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 - 한영숙

헛배 부른 뱃속에
꾸역꾸역 하루를 구겨넣는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화장실 물소리만 요란하다.


이른 아침 서초역 유리벽에 적힌 시를 본다.

이곳에 이런 시를 배치한 사람은 누굴까, 

농담을 좀 아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어제 아이는 낙엽을 밟는게 너무 신이나

숨이 찰 때까지 뛰어다녔다.


아이의 생일은 만우절이다

밀란쿤데라 처럼.


삶이라는 이 거대한 농담을 재치있게 받아 넘기기를

오늘도 나는 너의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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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11-1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누리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나
언제나 새로웁기를 빌고 또 빕니다~

시를 쓴 분도
이런 꿈을 꾸었겠지요..

감은빛 2014-11-10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참 좋네요!
그리고 모리님의 마지막 말도 참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