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
절판


내게 있어 "엄마"라는 단어는 애증에 가깝다.
또래의 친구들이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랄 때 나는 백설기를 빻아 만든 가루를 우유 삼아 먹었고, 엄마 젖을 만지며 잠들고 응석부릴 때 나는.....그런 경험을 해본적도 없다. 어릴 적 친구가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만지며 응석부리는 것이 부럽고 시기가 나서 등 돌려 나온 기억도 많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되고 한이 되었던지 그런 일이 있는 날은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다.

태어나서 삼칠일이 채 되기도 전에 엄마를 여의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생모는 젖도 한번 물려 보지 못했다고 하니 핏덩이만을 남겨 놓고 어찌 제대로 눈을 감을 수 있었을까.
삼칠일은 출산일로부터 21일이 되는 날까지를 말하며, 아기와 산모가 가장 조심스럽고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시기로 대문에 금줄을 매어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게 하는 등 온갖 부정으로부터 아기와 산모를 보호하고자 하는 풍습이다. 

내겐 여러 명의 엄마가 있다.
낳아 주신 엄마, 온갖 역경을 딛고 나를 키워 주신 할머니엄마, 자라면서 친엄마 못지않게 보살펴 주시는 지금의 엄마, 현재 옆에서 같이 살고 있는 옆지기 엄마 등 내가 부르는 엄마들이다. 엄마의 정과 보살핌을 마음 껏 누리며 자란 사람들과 엄마에 대한 감정이 같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란 환경 탓이었을까 첫머리에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 째다." 라는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어떤 상황이었기에 엄마를 잃어 버렸으며, 어떻게 일주일이 지나도록 찾지도 못하고 있단 말인가.

생일상을 받으러 아버지와 같이 상경한 엄마는 지하철 서울역 구내에서 동행하던 남편을 놓친 뒤, 길을 잃고 사라진 참담한 사건이 발생한다. 엄마를 잃어버리기 전에 엄마를 잊고 살아온 가족들이  "너", "그" 그리고 "당신"으로 호명되며 고해성사 형식으로 전개되고, 마지막에는 사라진 엄마가 일인칭 화자로 새라는 매개체로 환생한 가운데 등장하여 둘째 딸의 집, 평생 숨겨온 마음의 의지처인 곰소의 그 남자 집, 남편과 아이들 고모가 있는 고향집,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 자랐던 "엄마"의 집을 차례로 돌며 세상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너"와 "그"를 통해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두아들과 두딸, 아버지가 모여 앉아 엄마의 사진을 찾아 전단지를 만들고 이곳 저곳 배포하지만 엄마를 찾을 수가 없다. 간혹 엄마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찾아가지만 그 곳은 과거 자식들과 관련이 있었던 곳이었고, 엄마를 본 시기는 몇주 전, 몇달 후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들에게서 전해 오는 엄마는 "발등에 상처가 심했다. 파란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 데 얼마나 걸었는 지 슬리퍼가 엄지 쪽 발등을 파고 들어갔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 패어 있었다. 고름이 밴 상처 부위에 자꾸 파리가 날아와 앉으니 귀찮은 지 손을 뻗어 쫓곤 했다." 라는 등 형색이 말이 아니었음을 전해 준다. 각각의 장에서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다음 책장을 넘기기 위해 심호흡을 해야 할 정도로 목이 메었다.

