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면서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4층 단칸방인 내 집은 낮동안 품은 열을 내게 마구 던진다. 

윽. 

그러다 보니 1구짜리 전기레인지가 전부인 나는 도저히 음식할 엄두를 못내다가, 

어제 모처럼 비가 와서인지 좀 식었길래 오랜만에 반찬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회사도 잠깐 한가하니 이럴때 포스팅을! 해야지 ㅎㅎㅎ 

생협은 벌써 문을 닫았을 시간으라 24시간 운영하는 마트로 향한다.  



푸성귀를 잔뜩 샀다. 무농약이라고 붙은 건 생협보다 무조건 비쌌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고기가 들어갈 곳에 대부분 버섯을 넣어서 음식을 한다. 

버섯반은 오늘 시들어 가는 당근이랑 볶음을 만들고, 

나머지 반은 내일 시어터진 김치랑 볶아서 두부에 얹어 먹어야 겠다.

목요일엔 가지구이 해먹어야지. 됐다. 

일단 오늘은 제일 간단한 버섯볶음 



버섯, 양파, 당근 넣고 볶다가 소금, 후추간을 했다. 

그런데 맛이... 

파슬리가 든 프랑스산 소금으로 간을 했더니 

버섯스프맛이 난다. 

뭔가 내가 원한 맛은 아니지만 먹을 만은 하다... 

으.. 느끼해. 



내일은 떨이로 5백원에 사온 새싹에 엄마표 볶음고추장 쓱쓱 비벼서 두부랑 김이랑 먹어야겠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0-06-22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뻐요 휘모리님!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9:2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 빵도 잘구워요..
근데........ 고기는 잘 못구워요 흑흑

Mephistopheles 2010-06-2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육덕스럽지 않은 반찬이구만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9:22   좋아요 0 | URL
고기국물로 만든 버섯스프맛이 나요 이상해요 --
저 소금 선물 받았거든요..(회사에서 =.=)
왠만하면 저걸로 버틸라 그랬는데 국산 천일염 사야겠어요.. 쩝.

비로그인 2010-06-22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 아직 아침밥 안먹었는데...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30   좋아요 0 | URL
어제 마트에서 실은 연어 두토막에 세일해서 2천원하길래 사오고 싶었는데 식으면 맛없을듯 해서 포기했어요.

아 전 뜨근한 집밥이 그립습니다. 맨날 도시락 ㅠ.ㅠ

이매지 2010-06-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당근이 싫어효! ㅠ_ㅠ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29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제가 볶은 당근 먹어보시면 마음이 달라지실겁니다.
언제 뵙게 된다면 제가 당근조림, 당근 볶음 한번 맛보여드리겠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0-06-2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슬리가 들은 프랑스산 소금... ㅋㅋ. 말은 멋진데, 땡기지는 않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28   좋아요 0 | URL
그게 음..
보기도 멋지구레 합니다 ㅎ
고기에 뿌려먹으면 맛날거 같아요~

웽스북스 2010-06-2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더우니까 부엌에 들어가기가 싫어요 ㅜㅜ 전 어제 인도식 3분 카레에 소시지 구워서 얹어놓고 할라피뇨랑 먹으면서 카레전문점 재현이라고 좋아했어요 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36   좋아요 0 | URL
아니 집에 3분카레도 있고, 소시지도 있고, 할리피뇨도 있단 말입니까!
무엇보다 집에 부엌이 있다니!!!!!
부유한 자취인 같으니라고 ㅎㅎㅎ

웽스북스 2010-06-22 10:40   좋아요 0 | URL
부유라뇨- 냉동식품과 초절임저장식품과 레토르트식품으로 점철된 라이프~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56   좋아요 0 | URL
어허 그 냉동식품이 고가지 않습니까 ㅎㅎㅎ
저는 엄마표 반찬으로 연명 ㅋㄷㅋㄷ

