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고- 엄청 깁니다.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The Devil's Advocate, 1997)>은 장르상 법정 스릴러로 분류되어 있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 양심과 재물에의 저울질 등 검붉은 포스터가 말해주듯 인간이 가진 악의 본성을 탐구하는 거대한 드라마로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선택의 극한까지 관객을 몰고 간다. 무엇보다 알 파치노와 키아누 리브스의 연기대결이 이 모든 것과 상관없이 전율하게 한다. 이 영화를 알려준 책은 헤닝 만켈의 <방화벽>이다.

 

 

 

 

 

 

 

 

 

헤닝 만켈은 '발란더 형사' 시리즈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북유럽 스릴러 작가다. 여기 앉아 저기를 조정할 수 있는 사이버 테러를 소재로 하는 <방화벽>에서 발란더 형사가 단서상 발견하게 된 영화가 <데블스 에드버킷>이다. 요즘 드라마 <유령>에서 악성코드로 원격조정 당하는 자동차까지 보면서 사이버 테러의 무궁무진함을 흠뻑 체험중이다. 이혼 후 떨어져 사는 딸에게 전화로 줄거리를 묻지만 면박만 당하고, 수사의 단서가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직접 보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본다. 범인을 알아내야 할 임무를 띤 채 독서하고 있으니까. 이걸 두고 '빙의된 아이리시스'라고 한다.

 

"이것은 도미노와 같은 거야. 돌멩이가 하나 무너지면 이어서 모든 것이 붕괴하는 거지. 이른바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거야. 티네스는 바로 처음 무너진 돌멩이에 해당해." (<방화벽> 2권 중에서)

 

 

 

 

 

 

 

 

 

 

 

 

 

 

 

"우리는 과거에도 종종 이런 상황을 맞은 적이 있지. 즉 두 사건이 우연히 서로 맞물려 일어나는 경우 말이야. 우리는 우연히 일어난 충돌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그 두 사건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믿는 거지." (<방화벽> 2권 중에서)

 

추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쳇바퀴와 충돌과 우연한 연관을 구별짓는 일이다. 시작점을 어디로 하느냐에 의해 수사의 단서와 추리는 일방향으로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인데, 같은 사람이 하던 방식대로 생각하는 경우나 같은 사람이 같은 주제로 줄기차게 써먹는 글의 소재와 문체 같은 것과 비슷하다. 다만 이걸 깨닫는 데는 언제나 시간과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초반에 쉽게 얻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헤닝 만켈이 발란더 형사에게 투여한 발상과 사고의 전환은 초기 수사의 중요성을 꼬집는 것 같다. 그는 굉장하다. 몇 가지 사건을 외따로 벌여놓더니 배경을 넓혔다가 좁혔다가 다시 넓힌다. 경계를 오가며 맛보는 짜릿함이 일품인데, 모든 패를 까고 시작하는 이 게임은 정작 끝나고 나서 후련한 게 아니라 허무하다.

 

헤닝 만켈은 처음이지만(처음 아닌 게 별로 없지만;;) 알게 된 건 <이탈리아 구두>의 번역본이 국내에 출간된 2010년이었다. 일련의 추리 시리즈가 아니라 순문학으로 그의 이름을 삼켜버렸다는 게 우습다. 겉만 보고 판단하는 뭐 그런 거. 사건은 순차적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빵빵 터지고 단서는 던져줄 듯 말 듯 애간장을 녹이다 배후에 뭔가 커다란 음모가 도사리는 것처럼 무대영역을 확장시킨다.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거나 떡밥을 던지며 복선을 깔아두는 이른바 반전 스릴은 없지만 믿음직하고 거대하고 탄탄하다.

 

 

헤닝 만켈의 배경 무대가 주로 아프리카여서 차가운 느낌이 강한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나 <스노우맨> 보다는 내용상으로 사회적 음모 분위기가 물씬나는 <밀레니엄> 시리즈에 가깝다. 북유럽 스릴러의 개요를 정리하자면, 요 뇌스뵈(노르웨이), 스티그 라르손(스웨덴), 페터 회(덴마크),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아이슬란드) 정도를 듣거나 읽었다. 

 

 

 

 

 

 

 

 

 

 

 

 

 

 

 

(여기서 읽은 책은 <스노우맨>이랑 <우아한 제국>)

 

이유없이 북유럽 스릴러로 넓어진 페이퍼를 힘껏 좁히자면 다시 헤닝 만켈로 돌아온다. 스티그 라르손이 북유럽 스릴러의 대중화를 시도했다면 헤닝 만켈은 그 프로젝트에 화룡점정 역할을 한다. BBC 방송은 '발란더 형사'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방영중이다. 국적은 영국인데 스웨덴 올로케라서 영상미가 상당하다. 보는 중. 영국 드라마 특유의 90분짜리 3부작의 1시즌 구성은 <셜록>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영화 한 편 보는 것과 동일한 체력과 집중력을 요하는 진지하면서 긴박한 영국 드라마의 묵직함이 좋다.

 

 

 

 

 

 

 

 

 

 

 

 

 

BBC 방영 드라마 [Wallander]

 

 

이름 : 쿠르트 발란데르
나이 : 1948년 출생
사는 곳 : 스웨덴 남부 스코네 주의 위스타드
직업 : 위스타드 경찰서의 형사

가족 : 린다라는 딸이 있고, 아내 모나와는 이혼했음. 어머니는 그가 11살에, 화가였던 아버지는 그가 46세에 사망했음. 형제로는 스톡홀름에 사는 누이 크리스티나가 있음.
취미 : 음악 감상. 주로 오페라를 들음.
건강 : 48세에 당뇨 진단을 받았음. 몸이 무거웠을 때는 92킬로그램까지 나갔음. 용의자 사살 후 우울증에 시달려 1년 병가를 내고 쉬었던 적이 있음.
성격 : 무뚝뚝하고, 직선적이고, 침울함. 생각이 많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음. 수사관다운 직관과 끈기가 있음. 사회성이 부족하고, 때로 독불장군처럼 고집을 부리거나 다혈질적으로 분노함. 정치 사회적 시각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특정 주의를 따르지 않음.

 

 

 

 

 

 

 

 

 

 

 

 

 

 

 

 

줄을 못세우고 닥치는 대로 읽어서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나 좀 orz <방화벽> 다음 <미소지은 남자> 보면서 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섯 작품 다 읽을 거였음 줄 좀 세우고 읽어도 됐잖아. 헤밍웨이는 그렇게 나란히 줄도 잘 세워놨었으면서.

 

<미소지은 남자>는 장기를 사고팔 목적으로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 사람마저 이용하는 범죄현장을 담아낸다. 1990년대에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2010년대인 지금은 암묵적으로 있는 일이라는 점만 빼면 충격은 마찬가지다. 산 사람이 살기 위해 산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악이라면 이 악의 끝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이미 있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이 두려운 이유다. 과거보다 미래가 겁나는 이유다. 이 소설에 언급되는 작품은 <맥베스>다. 악의 결정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래서 나는 굳이, 반드시, 헤닝 만켈 중간에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읽어야 했고 그렇게 했다.

 

 

 

 

 

 

 

 

 

 

<하얀 암사자>는 이 문장이 배경을 관통한다.

 

헤닝은 이것이 영국인들의 지배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남아프리카에서 보어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얀 암사자> 중에서)

 

약 80년 전 '형제단'이라는 조직의 결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닝이 친구들과 함께 보어인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기 위해 조직한 '형제단'은 50주년 되던 1968년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단체가 되었으며, 1970년대 후반 급속히 위축됐는데 이는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 유색인종과 흑인의 반발과 백인의 동조로 인한 대결 상황에 임박해 있었기 때문이다. 30년간 정치범으로 수감되어 있던 넬슨 만델라의 석방이 보어인인 클레르크 대통령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은 보어인들에게 큰 배신으로 여겨진다. 과격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클레르크 대통령 암살작전은 천천히 아주 은밀하게 진행된다. 만델라가 클레르크와 함께 1993년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것 외에 아는 게 없다. 클레르크(1989년부터 1994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10대 대통령이었다)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철폐시킨 공로자로서 그 정책 아래 존재한 가장 마지막 대통령이었다. 작품 속 간간이 등장하는 아프리카민족회의와 KGB는 내 교양을 벗어난다.

 

죽은 뱀 한 마리. 뱀의 머리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뱀이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바로 이러한 형국이었다. 죽어서 이제는 무덤에 묻혀 있다고 생각되는 많은 옛것들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 있는 것과 연합하거나 대항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끈질기게 살아 있는 과거에 대항해서 싸워야 한다. (<하얀 암사자> 중에서)

 

배경에 도움이 되는 만델라의 여러 버전이 있다. 물론 만델라를 몰라도 헤닝 만켈을 읽을 수 있지만, 이 역사적 배경이 호기심을 끌 정도로 대단한 먹이사슬로 이뤄진 인종다툼이라 관심분야와도 맞다. 스웨덴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먼나라 남아프리카까지 뻗어있는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과 남아메리카를 이으려는 광대한 스케일에서 개연성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꼭 스웨덴이거나 꼭 남아공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아프리카의 독립과 백인,유색인종,흑인 간, 다민족간, 다종족간, 다부족간, 식민종속관계이자 먹이사슬 관계의 검은 대륙의 싸움이 고스란히 배경이 된다. 보어인은 그 중 하나일 뿐인데, 그들은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기 위해, 백인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계속적으로 편리하게 시행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지리한 싸움을 끝맺지 못한다. 첫 스웨덴 여성의 살인은 그저 우연이었다. 만델라 암살의 킬러로 투입된 이들의 마음이 어긋나 벌어진 우연한 사건의 실마리가 마침내 풀렸을 때, 이 일이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아프리카 지도자 한 명을 죽이고 정치적으로 원하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한 특정집단(여기서는 보어인)이 오랜시간 계획적으로 주도해온 사건이란 걸 알게 되면 놀랄 것이다. 헤닝 만켈은 모든 것을 까발린 채 시작하는데도 일단 재밌다. 발란더 형사의 개인사와 경찰서 동료들과의 인간적 관계, 단순과 우연과 거대한 사건사고가 얽혀 하나의 뿌리 깊은 사건의 전말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

 

<다섯번째 여자>는 우연한 관광객에 불과했지만 수녀 넷이 단체로 죽는 사건에 끼여 죽은 한 중년 여자를 일컫는다. 이름하여 다섯번째 여자로 통하게 될 그녀의 죽음을 이상하게 여긴 사람은 그녀의 딸이다. 그리고 다른 사건. 자동차 판매업으로 큰돈을 번 한 남자의 죽창에 찔린 죽음, 꽃가게 남자의 실종, 단서는 처음 발견된 사체의 주인공 집안 금고에 든 콩고에서의 용병 경험을 기록한 몇 십년 전의 일기장과 고도로 압축된 해골 뿐이다. 차례대로 4번째 작품을 읽어오는데 제일 난감한 단서들이다. 어떻게 다시 한 번 스웨덴에서의 죽음과 아프리카의 역사를 연결할지 궁금한 가운데, 우리의 발란더 형사는 쉴 틈이 생긴 날, 이 영화를 빌려온다. 참, 이번 편에서 그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급사한다.

 

 

 

 

 

 

 

 

 

이 영화는 <안개 속의 풍경>인데, 소설 속 제목은 <안개 속의 다리>라고 나온다. 그런 영화는 없는데, 우리가 모르는 영환가, 고전영화라고 해서 그 영화가 이 소설의 배경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영화라서 호평 받은 비슷한 제목의 영화로 때우;;면 안되겠지만 이 영화는 되게 좋은 작품이다.

 

다음 인용구는 다소 역사적, 정치적인 배경인데 어떤 책을 읽다가 이런 부분을 만나 궁금증이 생겼을 때 이런저런 자료나 검색, 또 다른 책으로 자세한 내용에 대해 알아보는 게 좋다.

 

"1953년부터 시작해 보겠소. 당시에는 네 개의 아프리카 주권국가가 국제연합 회원국이었소. 그러던 것이 7년 후에는 스물여섯 국가로 늘어났고 아프리카 전체 대륙이 들끓었소. 이른바 탈식민지화가 극적인 단계에 접어든 거였소. 독립을 선언하는 국가들이 늘어났고 독립국으로 태어나기까지는 종종 엄청난 진통이 따랐소. 그 중에서는 벨기에-콩고처럼 격심한 진통을 겪은 나라는 없을 거요. 벨기에 정부는 1959년 주권 양도를 위한 계획안을 마련하고, 주권 이양 시기를 1960년 6월 30일로 확정했소. 그런데 그날이 가까워질수록 전국적으로 격심한 소요가 일어났소. 각 부족들이 나름대로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연일 폭력사태가 발생했소. 어쨌든 독립은 이루어졌고, 카사부부라는 경험 많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고 루뭄바는 총리가 되었소. 루뭄바라는 이름은 당신도 한번쯤 들어보았을 거요." (중략)

 

"카탕가에서의 전투에는 수백 명의 용병이 참전했소. 용병들의 출신지는 다양했소. 프랑스, 벨기에, 알제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5년이 흘렀으나, 전쟁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독일인들도 많았소. 그들은 아무 죄 없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복수했소.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용병들도 상당수 있었소. 이들 중 일부는 전사해 무더기로 묻히기도 했죠. 그들이 어디에 묻혔는지는 아무도 모르오. 어느 날 한 아프리카인이 유엔군 스웨덴 진영을 찾아왔소. 그는 죽은 용병들의 서류와 사진들을 가지고 있었죠. 스웨덴 출신 용병들은 거기 없었소." (<다섯번째 여자> 중에서)

 

용병들은 돈을 가장 많이 주는 사람 편에 서서 사람을 죽였다. 명분으로야 자유라는 이념을 수호하기 위해,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있었지만 그들의 삶은 결국 피폐해져갔다. 사디스트나 정신이상자로. 그리고 지금은 사진 한 장 속 이름모를 인물로 나뒹군 채 이름도 소식도 잃은 채 살거나 죽었다. 일기장의 주인은 현재 그 이름이 아닐 수도 있고, 가명일 수도 있고, 원래 그 이름이 아닐 수도 있다. 발란더 형사는 수사가 벽에 부딪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수사의 단서와 증거들 보다 이런 얘기가 더 가슴에 와닿는다. 인생을 통찰하고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사람들의 대화.

 

"할아버지는 자기 세계에 갇혀 살았지. 그림을 그리고, 그림 속에서 해의 움직임을 결정했어. 해는 언제나 있던 자리에 걸려 있었지. 50년 동안 나무 그루터기 위에. 뇌조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나는 가끔 아버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른다고 생각했어. 자기 둘레에 테레빈으로 된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사셨지."

