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아주 오랜만에 인사동에 전시를 다녀왔다. 

회화가 중심이 된 전시는 더 오랜만이다.

작가는 판화를 했다고 했고 쨍한 햇볕이 들이치는 전시공간은

명암의 차이를 가진 작품들이 한 열점쯤 놓여있다.


내가 무슨 그림을 알겠는가.

그저 누군가 웅켜잡아둔 감정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사람의 감정을 봐버린 것 같아 촌스럽게 겸연쩍어한다.


틀림없이 삐죽삐죽 숲 같은 곳에 눈이 텅빈 존재가 있다.

어디로 보나 숲인데 검은 바닷속에 있는 아이들이 생각난다.


꿈속에선 텅빈 공간에 그림에서본 삐죽삐죽한 존재가 둥실 떠있어

내가 걸어들어간다. 

또다른 그림 속에 있던 책으로 이루어진 섬으로도 들어간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고 읽을 수 없다.


작년 4월 이후로 떨칠 수가 없다.

그 가족의 마음이 어떨지야 짐작도 할 수 없지만

티비로 지켜봐야했던 내마음도 무언가 크게 탈이 났다.

그래서 조심조심 지내다 보니

뭔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정면승부하지 않은 느낌이다. 


사건 책임자들 다수는 이미 출소했고

정부는 조사의 의지가 없고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하는 얘기들은 하도 충격적이라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번에야 말로 겁을 집어먹었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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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10-3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원피스를 읽고 있고 매길들이는 얘기도 읽고 있는데 두 책다 기대이상으로 길고 긴 이야기다.

한수철 2015-10-30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야 말로 겁을 집어먹었다..

제길˝

저는 이 표현에 정말 공감을 합니다. 저는 작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주 이상한 일들에 대해 혼자 갈무리는 할지언정 토로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백날 떠들어 봐야 듣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떠들어야 한다고요? 박근혜 정부에서는 씨도 안 먹히는 짓입니다...
 

나는 참 재미가 없는 인간이다.

재미가 없다는 것은 매력이 없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자각은 의기소침을 불러와 초라한 교우관계를 성적표로 받았다.


여기다 하루 종일 입한번 달싹 할 일이 없는 직업에 종사하니

더더더 지루한 인간이 되었다. 


버터앤 브래드란 만화에서 

문득 선생이란 직업에 자신감을 잃은 여자 주인공이 

사직을 하고 우연히 들린 빵집에서 같이 빵 먹고 싶은 남자를 만나

두번째 만남에 프로포즈를 한다. 


마담 프로스트의 비밀정원이란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의 병의 원인은

그의 일상이다.

그는 피아니스트로 키워졌고, 

이모들의 교습소에서 반주를 하며, 교숙소 집을 왔다갔다 하며 나이가 든다.


모든 작품에서 '소외'를 만난다.

무기력하게 홀로 떨어져 있는 개인을 본다. 

위의 두 작품속 그들은 한사람의 손이라도 잡고 일어서고,

다른 많은 작품속에서는 사소한 욕망속에 길을 잃고 헤맨다.


엉뚱한 이야기로 

주말에 영국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과 미국의 버니 샌더스의 돌풍에 대해 얘기하면서

드물게 수다스러워졌는데

우리나라는 어째서란 주제에 이르러 다시 침묵 모드로 돌입했다..


그래서, 

내가 다른 일을 하면 좀 재미있어지려나?

아니면 내 심장을 뛰게할 무언가가 생긴다면?


그러니까

잡고 기어나갈 손 하나를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책을 부여잡고 숨구멍 하나 뚫어 놓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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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2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5-09-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담을 추천합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조금은 짬쪼름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09-23 13:46   좋아요 0 | URL
막 위트있게 치고 나가고 그래야되는거 아닌가요? ㅠ.ㅠ 몸에도 입에도 순발력이라는 없어요 흑....