"너"와 "그"를 계기로 만난 엄마는 유교사상에 근간한 전통적인 모습 그대로 였다. 어린 나이에 시집 와서 아이들 낳고, 자식들에게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푸는 당신, 의지할 곳이라고는 남편 밖에 없지만 바람기가 있어 집안일은 팽개치고 밖으로만 떠도는 남편에게 사랑은 커녕 부부간의 정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당신,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람 삼아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챙기며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당신, 집안 곳곳의 꽃과 나무, 개와 닭을 비롯한 동물들 풀 한포기까지 당신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살뜰히 살아온 당신을 통해 우리들의 엄마를 만나게 해준다. 우리의 평범한 삶이 그러하듯이 그들은 엄마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엄마라는 존재를 느끼지도 못했고 잊고 살았던 것이다. 가장 큰 고해성사여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을 통해 바라본 엄마는 고해성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함께 살아온 아내에 대한 정을 깊은 반성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회한이었고 오히려 밖으로 떠돌며 제대로 된 사랑한번 주지 못했지만 아내의 속 깊은 살뜰함을 받기만 했던 뒤늦은 남편의 통곡을 접할 수 있다. 소설가의 딸이 있음을 자랑하고 싶었으면서도 마음 속에 간직하기만 했던 답답함, 글을 모르기에 남이 읽어 주는 딸의 소설을 탐독했던 아내이지만 그 녀가 가진 정겨움을 어린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으로 베풀었던 아내이기도 했다. 시동생 균을 잃어 버린 후 정신적 공황상태를 보듬어 주지 못한 죄책감에 다시 한번 고개를 떨구면서 무던하기만 했던 아내를 회생시켜 독자의 심금을 자극한다.

텅빈 고향집으로 내려가 아내를 기다리고 있는 무력한 늙은 아비에게 전단지를 들고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큰딸이 첫새벽에 전화를 걸고 마침내 터져나오는 울음.
"어~~어어어"
용서받을 수 없는 죄스러움과 뒤늦은 반성의 클라이막스를 슬픔 표출의 대명사인 겪한 흐느낌으로 대신한다.

"딸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당신이 붙잡고 있는 수화기 줄을 타고 딸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당신의 얼굴도 눈물 범벅이 되었다." 수화기 줄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인간이라는 생명의 골짜기를 적셔 왔던 태초로부터의 눈물이기도 했다.

마지막 자유와 평온함을 암시하려는 듯 한마리의 새로 환생하여 가족들과 그의 곰소 남자와 이별을 알리는 엄마는 더 이상 평화로울 수 없을 만큼 편안하게 느껴진다. 한 가족의 엄마로 힘겹게 살아온 세월에 대한 회한을 토로하지만 가족들이 고해성사 한 부분에 대한 원망은 커녕 가족에 대한 미안함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그것이 엄마의 몫이라는 암시까지 준다.

또 하나 다른 어떤 것보다 부각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소설이 신파극이 아님을 더욱 절절하게 나타내 주는 것은 곰소아저씨에 대한 엄마의 로맨스였을 것이다. 아이의 사산으로 인해 잠깐 그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엄마의 독백으로 담담하게 전개되는 짠한 사랑이야기는 칙칙했던 엄마의 삶에 밝고 맑음을 줄 수 있어 따듯했다. 

밀가루가 담긴 함지를 훔쳐 눈앞을 캄캄하게 하던 사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 한 번 더 웃게 해 주고 싶었던 사람,
삼십년 동안 힘겨워서 찾아가면 위로가 되던 사람,
죄였고 행복이었던 당신 앞에 손목 한 번 못 잡게 해 기품있어 보이고 싶어 했던 여자의 마음,
어딘가를 함께 가보자고 하는 말에 철렁 내려앉던 가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 시작하면 다시 가서 보고 싶은 사람.
헛헛하고 힘든 삶이었으나 엄마에게도 비밀스런 위로가 존재했음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아버지의 뒤늦은 후회가 그리 밉게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소설은 엄마를 잃고 가족들의 고해성사와 엄마의 회한으로 슬프고 어두웠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곰소아저씨에 대한 로맨스가 있어 엄마의 삶이 그리 한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는 반전을 주기도 했다. 한없이 안쓰럽고 눈물나게 했던 엄마를 청아하고 아름다운 소녀로 만날 수 있게 한 곰소아저씨가 있어 사랑스러운 소설이 되었다.