웽스북스 2010-06-22 10:59   좋아요 0 | URL
엄마가 반찬을 안해줘서 ㅜㅜ 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3:03   좋아요 0 | URL
그냥 가져와야해요 ㅎㅎㅎ

머큐리 2010-06-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째놈이 좋아하는 버섯무침...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31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을 쬐끔만 닮아서 잘난 아드님이 저랑 통하는군요 ㅎㅎㅎ

후애(厚愛) 2010-06-2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섯볶음 맛 있어 보입니다^^ 저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어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51   좋아요 0 | URL
그냥 볶기만 하면 되는거라서 도전이랄게 없으십니다 ^^*

꿈꾸는섬 2010-06-22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오랜만에 반찬하셨군요. 잘하셨어요. 여자는 젊을수록 몸에 좋을 걸 미리미리 잘 먹어둬야해요. 그래야 애도 잘 낳고 잘 키우죠. 바깥 음식들 너무 많이 드시면 조미료가 너무 많아 안좋아요.^^
저도 칼질을 잘 못해 채썰기를 잘 못하는데 휘모리님의 채썰기도 ㅎㅎ, 전 오늘 아침에 현준이가 이마트에서 사온 호박에 새우젖넣고 들기름에 볶아서 먹었어요. 아이들도 맛있다고 밥 뚝딱 먹었죠.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2 22:06   좋아요 0 | URL
아하하 누군가 한사람 제 채썰기 얘기를 해줄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꿈꾸는섬님 당첨입니다! 제가 한 음식 억지로 먹기를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
언젠가 초대해 주시면 놀러가서 제가 음식한번 하겠습니다.
호박을 살까 하다가 가지를 샀어요. 호박을 샀으면 찌찌뽕 하는건데 아쉬워라! 새우젓을 다먹어서 콩나물국도 요즘은 안끓여요. 저는 맛난 새우젓이 없으면 안하는 요리가 몇가지 있거든요 ㅋㄷㅋㄷ

꿈꾸는섬 2010-06-23 23:58   좋아요 0 | URL
새우젖 맛이 좋아야 음식 맛도 좋더라구요. 저도 친정아빠가 인천가서 사오신 것만 먹어요.^^
휘모리님의 음식 억지로 먹기 선물 받겠습니다.ㅋㅋ
전 사실 호박보다는 가지를 좋아한답니다. 근데 올 여름에 가지나물을 한번도 안먹었군요. 반성중이에요. 골고루 먹어야하는데 말이죠.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6-24 08:25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요즘 채소가격이 정말 높더라구요.
맨날 생협에서 받아먹으니까 잘 모르다가 한번씩 마트나가면 깜짝 놀란다는.
유기농이 벼슬도 아니고 =.=
근처 장에서 사다 먹어야겠어요 ㅎㅎㅎ

카스피 2010-06-2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그냥 배고프면 순두부 사다가 물에 끓여서 양념간장 넣고 먹어요.그럼 배도 부르고 살도 안쪄서 일석 이조랍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24 08:26   좋아요 0 | URL
그걸로는 배가 안차요 카스피님!
 

이제 그의 생각은 그가 평생 매일같이 행운을 가져다주기로 마음먹은 소녀 부니 주위로 똬리를 틀었다. 힌두나 무슬림 같은 단어는 그들의 이야기에 비집고 들어올 수 없다고 그는 중얼거렸다. 계곡에서 이런 말들은 경계를 긋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설명하는 말에 불과했다. 단어들 사이의 경계, 단어들의 단단한 가장자리는 뭉개지고 흐릿해졌다. 그래야 마땅했다. 여기는 카슈마르였다. 

(100쪽, 광대 샬리마르)

 나 또한 누가 '쟤 한국인이잖아'라고 설명하고 말면 왠지 기분이 나쁠듯 하다. 내 수백가지 장점 중에 왜 하필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걸로 나를 설명하는가? 

부끄럽게도 나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그런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책을 읽기 바로 직전에 읽은 관련된 책 하나도 더 덧붙여둔다. 단일한 잣대로 어떻게 이 넓은 세상을 나눌 수 있겠는가?