Mephistopheles 2015-09-23 13:58   좋아요 0 | URL
그냥 상대방에게 맞춰 추임새만 넣으세요. 옳거니~! 아이구~! 어마나~! 그렇게 묻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거의 십년쯤 전에 산 속원피스가 어깨끈이 떨어졌다
몇년전쯤 샀다 찢어져서 못입고 있는 티셔츠를 조금 잘라 이어붙인다
가게엔 옷이 가득이지만 맘에 꼭 드는 건 찾기어렵다
제일 좋아하는 스웨터도 하나 청바지도 하나 그렇다

저 속치마를 만들어 팔았던 쇼핑몰은 이제 제작은 안하고 다른 곳에서 물건을 떼다판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좋은 것은 아쉽지만 늘 끝이 있다

야경의 첫이야기엔 경찰관이 맞지 않는 직원이 나온다
내가 할수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는 것은 생각보다 드문가보다

오년만에 토익책을 뒤적이니 인간의 집중력은 45분이 한계인가 하는 생각이든다

집중력도 점점 자라다 어느 나이가 되면 주는 것인지
세상만사 때가 있는데 아직도 천하 쓸데없는 토익을 뒤적이기 때문인지

주말이 손톱만큼 남아 우울하다
좋아하는 옷도 찢어지고 내바느질 솜씨는 늘지않고
아 월요병을 미리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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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5-09-07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입고 다니는 옷들이 대부분 10년을 넘기고부터 낡기 시작하더라구요. 참 좋아하던 풀색 자켓이 있었는데 소매와 목둘레가 낡아 나덜너덜해졌죠. 한 17년쯤 입었던 작년 늦가을 어느날 못에 걸려 주욱 찢어졌을 때 참 아까웠습니다. 아무리 소매가 너덜너덜해도 한 10년 더 입어야지 생각했었거든요.

요샌 목덜미가 늘어진 셔츠들을 하나씩 버리고 있어요. 대부분 15년 이상 입었던 옷이예요.

무해한모리군 2015-09-08 10:53   좋아요 0 | URL
저 덧댄 티셔츠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데 집회 나갔다 찢어져서 차마 버리지를 못하고 여기저기 덧대서 입고 있어요. 티셔츠는 1년이상 입기 힘들던데 대단하세요!!!!!
 

아침 출근길엔 음악 팟캐스트를 듣곤한다.

오늘은 '재법이예요' 라는 프로그램에서 스탠다드 재즈를 소개하는 것을 들었다.

그중 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 연주가 축축한 오늘 아침에 잘 어울린다.

물론 나는 차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면서 들었지만.


이 곡의 주인공 Englishman은 쿠엔틴 크리스프로 널리 알려져있다.

글쟁이며, 모델이고, 연기자, 그리고 동성애자.

무려 1908년생인 그가 온통 검정옷과 작업복 차림인 남자들 사이를

스카프를 두르고 누비는 모습을 상상을 해본다.

어떻게 하고 다니던 여전히 그는 아름답다.


 아이와 <꽁치 옷장엔 치마만 100개>라는 동화책을 읽었다. 이제 겨우 네살인 꼬맹이인데도 남자도 치마를 입는다는 사실을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얼마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그것들이 또 제각기 고운지 끊없이 보여주리라 결심한다. 아이와 어린이집 친구들 사진을 보며 친구들이 어디어디가 이쁜지 수다를 떤다. 


누구나 마음속에 남과 소통할 수 없는 외계인 하나쯤은 가지고 살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는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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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9-0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마지막 영상에서 광고가 더 흥미롭네요. 빨간 립스틱과 힐이 너무 예뻐서요. 아, 좋다, 하고 넋놓고 보고 있었어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조카에게 저도 말해주고 싶은데, 이미 아이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고정화 되어 있어서 되게 어렵겠다 싶어요. 그래도 계속계속 말해줘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5-09-04 13:12   좋아요 0 | URL
부모가 거울인데 제가 너무 심심한 사람이라서 그런가봐요. 제 친구놈들 중엔 똘I들 제법 있는데 좀 크면 데리고 다닐까봐요 ㅋㄷㅋㄷㅋㄷ

힐은 못신고 립스틱은 1년에 한두개 사보지만 한두번 쓰고 버리지만.... 사고 싶은 품목이네요 둘다.

이채 2016-02-14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를 쓰고 기획한 이채입니다. 아이에게 꽁치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저.. 혹시 위 포스트 내용을 <꽁치> 시리즈 관련 홍보물에 삽입해도 괜찮을까요? 물론 출처는 표시하고요! 아이에게 꽁치를 소개해주시는 마음이 정말 감사하고 아름다워서 꼭 다른 분들께도 전하고 싶습니다. ^___^

무해한모리군 2016-02-14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채님 마음대로 가져다 쓰셔도 됩니다 ^^ 좋은작품 감사했습니다

이채 2016-02-15 16: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앗. 허락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사용하고,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이채 2016-03-20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리님의 독서 후기가 포함된 <꽁치> 시리즈 2권, <꽁치랑 뽀뽀하면 안 된다고?>의 홍보물이 완성되어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아래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시면, 직접 확인하실 수 있어요.