힘들 때 항상 포근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엄마를 문학적 감동을 통해 잊지 않고 살아가게 해 준 작가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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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4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6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3-0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하고 같은 맘이었네요.
곰소 아저씨가 있어 엄마의 삶이 억울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전호인 2009-03-06 14:12   좋아요 0 | URL
자식이 성장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긴 하지만 개인의 삶이 없다시피했던 엄마에게 얼마는 위안이 되었을 까를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힘겹게 생활하는 엄마의 위안이자 안식처였던 것이죠.
늘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나름의 고민거리는 분명히 있겠지요. 그런면에서 본인의 마음과 실상을 터놓고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곰소아저씨는 엄마에겐 더 없는 휴식처였을 겁니다. 그래서 소설이 아름다웠습니다.

다락방 2009-03-0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은 이 책 속에 풍덩 빠지셨군요. 저는 그렇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추천이에요.

전호인 2009-03-06 14:15   좋아요 0 | URL
빠지기 보다는 너무 현실적인 사실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우리들의 엄마도 이곳의 엄마들과 다르지 않을 뿐더러 오늘을 위풍당당하게 사는 듯 보이는 지금의 엄마들에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있을테니까요.

프레이야 2009-03-05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로맨스에 감동 받으셨군요.
저도 그부분이 좋았어요.^^

전호인 2009-03-06 14:18   좋아요 0 | URL
아름답고 사랑스런 소설로 반전시킨 대목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힘이되고 의지가 되고, 정신적인 교감을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항상 가슴뛰게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만나는 과정이 얼마나 설레었을까를 생각하면 저의 가슴도 콩닥거리게 되네요.

hnine 2009-03-06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큼 인상적인 리뷰네요. 잘 읽었습니다.

전호인 2009-03-06 14:19   좋아요 0 | URL
그리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후다닥 쓰고 보니 문맥이 맞지 않거나 오타가 있는 점도 눈에 띄어 수정이란 것도 했습니다. ㅋㅋ

세실 2009-03-07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엄마에 대한 애증과 애틋함이 글에 스며들어 더 애잔합니다. 감동적이예요...이 책 읽고 엄마께 잘해야지 했는데 그때 뿐. ㅎㅎ
엄마의 로맨스가 그나마 살아가는 힘이 되셨겠죠.

전호인 2009-03-09 09: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글쎄요, 엄마에 대한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지 늘 헷갈리게 됩니다. 리뷰에서도 언급을 했다시피 엄마품에서 자란 분들과 감정이 다를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 가끔 제게 글 쓰는 재주가 있었다면 여러종류의 소설이 나올 수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힘들게 살아온 엄마에게 곰소아저씨와의 로맨스는 삶을 지탱하는 탈출구이자 활력소였겠죠.
항상 열정적인 모습만 보여주시는 세실님에게도 다른 이들에게 털어놓고 싶은 삶의 무게가 있겠지요. 어떠신가요 이런 로맨스라면.....ㅋㅋ

2009-03-09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9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전 - The Sca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미국에서 사촌형님이 나오셨다.
60대 후반인데도 50대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게 보이는 집안내력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ㅋㅋ 
옆지기와 함께 사촌형님을 뵙고 돌아오던 길에 모처럼 둘만의 오후를 위해 강동CGV를 찾았다.

워낭소리를 보고 싶었지만 전관매진이 되어 있는 터라 차후로 선택한 영화가 "작전"이었다.
한마디로 작전에 대한 감상평을 하라면
"주식(Stock, 株式)이라는 신소재를 통한 신선함과 극중인물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결합된 영화로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이다.

2시간동안 지루하지 않고 다이나믹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장면장면의 짜임새가 탄탄했고, 전체적인 흐름을 타짜의 극전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긴박했기에 개인적으로는 제2의 타짜탄생이라 할만 하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는 주식거래 등을 내용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영화이기도 하다. 주식거래의 묘미! 완전 멘탈게임의 극치라고 할 수 있지만 주식으로 많은 돈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에 뒷맛이 씁쓸하기도 했다. 

