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의 생각은 그가 평생 매일같이 행운을 가져다주기로 마음먹은 소녀 부니 주위로 똬리를 틀었다. 힌두나 무슬림 같은 단어는 그들의 이야기에 비집고 들어올 수 없다고 그는 중얼거렸다. 계곡에서 이런 말들은 경계를 긋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설명하는 말에 불과했다. 단어들 사이의 경계, 단어들의 단단한 가장자리는 뭉개지고 흐릿해졌다. 그래야 마땅했다. 여기는 카슈마르였다.
(100쪽, 광대 샬리마르)
나 또한 누가 '쟤 한국인이잖아'라고 설명하고 말면 왠지 기분이 나쁠듯 하다. 내 수백가지 장점 중에 왜 하필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걸로 나를 설명하는가?
부끄럽게도 나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그런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책을 읽기 바로 직전에 읽은 관련된 책 하나도 더 덧붙여둔다. 단일한 잣대로 어떻게 이 넓은 세상을 나눌 수 있겠는가?

* 카슈미르 지역 더 살펴보기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지역
카슈미르 지역은 560여개의 토호국들이었고, 이들 토후 왕국은 소수 힌두교계(22%)가 지역 주민의 대부분(77%)인 이슬람교도들을 지배하고 있었음. 이에 영국 식민지배에 이슬람계가 협력. 2차대전 후 주민 대다수는 종교에 따라 파키스탄 편입을 요구했으나 토후왕이 '국민투표'를 전제로 인도로의 편입을 결정한 후 분쟁이 끊이지 않음. 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911테러를 비롯해서 온갖 전쟁에 이름이 거론되고있음.
위의 소설에 소년은 부족장의 아들인 힌두계고 소녀는 이슬람계. 여기에 영국신민주의자들까지 더해서 이들의 삶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아 개인의 삶은 역사앞에 어찌나 무기력한지. 삶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