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목 장교 시험을 거뜬히 통과하고,

엘리트 코스를 차근 차근 밟아오던 한 후배 녀석이 뜬금없이 학교를 그만두겠다며 말을 걸어왔다.

안타까운 마음보다 먼저 앞선 건 홀로 계실 그의 어머님에 대한 걱정이었고,

넉넉치 않은 형편에 대한 근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심 반가웠던 건, 자아 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몸짓하는 그 모습 때문이고,

이제 그가 나의 정면교사가 되어주었다는 사실에 문득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며칠전 故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에 다녀왔다며, "그토록 치열한 삶도 있는데, 그렇게 '잘 사는' 삶도 있는데..."라고 읊조리는 그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도종환 시인은 <단풍드는 날>이라는 시에서 "버려야 할 것을 아는 순간부터 단풍은 붉게 물든다"고 노래하였다. 자아 실현을 위해 자신의 안온한 삶을 질타하고, 내려놓은 그의 모습에서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내내 오버랩되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8-11-0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해주는 선배가 있어 그후배님 든든할겁니다. 다 잘될거에요.^^-

바람결 2008-11-04 02:20   좋아요 0 | URL
그래요, 바래요, 든든하기를요.
다 잘될거라는 배꽃님의 말에 위로를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