주식으로 모든 돈을 날리고 그 분함을 못 이겨 5년간 주식을 독학한 프로개미 강현수, 조폭 출신이지만 깡패의 길을 청산하고 벤처회사를 설립한 조폭두목 황종구, 대한민국 상위 1%의 뒷돈을 관리해주는 PB 유서연, 그리고 엘리트지만 이기적인 성격을 가진 작전의 설계사인 증권 브로커 조민형 등 인물 하나하나의 뚜렷한 개성이 극 속에 그대로 녹아난다.

이들 모두는 똑같은 작전세력의 일원이지만 돈을 위해 한탕을 노리는 속성에서 개인적인 욕심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고 결국은 권선징악적인 극의 흐름으로 마무리된다.

돈을 벌기 위해 가장 적합한 수단이 과연 무엇일까?
돈은 벌고 싶다고 해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돈은 버는 것이 아니라 본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어느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돈을 벌고 싶다면 절대 주식에 손대지 않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데 과연 나는? ㅋㅋ





프로개미 강현수로 강한 인상과 끈끈한 연기력을 보여준 박용하,
팜므파탈을 연상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준 유서연역의 김민정,
새로운 개성파 배우의 탄생을 예고한 황종구역의 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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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2-2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옆지기님과 재미나게 보셨군요.^^
전 아직 안 본 영화에요.

전호인 2009-02-25 13:18   좋아요 0 | URL
한번 봐보세요.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괜찮은 영화였어요. 약간의 폭력이 가미되지만 흔한 레파토리인 폭력위주 부합 섹스 등은 아니어서 좋았어여 ^*^

꿈꾸는섬 2009-02-2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호인님 리뷰보니 더 보고싶네요.

전호인 2009-02-25 13:19   좋아요 0 | URL
네, 꼭 한번 보세염. 타짜를 연상시킬 정도로 연기의 탄탄함도 있었고, 짜임새 또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7가지 선물 이야기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이동하고, 인간과 신을 구분하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존재라면 언뜻 공상과학이 떠오른다. 그리고 논픽션이 아닌 픽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단정한다. 이 책은 분명 픽션이지만 설정자체가 사실에 가깝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주인공 데이비드 폰더는 40대중반의 가장이다. 젊음을 다 바친 직장에서 살기위해 몸부림 쳐 보지만 결국은 실직하게 되고, 업친 데 덥친 격으로 밀린 집세와 딸의 급한 수술로 인한 병원비 그리고 텅빈 통장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딸의 병원비만이라도 마련하고자 어렵사리 구한 일용직 일자리에서는 전화를 오래 쓴다는 이유로 다시 쫓겨난다. 자포자기에 빠진 그는 무작정 차를 몰고 질주하게되고 인생의 허무와 극한 상황을 맞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극을 맞이하는 듯 사건이 전개된다. 이성을 잃은 폭주는 결국  교통사고로 이어지고 만다.

폰더 씨가 처한 막다른 상황은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40대 가장들의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공감대 역할을 하게 되고 픽션이지만 현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음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교통사고후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폰더의 환상여행이 시작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가면서 널리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 한가지씩의 지혜를 받는다. 그가 만나는 역사적 인물들은 트루먼, 솔로몬, 체임벌린, 콜럼버스, 안네 프랑크, 링컨, 가브리엘 그리고 미래에 성공한 자기자신이다. 이들에게서 7가지 삶의 지침을 전달받는 여행은 읽는 이를 몰입시키게 한다. 좁은 동굴을 헤쳐나가는 수준의 강한 집중이다. 

