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 - 한영숙
이른 아침 서초역 유리벽에 적힌 시를 본다.
이곳에 이런 시를 배치한 사람은 누굴까,
농담을 좀 아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어제 아이는 낙엽을 밟는게 너무 신이나
숨이 찰 때까지 뛰어다녔다.
아이의 생일은 만우절이다
밀란쿤데라 처럼.
삶이라는 이 거대한 농담을 재치있게 받아 넘기기를
오늘도 나는 너의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