좋은 글의 사용을 허락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링크: tumblbug.com/ggongchi2

무해한모리군 2016-03-21 16:58   좋아요 0 | URL
네 유결이 알려줘서 봤어요 ^^
 

 죽은자의 심판에 못생기고 아픈 비둘기를 다정하게 스다듬어 주는 남자가 나온다. 지난 이주간 무수한 로맨스물을 봤는데 가장 호기심이 가는 남자는 이쪽이다. 


 이주전쯤 우연히 고등학생들이 출연한 청춘물을 보다 불현듯 우리나라 로맨스물을 모처럼 읽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해서 여섯편의 드라마, 네편의 영화, 두편의 웹소설을 보게 되었다. 


약간의 개인적 깨달음은

 1. 드라마는 작가가 정말 중요하다. 영화보다 더 중요하다. 

 어찌보면 드라마의 서사구조랄게 딱히 없다. 누군가가 내 삶에 전부가 되는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어찌보면 대부분의 로맨스물을 세줄로 줄이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대사. 저렇게 잘생긴 입에서 더없이 없어보이는 말을 하게 하는 안타까움... 요즘 드라마의 ppl의 문제점을 여실히 깨달았으며, 귀여니의 성대입학은 참으로 합당한 결정이었다는 걸 느끼게 해준 이주였다. 그리고 나는 로맨스 드라마의 두 주인공이 손잡고 입맞춤 하는 것까지만 관심있다는 걸 깨닫았다... --;;  


 2. 아 웹에 연재되는 여러 로맨스소설...

 뮤지컬을 보면서 굉장한 반전을 기대하는 바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엔 공연을 보는 동안만이라도 익숙하고 그리운 그 감정을 다시 한번 반추해보기를 원한다. 내가 원하는건 새끼 강아지를 안았을때의 몽글함, 그리고 너무 약하고 곧 사그라들 아름다움을 볼때의 서글픔이 섞은 어떤 감정이다. 곱디고운 해피앤딩에 역시 드라마처럼 읽다 말았다. 


이렇게 드라마와 책을 모두 끝까지 보지를 못해서 오글한건 안되겠다 싶어서 영화는 잔잔해 보이는 걸로 골랐다. 우리나라 작품으로 한정했더니 최근 영화경향이 아주 센놈들이 유행이라 쉽지 않았다.


*소지섭 주연 좋은날 : 음............. 풋사과 같고, 제주도 홍보물 스럽다. 웹 영화라던데, 뭔가 웹과 내가 어긋나는거 같다.

*이상윤 주연 산타바바라 : 이상윤은 웃는 모습이 참 예쁜데, 영화속에서 하도 어리버리한지라 저렇게 웃으면서 사고치면 더 패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ㅎㅎㅎ 생활 연애물... 

*연애의맛 : 에스케이에서 공짜로 제공해서 봤는데... 나는 이런 코미디에 웃지않는다...


요즘 여기저기 재벌만 등장하고, 입시 취업으로 살기가 힘들어 그런지 청춘, 순정물 이런게 별로 인기가 없나보다. 


로맨스물 탐구 대실패. 추천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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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5-08-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 사랑이야` (2014) 추천합니다. 노희경 작가. 제가 본 한국 로맨스 드라마 중에서 최고인듯. 아, `내 멋대로 해라`가 있었지 참..

무해한모리군 2015-08-31 08:51   좋아요 0 | URL
내 멋대로 해라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지요. 괜사는 본방으로 봤었는데 왜 공블리인줄 알겠더군요 ㅎㅎㅎㅎ

무스탕 2015-08-2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본 영화 `뷰티 인사이드` 괜찮았어요.
남자주인공은 18세부터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희귀병(?)에 걸렸고
여자주인공 한효주는 그런 남자를 사랑하면서 둘이 겪는 여러 이야기들이에요.
(그러니 여주는 한효주라고 적을수 있는데 남주는 누구라고 적을수가 없네요.ㅎㅎ)
전 이 영화 보고 감상평을 `마음을 흔드는 영화가 아닌 마음에 스미는 영화` 라고 적었어요 ^^

무해한모리군 2015-08-31 08:52   좋아요 0 | URL
다운로드 사이트에 4천원 선으로 떨어지면 꼭 보겠습니다... 스미는 것 좋다... 아, 영화관 그리운 곳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