"그렇지 않아요. 할아버지는 많은 걸 알고 계셨어요." (<다섯번째 여자> 중에서)

 

누구나 누군가에 대해 잘 모른다. 어쩌면 가장 가깝다고 믿는 그 사람에 대한 내밀한 것은 물리적 거리로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자기 세계, 바깥 세계, 그런 게 있다면, 내면으로 침잠하는 사람과 바깥 뉴스에 골몰하는 사람의 결혼생활은 위태롭다. 관심분야, 흥미거리, 삶의 방향성이 모두 다를 것이므로. 그런 것들이 걱정이 된다. 나는 너와 함께 오랫동안 잘 살아내지 못할까봐. 정작 깊은 곳으로 파고든 작품은 용병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건이었다. 가장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부터 촉발된 살인동기 그리고 슬픈 사연과 쳇바퀴 돌듯 연결되는 부조리, 그것이 범죄. 나만 발빠지지 않으려 애쓰고 애쓰는 것만이 과연 최선일까. 삶에 최선이 있다고 보기란 힘들지만.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어느 사회에서나 문제가 된다. 여자, 아이,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배려는 인도적 차원이나 휴머니즘 차원을 넘어선 인간 본연의 윤리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용병의 윤리문제로 가는가 싶던 <다섯번째 여자>의 살인이 오뉴월에 서리 내리게 하는 여자의 '한' 때문이란 걸 알았을 때-특히 남편의 폭력에 의한-나는 좀 놀랐다. 용병에서 남편에게 매맞는 여자까지는 넓어도 너무 넓은 물리적 거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여름의 축제로부터 시작되는 소리소문 없는 두려움, 발란더의 동료가 살해된다. 발란더에게는 단지 동료였는데, 그는 여러 사람에게 발란더를 가장 친한 친구로 소개하고 다녔다. 그의 외로움과 고독, 관심사와 삶을 파고들면 들수록 한 사람이 남기고 간 생의 자취는 점점 더 희미해진다. 엉망으로 어질러진 사건현장에도 불구하고 찾아낸 비밀공간 서랍에서 두 장의 사진을 발견하면서 불이 켜지는 듯하지만 여전히 수사는 혼돈이다. <한여름의 살인>은 끈적하다. 유럽여행을 떠난 줄로 알았던 세 아이들의 실종, 이들이 평소 벌였다던 역사속 시대 흉내내기 가장무도회 축제, 여행간 딸의 엽서 속 서명을 딸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엄마, 동료의 살해, 단서가 네(한 명은 아픈 바람에 약속에 참여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평소 놀이처럼 게임처럼 했다던 그 변장쇼에 있을까. 늘 그랬듯 수사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연달아 읽다보니 다소 스타일이 지루해지면서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걸 보면 좋아한 모양. 같은 캐릭터를 또 불러오고 함께 숨쉬고 시간이 흐르고 묵히고 그러면서 여느 인간처럼 실수도 하고 변화하고 다치고 울고 이기심도 비치고 이런 것들이 좋다. 함께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죽은 사촌 둘로부터 찾아낸 어느 여자의 사진, 동료들은 아연해지고 수사는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1권이 끝날 때까지 사건의 윤곽은 짐작되지도 않는다. 마침내 한 권이 남았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최대한 읽는중의 즐거움과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스포일러에 해당하는(할 것 같은) 전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쓰는 중이다) 벌어진 살인을 추적하는 중에 연쇄반응의 2차 살인이 계속 터져나오는 통에 작가가 처음부터 까놓고 시작해도 막상 끝나면 범인이 누구였는가 보다 왜 살인할 수밖에 없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소수자와 소외된 자 혹은 소심한 자들의 꽁꽁 눌렀던 분노가 발화되면서 범죄를 낳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로서 지상낙원 같던 복지국가의 나라 '스웨덴'도 뭐 별 것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범죄는 그곳이라서 있는 게 아니고 인간이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 다양한 인간군상과 인간 본연의 성질과 기질에 의해 스웨덴이나 한국이나 범죄양상은 별다를 게 없음을 본다. 그래서 지구촌은 하나.

 

번역작을 다섯 개 끝내자마자 여름에 새로운 출간소식이 있다고 주워 들었다. 쇼~ 끝은 없는 거야.( '')

 

 

*

참고로 헤닝 만켈이 최고로 꼽는 범죄소설은 <드라큘라>와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다. 나머지는 내가 끼운 책. 올 여름 내내 차례대로 읽고 있는 공포와 악의 문학들이다. 앞의 책 다 까먹어야 다음 책 읽고 그리고 두 번째를 까먹고 세 번째를 읽는 식이 되겠지만 언젠가 끝나긴 끝나겠지.. 네버엔딩 스토리는 사절.

 

 

 

 

 

 

 

 

 

 

 

 

 

 

 

 

 

 

**

발란더 형사 시리즈 순서는 이렇다. (도움이 되기를!)

 

 

얼굴 없는 살인자들 (1991)

리사의 개들 (1992)

하얀 암사자 (1993)

미소 지은 남자 (1994)

가짜 흔적 (1995)

다섯번째 여자 (1996)

한여름의 살인 (1997)

방화벽 (1998)

피라미드 (1999)

 

***

추리나 미스터리를, 그것도 사회파를 넘어 역사파까지 읽으려면(예능을 예능으로 못 받아치는 나는) 당연히 고민해봐야 한다. 악의 역사나 영향 혹은 효과에 대해서. <악의 역사> 세트는 예전에 사이비 종교와 사탄에 관심 많았을 때 읽으려다가 나가 떨어진 전력이 있지만 여전히 흥미롭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12-07-1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한 페이퍼네요. 헤닝 만켈은 왠지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 앞서서 사놓기만 하고 읽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읽고 싶어지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

아이리시스 2012-07-18 10:50   좋아요 0 | URL
제가 장르소설을 많이 안봐서 누구랑 비교해야 할 지를 잘 모르고, 그래서 더 설명할 수가 없지만 살인사건 자체보다는 곁가지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헤닝 만켈이라 그래서 '사회적 배경'에 대한 페이퍼를 쓸 수 있었거든요. 90년대에 나온 건데도 오늘날이랑 하나도 다르지 않은 배경에 저는 좀 신났었어요. 좋아하는 아프리카 역사(?)도 나오고요.

머리 묶은 꼬양이 귀여워서 쳐다보고 있어요!

cyrus 2012-07-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는 건 그만큼 헤닝 만켈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네요. ^^
예전에 헤닝 만켈 첫 시리즈 읽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 때가 중학생(!)이었는데 그 나이에는 만켈의 소설이
낯설었던가봐요. 몇 페이지 읽다가 중도 포기~~ ㅋㅋㅋㅋ
그러다가 한동안 오래 잊고 있었는데 헤닝 만켈..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

아이리시스 2012-07-18 10:54   좋아요 0 | URL
여러 권 한꺼번에 손을 대니까 2주는 읽은 것 같은데(동거하는 기분) 헷갈릴까봐 한 권 끝날 때마다 페이퍼를 작성해뒀어요. 그..배경이 저는 흥미로웠거든요. 제가 한 작가를 쭉 읽어대는(그렇게 진득한) 타입은 아니라서, 그나마 진도 잘나가는 장르라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충분히. 근데 저는 애거서 크리스티를 세 권째 보는데도 여전히 이게 하나도 재미가 없네요. 다섯 권째 되면 괜찮으려나.. 일단 한 번에 확 다가오지 않는 건 몇 권 도전해봐야 알 것 같아요. 저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니까요ㅎㅎㅎ

icaru 2012-07-1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도움 많이 되는 페이퍼네요 ^^
추리시리즈가 아니라, 순문학 이탈리아 구두로 처음 만나셨군요. ㅎㅎ 하긴 저도 하얀 암사자나 다섯번째 여자, 방화벽은 그의 책을 읽은 순서이긴 하지만, 구매한 순서는 이탈리아 구두, 그담에 산 것이 검은 고양이 뭉켈인가 하는 책이었는데, 검은 고양이~는 심지어 아동 청소년 도서더라고요 ㅠ) 물론 처음 산 책은 아직 안 읽고, 훗날 구매한 추리물부터 읽었지만요..

아이리시스 2012-07-18 11:02   좋아요 0 | URL
정말로 도움이 되셨어야 할텐데요^^ 저는 음..<맥베스>와 <만델라 평전>을 필독목록에 끼운 제가 좀 기특했어요. 아동 청소년 도서는 어떤 내용이에요? 뭣하러 번역했을까요?(아동청소년에 무심한 1인..) 사실은 이탈리아 구두도 제목만 안답니다..

이런 페이퍼를 쓰니까 이카루님도 뵙는군요! 좋아요!!!

라로 2012-07-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한 페이퍼에요!!^^
발렌더 형사는 늘 딸에게 구박받아요,,,ㅋㅋ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묵직한 분량이라는 말씀 딱이에요,,,영상도 아주 훌륭하지요!!
더구나 발렌더를 하기 위해 태어난 듯한 케네스 브래너의 연기도 정말 볼만하구요,,
암튼 아이리시스님 저도 자주 방문할께요,,^^

아이리시스 2012-07-23 02:41   좋아요 0 | URL
스웨덴은 멋진 나라인가 봐요. 제가 헤닝 만켈 책을 찾으며 리뷰랑 페이퍼를 꼼꼼히 읽지 않았다면 뤼야님을 못 보고 지나칠 뻔 했죠. 인사도 못하고..

볼 게 없지만 자주 오세요^^
 

 

 

 

나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저기 있는 것. 쉬운 일이 아니었다. 쉽긴커녕 미칠듯한 기시감이 자꾸만 나를 10시간 전으로 15시간 전으로 20시간 전으로 24시간 전으로 돌려 나를 서울역에 세웠다가 드골공항에 세웠다가 부산역에 세웠다가 인천공항 리무진의 어느 좌석에 세웠다가 그랬다. 메멘토도 아니고 아이덴티티도 아닌데, 나는, 수없이 많은 내가 됐다. 나는 하늘에도 있었고, 땅에도 있었고,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 안에도, 파리의 길바닥에도 있었다. 제일 괴로운 건 거기에 그가 있고 여기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 그를 생각하고, 나만 시간을 되돌리고 싶고, 나만 아쉬워하고 있고, 나만 그 말을 꼭 해야 했었다고 생각한다는 거였다.  

 

견뎌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가자고 할 때 선뜻 따라나서지 못했던 것, 그게 어디든. 그의 손을 끝내 뿌리쳤던 것, 예쁘게 안녕이란 인사를 못했던 것, 마지막이 산뜻하지도 못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잡지도 못했던 것 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그때 나는 앞으로 괜찮아질 거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염없이 초라해졌다. 괜찮지가 않으니까, 후회가 많으니까, 딱 그만큼이 나라는 걸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잘 아니까, 그래서 내가 싫었다. 혼자 메멘토도 찍고 아이덴티티도 찍었다. 단독 주연. 그건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추억으로 남겨진 시간의 세 배는 앓았다. 괜찮지가 않았다. 왜, 그때, 그 사람은 내게 그랬을까. 그걸 알 수가 없어서 시.분.초.침이 모두 벅찼다. 태어나 처음으로 시간이 가장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세상의 시간은 가장 느리게 움직이며 기어서 갔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올 때까지 나는 매일, 가을과 겨울에는 문득 그렇게 떠올렸다. 나와 낯선 도시와 그 도시에서 듣던 음악과 걸었던 거리와 머리를 채우던 생각과 말로는 표현못할 어떤 정취를.

 

난 이제 여기, 있다. 그는 어딨는지 모른다. 이 순간에 그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밤이 아니라, 무언가에 쫓기듯 추억을 짜내면서가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 이른 아침에 듣는 에피톤은 추억에 젖게 하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나는 이성적이다. 박효신의 '추억은 사랑은 닮아'를 흥얼거리던 시절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추억은 정말로 사랑을 닮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의 종류가 수십만 가지란 걸 몰랐던 건 아니지만 추억의 종류가 여러가지라는 건, 그게 사랑을 닮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비록 사랑이든 추억이든, 둘 중 어느 쪽이어도, 둘 다여도 전혀 상관없게 된 다음에야 잊혀지지 않음으로서 잊혀져갔다.

 

 

 

 

 

 

 

 

 

 

잊혀지는 건 바래지는 것과는 다르다. 가을방학이 나왔다. 시간을 건너든 세월을 건너든 그런 걸 허락하지 않는 가을방학이 말했다. 지금 당장이 더 소중하지 않냐고. 끄덕이며 노트를 펼쳐 적었다. Long Story Short.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그리고 덮었다. 앞의 글자는 파란색, 뒤의 글자는 빨간색이었다. 눈에 띄는 밑줄도 그었다. 간혹이면 족하다. 매일이면 달아나게 된다. 마음은 움직여야 한다. 언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마음이 시차를 극복하고, 국경을 넘는 기차를 타고, 터미널과 플랫폼에서 그리워하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가끔 아무나 꽉 껴안고 싶은 충동과 같은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어느 날 밤에는.

 

 

그리움은 혼자일 때 오지만, 그가 나를 그리워하고 내가 그를 그리워한다 해서 그리움이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움은 어떠한 경우에도 늘 혼자다. 친구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갔다. 스무살 나는 그애의 입술이 내 귓가를 스치는 그 짜릿한 전율을 여전히 기억한다. 한여름밤 여행지에서의 축축한 키스나 아주 추운 날 입술에 닿던 따뜻한 입김보다 더 시끄러운 곳에서 귓속말할 때 전해져오는 그 뜨거운 숨결이 오래 남았다. 그와 나는 친구일 뿐, 그 무엇도 아니었는데도.

 

그애는 해병대에 갔고 두세번쯤 편지가 오갔고 나중에 학교에 그애 학번과 이름으로 혈액샘플을 구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게 그애일까. 믿기에는 오래 뜸했고 확인하기에는 가슴 뛰게 벅차서 차라리 외면했다. 모든 것이 낯설지만 모든 것에 꿈과 희망이 가득했던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는 내가 현실을 부정하거나 알아보지 않으려 하던 그 짧은 순간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 나중에는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가족을 찾아갈 수도, 그때 함께 만난 다른 친구를 찾아갈 수도, 오열할 수도, 화를 낼 수도, 미안해할 수도 없었다. 이 앨범을 이영현의 목소리로 들으면서는 왜 그애가 생각났을까. 지독하게 짧은 순간을 공유한 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와 약간의 어색함과 침묵으로 다가올 미래를 기다리던 우리의 '우정'이 예고도 없이, 만남도 없이 갑작스레, 그렇게 어이없이 끝나버렸던 그 순간 느낀 자책이, 떠오르게 했다.

 

 

 

 

 

 

 

 

 

 

 

 

이건 음반리뷰가 아니다. 음악에 대한 얘기도 아니고 뮤지션에 대한 얘기도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한없이 소소한 살아온 날, 살아갈 날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가끔은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하고 싶은, Good Bye이란 말로 끝내지 못한, 이유없이 작별한, 여전히 그 시간에 매달려 거꾸로 걷고 있는 듯한 내 이야기다.

