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이원규 지음 / 좋은생각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시인은 참 많은 길을 걸었습니다. 강원도 황지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낙동강 1,300리를 걷고, 지리산 아랫자락 850리를 도보순례하고, 백두대간 종주 1,500리 길을 걷고, 새만금 삼보일배 800리를 걸었습니다. 욕망의 무한질주가 아닌 사람의 걷는 속도로 천천히 걷는 길 위에서 걷는 목적마저도 잊어버리고 무아지경에 빠지는 순간, 시인은 무릎을 치며 깨닫습니다. 기다림이란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누군가에게로 가는 것을. 그 깨달음이 시인을 지리산 자락으로 데려간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신의 몸을 눕힐만큼의 공간,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생활, 지리산을 닮은 이웃사람들, 저절로 삶의 진리를 깨우쳐주는 자연. 시인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하더군요. 섬진강과 평사리 들판의 봄, 어름나무의 그늘속에서 보내는 여름, 낙엽을 쓸면서 바라보는 낙엽 하나하나의 손금에 얽힌 사연속의 가을, 지붕을 소복히 덮으며 고립무원의 절대고독을 선사하는 겨울, 그곳에 뿌리내린 그에게는 자연이 곧 삶이요 진리입니다.

그러나 여기 우리가 있는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소시민의 삶이 그렇게 쉽게 그 자리를 옮길수는 없을겁니다. 가슴속에 무아지경의 도원경 하나 꿈꾸지 않는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다만 뿌리를 들고 이 자리를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붙잡지요. 어쩌면 그 두려움이 삶을 이루어가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휴가철마다 꿈꾸어왔던 도원경으로 짧은 일탈을 감행하지만 결국은 작은 미련이나 애증조차도 버리지 못하고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그리고 다시 우리 삶의 모습을 가꾸어가지요. 그것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요.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가치를 가꾸어가는 삶, 서로의 뿌리가 엉켜 잡아주고 서로의 그늘을 만들어가는 숲과 같은 삶, 전 그 삶 속에서 살기를 오히려 희망합니다.

그래도 올해 가을은 한번 걸어볼까 하고 꿈꾸어 봅니다. 단풍이 남하하는 속도를 따라 걸어간다면 하루 백리길, 해남의 땅끝 마을까지 단풍의 향연속에서 길을 걸을수 있을겁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 길에서 만나는 들꽃의 키만큼만 사랑하고 생각하며 길을 걸어볼까 합니다. 모자라면 미련이 남고 넘치면 애증이 남는 것이라면 딱 그 키만큼만 사랑하고 생각할까 합니다. 어차피 돌아오는 길에는 여행길을 동행한 나의 그림자속에 미련과 애증의 그림자 또한 품고 돌아오겠지만 나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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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8-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그 자리를 옮길수 없는 소시민의 삶" 이라 우린 여행에 더 목말라하는것 같네요.. 우리 국토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 올해라서 이번 가을엔 저도 많이 걸어보고 싶어지네요..

stella.K 2004-08-2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은 마음만 먹으면 갈수도 있을텐데, 전 이렇게도 못 떠나는군요. 당장 정선에 언니가 살고 있는데도 못가니 말입니다. B형은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고 떠도는 뭔가가 있다는데, 전 그런 점에선 B형이 아닌듯도 하네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잉크님 글은 참 정갈해요. 특히 오늘 글은 더더욱. 두분이나 추천을 받으셨는데 저도하고 가요.^^

미네르바 2004-08-2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여행동안 참 많이 걸어보았어요. 물론 들꽃을 찾아 떠나는 목적있는 발걸음이지만, 한없이 길을 걷고, 또 걷다보면 목적은 사라지고 나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숨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욕망들, 애증들 모두 벗어버리고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 그 느낌이 참 좋아요. 참 정갈하게 쓰셨어요. 저도 단풍길 따라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올 가을에는...

비로그인 2004-08-2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겸손하면서도 행간 행간, 말로는 다 풀어 내지 못한 자연과 삶에 대한 감사함이 묻어 나오는 책이죠? ^^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이만큼, 욕심 없이 자연에 귀 기울이며 사심 없이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그리하야 길에서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길을 나서는 작가의 맘을 잘 대변해 주는 제목도 없을 듯 해요.
성큼 다가온 가을.. 님이 꿈꾸는 가을, 이루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잉크냄새 2004-08-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과 삶에 대한 겸손함과 감사함, 그런 가슴을 지닌 시인이 걸어간 길은 분명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삶이었을겁니다. 그런 시인에게 욕심없고 사심없는 삶이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저에게는 아직 지금의 삶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나 봅니다. 그래도 올해 가을은 단풍드는 숲으로 길을 나서고 싶네요.
 

학창시절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중 한곳이 다방이었다. 다방은 보통 2층에 위치했다. 좁고 경사가 급한 아두컴컴한 시멘트 계단을 따라 보이던 작은 문, 고등학교를 졸업하기전까지 그 앞을 지나며 흘낏 쳐다보던 그 길은 미지였고 선망이었고 동경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까지. 그 당시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란 소설 제목을 떠올리면 정류장옆 2층의 <솔다방>으로 들어가던 그 어두컴컴하던 계단이 떠오르곤 했다.

