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목 장교 시험을 거뜬히 통과하고,
엘리트 코스를 차근 차근 밟아오던 한 후배 녀석이 뜬금없이 학교를 그만두겠다며 말을 걸어왔다.
안타까운 마음보다 먼저 앞선 건 홀로 계실 그의 어머님에 대한 걱정이었고,
넉넉치 않은 형편에 대한 근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심 반가웠던 건, 자아 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몸짓하는 그 모습 때문이고,
이제 그가 나의 정면교사가 되어주었다는 사실에 문득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며칠전 故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에 다녀왔다며, "그토록 치열한 삶도 있는데, 그렇게 '잘 사는' 삶도 있는데..."라고 읊조리는 그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도종환 시인은 <단풍드는 날>이라는 시에서 "버려야 할 것을 아는 순간부터 단풍은 붉게 물든다"고 노래하였다. 자아 실현을 위해 자신의 안온한 삶을 질타하고, 내려놓은 그의 모습에서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내내 오버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