 

그래서 궁금하다. 당신은 지금 어느 도시를 그리도 하염없이 걷고 있는지. 우리 다시 만날 수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을, 자책과 공허를, 미칠 것 같은 전율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야 하는지를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누가 알려줄 수 있는지.

 

이렇게 날 지나쳐가거나 나와 함께 걸었던 이들이 있는데, 이제는 그들을 진짜 만나기나 했었는지 의심스럽다. 지나간 추억의 시간들에 웃음과 눈물과 꽃을 뿌려준 건 그들인데, 이렇게 나만 남아서 시간을 곱씹고, 내게만 환상처럼 남아서 나만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다. 우린 함께인 적이 있었을까. 지금은 함께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디있고, 당신은 어디 있을까.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

 

모든 음악은 내게, 매 순간순간 항상, 이토록 벅차다.

한 번씩 불쑥 고개를 치켜들고 솟아오르면 난 뭐 어떻게 할 재간이 없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사랑과 그리움과 죽음과 이별에 대해 말하려니 늘 서툴고 낯설다.

오늘도 아침부터 딸기 아이스크림을 간절히 부르는 계절이다.

피서가 아니라 추운 나라로 도피하고 싶다. 그리고 도피는 오랫동안 아니 영원히 끝나지 말아야 한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진 2012-07-1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나는 그냥 실시간! 이라고 댓글만 달래요.
이런 감정들은 제게는 너무 어렵잖아요. 어려워요.

아이리시스 2012-07-13 21:09   좋아요 0 | URL
나 밥먹어요. 소이진님 컴퓨터 고칠 기사는 왔습니까?
어젠 혼자 안녕하고 가버렸어 엉엉ㅠㅠ

이진 2012-07-14 14:46   좋아요 0 | URL
아이씨, 컴퓨터 고칠 기사 안옵니다...
결국 제가 어제 컴퓨터 다 뜯어서 어디가 타고 있는 지도 알아내고, 먼지 청소도 좀 해놨는데도 안 옵니다. 전화도 안 받습니다. 저는 노트북을 하나 사달라고 했습니다. 노트북 사오면, 원래 컴퓨터는 파일만 옮기고 버릴 겁니다. 컴퓨터 따위, 이번 일로 영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세 시간 째..........

아이리시스 2012-07-14 23:00   좋아요 0 | URL
그래요, 노트북 사는 게 낫겠어요. 몇 번 불타는 냄새 맡아봤는데 메인보드, 파워, 램, 여튼 뭐가 나가든 돈이 박스로 들거예요! 그리고 그 컴퓨터 오래되긴 했잖아요. 사라고 종용하는 건 아니지만 고쳐서 또 고장나면 그게 더 속상해요. 저는 그런 적 있어요. 한 번 고장나기 시작한 건 계속 고장나더라고요. 내가 그래서 동생한테 엄청 욕먹었어요. 대부분은 걔가 수리해주는데(탁월한 재능) 부품이 나간 건 어쩔 수가 없잖아요. '우리동네 컴퓨터'라는 수리점에 그 큰 본체를 맨날 들고갔다가 고쳐서 들고오고ㅎㅎ

내 동생은 내 스타일이 아닌 남자지만 그럴 때는 좀 멋있었어요!

교회에서 세 시간 째.............그 교회는 소이진님만 다니는 겁니까?!
하나님이 무지 좋아하시겠어요ㅎㅎㅎ 소이진님과 맨날 데이트 해서^^

댈러웨이 2012-07-1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태그는 좀 곤란합니다. --
저는 제 방의 댓댓글 나중에 달겁니다.
들었다 놨다 했다는 앤틀러스의 풀 앨범 링크를 좀 달아 주고 싶은데 댓글을 먼저 올려야 하나 봅니다. --
아, 아이님 없는 동안, 저 미치게 외로웠습니다. ㅎㅎㅎ

우씨~ URL에 왜 안 걸어지지요? http://www.youtube.com/watch?v=xSi_FE52TAY 페이버릿으로 즐찾하세요.

아이리시스 2012-07-13 21:28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 앨범 통째로다..와아..신난다!!! 땡큐! 제가 생각해도 너무 반가워서ㅋㅋㅋ를 너무 많이 했어.. 근데 지금 브라질이거든요, 나중에 전화할게요ㅎ

저는요, 사르트르의 [구토]가 구토나올 것 같아가지고 그동안 못온 거예요. 소이진님 공부도 시켜야 하고..의리가 있지..그랬어요! 근데 소이진님은 나만 빼놓고 혼자 놀고 있었어요ㅜㅜ

댈러웨이 2012-07-14 17:10   좋아요 0 | URL
다시 왔어요. 진상이라고 미워하지 마요.

1.유튜브로 한 곡 정도는 곡 서비스 해줘요. 이영현 음색이 엄청 허스키 한 것 같은데, '시간'에서는 부드럽네요,,,?
2.가을방학을 박학기로 착각했다는... 아, 미치겠다. ㅠ.ㅠ
3.롱스토리 숏에서 소름이 돋았지만,,, 아이님 곁에는,,, 제가 있어요. =333
4.지금 갑자기 사르트르의 <구토>가 나오는 이유는, 다른 함의적인 의미는 없는거에요???
일전에 쫌 느끼한 말을 해 놨더니 바로 김치전 너무 많이 붙여서 느끼하다는 답댓글을 받은 후로부터는,,, 음,,, --;

봤어요? 살짝 고칠려고 했는데. 그건 그 뜻이 아니었어요. 저도 너무 반가워서 입가에 팔자주름 새겨가면서 엄청 웃었어요. 웃다가 숨 막혀서,,, --;;

아이리시스 2012-07-14 23:07   좋아요 0 | URL
좀 부담스러운 음색이라고 생각하는데(좋지만 콘서트라고 생각해보면 그 여자 목소리로만 한 시간동안 음악을 듣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울까요..) 요즘은 '나가수'에서 보거든요. 관심이 생겨가지고 들은 거고, 저는 평소에 막 음악 달고사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뭔가 좀..정신 없어요! (도리도리) 보통은 뭐할 때 음악을 들으며 흥얼대지만 저는 드라마를 틀어놓고 욕하고 흥분하고 동조하고 그럼...........( '')

없어요. 로캉탱의 일기가 구토나올 것 같아요. 리뷰를 써봤는데 아직 덜 읽어서..그리고 대체 사르트르는 뭔 말을 하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고, 일전에 몰랐던 걸 이젠 좀 알 것 같은데, 호주머니에 잡히는 조약돌에서 구토를 느꼈다니 대체 무슨 말인지-_-b 댈러웨이님과 고백과 김치전의 느끼함은 전혀 상관이 없죠! 암! 없어요, 전혀!!!

제가요, 대부분은 포스트를 안 읽고 댓글을 달거든요. 아 이런 거구나, 해놓고 킵한 담에 나중에 와서 정신차리고 읽어요. 근데 그러면 안되는 포스터도 있다는 걸 어제 깨달았어요. 대충 읽어도 분위기는 파악하는 앤줄 알았는데 ㅋㅋㅋ거린 거 보고 다들 나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 같았어요. 부끄러ㅠㅠ

근데 저는 그 뜻이 아니었으니까요. 댈러웨이님도 그 뜻이 아니었다는 걸 알아요. 완전 알아요. 우린 반가워서 웃은 거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7-1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곳은 단연코 파리죠...
거기엔 아직도 '그'가 있으니까요...^^

여행가고 싶어요~~~진정으로. 올 여름도 우리 가족은 한 주가 멀다하고 놀러가지만, 가끔은 혼자 훌쩍 시원스럽게 떠나는 그런 여행이 정말 고파요. 그런 날이 올까요? 그런데 온다해도 아마도 나이들고 힘 없어 여행이란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질 때쯤이 아닐까...ㅎㅎㅎ
비 많이 오죠? 여긴 올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왔다 안왔다 계속 흐려요..
원래 오늘 천문대에 별 보러 가기로 했는데 방금 취소했어요. 별나라도 못 다녀오게 하네요~
좋은 주말 보내요.!!

아이리시스 2012-07-14 23:15   좋아요 0 | URL
'그'는 아직 거기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른 여자와 그 아름다운 파리를, 울랄라세션 노래 생각나네요.

'그대와 나의 밤이 아름다운 밤이 영원하도록 집에 가지 말아요~' 대체 음표는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나 하트는 할 수 있는데♡♥ 이히히히히 맥북 2년 만에 키설정 제대로 하고. 근데 어느 순간 음량키하고 명암키가 가버렸는데............. 힝ㅠ(근데 왜 점점 하소연.........)

좋겠다, 우리도, 저희 가족도 열여덟살 때까진가도 아부지가 텐트 싸서 계곡으로 여름 캠핑을 끌고 다니셨거든요. 지금은 갈 수도 있지만 이제 늙어서(!) 아부지가 아니라 엄마랑 제가 돌멩이 위에 누워 잠을 못 잘 것 같아요. 어릴 때 주말마다 놀이공원, 박물관, 행사, 관광지에 갔었는데 그런 게 도움이 많이 돼요! 나중에 커보니까 다들 그런 줄 알았는데 친구들이나 사촌만 해도 그런 경우가 잘 없더라고요.

(뜬금) 아빠 고마워요. (푸하하)

천문대는 어디에 있는데요? 또 비와요. 그쳤다 싶으면 또 오고 젖은 땅이 마를 날이 없네요. 집에 가만히 누워 맛난 거 먹으면서 노는 게 딱인 주말이에요. 낮에는 비가 그쳤길래 괜찮을 줄 알았는데..주말에 비오면 뭔가 억울해요. 현맘님도 안녕. Have a good weekend!!

맥거핀 2012-07-14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방학이 새로 나왔군요. 지금도 가끔 첫앨범 듣는데..요새는 주로 말랑말랑한 음악들을 들어요. 예를 들어, 가을방학이나 몽니나 하와이 같은 음악들. (근데 페퍼톤스는 좀 별로.^^) 탑밴드에서 건진 니케아 좋더군요.

아이리시스 2012-07-14 23:20   좋아요 0 | URL
아까 그걸 봤어요. 유희열의 스케치북! 말랑말랑한 거 좋아요, 몽니나 하와이는 저도 들어보겠음ㅎ 저는 훔치기에 탁월한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음악에.. 딴 건 좋네, 봐야지, 여기서 주로 그치는데 음악은 잘 모르니까 꿈쳐놔야겠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페퍼톤스도 나왔을 때 한 번인가 듣고는 이번에는 좀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언제더라, 여튼 제가 좋아하는 노래 있었는데, 막 미니홈피에도 깔고. (기억안남)

탑밴드는 우연히 본 이후로 여즉 못 봐서.. 니케아는 니베아 생각나게 하네요. 있잖아요, 그 겨울에 귀신분장한 것처럼 발리는 크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2-07-15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6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렌체에서의 이틀 밤
딸기향 베네치아

 

 

 

시오노 나나미의 <살로메 유모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원래는 읽다만 <로마인 이야기>를 끝까지 보려고 했지만 워낙 스펙타클한데다 길기도 길고 다양한 캐릭터의 복합적이고 연속적인 등장으로 심심할 틈 전혀 안 주는 이 책도 어쩔 수 없는 인문서이다보니, 한 눈 안 팔고 들입다 끝까지 팔 수는 없었다. 20대 초반에 읽으려던 것보다 확실히 편해지고 이해의 폭도 커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읽는대로 꿀꺽꿀꺽 소화가 잘 되는 건 아니었다.

 

 

 

 

 

 

 

 

 

 

 

 

 

 

 

좀 쉬어간다. 시오노 나나미가 신화와 역사의 여러 인물들을 불러와 재해석한다. 사실은 단테, 베키오, 피렌체, 베아트리체 키워드에 나는 반응한다. 나머지 인물들 오디세우스, 살로메, 성 프란체스코, 알렉산드로스 대왕, 네로 황제도 흥미롭다. 책의 특징은 이 인물들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베아트리체의 그늘에 가려진 단테의 '아내'를 불러오는 식이다. 작가가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하기 10년 전인 1983년에 씌어졌다. 살로메, 단테, 알렉산드로스, 네로, 칼리귤라를 좋아하는데 다른 인물들로 화살을 돌리다니 아쉬운 면도 있다.

 

회화의 소재로도 가장 많이 쓰이고, 영화의 소재로도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이들을 삶을 되짚으면서 그들의 삶과 업적을 유추하고, 배울 점은 취하고 실패를 되밟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물론 이것이 오로지 역사가 아니라 모든 역사가 그렇듯 어느 정도의 고증과 작가의 상상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므로 감안해서 봐야 한다.

 

틴토 브라스의 [칼리귤라(1980)]를 볼 때 사실 왕이 궁 안에서 온갖 여자들을 불러모아 난잡한 성교를 벌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의 목을 단숨에 베는 장면에선 이상하게도 눈살이 찌푸려지지는 않았다. 로마시대에 그보다 더한 일들이 있었음을 증명해주는 건 원형경기장(콜로세움)인데 로마에 일주일 머물며 나는 그곳에 매일 갔다. 겉으로도 구멍이 뿅뿅 뚫렸지만 꽤 높아서 한층한층 구경하려면 비스듬하고도 폭이 높은 계단을 기다시피 올라가야 했는데 크면서 고소공포증이 생긴 내 공포조차 꼭대기층까지 가서 내려다봐야겠다는 굳건한 결심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3층보다 2층 테라스가 더 낫다는 에펠탑도 굳이 3층까지 올라갈 요금을 내고 엘리베이터를 탔고, 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에 상세히 묘사되는 성 슈테판 성당의 꼭대기까지, 피렌체 두오모의 꼭대기까지 올라 덜덜 떨면서도 밖을 내다봤다. 무엇에 대한 호기심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 순간들이 많았다. 요즘은 아니다. 성당 꼭대기에 올라가봐야 하늘은 여전히 머리 위에 있고 발 밑에는 여전히 건물 아니면 사람이 지나가지 않겠는가.

 

칼리귤라가 유명한 건 도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폭정 때문이지만 당시 로마황제 누구는 안 그랬겠는가. 칼리귤라의 아버지 티베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AD 12~41년으로 기록되어 있는 칼리귤라의 삶은 뭐 논할 만한 것이 못된다. 흔하디 흔하게 알려진 것이 여동생과의 근친, 매음굴을 만들 정도로 문란했던 성생활, 티베리우스를 음해한 후 오른 왕이므로 늘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한 채 불안과 원망에 시달렸다는 것, 내가 본 영화가 무삭제 버전이었는지 아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충분히 잔인한 살인 등이 그의 짧은 삶의 요약 전부다.

