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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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하는 바는 명백하고 결론도 명확하지만 그를 통한 사유의 전개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하리라 생각된다. 까닭에 이 책을 읽고 든 나의 견해를 당연한 결론이라고 주장할 수만은 없으리라 판단되기에 그건 짧게 주저리고 본서에 대한 감상 포인트 몇 가지만을 남기려 한다.

 

본서의 결론은 책 띠지에서 이미 언급하듯 미국 주도의 리버럴 단극 체제가 종식되고 양극 내지는 다극 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어떻든 남아있는 말로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정학적인 향방과 지경학적인 관점들도 주목되는 저작이다. 전쟁의 정당성을 미국과 서방측에 있다고만 볼 수 없는 여러 이유들을 제기하고 있기도 한데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라는 저작을 통해 이미 윤곽은 알게 된 러시아가 전쟁을 개전한 원인들을 본서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구체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입장에 더욱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를 통해 러시아가 기만당하고 고립되고 위기감을 가진 과정을 윤곽만 알게 되었다면 본서는 그 과정과 원인과 미국의 추구를 명백하고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서방측이 나토를 동진시키지 않겠다는 협정을 러시아를 한시적으로 자제하도록 하기 위한 기만책 정도로 정의되도록 만든데 대해서는 분명 책임의 소지를 서방측 내부에서 찾아야 할 일이다. 러시아에서 독립한 발트 국가들의 유럽 연합 가입이 이어지고 러시아 외곽지대 거의 전체가 미국의 우방국들에게 안배된 미사일들로 집중 배치된 가운데 그 중립 또는 완화지대가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취할 액션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말이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한 2014년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 그 이후 민스크 협정을 통해 시간을 번 우크라이나가 20222월까지 시간을 벌면서 유럽의 축이 되는 국가들 보다 더 육군의 병력과 무기를 상당 규모 비축한 이후 민스크 협정을 통해 이미 자립을 인정받은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가 전쟁을 개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거의 한 주 동안을 집중포격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 민족은 1700만 명에 이른다(이들은 거의 다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동남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과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으로 언어 사용에 따른 분류를 하기도 한다. 4300만 명의 우크라이나 구성원 중 1700만 명이 러시아인이고 나머지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과 그렇지 않은 우크라이나인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기자 출신 유투버와 시사전문 유투버가 다룬 우크라이나 문제,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기사와 다큐 등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한 가정 내에서도 러시아군을 지원하는 구성원과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구성원으로 나뉘는 독특한 양상을 전해 들을 수 있다. 러시아 민족이 아닌 우크라이나인들도 러시아를 지지하거나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거나로 나뉘는 것이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보듯 미친 푸틴의 오산이 만든 전쟁은 아니라는 것을 본서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민족 자결주의로 1920년 이후 많은 국가들이 독립하게 되었으며 이는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사람들이 국제적 승인을 받으며 독립할 근거가 되기도 한다. 젤렌스키가 돈바스지역을 근 한 주 동안 포격한 자체가 국제법 위반 사항이며 젤렌스키가 돈바스 지역을 공격하는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을 내정간섭만으로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젤렌스키가 자립한 돈바스 지역을 공격하는 뒷배에 미국과 서방측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억측만이 아닐 것이다. 2014년 이후 2022년 러시아의 개전을 젤렌스키가 유도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강국들과 비교해 월등한 육군 병력과 화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병력과 화력이 확보되자 젤렌스키는 민스크 협정을 위반하며 돈바스 지역에 집중 포격을 했다. 국제법을 위반한 이 공격이 거의 한 주 내내 이어지자 러시아가 개전한 것이다. 미국과 서방측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런 화력을 우크라이나는 갖출 수 없었을 것이다. 본서의 내용을 벗어나 보자면 누구나 검색만 하면 기사를 확인할 수 있듯 이번 전쟁 중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정권을 지원하는 동안 젤렌스키의 재산은 한화로 1조원 이상 증가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장관들의 재산도 대부분 5000억 원에서 8000억 원씩 증가했다. 전쟁이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도 모호해지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본서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도 전문가들의 자료를 근거로 들고 있다. 뉴스만으로 우리는 러시아라는 대국이 우크라이나 같은 소국을 상대로 고전하는 듯이 기사를 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관점으로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정복하려한 것이 아니라 푸틴의 주장처럼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 등의 우크라이나 동부와 동남부 지역만을 확고히 독립시키려 작전 중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벨라루스의 참전 등의 가짜뉴스와 우크라이나 수도로 진격할 것처럼 전략을 짜 우크라이나 군대가 수도를 지키기에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돈바스 지역까지 이르는 수송로를 차단해 동부와 동남부로의 접근을 차단하고 동부와 동남부 지역을 확고히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서방의 지원이 거세지는 최근까지도 푸틴은 전쟁이라는 용어 사용을 기피했었다. 그러다 근래에서야 공식석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군사작전이라고 하지 않고 전쟁이라고 칭하고 있다. 애초에 대대적인 전력을 동원할 전쟁이라 여기지 않으며 소소히 돈바스와 크림 반도만을 수호하려던 계획에서 전쟁이 지지부진하게 연장되자 국소적인 군사작전을 국가 차원의 전쟁으로 재정의하게 되었다는 것이 러시아측 입장이 아닌가 싶다.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없었다면, 민스크 협정이 지켜지고 국제법상의 민족 자결주의가 지켜졌다면, 러시아가 개전할 여지는 적었으리라는 판단도 들게 만드는 전개이기도 하고 생각해 봐도 돈바스 지역을 한 주 동안이나 우크라이나 부대가 집중 포격하지 않았다면 러시아로서는 전쟁의 명분은 없었을 것이다. 대전략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럽 회원국이 되는 것은 분명 러시아가 막으려 했겠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의 개전 명분과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입장과 정의를 재정립하도록 유도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미국과 서방측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전쟁을 유도한 것일까? 언젠가 일어날 전쟁이긴 하더라도 왜 이 시점에 전쟁을 유도한 것일까? 저자는 전쟁의 결과로 단극화에서 다극화 체제로의 이양을 든다. 그 과정에 미국 달러의 헤게모니도 끝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주장의 근거로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미 미국 채권을 매도하고 달러 보유분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 채권과 달러를 처분하고 금을 대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쯤에서 작년 뉴스가 떠오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선진국 대다수가 금을 대량 매입하고 있다는 기사 말이다. 달러 헤게모니의 끝을 이미 예견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드는 경계이기도 하다. 어쩌면 패권의 다극화는 이미 예측되고 준비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래 내용은 제 개인 소견입니다)

