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3개월동안 주어진 대학원 생활의 끝자락에서, 나에게 주어진 과제가 있다면 바로 '논문'을 한 편 써내는 것이다. 지난 학기부터 주제를 잡고 개요를 제출한 터라 이제 남은 것이 있다면 활자 하나 하나를 논문의 표제 아래 새겨넣는 일이다. 당연한 이 일이 주는 난감함은 다른 어떤 고투와도 비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일이 의무를 동반할 때 오는 피로감과 그로 인한 무한한 창의의 결핍만큼 초라한 것은, 짐짓 없어 뵌다. 그러나 한편 논문을 써야하는 책무를 가까스로 이행할 때 오는 성취감과 한편의 논문을 짓기 위해 해야만했던 '공부'들에 어김없이 뒤따르는 지식의 확장은 또 적지 않은 기쁨을 줄 것임을 알기에 나는 지금 한창 논문을 준비중이다.

토마스 베리(Thomas Berry). 그의 이름이 생소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가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닌 까닭이다. 가톨릭의 사제이자, 환경 철학자, 그리고 종교생태학자로서 서구에서는 그리 녹록치 않은 인물로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국내 학계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미 여러편의 저서가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은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라는 얇은 단행본 한 권에 불과하다.(이 책을 출간한 '에코조익' 출판사는 열악한 국내의 출판 유통문제로 인해  이 한 권의 책을 남기고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때문에 세간에서 그를 관심하기란 어려운 일일 뿐더러 가톨릭을 제외한 신학계 전반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심히 미약할 따름이다. 어쨌거나 그의 사상을 중심으로 나는 우리 시대의 최대 화두인 '생태'의 문제와 '빈곤'의 문제를 신학적으로 접근해보고자 준비중이다. 그리고 종교와 과학의 오랜 불화를 해소하기 위한 전범으로 그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도 논문의 의도로 삼고 있다. 아직도 나의 의도가 논문에 잘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공부는 제 능력껏 꾸준히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차에 오늘 토마스 베리에 대한 블룸베리 리뷰(The Bloombury Review)의 토마스 레인 크로우의 찬사에 문득 코 끝이 찡해졌다. 거두절미하고 그 단 한 줄을 적고 싶어 오늘 이곳에 끄적거리기로 했던 것이다.

"몸서리치도록 많은 인간 가운데 100년에 한 번, 심오한 명료함을 가지고 우리에게 말하는 어떤 사람이 나타난다. 토마스 베리는 그러한 인물이다."

생태대(Ecozoic)에 대한 그의 비전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글을 끄적이고 있는 지금 나도 마찬가지로 몸서리치고 있다. 앞으로 적어도 3개월간은 몸서리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할 듯 싶다. 아래에 그의 저서 몇 권을 끄집어 넣는다. 종교와 과학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지구와 우주, 그리고 그 아래 살고 있는 온 생명의 경이로움과 만나고 싶은 이들을 이 책들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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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2008-09-07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서리치는 그 경험, 이번 학기에 제발 마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