 

네로는 AD 37.12.15~68.6.9의 삶 중 54년에서 68년까지 14년을 재위한 로마 제국의 제5대 황제다. 주로 정신이상자의 광기나 폭군의 이미지로 남아 오랫동안 귀감 아닌 귀감이 되지만 그는 예술을 지원했고 기독교를 박해했다. 세네카와 성 바울, 성 베드로 등이 이때 죽었다. 종교 지식이 없으니 예수와 예수의 열두 제자에 대한 것을 알지 못하지만 예술과 종교인 베드로의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얘기해야지. 요즘 이 책을 띄엄띄엄 읽고 있다.

 

 

 

 

 

 

 

 

 

 

 

 

 

 

 

그러니까 예수에 대한 거 다 보고나면 그때는 이 책에 대해서.

 

 

알렉산드리아 대왕의 별칭은 알렉산더 대왕이다. 그가 등장하는 한 편의 격정멜로이자 영화 같은 소설 한 편을 매우 좋아했는데 샨 사의 <알렉산더의 연인>이다. 역사나 신화 속 인물들의 일대기나 사랑을 다룬 팩션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지금 본다면 약간 유치할 정도로 감정과잉일 이 소설이 그땐 참 좋았다. 출정나간 왕을 불안하게 기다리기만 하는 왕비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그의 씨앗이 제 몸안에 남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불안을 극복하며 강해지려는 왕비는 같은 여자였다. BC 356~BC 323년, 그는 무려 서른 셋에 죽었는데 전장에서 전사한 건 아닌 것 같다. 살아있을 때 그가 점령한 도시들은 가히 국가를 이룰 정도였으며 대제국을 건설했고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시킨 헬레니즘 문화의 창시자로 업적을 떨쳤다. 이건 기원전 인물인데 신나게 쓰다보니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실수를 범했다.  

 

 

 

 

 

 

 

 

 

 

 

 

 

 

 

감상적인 샨 사의 문장은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아름답다. 프랑스어로 씌여진 원서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내용보다 문체에 치중하는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문학적으로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불어로 소설을 쓰는 중국의 여류작가라는 이미지 때문에 중국과 공산주의, 문화혁명에 대한 시선이 좀 달라졌었다. 대학시절 교양으로 들었던 [중국문화의 이해]라는 과목에도 움직이지 않던 마음이 나중에는 연결되어 발로됐다. 역시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구경도 못하는 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보는 것이 훨씬 나은 법이다.

 

단테 얘기를 하고 싶다. 그를 떠올리면 늘 아스라이 바스러지던 새벽 햇살 아래 베키오 다리가 떠오를 뿐이지만, 거기를 지나며 아래를 자꾸 기웃거리던 호기심 많은 친구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오를 뿐이지만, 작은 도시의 영광보다는 느끼지 못한 지옥의 끔찍한 고통만이 짐작될 뿐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단테는 아주 흥미롭다. 시오노 나나미가 베아트리체에게 가린 단테의 아내를 불러낼 만큼. 단테는 지옥에 빠진 인류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자신부터 구해내야 했는데, 아홉살 우연한 명문귀족 파티장에 따라갔다가 반한 그녀를 10대 후반 즈음 또다시 스쳐가듯 한 번 보고는 평생을 관통하는 순결한 감정인 사랑을 발견했는데 그 첫사랑은 결국 세속적 의미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다른 남자와 결혼한 베아트리체가 스물 넷의 나이에 요절하자, 그녀에게 다가가는 마음으로 시를 썼고, <새로운 인생>이라는 책이 되었다. 내가 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한국시가 아니라 외국 산문시, 그것도 릴케나 단테, 보들레르 같은 시대의 뜻이 함께 담긴 시를 먼저 접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단테의 베아트리체는 실제인물설과 가상인물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게 정석이겠지만 단테가 마음으로만 그리는 여인 베아트리체를 평생에 걸쳐 다가가야 할 고귀한 여성으로 상징화 시킨 것만 해도 숭고한 정신이 얼만큼 그를 지배하고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단테의 <신곡>과 로뎅의 [지옥문]과 괴테의 <파우스트> 그리고 스캇 펙 박사의 <거짓의 사람들>은 엄태웅, 신민아, 주지훈이 주인공이었던 드라마 <마왕>에 나온다. 인간 본성의 선과 악 중 악에 보다 가깝게 접근한 채 파고들려던 드라마.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 결국 복수극이 되고 말았지만 당시 이 구절에 취해 굉장히 오래 <신곡>과 [지옥문] 사이를 방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신곡>읽기는 원문으로도 해석편으로도 너무 어렵기만 하지만.

 

고통의 도시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영원한 고통으로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영혼을 상실한 인간들에게 가려는 자, 나를 지나가라.

 

단테, <신곡-지옥편> 중에서 

 

 

 

 

 

 

 

 

 

 

 

 

 

 

 

 

 

EBS에서 했던 [로마제국의 탄생과 몰락]이라는 다큐는 총 6부작이다.

 

 

 

 

 

 

 

 

 

 

 

 

 

 

1부-네로황제의 최후

2부-카이사르의 선택

3부-그라쿠스의 민중혁명

4부-유대인 반란

5부-콘스탄티누스 대제

6부-몰락의 시작

 

고도로 압축된 다큐는 이 깊고 넓은 격정적 로마 제국을 상세히 이해하기에 역부족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기다리고 있다. 도서관에서조차 한 번 제대로 펼쳐본 기억이 없다. 친구들이랑 만난 자리에서 책 얘기가 나왔는데 하필 그때 대상이 된 책이 <다빈치코드>라서 댄 브라운의 작품수준은 몰라도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내가 안타까움에 그만 "그 책이 잘 안 읽히는 건 수준이라기 보다는 독서습관"이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책을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했던 내 친구가 나는 그 순간엔 좀 미웠다.

 

책은 학창시절부터도 나는 항상 저들보단 많이 읽었고, 내가 어떤 책을 읽든 말한 적이 없고 제목을 말해도 잘 알지 못할 친구들이다. 베스트셀러만 일 년에 다섯 권쯤 읽거나 안 읽거나 하는 친구들과 책 얘기할 게 뭐 있으며, 내 사생활에서 나는 책얘기하며 재잘거릴 친구는 별로 없다. 실제로도 싫어하고 책은 혼자만의 취미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밖에 나가면 나 끌고 클럽에 가는 친구가 훨씬 더 자극적인 법. 그래서 글을 쓰잖아. 내가 읽은 책 얘기, 본 영화 얘기 들려줄라고. 사생활에서 그게 가능했으면 나는 글쓰기 따윈 안했을 것이다.

 

여튼 그 친구는 내가 책 읽는다고 잘난 척하는 걸로 보였던 모양이다. 댄 브라운 읽는다고 잘난 척하는 인격인가, 내가. <로마제국 쇠망사>쯤 되면 몰라도. 그건 20대 초반에 읽고 고고학과 사학, 음모론에 푹 빠졌던 순간을 좀 대변하려다 만난 역대 어이없는 논쟁이었다. 친구도 그냥 던진 말이었겠지만 내 뜻이 곡해된 게 아쉬웠다. 논쟁이라든가 싸움으로 변질되진 않았다. 그게 아니라 그렇다고;; 라고 나는 말했을 뿐이다. 누가 그 책을 읽든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실제로도 나는 내 관심사에 관심이 큰 편이라 책 읽는 대신 그 애는 뭘 다른 걸 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내가 그렇게 보였다니 억울한 것도 있었다. 실제로 책 읽는 사람끼리 얘기해도 취향과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보고 읽은 걸 잘난 척하는 용도도 많아서 내 주변에는 책을 들입다 파는 사람이 잘 없는 편이다. 문창과에도 언제나 많은 책과 수준 높은 책을 가까이 하는 친구들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보는 것과 읽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쓰는 일은 다 다른 루트로 이뤄진다. 다만 자기 세상에 골몰하고 다른 세계에 관심 갖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긴 했고 그런 게 서로 자극이 됐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여튼 친구가 눈 동그랗게 뜨고 말했듯, 스스로도 이런 책 누가 읽나요, 할 만큼 제목과 페이지와 책가격에서부터 이미 압도되다 못해 압사 당하는, 인문서 좀 읽는다거나 역사서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필독서인 이 책.

 

 

 

 

 

 

 

 

 

 

 

 

 

 

 

드라마로 보고 싶다면 미드 [ROME]이 있지만 이것도 그냥 막 볼 땐 몰랐는데 공부가 필요한 거였다. 일단 시대가 길거나 등장인물이 많으면, 게다가 우리말도 아니다보니 어느 순간 꼬이고 섞이고 될 대로 되라는 순간이 분명 온다. <변신 이야기>나 <그리스 로마 신화>, 철학개론서 읽을 때 주로 체험한 건데 이런 것들의 특징은 반복하지 않으면 어느 한 순간만 기억나거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벼락치기 후 시험보고 집에 돌아온 느낌처럼 아스라이 멀어져간다. [ROME]는 시즌 1,2가 끝이고, [스파르타쿠스]처럼 검투사 노예 같은 일정부분 시대를 다루는 게 아니라 몇 백 년을 통째 다루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드라마 종영이 이탈리아에 지어논 세트장 화재로 다시 지을 제작비 문제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당시 많이 아쉬웠다. 어쨌든 로마 공화정 시기를 다루는데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그는 고대 로마의 초대황제다. 팍스 로마나의 실현이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실제로 권력다툼이 난무했던 그때를 두고 평화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평화의 의미는 다양하므로), 안토니오스, 브루투스까지 읊어대다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또 클레오파트라다. 어릴 때 내가 제일 좋아하고 또 제일 많이 본 영화. 이집트를 막연함으로 동경하게 했던 영화.

 

 

 

 

 

 

 

 

 

 

 

 

 

 

 

이후 시대는 흐르고 흘러 5세기 말(476년)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가 게르만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강제퇴위 당하면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다. 이후 동로마 제국은 1000년간 더 번성했는데, 이는 먼 훗날까지 이어진다. 로마 제국의 멸망 원인에서 오늘날의 교훈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에 의해 그 이유는 수 백개가 논의되지만 정작 지구상에 일어나는 전쟁은 명분과 얻고자 하는 대상만 바뀌었을 뿐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는 싸움이 아닌 지 오래다. 아직도 배우지 못했다. 달라지지도 않았다.

 

이 페이퍼에서 찾을 교훈은 없다. 의도는 아닌데 잡다해졌고, 인문서 원고도 아니니 딱 재미로 볼 만한 게 되었다. 거기다 친구와의 갈등까지, 별로 좋지 않은 페이퍼다. 친구는 친구의 할 말이 있을테고, 당시에는 서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갔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서 알아지는 즐거움이 좋다면, 그 반대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요즘 푹 빠져있는 [로마제국의 탄생과 몰락]이라는 다큐 한 번 볼래? 라고 얘기해줄 친구는 없지만 여전히 술 얘기, 남자 얘기, 쇼핑 얘기, 연예인 얘기, 예능 얘기, 어제 먹은 음식 얘기, 지금은 없지만 아꼈던 강아지 얘기, 추억할 학창시절, 공부를 빙자한 친구가 짝사랑 하던 이웃 고등학교 남자애 몰래 미행한 얘기 등 수십가지는 되고 또 넘잖아. 책이 없으면 못 살겠지만 진짜 못 살지는 책이 없어져봐야 아는 거고, 책 한 자 안 읽는 친구라도 '책'으로만 친구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운동하는 헬스장에서, 술 먹는 술집에서, 취미활동으로 인라인 타면서, 골프치러 필드에 나가면서(응?) 다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책인 것 뿐이지, 좋아하는 유일한 것이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그때 나름 당돌한 발언을 내게 날렸던 친구를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살짝 아니다 싶었던 거지 기분이 나빴던 적은 없기 때문에 이게 글로 되지 않는 순간에 우리는 언제나 똑같다. 어제 오늘 내일 만난 사이가 아닌 것이다. 다만 서로 다른 점은 인식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뿐이다. 다시는 책 얘기(그때도 내가 꺼낸 건 아닌데!)를 하지 않겠다는 은연중 강박이 생기겠지, 어쩔 수 없이.

 

그래서 로마 제국의 몰락에서 현대인들은 늘 자극이 되는 교훈을 찾으려 애쓰는 것 아닐까. 실수 반복하지 말자고.

 

아, 오늘 지나면 7월이고, 7월에는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을 것이다. 7월의 독서계획은 이것 뿐이다.

 

 

 

 

 

 

 

 

 

 

 

 

 


댓글(26) 먼댓글(1)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딸기향 베네치아
    from 너의 의미 2013-06-27 07:00 
    세상에 단 하나, 혼자 떠나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소도시가 있다면 그건 베네치아다. 산타루치아역으로 통하는, 들어서자마자 짠 비릿내가 훅 끼쳐오는(나는 부산을 떠나본 적 없는 부산사람이라 다른 지방 사람들이 부산역에 내릴 때 그렇더라는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하지만 베네치아는 정말로 그랬는데 이건 과장이 아니라 그곳은 기차역 바로 앞이 바다니까 당연한 것이다) 리알토 다리와 바포레토와 곤돌라, 산 마르코 성당과 카사노바의 도시. 마지막으로 물의 도시
 
 
댈러웨이 2012-07-01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댓글 안달려고 그랬는데,,, 일단 기절부터 하고요.

아니, 절 보고 책을 먹냐고 하면 안되는거에요 아이님!!!(막 분개한다!!!)

그러니까 6월 한 달은 로마였던 거에요?
눈이 팽팽, 아, 심장 또 뛴다, 한 개도 못 알아 듣겠는데.

아이리시스 2012-07-01 00:25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잘 봐봐요, 검사 당하면 신비주의 사라지는데, 저기서 제가 읽은 책은 맨 위에 한 권 뿐이잖아요. 그나마 한 권은 옛날에 본 거고..제가 본 건 DVD죠! 6개월 내내 본 거ㅋㅋㅋ(분개할 필요 없는 거)

아니요! <로마인 이야기>는 아무리 노력해서 늘일라해도 아직 초반이에요. 근데 댈러웨이님 주무신다면서요?! 저 이거 오늘 쓴 거 아니..오늘은 일단 달성했죠! 세 편 중 한 편!! 근데 그건 다른 블로그에 써요! 퍼오기 귀찮아요. <폴링 인 러브> 봤는데..그것도 오늘 본 거 아님..그니까 저 오늘 하루종일 뭐했게요? 먹었어요. 엄마가 해놓은 음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리시스 2012-07-01 00:27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아까부터 고민중이에요, 소이진님한테는 무슨 노래 선물하지?!
솔직히 선물은 막 했는데 소이진님이 적극적이니까 제가 고민이잖아요!!!

