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우려 방 안을 정리하다 문득 읽어내려간 엽서 몇 줄에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

"..에게

우리의 관계 안에 어떤 불신과 불안들이

 자리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지금, 여기까지 이어진 우리의 인연을

나는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신뢰의 근원은

그대로 인해 슬픔도 고통도,

그리고 기쁨과 행복도 나에게 의미 있다는 것,

이걸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믿음이 당신과 나 사이에 異而不二를

이루어 낼 수 있기를 기도하며...

2007. 6. 24. .."

........................................

그리고 나는, 방점을 몇 번 더 찍고서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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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6 1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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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6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06 2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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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6 2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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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6 2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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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6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제 알아차려야 하는가? 일어나는 그 순간에 바로 알아차려야 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대상을 알아차리는 것도 아니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알아차려야 하는가? 좋다, 나쁘다 등의 분별이나,

'원하는 것은 일으키거나 지속시키려 하고,

싫은 것은 없애려고 하는' 의지작용도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한다."  <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 144쪽에서>

 

'알아차림', 화두.

'그냥 있는 그대로'에 강세를 둔다.

얼마나 많은 걱정과 염려와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렸는가?

분별지를 버리고 다만, 알아차리라.

그래야만 비로소 구원에 이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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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두커니처럼 제 방의 모퉁이를 지키던 기타를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한줄 한줄 튕기며 기타를 조율하지만 기실 그 기준음은 제 마음의 소리입니다. 그러므로 사실은 제 마음을 조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까스로 음을 맞추고는 스트로크를 합니다. 맑은 소리가 나지 않았어요. 제 귀에 들려오는 노래는 음과 음이, 마디와 마디가 따각 따각 끊기는 그런 노래였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아름다운 노래를, 기타는 잘 튕길 수 없었습니다. 그것도 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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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0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결님, 기타소리 참 멋있지요. 기타를 치실 줄 아는군요. 조율하며 마음을 조율하신다는 말씀이 참 좋습니다. 기타는 가장 완벽한 악기라고 해요. 베토벤도 가장 좋아했다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요. 아, 기타소리 듣고 싶습니다. ^^

바람결 2007-09-02 22:37   좋아요 0 | URL
오늘은, 정말이지 미친듯이 기타를 쳐봤습니다. 한동안 쟁여두고만 있었더니 소리가 영 내키질 않더라구요. 아마도 미숙한 실력 탓이겠지요.

혜경님, 김두수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말그대로 초야에 묻혀사는 분이죠. 그분의 음악을 찾아서 들으면 기타의 참소리를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몇 권의 책들이 분주하게 널려있는 방 안의 정경을 매만진다.

그러면서,

인생의 편린들이 나뒹굴고 있는 마음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거기, 잘 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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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건 잘 있고, 어떤 건 조금 덜 잘 있고, 어떤 건 영 잘 못 있네요.^^
나뒹굴지도 못하고 쳐박혀있으니..
바람결님 삶의 편린들은 나름 잘 계시길...

바람결 2007-08-29 15:47   좋아요 0 | URL
그 모든 편린들이 나름 잘들 계시겠지요. 혜경님처럼 '어떤 건 잘 있고, 어떤 건 좀 덜 잘있고, 어떤 건 영 잘 못 있네요.' 그런 마음을 생각할 때마다 약간은 서글퍼집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인생을 채우는 조각 퍼즐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날이 어두워졌어요. 비가 오려나 봅니다. 스산한 바람이 참 애닯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별쓸것도없으면서괜시리끄적이고싶어한자적어보려는심산으로페이퍼를펼쳤는데그러고보니정말이지할말이아무것도없어민망하기도하고심심하기도하여최대한호흡이긴문장을만들어보기로하고 이렇게끄적이며써보고있는중이긴한데내모습이한심하기도하고미련해보이기도하는것이딱소세끼의고양이가그집주인을바라보는심정이아닐까싶기도하니아참난감한이상황에잠을청해야만한다는 주술이밀려와결국은눈을껌뻑이다마치게된다.

본래 말이란게 이렇다. 진실은 사라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말들을 위로한다. 바벨탑을 쌓다가 바벨탑에 갇혀버린 이들을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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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7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결님, 정작 하고픈 말은 못하고 말지요.^^
말들의 추모를 보니 문득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이 생각납니다.

바람결 2007-08-27 21:17   좋아요 0 | URL
얼마전 읽던 책에 '언유종(言有宗)'이라 하여 '말'자체가 아니라 '말의 중심'에 귀를 모으라고 하더군요. 저도 글을 쓰거나 읽다보면 '말'이 그저 '말'일 때가 적지 않더라구요.

혜경님, 저는 아직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말의 표면보다는 말의 중심에 천착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프레이야 2007-08-27 23:15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님의 글을 읽노라면 정말 '말의중심'에 계시려고 하는 마음이 엿보여요.
저도 글을 읽을때는 물론 쓸때에도 그래야겠다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남한산성은,, 공중누각에 불과한 말들의잔치를 공허하게 보여주더군요. 그의 '말'이 어떤 면에서 좀
그런 성질이 있구요. 언유종, 말의 중심에 귀를 모으라! 소통의 본질이기도 하네요.
오늘 이 구절 마음에 담아갑니다.^^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그리고 멜랑콜리 나이트~ 되세요^^

바람결 2007-08-2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멜랑콜리 나잇을 너무 과하게 보낸 탓인지...그 여파가 여전합니다. 오늘도 많은 말을 지껄였고, 가뭇없이 그 '말'들은 사라져버렸습니다. 얼른 서둘러 귀가해버렸죠.
무튼 김훈이 좀 그런 면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네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책과 세상>에서는 '말', 혹은 '글'이 어떻게 심장에 와 박힐 수 있는지를 절절히 느끼게 해주었었죠. 하지만 말그대로 그의 '말'들은 혼곤하다 여겨질 때가 많더라구요.

아...또 많이 떠들었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