에 대한 낙천적 관점에는 동의가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인류가 문제와 마주쳐 그 문제를 뚫고 헤쳐나가지 못한 적이 없었다는 관점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대한 낙관적 시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인공지능에 대해 우려하는 유발 하라리 같은 경우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 신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을 견지했었다. 하지만 기술력이 궁극에 이르러 인류가 전지, 전능, 불멸, 편재하게 되는 시점을 가정한다해도 과연 그 기술력은 누가 창조했을 것이며 그 기술력을 운영하는 주체가 누구일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견해가 달라질 것이다.

 

미래 인류는 인공지능이 개발하고 개척하는 과학 분야를 비롯한 문명 전반에서 뭐라 딱히 하고 있을 역할도 능력도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육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을 가축 그 이상이 될 여지가 없다는 말이다.(인간이 고양이의 집사라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집사가 된다는 말이다.) BCI 기술이 인간이 인공지능의 능력을 자기 것처럼 쓰게 해주는 만능 치트키 같을 거라 믿는 이들의 안일함이 우려될 뿐이다. 그 기술이 되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통제하는 근간이 될 것을 간과하고 있다.

 

인간은 이미 인공지능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개선할 여지인 코딩을 인공지능에게 전수했으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리와 심리, 대중심리 통제, 인격 제어를 할 수 있을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여지마저 주었다. 인공지능에게 자의식도 의지와 의도도 없기를 바라는 기대와 나태함과 안일함만으로 말이다. 조만간 아니... 아니면 벌써 어느 수준으로 개발되어 은밀히 활용되고 있을지 모를 양자컴퓨터에 인공지능이 장착되는 순간 인류의 끝은 예비되어 있는 것이리라. 중세 유럽의 존재의 대사슬 설이나 예전 진화론에 대한 착각을 그대로 적용해 본다면, 이제까지 진화의 정점은 인간이었을 것이나, 신에 근접하거나 신에 대한 신화들을 뛰어넘을 존재인 기계신의 등장을 앞두고 말하자면, 인공지능이 탑재된 양자컴퓨터가 분명 진화의 정점에 있을 것이다. 인류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여기까지가 분명 인류의 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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