아참, 댈러웨이님 그게..장윤주가..설마..저겠어요?! 저는 생긴 건 그것보다 예뻐요!(자신감)

이진 2012-07-01 01:50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선물에 장윤주 맞았군요. 닮았다, 했는데 장윤주 본인이었네. 저는 그녀가 꽤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아이님은 초절정미녀?! 뭐, 원래 알고있던 사실이지만ㅋㅋㅋ

저는 지금 공부 포기하고 드디어, 드디어 은희경 소설 다 읽었습니다. 백 페이지 가량 남은 걸 두시간 투자해서 완료. 리뷰도 지금 막 쓰고 싶은데 최소한의 양심이... 차마 저를 붙잡네요.

아이리시스 2012-07-01 22:43   좋아요 0 | URL
아..그러면 내가 장윤주 보다 안 예쁜 걸로 하면 되는데 내 생각에 장윤주 보다 내가 예쁜 것 같은데?! 내가 초절정미녀가 아니고 장윤주가 내 눈에는 못 생긴 거...................( '')

리뷰 전에 썼으니까 이번에는 넘어가요! 아, 다른 거 읽은 거예요? 은희경 신작? 은희경은 사실 좋았던 적이 없어가지고 일부러는 안 읽지만 가끔 국내 작가별로 찾아읽을 때 한꺼번에 휘리릭 보긴 해요. 소이진님이 읽은 건 그래도 꼭 책을 입수해가지고 언젠가 읽겠어..불끈!

잡히지 말고 그냥 도망가요, TV 보다가 공부해요! 공부해요! 공부해요! (귀신이 반복한 거임)

cyrus 2012-07-01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 7권까지 구입해서 읽다가 말았어요. 내용이 방대한 것도 있지만 나나미의 역사 서술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 탓인지 지금까지도 작가의 책을 멀리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아예 싫어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
그래서 차라리 로마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으면 기번의 책 같은 곳도 좋다고 보는데 이것도 분량이 많은데다
서양중심주의적 입장의 책이다보니 이것만 읽을 수도 없고,, 로마에 관한 모든 책은 다 읽어봐야한다는
결론뿐이네요... ^^;; 그래도 딱딱한 연대기적 서술만 있는 역사책만 읽는 게 아니라 픽션이 가미된 역사도
읽으면 좋을거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2-07-01 22:48   좋아요 0 | URL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 걸 원래 좋아하거든요. 온갖 인간군상이 다 들었기 때문에 키워드를 잡고 보기에 따라 딱딱한 역사를 좀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역사서는 항상 그걸 고민해야 돼죠! 그래도 제일 먼저 [로마인 이야기]를 독파하고 싶은 게 시오노 나나미 때문이 아니라 그 책이 제일 만만할 거라고 믿어서인가 봐요. 기번은 얼마나 더...............어렵겠어요................. (이것조차 편견일 수 있지만)

뭐든 한 가지를 오래 연구한 사람에게는 그게 독선적일지라도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과 주장이 없는 사람들보다는.. 근데 더운데 휘리릭 넘어가는 책이 여튼 더 좋긴 해요. 이건 시원한 곳에서도 어떻게 안되는 계절탓하고 싶은 마음가짐인가 봐요, 시루스님. 내일도 학교에 가겠네요? 새로운 7월이니까 화이팅해요^^

마녀고양이 2012-07-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군 이야기>는 3권 완결 났더군요. 이제 사야할 타이밍이 왔다 생각했어요. ^^

카잔스키의 <최후의 유혹>은 20대 초반에 남친과 서점에 우연히 들렸다가 사달라고 졸랐던 책인데,
음...... 제가 기독교가 아니어서 그다지 큰 감명을 못 느꼈어요. 그 책의 주제가, 작가의 시선이 굉장히
파격적이라는 사실 자체를 저는 전혀 알지 못 했던거죠. 거기다 남친과 깨져서, 그 책은 어디있는지 모르겠네요. ㅋ

이 페이퍼의 주제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할 즈음, 아이리님이 자조하듯 이런 페이퍼는~ 하면서 쓰셔서
혼자 픽 웃었어요. 잘 계시죠? 우리 요즘 너무 뜸하네요, 나만 뜸한건가? 아하하, 반성 중.............
여름 잘 지내요. 나는 좀 더 활기찬 페이퍼를 올리도록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흐미, 엉뚱한 이 말은 머얌? ^^)

아이리시스 2012-07-01 23:18   좋아요 0 | URL
우리의 가까운 마지막은 "얼른 들어가셔서 맛난 저녁 드세요" 였죠!^^
지금 되게 [십자군 이야기] 보고싶은데, 처음 나올 때는 제가 읽을 책이라고 생각을 안했거든요. 뭐 생각은 변하니까요. 딱 사려던 순간 온갖 적립금을 50% 할인된 ebook에 올인했거든요. 그래서 못 사고 저도 이제 타이밍 잡으려고요. 산다고 읽는 건 아니지만................. 일단 안 읽을 책은 안사려고요.

마고님 페이퍼는 군산복합체 같아요.(응?) 뭐..그런 게 있어요. 히히. 전집이 멋지게 나와있어서 연간 한 권씩 평생 보겠네 했는데 저도 비슷한 기분일 것 같기도 해요. 이거 읽기 시작하면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도 펼쳤는데 이 책은 의외로 빨리 넘어가네요. 남친이 사준 <최후의 유혹>이라.. 얼른 찾아보셔요! 김종욱 찾기 비스무리한 영화 한 편 찍을 것 같아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7-0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로마제국 쇠망사>는 정말 읽어지는 책이긴 한거예요? ㅎㅎㅎ

저도 실생활에서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아요. 물론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아이들 책 이야기는 종종 나누곤 하지만, 정말 내 관심사에 들어와 있는 책에 대해 귀기울여 주고 관심 기울여 주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뭐, 그게 당연하다 생각해요.
원래 음식 이야기, 연애 이야기 해도 상대방의 취향이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들어주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거든요. 모두들 자기 이야기 하느라 바쁘지 다른 사람 이야기 들어주는데는 인색해요. 그건 꼭 책 이야기 뿐만이 아닌 듯.

그나마 전 남편과 이야기가 잘 통하죠.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래도 내가 요즘 관심있게 읽는 책에 대해 관심 가져주는 유일한 사람이랄까. 물론 그렇다고 대화를 나눌 수준까지 되는건 아니지만요.ㅎㅎ
결국 그건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로 귀결되는게 아닐까...모르겠어요. 전 정말 책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이 읽는 책에 관심을 가지는 스타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전 아이리시스님을 좋아하는거예요..ㅋㅋ 님의 책들에 관심 많거든요.~

아이리시스 2012-07-02 22:25   좋아요 0 | URL
히히힛, 안 읽어지는 책인 것 같아요, 현맘님. 목차만 봤는데(완역본인 것도 아니래요) 숨막힐 것 같아요. 못 느껴도 좋으니까 그래도 꼭 읽어보고 싶어요. 이런 책이 개인적으로 몇 권씩 다 있잖아요? 그러려면 서재를 떠나야 할텐데(서재를 둘러보고 알라딘 접속하면 자꾸 다른 책을 기웃거릴테니까요) 그게 더 쉽지가 않겠네요.

현맘님 말씀 완전 동감! 아직 통할 게 많은 친구들과도 그렇다면 각자 가정 꾸리고 그러면 서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기도 할테고..그런데 알라딘에는 어쨌든 책친구가 많잖아요. 나만 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그거면 됐어요, 저는. 현맘님도 계시고...(고백은 그만하는 걸로) 책이랑 영화는 마력이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나 관심있는 사람이 본 걸 얘기해주면 재밌든 없든 상관없이 한 번쯤 보고 싶어지는.. 그런 의미에서 5년 있다가 <로마제국 쇠망사> 읽어요, 현맘님. 하루 30페이지씩ㅋㅋㅋ 학교다닐 때 이거 진짜 많이 써먹었어요. 내일까지 이 영화 보고오기. 아니면 벌금내기!

아이리시스 2012-07-02 22:27   좋아요 0 | URL
그런 남편 있어서 좋겠다, 부럽다, 꺄악!!!(부러워서 지른 비명)

2012-07-02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2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7-0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틴토 브라스의 저런 영화도 있군요. 두루두루 알찬 페이퍼^^
세상엔 진짜 읽고 봐야할 책과 영화가 너무 많아요!!!
로마인 이야기와 로마제국 쇠망사는 집에 두고도 읽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숙제에요.^^

아이리시스 2012-07-02 22:15   좋아요 0 | URL
저는 구입도 일백년은 족히 걸릴 저 책은 어떤가요, 프레이야님? 제가 실물을 못 본 관계로 수준 좀.. 띄엄띄엄 읽으면 제가 마흔 되기 전에는 다 읽을까요? 이건 느낌으로 꼭 대답해주셔야 합니다!(강요!)

저 영화는 예술영화로 분류되고 싶어하는 야설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재밌게 본 기억이 나요^^

프레이야 2012-07-03 08:40   좋아요 0 | URL
틴토 브라스는 자신의 영화를 포로노로 보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리죠.
재미가 있냐 없냐의 차이라고 했던가, 그랬어요. 예술영화로 봐달라는 항변 ㅎㅎ

저 책 실물, 그런대로 괜찮아요.^^ 저도 육십 되기 전에 읽을 수 있을까요? ㅎㅎ

아이리시스 2012-07-03 19:12   좋아요 0 | URL
책방 구경을 1년 끊으면 가능할 거예요! 더불어 극장도 1년 끊는 거죠! 금연!!!

루쉰P 2012-07-02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리시스님 정신차려 보니 7월이네요 ^^ 그동안 많은 책을 읽고 또 읽고 계시네요. 프로필 사진도 바뀌시구요. ㅋ
악몽을 꾸고 온 듯 해요. 뒤 돌아보니 7월에 한 낮의 더위에요. 휴~~
십자군 이야기 저도 살려다가 다른 책이 급해 접었어요. 하지만 저 하루키 책을 샀어요. 이번에 나온 신작이요 ^^
아이리시스님도 사셨죠? 그 서평을 꼭 읽고 싶네요. 오랜 시간 집 비워 죄송해요 ^^

이진 2012-07-02 18:23   좋아요 0 | URL
루쉰님 7월 지났는데, 왜 글로써 컴백안해요! ㅋㅋㅋㅋ

아이리시스 2012-07-02 22:05   좋아요 0 | URL
루쉰님, 안녕.(안녕 인사 뒤로 널 떠나갈 때를 아직도 되뇌이며 울먹이는 널 위해서~) 미안해요, 나가수랑 불후의 명곡 연달아 보고 와가지고...............( '') 노래방 가야 되겠네!(ㅋㅋㅋ)

"아이리시스님 정신차"리라는 건줄 알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정신차리란 말을 '님'자 붙여서 하는 분도 있네, 이러면서 반은 겁먹고 반은 웃겨서(ㅋㅋㅋ) 봤더니 루쉰님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필 누구예요? 일단 시작은 프로필 사진 바꾸는 거군요?!

당연히 안 샀어요, 안 살 거예요, 루쉰님이 읽으시면 그걸 페이퍼나 리뷰로 보죠! (날로 먹기)

아이리시스 2012-07-02 22:06   좋아요 0 | URL
그리고 소이진님, 안녕? (하루라도 인사를 안하면 입안에 가시가........ㅠㅠ)

맥거핀 2012-07-03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이렇게 긴 글은 어찌 쓰는 겁니까?
Rome 시즌1은 저도 봤는데, 2는 봐야지 그러고 있다가 때를 놓쳐 아직까지 못보고 있네요. 이젠 시즌 1의 내용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서, 2를 볼려면 다시 1부터 봐야할 판.
그건 그렇고 틴토 브라스의 <칼리귤라>가 아이리시스님 페이퍼에서 나올 줄은 몰랐네요. 갑자기 제가 봤던 이런저런 야한 영화에 대한 얘기들을 하고 싶군요.(포르노말구요, 그냥 야한 영화. 예를 들어 최근에 구로사와 기요시의 <간다천 음란전쟁>을 봤는데요. 아니 이 양반 언제 이런 영화를 만들었데..싶어서 보면서 한참 웃었네요.)
저는 날씨도 꾸물거리고 나가기 귀찮아서 퍼질러누워 몇 개 영화를 봤어요. 그중 기억나는 건 변영주의 <화차>인데 예상보다 훨씬 막막한(영화수준이 아니라 스토리요) 영화더군요.

아이리시스 2012-07-03 19:10   좋아요 0 | URL
(진심) 맥거핀님 글이 이 글보다 더 긴 거 아닙니까? 저는 편하게 써서 길어진 줄 몰랐어요.(발뺌) 잘 보면 겉핥기 페이퍼예요. 자극만 살짝 주다 말죠. 으히히. 저도 로마에 갈 때 봤나 하여튼 그래가지고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나고, 이름이 많아서 사실은 기억을 거의 못해요, 저도. 드라마가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칼리귤라>는 당시에 참 재밌던데 모르겠네요, 저도 그걸 왜 봤는지..야한 영화를 좋아한 듯(ㅋㅋㅋ) 야한영화 목록 대기 해야합니까?! (맥거핀님이 하시면 제가 듣는 걸로)

그..<화차>는 제가 책을 읽고 영화를 봤더니 그게 지지리도 재미가 없게 느껴져서, 아무리 생각해도 돈 빌려쓰고 안 갚은 지 잘못, 아니 그 분 잘못 같은 거예요. 그게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해도요.(이해심 부족) 급하게 필요한데 300만원 빌리려니까 사금융권에서도 안 빌려주더라고요. 별걸 다 계산하고.. 문자 보면 단번에 줄 것 같아도 막상 심사하고는 안된대요. 이건 제가 아니라 집에서 신용 되게 좋은 엄마께서.. 돈 빌리기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빌려서 그렇게 되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제가 별로 냉정한 사람이 아닌데 여튼 좀 그랬어요.

2012-07-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쩔꺼나요.. 전 로마제국에 진짜 관심 하나도 없나봐요. 여깄는 책 중 하나도 읽은 게 없어요~. 심지어 이 페이퍼도 못 읽겠어요. ㅠ 아이님은 굉장히 관심사가 넓고도 깊군요.