  

 

 

 

* 카슈미르 지역 더 살펴보기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지역 

카슈미르 지역은 560여개의 토호국들이었고, 이들 토후 왕국은 소수 힌두교계(22%)가 지역 주민의 대부분(77%)인 이슬람교도들을 지배하고 있었음. 이에 영국 식민지배에 이슬람계가 협력. 2차대전 후 주민 대다수는 종교에 따라 파키스탄 편입을 요구했으나 토후왕이 '국민투표'를 전제로 인도로의 편입을 결정한 후 분쟁이 끊이지 않음. 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911테러를 비롯해서 온갖 전쟁에 이름이 거론되고있음.

위의 소설에 소년은 부족장의 아들인 힌두계고 소녀는 이슬람계. 여기에 영국신민주의자들까지 더해서 이들의 삶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아 개인의 삶은 역사앞에 어찌나 무기력한지. 삶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아이, 월광천녀로 유명한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 1~7권을 주말에 몰아치기로 읽었다. 

내게 그녀는 흥미로운 설정과 진지한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왠지 힘이 빠져버리거나(하긴 긴 이야기에 그러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작가로 기억되어 있다. 뭐 이렇게 투덜되지만 그녀의 작품은 매력이 있고 늘 읽게되곤 한다. 

이번 작품은 사람이 죽은 직후에 뇌를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니까 MRI같은 곳에 죽은 사람의 뇌를 넣으면 그 사람의 기억들을 영화처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을 중대한 범죄에 한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이다. 단 기억은 주관적인 만큼 수사의 직접 증거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끔찍한 범죄자나 그의 희생자들의 뇌를 주구장장 봐야하는 수사관들은 미치거나 자살하거나 이직해 버리고, 사회적으로도 기피 대상이 된다. 범죄자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희생자들의 뇌를 손상시키기도 하고, 수사의 혼선을 주기 위해 꾸며진 장면을 본 채 자살하는 공범도 있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살하는 이들까지 생겨난다. 

사건 하나하나를 해결해 가는 에피소드 모음 형식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지만 평생 누구에게나 말하기 싫은 비밀쯤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화장실 가는 장면, 섹스하는 장면까지 볼 권리를 누가 수사관들에게 주었나? 혹은 뇌를 볼 수 있다는 상황이 사회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현실사회로 돌아와서 생각하면 기술이 범죄를 막는데 이용되기보다는 범죄에 이용되는 비율이 월등히 높기에(돈이 되는 곳에 기술이!) 왠지 이런 기술이 개발되면 포르노나 협박범들 손에 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 갑자기 프로포즈를 하지를 않나 이 시리즈의 로맨스 라인은 참 느닷없다. 어쨌거나 지지부진한 로맨스 라인으로 볼 때 이 시리즈도 꽤나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별은 세개반 정도 주고 싶다. 반개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기대로 붙여본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10-06-2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나온 걸 지난 주에 주문했는데 알라딘이 배송해줄 생각을 안 해요..ㅜ.ㅜ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2:38   좋아요 0 | URL
아하하 저는 마노아님께 땡투하고 샀는데~ ㅎ

L.SHIN 2010-06-2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7권이 나왔구나!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5:54   좋아요 0 | URL
오 엘신님도 좋아하시는군요 ㅎㅎㅎ
전 넘 느림보로 나오는거 같아서 안사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질렀어요.

머큐리 2010-06-21 15:47   좋아요 0 | URL
표지 얼굴들이 엘신님과 비슷한데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8:43   좋아요 0 | URL
오 정말 그러네요!