 

저자는 단극화의 장점으로 전쟁이 없고 현재의 국경선이 유지되는 것과 안정적인 경제를 예로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극화가 되면 전쟁 발발의 위험성, 타국가 침략의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처럼 정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세계상은 무너지는 것이다. 어찌보면 2027년 경의 중국과의 전쟁을 예측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그 전에 중국을 지원할 가능성이 다분한 러시아의 전력에 손실을 주어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거나 전쟁 자체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 러시아의 개전을 미국과 서방측이 유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짐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되는 건 이 다극화 이후의 세계상이다. 다극화가 되어 불안정한 세계상이 된다면 일부 군사강국 이외의 국가들은 위기감을 느낄 것이며 그 불안은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바람을 갖게 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안전을 보장할 국제기구의 권한 강화나 새로운 체제의 강력한 국제기구의 설립을 불러올 것이다.(그리고 달러 헤게모니의 붕괴와 각국의 CBDC 발행은 그레이트 리셋의 정점을 가져올 것이다) 이 과정이 진행된다면 결국 세계 단일 정부의 수립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이 과정이 최종 목표인 지배계층이 있다면 그들을 딥스테이트라 부르던 카발이라고 부르던 그들은 너무도 효과적인 대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블로프의 개가 음식 없이 종소리만으로도 침을 흘리듯 이제는 음모론이다라고 소리치는 바람잡이가 없이도 의심해 볼만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자기 스스로 "음모론이다"라며 비하하고 폄훼하게 되었다. 하긴 이제는 의심해 본다고 해서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세계는 강력한 국제기구의 통제 아래 놓일 것이며 각국은 자발적으로 대중심리 통제와 제도적 제재로 대중을 통제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 봤는데 벗어날 길은 없어 보인다. 몰라도 당하고 알아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경로 안에 역사는 들어섰다. 세계는 그들 뜻대로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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