옮긴이가 말했듯이 폰더 씨가 안네 프랭크와 만나는 장면, 링컨대통령과 면담하는 장면, 대천사 가브리엘을 만나는 장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 안네 프랑크

"무엇보다도 자네 자신을 먼저 용서해야 하네." - 링컨 대통령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하프타임의 스코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인생의 비극은 인간이 그 게임에서 진다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이길 뻔한 게임을 놓친다는 것입니다." - 대천사 가브리엘


이 처럼 이 책에는 감명 깊은 조언들이 구절마다 가득하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조슈아 체임벌린을 만나 겪게되는 에피소드에서는 그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지만 평범한 사람의 결단이 가지고 온 엄청난 결과에 감명을 받게 된다. 

그는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장교로 활약한 인물인데도 세계적인 인물들과 동일한 반열에 올려 놓음으로써 "평범한 사람도 세상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고 독자들에게는 그 믿음을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다.

남북전쟁의 가장 중요한 전투에서 그가 선택한 행동은 나라를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한 결단이었기에 죽음 앞에서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선택한 그의 결단이 독자에게 짜릿한 감동을 준다. 그가 내린 인생의 결단은 미국의 미래와 미국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배경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내가 내리는 인생의 결단은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결국 병원 응급실에서 환상여행을 마무리 하며 현실로 복귀하게 되고 그 여행이 결코 환상만이 아님을 느끼면서 삶에 대한 방향설정을 일깨우게 한다. 

미래의 내 모습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면 현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까? 궁금하지만 지금 인생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환상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예측한 삶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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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20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 학교도서실에서 빌려다 보고 참 좋다 싶어 중고샵에서 건졌어요.
삶에 대한 방향 설정과 진지한 성찰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죠.

전호인 2009-02-25 13:28   좋아요 0 | URL
미래의 나를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어떨까요?

페크pek0501 2010-04-06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좋은 생각이죠.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좋은 글이 많이 있죠. 게다가 글쓰기의 새로운 방법, 아이디어을 배우게 된 책입니다.

저는 이제 밖에 나가 산책을 하며 봄날을 만끽하는 즐거운 시간을 선택하려 합니다.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자체가 너무 시적이라서 놀랍다. 제목에서의 시적인 감정만큼 첫 대면의 글은 무겁게 시작되었다. 첫 대면의 글이 우울한 느낌의 스토커적인 사랑의 표현이었다면 이후로의 글은 인간다움의 감성이 풍겨 나오는 애잔하고도 내밀한 인생의 고백으로 종결되어서 아름다웠다.

친구가 노희경 작가는  고난의 삶을 살아 낸 사람이었기에 글 속에 관록이 묻어 난다고 했을 때도 그를 잘 알지 못했다. 드라마작가로서 유명하다고 했지만 그의 드라마를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한 대목의 글에서 그와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오랜 친구인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고단하게 살았던 젊은 날의 노희경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나는 한때 내 성장과정에 회의를 품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만약 가난을 몰랐다면 인생의 고단을 어찌 알았겠는가. 내가 만약 범생이었다면 낙오자들의 울분을 어찌 말할 수 있었겠으며, 실패 뒤에 어찌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나는 작가에겐 아픈 기억이 많을수록 좋단 생각이다. 아니, 작가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에게나 아픈 기억은 필요하다. 내가 아파야 남의 아픔을 알 수 있고, 패배해야 패배자의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픔의 기억은 많을수록 좋다>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좋지 않은 과거가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 반대로 나는 좋지 못했던 불우한 과거를 지인들에게 알리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나의 태생부터 자라온 환경, 자라면서 겪게 되는 힘들었던 모든 것을 이야기 한다. 성년이 되기 전까지의 삶은 내 의지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삶이기 보다 부모님의 영향아래 만들어 진 삶이었기에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거나 두렵지가 않기 때문이다. 떳떳하게 알릴 만한 삶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감출 필요도 없는 삶이다.