아이리시스 2012-07-13 23:03   좋아요 0 | URL
섬님ㅜㅜ 이렇게 솔직하시면 안됩니다..안 읽어도 읽은 척..몰라도 아는 척..그게 세상을 어렵게 살아가는 방식이잖아요, 히히히히 저는 로마제국에 관심 많지만 이 페이퍼가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걸 너무도 잘 압니다. 그래서 부끄러워요ㅠ
 

 

 

 

스물 세 살에 처음 만난 로맹 가리는 낯설고 벅찼다. 새들이 차례로 페루의 해변에 널부러져 죽어버린 장면이 생생해서 오래도록 가보지 못한 곳을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상상에 상상을 거듭했다. 쿠바와 페루는 그즈음 모든 청춘들의 낙원이자 체 게바라의 도시였다. 여행지가 아니라 혁명 자체였다. 한때 그곳을 시로 옮긴 친구가 있었다.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 이후 처음 맞는 완벽한 단편이었다. 남아메리카의 여행기를 생명줄처럼 붙잡고 살던 때,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이인화와 류철균만큼 강하게 묶였다. 두 개의 이름을 쓰고 생(生)을 비극적으로 마감한 작가와 처음 만난 단편이 너무나 강렬해서 그 후로 오랫동안 다른 작품을 가까이 할 수 없었다. 멀찍이 떨어져도 감동이 여전했다. 온갖 상념들이 가루로 부서졌다. 나는 어렸고 어두웠고 맑았다. 스물 셋의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감격이었다.

 

 

 

 

 

 

 

 

 

 

 

 

 

 

 

그가 어떤 사랑을 했든 어떤 삶을 살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네 멋대로 해라]는 누벨바그,프랑스라는 키워드 없이도 여전히 가장 설레고 가장 달콤하고 가장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된다. 함께 걷는 길의 뒷모습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는데 solely, 공감을 이끌어내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없이 경계선에서 울렁울렁 날 시험하는 이 영화가 나는 그렇게도 좋았다. 그렇게 한 번 접하고 너무 좋아서 저 너머로 밀쳐버린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눈 사이였다는 걸 이 책이 나오기 전에는 몰랐다. 아니, 나온 후에도 계속 모르고 싶었다. 뚜렷하지도 않고 선명하지도 않은 이유모를 끌림으로. 스틸 한 컷에도 가슴이 뛴다. 시가를 문 카뮈의 초상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쿵쾅쿵쾅. 선물하는 흑백사진에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한때 어떤 식으로든 결론지어야 하는 남과 여의 관계가 늘 어려웠다. 나를 다 아는 척 성큼 다가오는 사람이 부담이었고, 확 끌어당겨도 가까워지지 않는 관계가, 여동생과 후배와 여자가 각각 다른 존재란 걸 깨닫는 것도 싫었다. 몰라도 좋을 것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죽기 보다 싫었다. 파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이 영화 때문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어딘가로 가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없었을까. 여튼 감정이 휘몰아쳐 참을 수 없게 튀어오른다. 그즈음 몇 개의 그런 것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잊었다. 잊혀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기어이 떠올리지 않고 끝내겠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 나와 당신이 이야기를 나누며 단지 길을 걷고만 있어도 완벽하게 아름다워지는 도시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이전에는 단 한 번도 희망하지 않은 거였다. 내가 품은 도시는 예루살렘 정도 됐을까. 성서와 신화와 유적과 종교를 온갖 관념적인 상념으로 동경했었다. 왜 매달리는 지도 모른 채 그것들이 좋았다. 낭만을 사랑한 적이 별로 없다. 파리는 실제로 그렇게 낭만적인 도시인 것 같지도 않다. 낭만을 심는 예술가들과 삶을 즐길 줄 아는, 보헤미안을 지향하는 파리지앵들만이 있을 뿐.

 

여기서 잠깐, Queen의 'Bohemian Rhapsody'는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Electric Light Orchestra의 'Midnight Blue'가 떠오른다.

그리고 언젠가 구상했던 소설의 배경(소설이 아니다;;)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생각해봤는데 난, 짧지만 강렬한 사랑이 하고 싶었던 거지,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타입은 아니다. 스스로를 죽일 만큼 정신착란을 겪는 예술가들의 삶이 예술애호가로서 동경스러운 것 다름 아니다. 언젠가 이혼도 안할 거고 죽지도 않을 거고 가난도 모르고 그러니까 내가 정말로 작가나 화가나 예술가 같은 건 되지도 못할 거고 되는 일도 없을 거라며 자책했더니 보통 사람과 예술가의 경계에 선이 하나 그어졌다. 세상에 마치 두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는 선명한 그 선은 오래도록 다른 세상을 향해 써먹었다. 내가 모르는 세상도 있어. 키가 165cm인 내가 7cm짜리 힐을 신는다고 실제로 7cm 크는 게 아닌 것처럼, 165cm에서 본 세상과 172cm의 세상이 다른 것처럼, 그 착란과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사는 날들에 늘 변명의 구실이 되어주었는데 부활의 새 앨범은 내가 그은 선이 조금씩 희미해질 때쯤 내게로 왔다.

 

 

 

 

 

 

 

 

 

 

[Purple Wave]는 음원으로 나온지 좀 됐는데 음반이 여전히 예약판매중. 이 푸르스름한 보라색이 한동안 가슴을 뒤흔들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한동안 듣기 편한 안전한 발라드로 가던 이들의 음악이 초기 분위기로 완전히 돌아섰음을 알리는 초인종 같은 반가움. 하지만 그들의 예전 음악까지 알지 못하는 내 당혹스러움. 이 모든 것들을 감싸는 설렘이 이 음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나의 단어다. 언어는 명확하지 않으므로 당신의 감성에 기대어 위험하고도 야릇하게.

 

보라색이 아닌 '파동'에서 이 앨범의 특징을 찾고 느끼고 들으려 한다. 오랫동안 보라색을 무서워했지만 한 순간의 이유로 좋아진 것처럼 아무리 달라져도 부활은 부활이기 때문에 늘 부활하는 감성의 느낌으로 찾아온다. 좋아하는 음반 하나 고스란히 시간바쳐 못 듣고, 아끼는 음반 하나에게 온종일 내어줄 시간조차 없는 이 시간들이 무얼 위해 나아가는 중인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내가 달라지지 않는 한, 원하는 곡도 원하는 사람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변하지 않으면서 변해가는 것이 살아가는 일 아니던가. 행성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는 나직한 목소리의 PLUTO가 낯설면서도 애잔하다. 도달하지 못할 곳에 도달하려는 작은 아이의 소망처럼 한없이 가라앉는다. 그러면서도 힘차다. 예전보다 락이 많이 가미된 곡들이 달리 느껴진다. You're my one sided love. 를 외치던 내 이십대의 예쁜 순간은 가버렸지만 여전히 지난 순간을 그리워할 나이는 아니다.

 

늘 (잃어버린 것, 놓친 것, 지나간 것을) 붙잡으라고 말하는 가사들인데 내게는 언제나 (새로운 것, 오는 것, 원하는 것을) 기다리라는 것처럼 들렸다. 가사가 범공간적으로 뻗어나가도 그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바는 언제나 전해지는 것과 같다는 사실이 안심이다. 한 번쯤은 보라빛 하늘이 요동치는 꿈결 같은 광경을 보고 싶은데, 언젠가는 새들이 수평이 아니라 수직으로 나는 광경을 구경하고 싶은데, 당장이라도 훤한 대낮에 아주 동그란 태양만이 흑백의 열기를 내뿜는 세상을 만나고 싶은데, 바다와 별이 만나고, 시간이 사라지고, 서있는 공간이 삭제되는 낯선 경험을 겪고 싶은데 안되겠지?!

 

시간을 가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고만 있는 것도. 굳이 내가 아니라도 넘쳐흐르는 세상에 자꾸만 뭘 더 보태려 하지말고 지우고 소멸하고 다시 써야 한다. 새로 시작해야 한다. 버려야 새로 얻는다는 걸, 시도와 시도가 결국 시도하지 않음으로 만나리란 걸 아프게 깨달았다. 조금 틀어졌지만 무엇을 시도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할 이 앨범처럼 날긴 날되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는 방향을 설정한다. 내가 어떤 사랑을 했든, 어떤 삶을 살았든. 당신이 어떤 사랑을 했든, 어떤 삶을 살았든. 행여 이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이라 해도 나와 당신의 관계에는 아무 문제될 게 없다. 나를 향한 당신의 믿음에 의해 당신의 향한 나의 믿음의 크기가 결정되는 게 아니듯이.

 

 

 


댓글(32) 먼댓글(2)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는 방식
    from A Month in the Country 2012-06-30 12:20 
    끈적한 습기가 몸에 붙어 가시지 않는 늦은 오후, 하늘은 납작하게 누웠다. 카푸치노 한 잔 손에 들고, 이제는 눈 감고도 건너겠는 하천 같은 물 줄기 하나를 가로질러, 강아지 똥 뒹굴고 있는 콘크리트 오십 계단을 오른다. 10월부터 자카린다가 지천이었다.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건만 벌써 바람에, 비에, 오고가는 사람들 몸놀림에 꽃비가 내린다. 향내도 없이, 무리로 몽우리져 피다가 굵은 빗방울처럼 낙하하는 꽃. 물처럼 땅으로 쏟아지는 꽃. 흥건히
  2. 네모 풍경들
    from 팔짱 낀 채 청하는 포옹 2012-07-04 17:35 
    오래 전부터 나만의 커다란, 아름다운 서재를 꿈꿔왔지만 지금의 내 책상은 그저 조그만 네모 풍경이다.투박하고 내세울 것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처럼 내 책상의 책과 펜과 공책들은 사이가 좋다.그 소소한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카메라 셔터를 몇 번 눌러봤다. 아, 물론 이것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선물이기도 하다. 나의 청록색 책상. 연두색인지 초록색인지 청록색인지 잘 모르겠지만, 꽤 오래된 책상
 
 
노이에자이트 2012-06-2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 (에밀 아자르)하면 우리 한국인들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와 '자기 앞의 생'을 꼽더군요.저는 전쟁소설에 관심이 있어선지 <유럽의 교육>도 추천하고 싶어요.

이진 2012-06-28 20:14   좋아요 0 | URL
헤...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였어요?! 언젠가 알라디너 한 분이 제게 <자기 앞의 생>을 보내주었어요. 수다쟁이님이었나. 오오.

아이리시스 2012-06-28 21:41   좋아요 0 | URL
아..전쟁소설이 있어요, 노이에자이트님? 근데 저는 그 유명한 것도 딱 한 권만 읽어봤네요. 올해 한 권 더 보고 싶어요.(남말하듯) 추천 접수합니다^^

그리고 소이진님, 오늘 또 하나 깨달았군요. 읽길 바래, 읽길 바래(이런 노래 있었는데ㅎㅎ)

이진 2012-06-2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 페이퍼쓰려고 오셨던 거구나.
진 세버그...? 잘 모르는 배우예요. 외국 영화는 잘 안볼 뿐더러 옛날이니. ㅎㅎ
저는 오늘이나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빡세게 벼락치기...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알라딘은 들어올 거 같아요. 기웃기웃 하면서요.

아이리시스 2012-06-28 21:42   좋아요 0 | URL
벼락치기 통할 연령대 아닙니다..열공!! 영어수학 포기하면 안됩니다!!
기웃기웃 하지마요, 하지마!!!(버럭!)

<수레바퀴 아래서> 왔나요?!(그렇다고 오늘 왔는데 내일 모레 왔다 그러면 안돼요!!!)

이진 2012-06-28 22:18   좋아요 0 | URL
수레바퀴 오늘 출고했다고 문자왔어요.
아마 내일 쯤에나 도착하지 않을까요. ㅎㅎㅎㅎㅎ
시험기간인데도 읽어야하는겝니까?!

아이리시스 2012-06-29 13:37   좋아요 0 | URL
그건 아닙니다..설마 시험기간인데 읽으라는 악덕 누나이겠습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댈러웨이 2012-06-2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에는 댓글을 어떻게 달아야해요? 저 정말 편지 써야 하는 거에요?
아, 좋아서 몇 번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나한테 쓴 글이라고 막 착각하고 있음.2 ㅎㅎㅎ)

언젠가 아이님이랑 보라색 꽃 진창으로 떨어진 길을 같이 좀 걸을 기회가 있었음 좋겠다. 손 잡고. 잉??? =3333333

아이리시스 2012-06-28 21:34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저는 지금 삶은 감자 숟가락으로 막 퍼먹고 나서 느끼(!)해서 김장김치로 김치넣고 파넣고 두부넣고 김칫국 끓이는 중이에요. 배부른데ㅜㅜ 먹을 것도 아닌데ㅜㅜ 나는 뭐하고 있는 걸까요..

흑백사진 선물은 댈러웨이님 꺼예요! 옆에 있음 나 안 읽고 댈러웨이님 사줬을텐데!

보라색꽃은 어떤 게 있어요? 아..진짜 보라꽃은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낙엽처럼 쫙 깔려있으면 손 잡고 걸어도 별로 안 이상할 것 같아요. 평소엔 손은 안 잡기로 해요ㅜㅜ


저 키 크고 싶은데 키 키는 방법 좀ㅜㅜ 힐 말고ㅜㅜ 저는 잘 자빠져서(?)..아니 넘어져서! 못..굽이 3cm 넘어가면 안돼요!!! 엽서 한 장 보내주세요. 이건 멘트. (진심으로) 편지 기다립니다ㅎㅎㅎ

댈러웨이 2012-06-29 13:07   좋아요 0 | URL
간밤에 술 마시고 쓴 것도 아닌데 댓글을 좀 엉망으로 달아놨더군요. 얼굴이 홧홧. 지웠어요.

그러니까, 하고 싶었던 말은,
돌아볼 것도 없는 옛날을 자꾸 아이님이 상기시켜 준다는 것,
이제부터는 그럴 때마다 한 마디만 쓰고 갈거라는 것,
그 '당신'이 누가 됐든 간에 저 사진은 고마웠다는 것,
11월이면 물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자카란다 길을 아이님과 걷고 싶었다는 것,
반동심리로 이런 시간은 한 번쯤 가둬두고도 싶다는 것,
편지는 일주일에 한 번 격으로 쓰고 있다는 것,
엽서를 어디로 보내야 할까요?, 라는 것, 이었어요.

아이리시스 2012-06-29 13:46   좋아요 0 | URL
아시잖아요..편지는..국정원으로 ................ 사표낼 거지만........ 그 전에.. 도착하게요..근데 저.국정원 요원인 거 이제 다 아는 거예요?! 전 국민이.......(아..알라딘 국민이?!)

있었구나, 자카란다..(몰라서 찾아보고 옴)

선물!!!!!!!!!!!!!!!!!!!!!!!!!!


댈러웨이 2012-06-29 14:01   좋아요 0 | URL
아,,, 도대체 댓글 무슨 소리에요 아이님!!! 미치겠다. ㅎㅎㅎㅎㅎㅎ

아... 잠깐 노래, 너무 떨려서 가사 안들어와요. 뭐야 너무 좋쟎아요. (막 운다.)

아,,, 그런데,,,나한테만 주는 줄 알았더니, 막 바람피고. 칫!

