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크 소설 읽고 있는 데 정말 너무 재밌다. 구원자 콤플렉스 혹은 동정심에 관한 이야기로도, 감정에 쉽게 전염되는 민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불운에 빠진 피해자들의 복잡한 자기 연민의 이야기로도 읽어볼 수 있겠지만 나는 어쩐지 이 책을 무력감에 젖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절박한 희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야기로 읽게 된다. 호프 밀러 소위는 이용하고 있다. 동시에 이용 당하고 있다. 누군가를 깊게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미끄러지곤 하는 위로 이상의 무엇에의 요구… 선의와 호의가 굴레가 되는 순간. 그런 기억들. 


이것은 삶이 아닌 소설이므로 애시당초 그런 상황에 빠지지도 않게 스스로를 알아야 했다는 자책은 성립되지 않는다. 인물과 상황은 빠져나갈 틈 없이 설계되어 있다. 나는 읽으면서 이 상황에 다시 한번 참여해야 하고, 심각해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소설 읽기는 어렵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차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절하게 돕는 딱 선을 지키는 균형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걸까. 관계에서 나는 여전히 답을 알지 못하는 데, 그것은 어렵지만 할 줄 알아야 하는 영역이다. 나는 알고 있다. 소설이 답을 주지 않을 거란 걸. 그래서 읽어야, 한다. 호프 밀러는 어디서 멈췄어야 했을까. 이타심이라는 이기심을 염두에 두면서 더 읽어나가보기로 한다. 




비관을 말하는 일은 차라리 쉽다. 희망을 말하는 일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절망하고 싶지 않아서 애초에 희망에 배팅하지 않는 나를 안다. 그러다가 내가 얼마나 지독하게 희망을 필요로 했는지를 눈치채고 놀랐던 적이 있다. 체념의 뒤에 따라오는 그림자는 짙고 길어서 그게 희망이더라 뭐 이런.


그러니까 나는 에디트에게도 힘껏 이입하고 있다. 이 불운한 소녀가 보이는 모든 히스테릭함에 여지없이 설득되어버린 걸 보면, 나 역시 많이 아파본 사람이구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역시도 사실 얼마만큼 도와주기를 바라는지, 그 양을 알지 못하기 마련이다.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는 것은.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만 삶에 도움이 필요해지는 순간은 온다. 그건 피할 수 없다. 다음 순간의 나를 위해서 읽어둬야하겠다. 


사진은 선물 받은 고양이 책갈피가 주인공이다.



그녀를 기쁘게 해주는 기 믿음을 굳이 깨뜨릴 필요가 뭐가 있어! 괜히 겁을 줘서 괴롭힐 필요가 뭐가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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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9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09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4-09 0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오늘 밤을 지새운다…

공쟝쟝 2023-04-09 10:03   좋아요 3 | URL
빙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09 11: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지하게 쟝님 생각따라가면서 읽다가 복주머니 같은 책갈피 보고 빵 터지는 바람에 생각 다 흩어져버렸어요ㅋㅋㅋ 시선강탈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4-09 13:36   좋아요 3 | URL
제가 저 책갈피를 보고 ㅋㅋㅋ 알라딘 헤어질 결심 책갈피를 봐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10 17:23   좋아요 1 | URL
저 지금 헤어질 결심 책갈피 검색해보고 왔는데.. 손떨려요.. 이건 사야해!!! 서래의방이랑 이포 너무 예쁘네요ㅜㅜ

공쟝쟝 2023-04-10 18:24   좋아요 1 | URL
진지하게 진심으로 온 몸으로 잊고 참고 있었거늘!

책먼지 2023-04-10 22:24   좋아요 0 | URL
끄악ㅋㅋㅋㅋㅋ 저 정신없이 결제 버튼 누르려다 하루만 더 생각해보자하고 간신히 다독임요.. 근데.. 이걸 왜 참아요..? 우리 이걸 왜 참죠..??? 일케 열심히 일하는데 이것도 못 사?!!

독서괭 2023-04-09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읽은 백자평 먼저 봤네요 ㅋㅋ 와 저 책갈피 정말 예뻐요~

공쟝쟝 2023-04-09 15:41   좋아요 2 | URL
ㅋㅋㅋ 이거 쓸 때는 다 읽을 생각 없었는 데 넘 재밌어져서 홀랑 다 읽고 기빨려있는 주말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4-09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갈피ㅋㅋㅋ
책갈피가 주인공 같은..ㅋㅋㅋ
나도 초조한 마음 지난 달에 샀는데 다들 칭찬 하더군요. 잘 샀다고^^
재밌다던데 역시 쟝님도 재밌었군요.
기대가 됩니다^^

공쟝쟝 2023-04-10 00:35   좋아요 1 | URL
잘샀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셔서 또사고 있을 나무님😆

책읽는나무 2023-04-10 09:28   좋아요 1 | URL
나 무질이 쟝님 말에 홀랑 넘어가 두 권이나 또 샀잖아요ㅋㅋㅋ
근데 무질 책 엄청 어려운가 보더군요?
이번엔 다들 반응이 시원찮더라는...ㅜㅜ

공쟝쟝 2023-04-10 10:56   좋아요 1 | URL
앍? 제가 땡투합니다용 기다리세요 부자되세요!

책읽는나무 2023-04-10 11:35   좋아요 0 | URL
나중에 무질 책 사시게 되면 그 때 땡투!!! 지금 당장 읽지도 않을 책을 무리해서 사시지 마시공~^^
그럼 부자 못 됩니다ㅋㅋㅋ

공쟝쟝 2023-04-10 11:49   좋아요 1 | URL
네네! ㅋㅋㅋㅋㅋ 이번 달~다음달 사이에 ㅋㅋㅋㅋㅋㅋ 투비콘티뉴!! 페이퍼 쓰세요 (챠락~!!)

바람돌이 2023-04-09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게는 시간이 필요해. 왜 인간은 돈을 벌어야 하는가? 왜 밥을 먹어야 하는가? 심지어 잠은 왜 그렇게 많이 자야 하는가?
책읽을 시간 없게말이다.
이것이 나의 초조한 마음!!!! ㅠ.ㅠ

공쟝쟝 2023-04-10 00:36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책 때문에 초조해서 ㅋㅋㅋㅋㅋㅋ 진짜 책읽을 시간 내는 거 어렵죠 ㅠㅠㅠ 흑흑흑

새파랑 2023-04-09 19: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정말 겁나게 재미있지 않나요? 저 하루 휴가낸날 한 카페에서 이 책 한번에 다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 표지랑 내용을 보니 초조해지네요 ㅡㅡ

공쟝쟝 2023-04-10 00:39   좋아요 1 | URL
저는 소설은 웬만하면(?) 한번 잡으면 끝까지 봐야해서 시간 빼놓고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넘 두꺼워서 아 읽을 수 있을까? ㅋㅋㅋㅋ 하다가 걍 다 읽어버림 ㅋㅋㅋ 늦잠잤어요 ㅋㅋㅋㅋㅋ 새파랑님의 츠바이크 페이퍼 다시 읽어보니 좋더라고요 ㅋㅋ 또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