노희경 작가의 말대로 힘들게 살아온 삶이었기에 남들보다 치열하게 살면서 완성된 삶을 만들려고 노력하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결혼을 한 후에야 처음 정상적인 가족을 만났고, 가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남들에게 내가 하는 내 가정사에 대한 집약된 말이다. 그래서 그녀와는 여러 가지 정황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귀결되는 부분이 가족과 가정일 이기에 더욱 오랜 지기처럼 느껴진다.

"애정결핍이란 말은 애정을 받지 못해 생기는 병이 아니라 애정을 주지 못해 생기는 병" 투명지에 작가가 직접 적은 글이다. 그와 같이 불우하긴 했지만 부모님과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이 다르기에 공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솔직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기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옆지기와 7년간 연애기간 중 사랑 싸움이나 결혼을 한 후 부부싸움을 할 때면 "당신이 많은 사랑(연애)를 해 본 사람이었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다"라는 말을 옆지기로부터 종종 듣는 것을 보면 노희경 작가의 말에 부정만 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농촌의 벽촌에서 살지 않고 도회지에서 살았다면 지금의 나는 불량청소년의 계보를 거쳐 사회의 낙오자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나의 고백은 그녀의 진솔한 고백을 통해 알게 된 젊은 시절의 방황이 가슴에 아려와 잠시 슬픔을 함께 느껴 보기도 했다.

그녀처럼 첫사랑을 애절하게 아파 보지 않아 알 수 없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없었지만 새롭게 찾아오는 사랑이 있다면 그 사랑을 방해하는 족쇄를 달고 싶지는 않다. 많은 사랑을 나눠 주어 항상 나를 따라다녔던 애정의 결핍이라는 오래된 딱지만큼은 꼭 떼어 내고 싶은 욕심은 생긴다.

"그 누구도, 친구 아니라 부모와 형제도
나 자신만큼 소중할 순 없고
목숨을 담보로, 재물을 담보로
그 어떤 것을 담보로 우리를 요구하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늘 친구의 편에 선다는 것이 반드시 옳진 않다.
주고도 바라지 않기란 참으로 힘이 든다.
살다보면 친구를 외롭고 괴롭게 버려둘 때가
허다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친구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살아야 하는 것이 친구고, 돈보다는 부모형제가 먼저여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도 정작 속마음은 숨긴체 입으로만 조잘되는 가식을 솔직하게 표현해 줘서  속 시원하다.

뒷글에서 나문희, 윤여정 씨 등 많은 탤런트들이 언급했듯이 가슴을 건드리는 애잔하고 솔직한 그의 고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심 어린 사랑과 위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안고 삶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어서 사랑스런 책이었다.
친구의 리뷰가 올라왔을 때 읽고 싶은 강한 충동을 내비쳤더니 보내 주었다.
읽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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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소방관 - 희망 가계부 프로젝트
제윤경 지음 / 이콘 / 200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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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선정되어 열번째 올리는 리뷰! 
그런데 기한이 한참을 지나 버렸다. 아마도 추후 서평단 선정시 제외되는 불이익을 받을것 같다.
그래도 어쩌랴 늦었어도 해야할 의무는 하는 것이 개운하기에 늦게라도 올린다.

가정경제에 대한 문제점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개한 책이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성공의 척도를 가늠하거나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물질만능주의의 영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결과일런지도 모른다. 가정경제를 이야기 하고자 할 때 돈 문제를 떼어놓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항상 쟁점이 되고 논란의 대상이 되며, 행복과 불화의 불씨가 되는 양면성이 있다.