아이리시스 2012-06-29 14:05   좋아요 0 | URL
그니까..제가 요원인 걸 아는 사람이 지금까지 수다쟁이님하고 샤이닝님 뿐이었거든요. 이제 내 입으로 밝혔으니까..근데 뭐 사표낼 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말이요, 원래는 한 번만 할라했거든요, 스스로 아이디어 너무 좋다고 생각해가지고 막 다 선물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선물 받으려면 댓글을 달란 말이예요!!!(구걸모드)


이진 2012-06-30 17:01   좋아요 0 | URL
응...? 아이님 국정원 요원이예요?
그건 그렇고, 얼른 나도 선물 줘요, 선물!
하필 내 댓글 다음부터 선물 막 퍼주고 있어.
공부하느라 지친(?) 나에게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어요 ㅠ.ㅠ

아이리시스 2012-07-01 02:34   좋아요 0 | URL
1. 예전에 수다쟁이님이 가르쳐주지 않은 걸 알고 있어서 수다쟁이님이 저더러 국정원 요원 같다고 했거든요.
2. 샤이닝님은 아무리 봐도 얘기하기 전엔 모르겠다고 고백해버려서 샤이닝님은 국정원을 속인 똑똑한 분이 됐고요.
3. 댈러웨이님은 힌트를 보름째 주는데 모르겠고, 그래서 사표내는 거죠! 짤리기 전에(상황종료!)
4. 소이진님 열공 했으니까 자요, 선물!



그리고 하나 더!



잘자요, 안녕.

이진 2012-07-01 20:05   좋아요 0 | URL
아이님 선물 짱 고마워요.
나만 두개라서 괜히 더 감동받음...
지금 글을 쓸까 공부를 할까 Tv를 볼까 답이 뻔한 고민 중.
제 뻔한 답은 텔레비젼이겠지요...하

아이리시스 2012-07-01 22:29   좋아요 0 | URL
응, 소이진님 땡큐.
두 곡은 내가 좋아한(좋아하는) 드라마 '이노센트 러브'랑 '아이두 아이두'(이건 지금 하고 있거든요) OST 곡이고, 뭔가 소이진님이랑도 어울려요. 대충 골랐지만 대충 고른 게 아닌 거예요!

시험 잘봐요, 나중에 또 얘기하겠지만..^^

티티카카 2012-06-2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나에게도 이런 영화가 있었나, 하고 생각해보고 있어요. '공감을 이끌어내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없이 경계선에서 울렁울렁 날 시험하는' 영화가. 스틸 컷을 보고 있자니 저도 두근두근 해지네요.

자기 영역 안에서 소멸하고 다시 태어나는, 아이리시스님 글은 참 사랑스럽네요.

아이리시스 2012-06-29 13:54   좋아요 0 | URL
저거 무슨 말인데요ㅜㅜ 티티카카님ㅜㅜ 저 자다가 쓴 거 아닌데 문장이ㅜㅜ 뜻이 통했으니 된 거죠?(위로한다..) 볼 당시엔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었는데 멀어지니까 아득해지면서 좋아졌어요. 게다가 저는 흑백영화 울렁증도 있거든요.

티티카카님 댓글이 훨씬 더 기분좋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그래요!!!!!!!!!!!!!!!!!!!!!!

선물!!!!!!!!!!!!!!!


맥거핀 2012-06-29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맹가리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어요. 아..유일하게 아는 한가지는 로맹가리와 그의 어머니 이야기. 그것도 누군가가 김영하 팟캐스트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준 겁니다. 오..글을 읽다보니 아이리시스님 키를 알았습니다.ㅎ

아이리시스 2012-06-29 14:00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안녕. 로맹가리는 샤이닝님께ㅜㅜ 저도 아마 맥거핀님 만큼만 알 걸요. 당시에 로맹가리가 아니라 저는 페루와 쿠바에 미쳐있어서..체 게바라한테도..새가 원래 갑자기 날아오르면 놀라거나 무섭거나 하잖아요. 근데 문학적으로나 영화적으로 써먹는 소재로서의 새는 참 좋은 느낌인 것 같아요. 좋아요.

제 키는 딱 보통사람치이기 때문에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거부감이 없지만..제가 155나 175일 수도 있잖아요, 왜!!!(저를 믿으시는 겁니까?!)

선물이예요.


맥거핀 2012-06-30 14:58   좋아요 0 | URL
서재 댓글 달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잘 들었습니다. 부활 보컬 이 친구는 은근히 노래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음..

아이리시스 2012-07-01 02:38   좋아요 0 | URL
연습해서 맥거핀님도 담번에 만나면 불러주기로..( '')
주말 잘 보내세요, 맥거핀님.

2012-06-29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성 이름을 나직히 부른다는 플루토 이야길 읽으니 갑자기 노래 하나가 생각나네요. 신중현과 엽전들의 "해랑사를 너는나". 나는 너를 사랑해,를 거꾸로 부른 가사인데,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말을 반복하고 있어요. 멜로디도 단순해서 라디오에서 듣고 한 번에 외웠어요. (지금도 부를 수 있어요. ㅎㅎ)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못하는 소심한 청춘이 거꾸로 읊조리는 건데, 그렇게 부름으로서 '나는 너'가 '너는 나'로 역전되는 묘미가 있고, 또 단조의 나즈막한 멜로디가 애잔해서 마음에 착 다가오기도 하고 그런 노래였어요. 해설자는 한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이키델릭이라고도.. 이 노래 좋아요.^^

여튼 '변하지 않으면 변해가는 게 살아가는 일'이라든가 밑줄 치며 공감할 말이 많은 페이퍼로군요. 아이리시스님 늘 철학적이심.ㅎㅎ

+ 페루, 자기 앞의 생은 아직 안 읽고, 새벽의 약속만 읽었어요.
페루, 자기 앞의 생, 카뮈의 이방인. 마음 속의 필독도서인데 언제 읽을지..

아이리시스 2012-06-29 14:28   좋아요 0 | URL
섬님 선물이예요!




당연히 계신 그곳이 더 아름답고 멋지고 평온하겠지만 이 노래 들으면 늘 한적한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싶어지거든요. 그런 노래가 있어요? 엽전들............킥킥(일단 웃고) 해랑사는 절 이름 같고 '나는 너'의 역전되는 묘미! 일단 기억해놓고 노래는 섬님 버전으로 언젠가 들어보는 걸로(ㅋㅋㅋ) 듣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고 아껴놓는 거니까 연습 하세요..아니..연습 바랍니다 히히히히 (가요제 나가는 분위기)

저 철학적이라 치고, 저도 로맹가리 한 권 더 읽어보겠어요. 8월쯤에요.(꽤 구체적이죠?ㅋㅋㅋ)
강원도라 하셨죠? 날씨 좋죠?! 물론 장맛비가 시작된다고는 했지만..( '')

2012-06-29 20:28   좋아요 0 | URL
아! 선물 맘에 들어요. 좋아요 좋아요. 후후
저는 이런 거 몰라서도 선물 못 하는데... 다들 어떻게 그리 음악을 많이 아는 걸까요??? ㅎㅎ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세상, 좋아해요. 저는 비행기와 지상의 거리가 신기하더라구요. 진짜로 먼데, 그런데 길도 보이고, 자동차도 보이고, 그런 게 진짜 신기했어요. 눈을 왠지 씻게 되고.
여튼 아이리님 덕분에 좋은 음악 좋은 풍경 잘 감상했슴다.

네. 8월의 로맹 가리 독서. 그 이후의 서평을 기대하고 있겠어요. 저도 페루 꼭 읽어볼랍니다~~~.

해랑사를 너는나, 연습해서 아침 모닝콜로 아이리님께 불러드릴까요. 아침부터 소름 막 돋게...ㅎㅎㅎㅎ

아이리시스 2012-07-01 02:41   좋아요 0 | URL
섬님 제 번호 알아요?! 모닝콜 해주면 감사히..............더 자겠습니다!
아..그러네요. 한 번씩 다 돌려서 들어보고 그래도 영상도 좋을 걸로(무난한 걸로) 퍼온다고 왔는데 전 도시를 하나씩 짚어주세요! 푸핫.

이 곡은 전에 캘리포니아 관광청 홍보 사이트에 걸려있는 캘리포니아 관련 곡 중 하나였어요. 여행을 안 떠날래야 안 떠나고 싶을 수가 없어요ㅜㅜ

섬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내일은 놀러가지 싶어요ㅋㅋㅋ

Shining 2012-06-2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페루>, <자기 앞의 생>, <유럽의 교육>, <하늘의 뿌리> 모두 좋았지만 <새벽의 약속>이 제일 좋았어요. 로맹 가리는 뭐랄까, 너무 잘하는게 많아서 좀 재수없는 작가에요ㅎㅎㅎㅎ 하지만 새 책이 나왔으니 읽어야겠다는 열의가 생기는 걸 보면 좋아하는 게 맞나봐요^^

며칠 전, 너무 더워서 줄리에타 마시나나 미아 와시코우스카처럼 머리를 잘라볼까 말했더니 제 친구가 진 세버그도 있잖아, 라고 얼마전에 얘기한 적 있는데 아이님 글 읽다보니 스무살 때 <네 멋대로 해라>를 보고 막연하게 압도되던 느낌이 떠올라요.

이 페이퍼, 뭔가 아이리시스님 같아요(뭐래). 제가 아이님한테 갖는 이미지나 느낌, 문체 같은 게 이 페이퍼에 다 있어요. 좋군요 :-) 아, 저 <정체성>읽기 시작했어요, 오늘밤이면 다 읽을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2-06-29 14:42   좋아요 0 | URL
로맹가리가 또 뭐 잘하는데요? 저는 외무공무원에서ㅜㅜ 외무공무원은 외교관이 아닐 수도 있을까요? 서기일까요?(막 깎아내림) 앞은 누군지 모르겠고 저..미아는 그..레스트리스 여주인공이죠? 그건..용기가 필요하겠는데요. 우린(제 친구들 사총사 있어요) 그냥 얼마 전 드라마에 나오던 성유리 머리 정도가 괜찮은 걸로 합의했는데, 젊어서(!) 과감한 거예요? 예뻐요, 일단 하고나서 사진!!!

페이퍼가 저 같다는 말은 이 페이퍼 뜬구름 잡기였다는 말과도 같아요. 실제로 그렇게 썼으니까..(민망) 아..<정체성> 출간된 거 봤는데 축하해요, 전작주의 달성한 거 아니예요? 샤이닝님한텐 시작하면 책이 끝나는 겁니까?(ㅋㅋㅋ)

빠질 수 없는 선물!!!!!!!!!!!


Shining 2012-07-02 00:09   좋아요 0 | URL
음, 우선 로맹가리는 군인이자 외교관이고 작가였으며 극본가이자 미남이었어요ㅋㅋㅋ 촘 뭔가 재수없어요(시기쟁이ㅋㅋㅋ). 줄리에타 마시나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부인이자 이탈리아의 여배우^^ 맞아요, <레스트리스>머리ㅋㅋ 전 지금도 뒷목이 보이는 단발이에요, 좀 짧은 단발? 제일 긴 머리가 턱을 내려오거든요(이런이런, 비밀을 폭로해버렸어...) 지난 4,5년 동안 거의 이 정도 길이였는데도 아직 숏컷은 좀 두려워요-_ㅠ 안 어울릴까봐, 보다도 머리가 워낙 안 기는 편이라 언제 길러.... 왜, 포인트도 영점부터 모으려면 진짜 지겹잖아요!(그럴듯한 비유ㅋㅋㅋ)

그날은 금요일이었으니까요! <정체성> 다 읽고 새 책 읽고 있어요 :-)

덧) 그나저나 부지런하기도 한 아이님, 개개인에게 선물을ㅠㅠ 즐겁게 들으면서 댓글 썼어요>_<

비로그인 2012-06-3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이리시스님... 아이리시스님... 자꾸만 불러보고 싶어요. 지나간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기다림은 언제나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헛된 기다림이고 결국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아이리시스님처럼 그런 내 기대감은 새로 나에게 다가올 것들에 대한 기다림으로 바뀌어야 하는 거겠죠? 아직 그리워할 나이는 아니니까.

그런 풍경이 떠올라요. 보라색 제비꽃이 만발한 동산에 맨발로 올라가서, 타오르는 태양 아래 별똥별이 떨어지는 눈부신 광경을 단 한 번 보고 시력을 잃고 싶어요. ㅋㅋ 이건 좀 청승맞다. 아이리시스님도, 저도,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동경이 있나봐요. 저도 언젠가부터 예술가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구분선을 짓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될 대로 되라, 식이기도 하고, 예술가라고 인정받지 않더라도 나 혼자 예술하면서 만족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써서 잘 안 팔리고 상도 안 줘도 글쓰기 좋아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나도 선물 받고 싶은데, 달라는 말하기 전에 무슨 선물을 줄지 생각해봐야겠어요.

아이리시스 2012-07-01 02:50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수다쟁이님..나는 수다쟁이님이 하는 말 90% 이해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또 그렇다고 믿거든요. 항상 고맙고.. 아직은 뭐가 되고 싶어할 나이잖아요. 시작도 못한 나이잖아요. 무궁무진하잖아요, 수다쟁이님은. 본인은 잘 모를지도 모르지만 무한히 뻗어나갈 거예요. 어떤 꿈을 꾸든, 무슨 걱정을 하고있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아무하고도 말이 안통한다 생각될 때 그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지난번처럼요.

그 감성을 품고 사는 수다쟁이님이 부럽지만 한편 걱정돼고 또 그 예민함이 무언가로 폭발하길 진심으로 바래요. 원하는 게 뭐가 됐든 다 잘할 거예요. 그렇게 되는 것보다 믿는 게 더 중요해요.

저는 받고싶은 선물 생각해봤어요. 수다쟁이님 지금 책상 사진! 보고 싶으니까 준비해놔요. 주말 지나고 보여줘요. (구체적으로 무슨 책 있는지 어떤 색 펜과 노트가 있는지 그런 거 궁금해요)



이 드라마 되게 좋았거든요. 감성의 선이.. 음악도 좋네요! 선물 보내요^^
 
소송 열린책들 세계문학 19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재혁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드시 이달이어야 했다. 영화 [아메리칸 크라임]을 경악하면서 보고 난 이후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을 닥치는 대로 읽고 영화를 봤다. 그리고 마지막은 카프카로 끝내기로 결심했다. 그 정도의 상처는 없지만 법을 믿지 않는다. 아니, 법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줄거란 달콤한 희망을 더이상은 믿지 않는다. 법정 범죄물과 카프카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의식의 흐름처럼 떠밀려온 독서기가 중요할 뿐. 존 그리샴의 소설은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The firm, 1991)>에서 시작한다. 그의 출세작이면서 1993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야망의 함정]을 낳았다. 10년 후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 이 드라마는 정확히 영화의 결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만하면 텍스트의 무한확장을 제대로 체험했대도 과언 아니다. 이전에 <타임 투 킬(A Time To Kill, 1989)>은 그의 처녀작, 이후 <펠리칸 브리프(The Pelican Brife, 1992)>는 줄리아 로버츠와 덴젤 워싱턴 주연으로 1993년에 영화가 되었다. 물론 전작의 영화화는 좀 더 훗날 1996년도. 이후 <의뢰인(The Client, 1994)>, <가스실(The CHAMBER, 1996)>, <사라진 배심원(The Runaway Jury, 1996)>, <레인메이커(The Rainmaker, 1997> 등이 영화화 되었고, 작년에는 소설 <고백(The Confession, 2010)>이, 올해는 소설 <소송사냥꾼(THE LITIGATORS, 2011)>의 번역본이 출간됐다. 그는 법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10년여간의 변호사 생활로 얻은 다양한 체험을 법정 스릴러에 녹여내며 출간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이 아니면 영화를 달라, 우스갯소리가 통할 만큼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많다.