뷰리풀말미잘 2010-06-2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2권까지 봤는데 전 재미있었어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완벽한 이미지의 대통령이 첫눈에 반한 남자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8:44   좋아요 0 | URL
아 말미잘님의 독서의 폭은 어찌나 넓은지. 저도 그 에피소드랑 엄마한테 동생을 괴롭힌게 아니란걸 말하려고 자살하려고 했던 어린이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후애(厚愛) 2010-06-22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표지 너무 멋지다~~!!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8:44   좋아요 0 | URL
딱 순정만화 같지요 ^^
sf순정만화~

마녀고양이 2010-06-2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광천녀 읽고 싶어지네요. 진짜 잼났는데.
시미코는 순정 작가인지 일반 코믹스 작가인지 항상 헛갈리지요.
줄거리는 진짜 오묘하고 복잡한게, 매력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31   좋아요 0 | URL
sf순정 아닐까요 ㅎ
전 달의 아이로 처음 이 작가를 만나서인지 그 작품이 제일 좋아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티비 틀어놓고 샤워하고 얼굴에 뭐 좀 찍어바르기다. 

그 다음에 좀 뒹굴거리다가 자기전에 밥통에 쌀 씻어 넣고 타이머 눌러둔다. 

그러다보니 고민인게 손을 다시 씻고 쌀을 씻자니 손에 발린 화장품이 아깝고, 

안그러자니 손에 묻은 화장품이 쌀에 묻어날거 같고 뭐 그렇다. 

그래서 지른 상품. 

손에 물 안묻히고 쌀씻기 세트!  



쪼그만하게 보이는데 촘촘한 체인데 함지박에 걸어놓을 수 있게 생겼다. 

사고 보니 다 씻은 다음에 집에 있는 펀치볼로 옮겨닮으면 물 빠질텐데하는  

생각이 그제사 난다 =.=

지식쇼핑 썸네일 

다음은 거품기랑 똑같이 생긴 쌀 씻는 도구다. 

장작 9천원... 

왜 이런걸 사냐는 주변의 비웃음과 

퇴근하자마자 손씻고 쌀씻으면 될텐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난 쉬고 난다음에 쌀을 씻고 싶다고!  

=========== 

그리고... 물을 흡수한다는 컵받침대도 샀다.. 작년에 살까하다 관뒀는데, 물마시거나 커피 내리고 나서 컵 놓은 자리를 자꾸 닦아주는게 귀찮아졌다. 휴지가 아까워서!라는 친환경적인 이유를 애써 들어본다.(근데 왜... 세개나 샀을까..)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6-2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그때가 좋은거여요~~
결혼하고 애 낳으면...하루죙일 물에 손담글 일이~~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0:42   좋아요 0 | URL
아직 시간이 좀 더 있군요!
더 게으르게 즐겨야겠어요 ㅎㅎㅎ

머큐리 2010-06-21 15:50   좋아요 0 | URL
오이지군 시켜요~~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8:45   좋아요 0 | URL
오이지군이 부려먹기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셔서 그래요 --
밥은 할 줄 알려나..
제가 만화로된 자취요리책을 선물로 안겼는데 아직 리뷰도 안써요 ㅋㄷㅋㄷ

같은하늘 2010-06-22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별 물건이 다 있군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8:45   좋아요 0 | URL
일본 사람들이 참 기발한 구석이 있어요 ㅎㅎ

건조기후 2010-06-2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라면 쌀 먼저 씻고.. 샤워할 때 세수하면서 쌀뜨물을 쓸 것 같아요.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7:34   좋아요 0 | URL
그게 회사에 퇴근하면 샤워하기 전엔 꼼짝을 하기가 싫어요 ㅎㅎㅎ

게으른 저의 변명입니다.
 

 

무대는 단순했다. 붉은 천 서너 장과 나무통 몇개가 서 있고, 동양의 전통타악기 몇 가지가 구석에 놓여있다. 돗자리 위에서 우리가 소리를 하듯이 아프리카 사람들은 저런 양탄자 위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하던가. 

배우들은 피부색깔도 국적도 제각각이고, 홀로 무대의 배경음을 연주하는 이는 일본인인듯 싶다.  

