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아이, 월광천녀로 유명한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 1~7권을 주말에 몰아치기로 읽었다. 

내게 그녀는 흥미로운 설정과 진지한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왠지 힘이 빠져버리거나(하긴 긴 이야기에 그러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용두사미로 끝나는 작가로 기억되어 있다. 뭐 이렇게 투덜되지만 그녀의 작품은 매력이 있고 늘 읽게되곤 한다. 

이번 작품은 사람이 죽은 직후에 뇌를 읽어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니까 MRI같은 곳에 죽은 사람의 뇌를 넣으면 그 사람의 기억들을 영화처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을 중대한 범죄에 한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이다. 단 기억은 주관적인 만큼 수사의 직접 증거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끔찍한 범죄자나 그의 희생자들의 뇌를 주구장장 봐야하는 수사관들은 미치거나 자살하거나 이직해 버리고, 사회적으로도 기피 대상이 된다. 범죄자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희생자들의 뇌를 손상시키기도 하고, 수사의 혼선을 주기 위해 꾸며진 장면을 본 채 자살하는 공범도 있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살하는 이들까지 생겨난다. 

사건 하나하나를 해결해 가는 에피소드 모음 형식으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지만 평생 누구에게나 말하기 싫은 비밀쯤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화장실 가는 장면, 섹스하는 장면까지 볼 권리를 누가 수사관들에게 주었나? 혹은 뇌를 볼 수 있다는 상황이 사회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현실사회로 돌아와서 생각하면 기술이 범죄를 막는데 이용되기보다는 범죄에 이용되는 비율이 월등히 높기에(돈이 되는 곳에 기술이!) 왠지 이런 기술이 개발되면 포르노나 협박범들 손에 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 갑자기 프로포즈를 하지를 않나 이 시리즈의 로맨스 라인은 참 느닷없다. 어쨌거나 지지부진한 로맨스 라인으로 볼 때 이 시리즈도 꽤나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별은 세개반 정도 주고 싶다. 반개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기대로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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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6-2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나온 걸 지난 주에 주문했는데 알라딘이 배송해줄 생각을 안 해요..ㅜ.ㅜ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2:38   좋아요 0 | URL
아하하 저는 마노아님께 땡투하고 샀는데~ ㅎ

L.SHIN 2010-06-2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7권이 나왔구나!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1 15:54   좋아요 0 | URL
오 엘신님도 좋아하시는군요 ㅎㅎㅎ
전 넘 느림보로 나오는거 같아서 안사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질렀어요.

머큐리 2010-06-21 15:47   좋아요 0 | URL
표지 얼굴들이 엘신님과 비슷한데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8:43   좋아요 0 | URL
오 정말 그러네요!

뷰리풀말미잘 2010-06-2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2권까지 봤는데 전 재미있었어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완벽한 이미지의 대통령이 첫눈에 반한 남자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네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8:44   좋아요 0 | URL
아 말미잘님의 독서의 폭은 어찌나 넓은지. 저도 그 에피소드랑 엄마한테 동생을 괴롭힌게 아니란걸 말하려고 자살하려고 했던 어린이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후애(厚愛) 2010-06-22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표지 너무 멋지다~~!!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8:44   좋아요 0 | URL
딱 순정만화 같지요 ^^
sf순정만화~

마녀고양이 2010-06-2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광천녀 읽고 싶어지네요. 진짜 잼났는데.
시미코는 순정 작가인지 일반 코믹스 작가인지 항상 헛갈리지요.
줄거리는 진짜 오묘하고 복잡한게, 매력있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2 10:31   좋아요 0 | URL
sf순정 아닐까요 ㅎ
전 달의 아이로 처음 이 작가를 만나서인지 그 작품이 제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