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점심을 늦추고 단순작업을 했다.

회의 준비로 복사하고 라벨 붙이고.

부끄럽게도 이런 단순작업을 무척 좋다.

각을 잡고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서 말끔하게 준비 끝!

빨래널기 접기 그릇정리 같은 것들

이상한 만족감과 성취감을 준다.



제목이 사랑스러운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란 드라마에 보면

서른살 모솔 아가씨와 21살 꽃띠 청년의 성실한 사랑이 소잰데

여기 모솔 아가씨 짝사랑남으로 다마키 히로시가 나온다.

간지남의 상징... 그 다마키 히로시

아... 내가 늙은 것은지 이민호를 꼭 닮은 싱그러운 청년이 아무리 멋져도

다마키 히로시가 한번 웃는 것만 못하니.... 

(게다가 나는 여성인데 어째서 꽃청년처럼 입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가)


나는 단순노동 체질에 아저씨 취향인가..

왠지 분하다.


누리과정 무상지원의 여파로 결국 아이를 넣을 어린이집을 찾지 못했다.

외벌이에 아이 하나라 순위가 저~~~~~~~~~만큼 뒤다.

할 수 없이 집앞의 비싼 놀이학교로 이틀간 시험등원(?)해 보기로 했다. 


오늘은 그 첫날로 겨우 9:40~12:00까지 있었는데

아이말론 사과도 먹지 않고 공놀이도 체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생님 말로는 얌전히 있었다고 하고

데리러 간 남편의 증언으로는 보자마자 이산가족 상봉 못지 않게 울었단다.


그러니까 이 모든걸 종합해보면 난생처음 낯선곳에 떨어진 딸은 얼어붙었던 것이다.

불쌍하다.... 

내일은 또 보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이는 거길 끊겠다고 주장)

내가 집에 있다면 동네 엄마 모임 같은거라도 만들어서 친구들이랑 놀게하며 더 데리고 있겠지만 그게 아니니 고민스럽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린시절 어린이집 부적응자였다. 음.. 딸과 정확히 똑같이 우두커니 가만히 있는 선생님께는 상당히 난감한 어린이였을 것이다. 그래도 젊고 예쁜 선생님과 말해보고 싶긴 했는데 나머지 친구들이 나보다 적극적이여서 기회가 없었다. 요즘 엄마들 같으면 부분적 무언증이라고 병원에 끌고갈 증세는 초등학교 4학년 단짝이 생길때까지 계속됐다. 엄마의 무신경함에 덕을 본 셈이다. 병원은 싫으니까.


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역시 역시 너무 무리해서 보내는건 좋지 않겠다.앞으로 싫어도 매일 가야할 곳이 잔뜩인데 빨리 시작할 필요가 있을까? 인생에서 그런 순간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생각해보면 일찍 알아 좋은게 별로 없는게 삶이다.  


아니지. 제 때 해봐야하는 것들이 있다.

자전거라든가 수영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때를 놓치면 배울 수는 있지만,노력이 곱절이 든다.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제목이 마음이 드니 또한번 써본다 쓸수록 희뭇한 문장이다)에 여주인공은 서른이 되도록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것에 너무 집중했더니, 연애한번 못하게 되버렸다. 서른에 연애를 '처음' 배워보려니 곱절은 힘들고 잡생각이 많아진다. 자고로 서른이란 나이는 '하고싶은 것'을 지나 '해야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시기 아닌가. 서로 기댈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사의 핵심기술인데 모든 것이 그렇듯이 날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인간도 있고 좀더 노력해야 하는 인간도 있고, 절대 안되는 인간도 있다.  

역시 그런 의미에서 일단 하루 더 보내볼까.