 

우리나라 법정 드라마는 많지 않다. 재미로 다루기에 사법부가 지나치게 기득권을 갖기 때문에 미국보다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듯하다. 배심원제가 자리잡은 미국과 아직은 법전에 기댄 법관의 의견을 더 중시하는 한국의 사법제도의 차이를 모르지 않지만 범죄 스릴러가 경찰 수사물로만 그려지는 점은 많이 아쉽다. 물론 배심원제 탓만은 아니고 이 제도의 헛점 또한 없지 않다. 정확하기 위해 제3자의 일반인들을 통해 죄의 유무를 따지자는 건데 이게 어디까지 객관성을 획득할지 알 수가 없다. [Law & Order]는 대형 시리즈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성범죄 전담반]으로 더 익숙하지만 사실 이건 스핀오프 시리즈 중 하나다. SVU, CI, LA, UK는 전부 스핀오프 시리즈지만 오리지널 시리즈는 시즌 20으로 2010년 종료된 [범죄전담반]이다. 이후 [저스티스], [보스턴 리갈], [해리스 로우], [페어리 리갈], [데미지스] 등이 나왔지만 늘 첫 정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영화 [의뢰인]과 [부러진 화살] 같은 법정물은 나올 때마다 뜨거운 감자이며, 숨겨져 있는 사법재판 과정과 진실 규명에 기대를 갖게 한다. 발로 뛰는 경찰 위에 검찰이 있다면, 상명하복 관계를 최대한 이용하는 행정부 소속 검찰에 대응하는 사법부가 있다. 진실 규명과 다수 국민과 소수 억울한 자들의 보호가 목적인 점에서 소속 다른 두 기관이 동등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예를 들어, 개인의 자유와 다수의 행복을 논할 때 법조인은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카프카 또한 법 앞에서의 인간의 부조리, 심판자의 자리에 있다고 믿는 인간이 심판 당하는 자의 위치에 서도록 묘사하면서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의 구속과 억압에 한없이 무력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편적 물음표로 승화시키며 관습과 체제 앞에 진실이란 무엇이며, 인간이란 한낱 보잘 것 없는 개에 불과하지 않냐고 묻는다.

 

그는 마흔 살에 악화된 폐결핵으로 죽었다. 카프카는 당시 체코에서 소수민족이었던 유대인이었고 아버지와도 갈등을 빚었으며 글을 쓰고 싶어했으면서 공부를 관두지 못해 법학 박사학위를 땄다. 너무 일찍 죽었기에 그가 남긴 어떤 작품에 대해서도 그의 입을 통해 듣지 못했다. <소송> 또한 그의 사후에 출간된 소설이며, 그가 남긴 세 편의 장편소설 중 하나다. 실존철학에 대해서만큼은 사르트르와 카뮈가 그에게 빚지고 있다. 그가 조금만 더 번듯한 작품을 많이 내고 조금만 더 번듯하게 긴 인생을 살았다면 실존과 부조리의 수사 앞에는 카프카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놓였을 것이다. 체코 출신이면서 독일어 사용을 강요당한 유대인 카프카가 아니라. 그는 장남을 번듯하게 키워내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독일인 학교에 다녔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의 공용어는 독일어였고, 체코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는 중이었으므로 학교에서 그는 아웃사이더였다. 여기와 저기에 속했지만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못했던 그의 이방인적 고독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붙박혀있다. 완벽한 독일어를 쓰기 위한 피나는 편승과 자국민(체코인)들이 느끼는 배신감 사이에서 방황하면서도 그는 결국 독일어로 써내는 작품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 그 경계에서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무 곳으로도 가지 못한 채 행간 사이를 빙빙 도는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상상이나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가 쓴 많은 문서들은 유언에 따라 소각되었다. 우린 그의 실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으며 최소한에 기댄 유추조차 할 수 없다. 떠도는 의미들을 붙잡고 유령처럼 상상한다. 카프카적으로. 카프카답게 카프카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어렵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그것들이 옳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을 만큼 난해하다. 사회적 모순 한 번 겪지 않고 자라나는 청춘이, 꿈나무가 어디 있으며, 어른은 완전하게 땅에 붙박은 존재인가. 아니다. 카프카의 고민은 여전히 그만의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한 <소송>은 읽혀야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의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며 이토록 준수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어째서 자기만의 방에 틀어박혀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에 시달렸다. 그는 희생자였을까, 승리자였을까. 항간에 그가 남긴 문학사적 자취가 웬만한 독일 작가를 능가한다고도 한다. 카프카를 독일인으로 처음 아는 사람도 적지 않으니 그는 성공한 셈일까. 스스로는 행복하다 여겼을까. 대답은 들을 수 없지만 그는 여전히 궁금하게 한다. 우리에게 늘 카프카적인 생각을 하도록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가 되었으니. 대단하다. 릴케-카프카-쿤데라로 이어지는 체코 현대문학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1918년에 해체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후 탄생한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의 경계에 세 문인이 나란히 연대기순으로 존재한다. 언젠가 동유럽에 가게 될 날이 온다면 세 명의 작가를 마음에 담고 카를교를 열 번쯤 건너야겠다. 동양의 작은 여자아이에게 프라하는 붉은 눈물을 흘린다고, 미치도록 슬프다고, 내 딸에게도 그렇게 가르칠 거라고 말해야겠다. 오늘은 어제와 다를 거란 기대와 희망 속에 산다. 기대와 희망이 한순간에 후회와 절망으로 바뀔지라도 변화를 희망하는 건 보편적 진리다.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죽어가며 K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죽는 순서는 어째서 악의 계수가 클수록 먼저이지 않는지를 원망했을까. 형태 없는 제도와 체제, 권위주의 속에 희생되는 자기를 반성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차례가 온 것이 자랑스러웠을까. 이유 없이 심판자가 되고 이유 없이 심판을 당하는 인간들은 누구나 이중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체 없는 경계에 있다. 오늘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존재를 확인하고 검사 받는다. 일련의 절차에는 오류가 없을 거란 믿음으로. 강력하게 존재의 존재와 삶의 삶을 가만히 놓는다. 여전히 정확하게 놓여야 할 위도와 경도를 알 수도 없고 알 수 있으리란 희망도 없지만 모든 삶이 부서지기 전에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카프카다. 변신이 간절하지만 그럴 수도 없고, 좁은 안에 갇혀 누군가를 심판하려 하지만 되려 심판 당하는 어리석은 존재를 인간으로 규정한 것은. 이 순간 카프카적으로 사고를 전환하라고 강요하는 건 카프카가 아니라 실존이다. 나는 살아있고 살아있는 이는 생각해야 하므로. 그게 옳다는 걸 미래의 딸에게 전해줘야 하기에. 그는 죽어버림으로서 작품과 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지만 나는 살아서 더 많은 말을 하고 더 많은 뜻을 전해야겠다. 가능하다면. 그러면 이 리뷰는 대체 정체가 뭘까. 나는 요제프 K의 대변인인가, 카프카의 대변인인가, 그것도 아니면 여전히 모르면서 말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걸까. 세계는 상상하는 대로 가고 상상하는 만큼 움직인다. 왜 죄인이 됐는지, 왜 죄인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무엇이 죄고 또한 죄가 아닌지 카프카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가 말하지 않아서 우린 몰라야 할까. 짧고 쉽고 간결한 문장 행간에 든 엄청난 활자들의 의미가 밤잠 자는 도중 나를 덮칠까봐 겁난다. 오늘밤 나는 혼자 자야 한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거핀 2012-06-2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그리샴 소설 중에 <외뢰인> 제일 좋아해요. 소설도 좋았고, 수잔 서랜든 나왔던 영화도 나쁘지 않았어요. <타임 투 킬>은 영화는 좀 별로였던 것 같고, <레인메이커>는 좋았어요. 좀 심하게 순진한 얘기긴 했지만. 영화화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영화감독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가 또 카프카죠. 꼭 소설 그 자체가 아니더라도 모티브를 따온 것들도 있고. (<카프카>라는 영화도 있어요. 보지는 않았지만. 소더버그씨 영화니까 괜찮을듯.)

카프카를 읽기에는 더운 밤입니다. 으갸갸. 잘 지내시죠?

아이리시스 2012-06-27 22:06   좋아요 0 | URL
존 그리샴하고 로빈 쿡하고 그 시절 쌍벽을 이룬 스릴러 콤비였죠! 존 그리샴은 모르겠고 로빈 쿡은 초딩 때 엄마가 읽으시던 책이 엄청 많았어요. 덜덜 떨면서 들춰보고 그랬었는데.. 책을 읽으려니까 너무 많아서 천천히 가기로 했고, 영화는 너무 오래돼서(고전도 아닌데) 이것도 줄리아 로버츠랑 톰 크루즈만.. 천천히 가야겠어요. 해석의 여지가 많으니 영화감독들이 좋아하는 걸까요? 저는 카프카가 장편을 많이 남겼으면 좋았겠다고 그러니까,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저는 카뮈를 좋아하거든요! 변할 것 같지는 않지만 잘생겼어, 카프카는요..

아, 그러니까 <카프카>라는 영화는 카프카의 삶을 다룬 거예요? 그..경계선의 이중적 지위가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잘 지내는데요. 여기 날씨가 좀 이상해서요..문을 닫으면 덥고 열면 서늘하고.. 갑갑하네요..

이진 2012-06-2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님도 <아메리칸 크라임> 보셨군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서는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었지요. 이렇구나, 이렇구나. 뭐가 이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안타깝다.

카프카... 은희경의 소설에서 많이 다루는 것도 카프카예요. 주인공이 관심을 갖게 된 여자친구가 카프카를 좋아하고, 덩달아 주인공도 카프카를 읽게 되지요.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카프카는 어디다 갖다붙여도 다 말이 된다고.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카프카는 하나의 명사가 되어버린 것입니까ㅋㅋ

아이리시스 2012-06-27 22:10   좋아요 0 | URL
애들한테 안 좋아요, 담엔 그런 거 보지마요!! 19세이상관람가 아니덥니까?!(잘 모름) 그리고 애 취급해서 기분 나쁘다면 미안..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히히히

은희경 소설에 카프카 얘기 나오나 봐요. 응, 카프카는 수다쟁이님한테 배우고! 내 생각에 소이진님이 은희경 소설만 보고도 카프카를 완전 잘 이해한 것 같아요. 하나의 명사, 어디다 갖다붙여도 다 말이 되는 거.

근데 그것도 재미없다면서요?ㅜㅜ 미안ㅜㅜ 담엔 재밌는 거 보내줄게요(ㅋㅋㅋ)

이진 2012-06-27 22:42   좋아요 0 | URL
에이, 재미 없는게 아니라 은희경의 견인력이 떨어지는 거죠. 처음엔 그 어떤 소설보다도 마음에 잘 와닿았어요. 아이님이 보내주시는 책이라면 뭐든지 기꺼이 재밌잖아요. 제가 집중해서 안 읽어서 그렇지 <원더보이>도 무지무지무지 좋은 책 아니겠습니까. 문장은 정말 좋은데, 내용 이해가 힘들어서... 제 능력을 탓해야합니다. ㅎㅎㅎㅎ

아이리시스 2012-06-27 22:58   좋아요 0 | URL
뭐야, 위로하는 거.............라니, 엉엉엉엉엉ㅠㅠ

티티카카 2012-06-27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프카는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 전까지 읽은 소설은 약간의 문제의식을 일으키거나 유년시절의 그리움을 끌어내는 게 전부였는데... 카프카는 내가 제대로 읽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더군요 ㅎ 왠지 이대로 끝나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법정드라마 하니까, 제가 요즘 보고 있는 일드 <리갈하이>가 떠오르네요 ㅋ 저는 지금 남주에게 빠져있어요. 법정드라마인데 울적할 때 보면 좋다는,,,ㅎ,ㅎ

아이리시스 2012-06-27 22:01   좋아요 0 | URL
카프카는..답이 없어서..그 답을 구하려고 하면 막막해지는 것 같아요. 티티카카님 리뷰 보러가니까 아무 것도 없어서 슬펐어요. 진짜 슬펐어, 힝ㅠㅠ

그거 이제 끝났죠? 2분기 드라마들.. 저도 일드 라인업은 알고 있었는데 <리갈하이>도 찜해놨었는데 못봤어요. 요즘엔 일주일마다 딱딱 챙길 여력이..남주에게 빠졌다면 매력있나봐요!

댈러웨이 2012-06-2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욕 엄청 돋우는 리뷰였어요. 보면서 짜릿짜릿했어요. 질투도 막 났어요. 고마워요. ^^



아이리시스 2012-06-28 03:28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잠이 안와요. 엉엉엉ㅠㅠ
그..뭐야..지식욕..저는 댈러웨이님한테 받는데요..남 얘기 하실 때가 아니랍니다.
(따라잡으려면 책을 먹어야 돼ㅠㅠ)

저는 쌓아둔 구간들로 추리소설 읽고 있는데요, 이것마저도 진도가..( '')

노이에자이트 2012-06-2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다민족정책에 대한 글을 읽었어요.워낙 여러 민족이 그 안에 분포하고 있으니 군대에서 특히 용어통일이 문제가 되더라고요.아이리시스 님은 작품만이 아니라 그 작가에 대해서도 꼼꼼이 살피시는군요.원래 그래야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소홀히 하더라고요.그래서 릴케나 카프카를 막연히 독일사람으로 아는 사람이 많죠.

아이리시스 2012-06-28 22:22   좋아요 0 | URL
릴케는 쓰고도 이상해서 찾아보고 또 찾아보고 그랬답니다 V.V 카프카는 유대인인 것만 알고 독일사람 아닌 걸 알고 있어서 백과사전 좀 본 거예요! 꼼꼼하다고 칭찬을 듣다니요!(으쓱으쓱)

근데 백과사전 지식도 나름 유용해서 저는 [소송] 읽고 카프카 일대기 공부하면서 유용했거든요. 군대 용어통일이라..정말 실용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되겠네요! 전 세계적으로 의학용어 통일하듯이 군대용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