극이 시작된다. 극도 뭐하나 극적인 부분 없이 조용이 흘러간다. 염주알 하나가 어쩌다가 폭탄이 되었는지를 참 조용하고 담담히 보여준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원래 매일 11번 기도를 했더랜다. 그러던 어느날 기도를 주관하는 스승이 늦어 우연히 한번 더 기도문을 외우게 되고 그때부턴 12번 기도를 외웠단다. 숫자를 중요시 하던 부족은 스승이 죽고 나자 11번이냐 12번이냐 논쟁에 휩싸여 서로 싸우고 죽이게 된다. 이 혼란을 프랑스 식민침략자들이 부추기면서 점점 더 확대된다. 

이 조그만 부족의 11번이냐 12번이냐 문제는 어찌 해결되었을까? 이 부족의 나이든 스승은 소리높여 상대를 설득하지도, 자신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11번을 이야기 하는 지도자를 찾아가 기도를 한다. 그리고 스스로 11번 기도로 바꾸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쫓겨나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그의 죽음과 함께 피비린내나는 분쟁이 끝난다.

진리는 보름달이다. 우리 모두는 초승달이다. 진리는 누구의 것도 아니고, 우리는 그저 한 단면씩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11번 기도를 한다. 그러나 12번이 틀린 것은 아니다. 

화해는 서로의 존재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진리말고 다른 것도 있음을 조용히 보여줌으로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저 곁에서 서로를 응시하는 시간을 갖는 것 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상대가 그른 것이 아니기에 이 연극의 스승은 상대의 진리를 자신의 것으로 실천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극의 전개는 경쾌하고,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천을 삼각형으로 접어 배모양을 만들어 배우를 감싸는 것만으로 배타고 먼길 떠나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8명의 배우가 이런저런 옷을 바꿔 입고 나무 기둥을 여기저기로 옮기는 것만으로 모든 장면과 배역을 소화해 낸다.   

타악기와 사람의 웅얼거림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배경음악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 연극의 스승역을 맡은 배우는 팔레스타인 출신이라고 한다. 내 눈에야 거기서 서로 싸우는 사람들의 차이가 11번이냐 12번이냐의 차이만큼 사소해 보이고, 상대가 틀린 것을 아니라는 것도 아마도 서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땅과 돈과 싸움에 흥을 돋구는 거간꾼들이 뒤엉켜져서 그리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저 아쉽다.  

 집에 돌아와서 무슈린의 아기를 뒤적인다. 남을 해한 적이 한번도 없는 데 어느날 모든 것을 잃은 사람, 아무 이유도 모르고 남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았던 사람. 국가, 종교 그 차이가 무엇이었든 그 두사람은 이제 늙고 외롭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단 둘 뿐이다. 말한마디 나눌 수 없어도 존재만으로 서로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존재인 서로를 왜 우리는 갈라내며 미워하는가. 

만원 지하철 내게 땀과 냄새를 풍기는 옆사람도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순간 아니면 이후에라도 소중한 사람이 될 지 모르니 미워하지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그리고, 말 하기보다 남이 가진 진리의 한조각을 더 많이 듣자고도. 

소소한 차이가 커다란 학살이 되기도 하고, 나는 이렇게 커다란 작품들을 읽고 일상의 작은 다짐을 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6-20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1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6-2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11번만 기도할래요...그래도 12번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뭐라하지 않을래요...( ")

무해한모리군 2010-06-21 08:44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정도의 분들은 상대에게 다가가서 보여주셔야지요..
우리는 왜 11번인가를 ㅎㅎㅎ

비로그인 2010-06-2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옳은 말이지만 누굴 가르치려는 듯한 말투로 '마치 당신들은 틀렸다' 하는 투의 글이나 말을 접하면 묘한 반감이 생기게 되는데요.

내가 생각이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고개를 끄덕이게 해 주는 글과 말이 전 훨씬 더 끌리더라고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5:57   좋아요 0 | URL
인간이 과연 설득!이 되는 존재일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