역시 결론이 안나네. 내일은 일단 보내지 말고 내년 봄까지 좀더 고민해봐야겠다. 지원 안되는 곳은 자리가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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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2014-11-26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오늘 웹툰으로 본 작품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4-11-26 07:5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해밀님 혹시 기회되시면 드라마도 봐보세요. 호타루의 빛을 좋아하셨다면 마음에 드실겁니다. 여주인공이 아주 연기를 잘합니다 ^^

순오기 2014-11-2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단체생활 시작하면 감기 달고 살어요. 더구나 겨울에 시작하면 더하죠~데리고 있을 수만 있으면 천천히 보내도...ㅠ

무해한모리군 2014-11-27 08:44   좋아요 0 | URL
그러고 싶은데 아이가 심심해해서요 봄에 보낼려고 시험수업을 들었어요.

Mephistopheles 2014-11-2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왠지 분하다.

(진짜 몇번째 다시 되뇌이고 있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4-11-27 08:44   좋아요 0 | URL
Mephistopheles님 느낌 아시는군요 ㅎㅎㅎㅎ
 

슬픈 일은 함께 오는 법인가요?

올해는 정말 깁니다.

내 맘속에 고이 간직해온 오빠가 가네요...

일만... 일만 열심히 하겠다고 했잖아욧!!

그리고 오빠 16살 연하는 너무 어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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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셔츠가 잘 어울리던 그가 가는구나.

내사랑 니시지마 히데토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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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배우 얘기가 나온김에

올해 제일 마음에 들었던 드라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작년에는 상속자들? ㅎㅎㅎㅎ


네 올해는 제 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올해의 작품은 '어젯밤 카레, 내일 빵'입니다.

원작 소설이 번한되어 있지만 저는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들은 필히 이 드라마를 본받아 출생의 비밀이나

남녀 주인공들을 옷벗기지 않아도 로맨스가 가능하다는 걸 

깨닫기 바랍니다.

심지어 이 드라마의 남녀주인공은 그렇게 남자친구 집에서 밥을 같이 먹는데

딱한번 손잡는 장면이 나올 뿐입니다. (이건 좀 너무 한게 아닌....)


7년전 남편이 병으로 죽고 시부와 살아가는 여자

웃을 수 없게 되서 스튜어디스를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힌 여자

안면근육 문제로 웃는 얼굴로만 보여서 의사를 할 수 없게 된 남자

사고로 무릎을 못꿇어서 가업인 주지가 될 수 없는 남자

외롭지만 누구를 이제와 믿기도 두려운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홀로사는 치과의사인 녀자

등등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후의 풍경을 소재로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어딘가 조금 망가져서 잠시 세상에서 숨어있거나 멈춰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요란한 사랑이야기도 잘난 사람도 없습니다. 꼬박꼬박 같이 밥 먹으며 시간이 흐르고 다시 세상속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지요. 행복은 멋진 요리가 아니라 어젯밤 카레와 내일 빵 사이 소소한 그곳에 있나봅니다. 그 동네에서 함께 살고 싶네요. 계속계속 뒷날이 궁금합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여기 소매를 접어올린 흰셔츠가 잘어울리는 또다른 두 남자가 나오지요.

시부역의 카가 다케시는 일본에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디의 주연이라네요.

어쩐지 로맨틱하게 시도때도 없이 노래를 불러주신다 했습니다.

미조바타 준페이군은 꽃미남인데다 이 드라마에서는 기대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따뜻한 남자로 나옵니다.

사진에 같이 나온 여주인공인 나카 리아사는 작년 23살 어린 나이에 결혼과 출산을 한 대단한 여성이지요.출산후 첫 복귀작입니다.

싱그러운 매력이 있는 여우입니다. 