어느 토요일 오후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중년의 남자가 미연과 민수부부의 집을 방문한다. 자신이 집안의 불화가 되는 돈 문제에 대하여 해결책을 마련해 줌으로써 요인이 되는 불씨를 제거하는 소방관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돈 문제로 인해 불화를 겪는 한 가정이 어떻게 화목한 생활을 되찾아 가는 지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그의 말은 늘 우리가 생각해 왔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무척 간단하고 명료하다. 실천하기도 쉬어 보인다. 그래서 읽는 내내 우리 집의 문제를 직접 상담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빠져 들게 된다. 돈과 관련된 문제에 공감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꼬였던 문제들이 하나 둘씩 해결되는 시원함도 맛보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사람 둘 이상이 만나면 재테크이야기를 한다. 소위 '카더라 통신'이 만연하게 되고 그 중에서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즉, 누가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대박을 터뜨려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등의 재테크 성공담은 평범하게 직장 생활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들과 비교하면서 부러움과 위기의식을 동시에 느껴 재테크 대열에 합류해 보지만 성공담 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혼자만의 외벌이로 생활하던 민수도 직장동료의 아내가 부동산과 펀드로 많은 돈을 벌어 여유롭게 사는 모습을 부러워하게 되고, 그 속내를 아내인 미연에게 이야기한다. 미연은 남부럽지 않은 대학을 나와 가정 주부만의 역할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던 차에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부동산 재테크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녀는 부동산 재테크 등을 통해 많은 부를 축적한 듯이 살아간다. 하지만 대출을 활용하여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보유하다보니 전보다 더 많은 지출로 인해 힘든 생활이 지속되고 그로인해 불행하게 되어짐과 외로움을 느낀다. 막상 보유한 부동산과 대출 등을 환산하면 남는 것 없는 빗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현이익이 아닌 평가이익만으로 따져 보면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치 않다.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면서 실제 금액은 가상 평가이익에 터무니 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오빠가 소개해 주었다는 특별한 소방관을 만나 현재의 가정경제에 대한 대차대조표와 수익, 지출 내역을 꼼꼼히 따져 보면서 속물없이 돈을 좇아 계획없는 생활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편과 상의하면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본인 위주의 편향된 생각의 차이로 인해 불화의 불씨가 되었던 민감한 사안들은 우리네 가정생활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그 동안 가정의 불화가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대화하기 꺼려했던 것들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들의 해결방안이기도 하다.

미연오빠는 꼼꼼하고 성실하게 생활한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집안의 가장이 되어 희생하며 동생 미연을 돌보고 공부시켰으며 어머니를 모시면서 아내와도 소박하면서 계획된 삶을 살고 있다. 가정의 행복은 돈이 아니라 작은 꿈이라도 가족과 함께 달성하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미연이 자기의 명의를 도용하면서 남매간의 가족간의 갈등이 표출된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불거진 갈등의 원인은 동생이 재테크를 시작하면서 발생된 것이었다. 미연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 부를 축적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에 고민하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녀의 집에 소방관을 보내게 된 것이다.

소방관은 민수와 미연의 어린 시절과 딸아이에 대한 이야기 까지 다 듣고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들이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 원인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들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제시한다.
소방관의 말을 들은 미연은 그제서야 자신의 삶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 지 가족에게 얼마나 오만하게 굴었는 지를 깨닫는다.

재테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조금이나마 남편의 짐을 덜어 주고, 딸아이를 제대로 키워 보기 위한 작은 소망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의 축적이 가족의 삶보다 우선시 되었고 목표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가족 개개인보다 돈이 우선시 된 것이다. 이를 소방관의 간접적인 표현으로 지적해 줌으로써 비로소 그녀 가정에서 발생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돈으로부터 파생된 불화의 불씨가 확산되지 않도록 상의하고 소방관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다.

이 책에서 제시되는 가정의 문제가 사람들에게 공감되는 문제점이고 해결방안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전문 경제용어도 이해하기 쉽다. 글 말미에 가정경제와 밀접한 대차대조표와 수익, 지출현황을 알기 쉽게 표시한 것도 마음에 든다. 우리와 가장 밀접한 돈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직접 확인하고 체험할 수 있는 책이라서 더욱 매력적이다. 무분별한 재테크에 휘둘리기보다 생활설계를 통한 꼼꼼한 돈 관리를 통해 미래의 소중한 꿈을 하나하나 달성하면서 가족의 행복을 점검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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