펼친 부분 접기 ▲


그나저나 저는 중고책 주문이 들어온 책을 한참을 들여다보고야 제가 그 책을 읽었다는게 생각이 났습니다. 불과 몇달전에요. 이 드라마가 올해 제일 좋게 느껴지는건 가장 최근에 본 드라마라서 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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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25 0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곤 휘모리님네 메뉴인 줄 알았어요.ㅋㅋ
남녀의 사랑을 옷벗기는 신으로 표현하는 진부함이라니...ㅜㅠ
군대간 울아들 어려서 <용의 눈물> 보면서
˝왕이 왜 자꾸 여자 옷을 벗기는거야?˝했더랬죠.ㅋㅋ

무해한모리군 2014-11-25 08:4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왕들은 왜그럴까요 ㅋㄷㅋㄷ
저는 주말을 제외하곤 사실 집에서 한끼도 먹지 않아요. 워낙 멀어서.. 슬프다 ㅠ.ㅠ
 

수능날 아침 여느때처럼 다섯시 반에 눈을 뜨고

일곱시반 지하철역앞 풍경에

괜히 눈물이 난다


경찰, 헌병, 교회 운송차량이 대기중이고

일년에 딱 하루 우리는 아이들을 발견한다

아이들보다 더 긴장한 부모들의 간절한 표정이 보이고

저들에게 주어진 매우매우 가느다란 학벌이라는 줄이 눈물겨워

목이 메인다.


쌍용차 판결이 났다

전태일 열사의 기일에 또 그들은 열사를 죽인다.

만져본 적도 없는 어마어마한 빚이 그들을 덮친다.


살인자들

당신들이 한 것은 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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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1-14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보영, 권순일, 민일영, 김신 대법관

바람돌이 2014-11-1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용차 판결 이후 해고노동자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4-11-17 12:14   좋아요 0 | URL
한번 무너지면 잡고 일어설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나라가... 막막합니다.

2014-11-15 0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17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권태 - 한영숙

헛배 부른 뱃속에
꾸역꾸역 하루를 구겨넣는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화장실 물소리만 요란하다.


이른 아침 서초역 유리벽에 적힌 시를 본다.

이곳에 이런 시를 배치한 사람은 누굴까, 

농담을 좀 아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어제 아이는 낙엽을 밟는게 너무 신이나

숨이 찰 때까지 뛰어다녔다.


아이의 생일은 만우절이다

밀란쿤데라 처럼.


삶이라는 이 거대한 농담을 재치있게 받아 넘기기를

오늘도 나는 너의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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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11-1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누리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나
언제나 새로웁기를 빌고 또 빕니다~

시를 쓴 분도
이런 꿈을 꾸었겠지요..

감은빛 2014-11-1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참 좋네요!
그리고 모리님의 마지막 말도 참 멋져요!
 

*할로윈 날 광장에서 잘 보면 호박이 보입니다 ㅎㅎㅎ


일주일 휴가를 마치고 출근했는데 이런!

오늘 창립기념일 휴일이라네요 ㅠ.ㅠ


이 추위를 뚫고 나는 다시 집으로...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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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4-11-0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쩌런...ㅜㅜ

2014-11-03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4-11-0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교기념일 같은 휴일을 모른 채 바깥마실을 하셨군요~ ^^;;

무스탕 2014-11-0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울어줄게요 ㅠㅠ
(그리고 돌아서서 혼자 웃을게요 ㅎㅎㅎㅎ)

조선인 2014-11-04 09:52   좋아요 0 | URL
저도요.ㅠㅠ(ㅎㅎ)

Mephistopheles 2014-11-0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위로를 해주고 싶기도 하지만...너무 웃기기도 해요...(우히히)

무해한모리군 2014-11-0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웃으시는군요 흑흑... 더슬픈건 조금도 쉬지 못하고 귀가. 아이랑 병원투어 ㅠ.ㅠ 꼬맹이는 앞니에 충치가 있다는 몹시 슬픈 진단을 들었답니다...

Alicia 2014-11-0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은양은 아빠랑 판박이 ㅎㅎ 즐거운 시간 보내셨는지 :> 금요일부터 날씨 추워진대요. 감기 걸리시지 않게 옷 따뜻하게 입으셔요~

무해한모리군 2014-11-06 18: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주 많이 닮았어요. 저야 늘 실내에 있으니 괜찮습니다만 알리샤님 객지에서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