1. 개구장이의 시절

국민학교 시절 콩알탄이 있었다.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 건드려도 터지고 밟아도 터지고 던져도 터진다 ]는 글이 포장지에 적혀있었던것 같다. 다방으로 들어가는 그 계단 하나하나에 콩알탄을 두어발씩 놓아두고 누군가 밟기를 고대하며 기다리곤 했다.  짧은 비명과 뒤섞인 폭음소리에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며 달아나곤 했다. "요놈들~" 하고 소리치며 뽀족구두 소리를 "따닥따닥" 내며 따라오던 아가씨를 뒤로하고 우리는 학교로 혹은 집으로 달아나곤 했다. 누군가 한번 잡힌 적이 있는데 꿀밤 몇대와 더불어 풍선껌을 받았다. 잠시 나도 잡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번도 잡힌적은 없었다. 아마도 고향에 두고온 막내동생을 떠올리고 화를 속으로 죽이며 가벼운 꿀밤 몇대와 풍선껌을 건네주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2. 학창 시절

나이를 좀더 먹으면서부터는 그런 장난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지나가다 2층 창문을 흘낏 흘낏 처다보면 창문밖으로 빠알간 립스틱을 바른 아가씨들이 보이곤 했다. 그리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 학생들! 커피 한잔 하고 가!" 라고 웃으며 소리치곤 했다. "공짜로요?"라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서로 그냥 웃을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먼산을 바라보곤 했다. 하교시간 교복을 입고 그들앞을 우루루 지나가던 우리를 자주 쳐다보곤 했다. 아마도 학업을 뒤로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뛰어든 그 곳에서 이제는 자신의 추억이 될수 없는 교복을 참 많이 원망도 하고 부러워도 했던것은 아닌가 싶다. 

3. 졸업후

대학을 들어간후 고향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바로 그 다방에서 약속을 한 적이 몇번 있다. 벽 한켠을 차지한 커다란 그림 몇점,  레코드 판에서 울려퍼지는 지나간 유행가 몇소절, 담배불 자국이 몇개씩 남아있는 소파, 작은 나무 탁자, 둥그런 통성냥, 군데군데 태워진 재떨이, 하얗고 야트마한 크림잔과 각설탕 몇개... 두근거리며 처음 들어간 그곳은 우리의 선망과 동경을 채우기에는 이미 너무 낡아버린 느낌이었다. 그렇게 몇차례 약속을 위해 들리고는 다시는 가지 않게 되었다.

4. 그리고 지금

그때 이후 다방을 간 기억은 없다. 일부러 피한것은 아니지만 다방을 약속장소로 잡거나 커피를 마시러 다닌 경험은 없다. 지금도 고향에 들러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도중 고향의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언덕위의 천주교 성당, 6.25당시 지어진 수용소로 칭하여지던 판자집 동네의 골목길,  가장 오래된 하얀 등대, 갑판으로 얼음을 나르고 부수던 옛 얼음파쇄기, 국민학교 운동장에 자리한 백년이 넘은 향나무....그리고 정류장 한켠 2층에 자리한 <솔다방>. 어느새 고향의 한 귀퉁이를 자리한 곳이 되고 말았다. 간판도 창문위에 덧붙인 그림도 낡어버렸지만 기억속 고향의 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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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08-20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간 커피숖.......저는 고3 홍역같은 대입시험을 치룬 후 갔었지요. 그 때가 또 첫 미팅이었구요*^^*;; 처음간 터라 신기해서 친구들과 함께 그 커피숖 메뉴에 있는 커피를 종류대로 다 시켰던 기억이 나요.비엔나커피, 아이스커피,블루마운틴, 카푸치노...... 돌려가며 조금씩 맛 보며 마냥 들떴던 기분~ 지금 생각해도 설레네요^^

갈대 2004-08-2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 도시에서는 이제 찾기 힘든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세월이 흐르면 점차 사라지겠지요. 다방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다방아가씨입니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두 다리로 보자기에 싼 커피를 고정시킨 채 노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이요. 그네들을 보면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잉크냄새 2004-08-20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숖, 다방....그 시절 왠지 모를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곳에 졸업후에는 특권이라도 부여받은 양 돌아다녔죠. 그러던 어느날인가 낡은 외투를 벗어던지듯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낡은 호기심과 환상을 벗어버리고 부쩍 커버렸죠.

김여흔 2004-08-2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다방뿐만 아니라 장미다방도 있지요. ^^

파란여우 2004-08-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전다방도 있어요..^^ 술집은 안주싼 '인하의 집'이 최고였죠?^^

김여흔 2004-08-2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따라하지 마욧! ^^

호밀밭 2004-08-2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 이름은 참 단순한 것이 많아요. 솔다방도 그렇고 꽃다방도 본 적이 있어요. 다방에 아주 어릴 때에도 엄마와 간 적이 있었고, 놀러 가서도 춘천에서인가 다방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다방에서 어항을 본 기억이 나네요. 저는 가끔 다방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내가 어떨지 궁금해서에요. 달력, 어항, 텔레비전, 커피잔 등 다방 특유의 느낌이 왠지 옛스러우면서도 관심이 가서요. 솔다방에 대한 추억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Laika 2004-08-2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방에 가본적이 있는지 애써 기억해보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아요...TV에서 자주 등장하는 계란 동동 띄워준다는 차는 먹어보건 싶은데...^^

잉크냄새 2004-08-2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출근길에 호박다방도 보여요.^^
호밀밭님의 글을 보니 저도 어항 생각이 나네요. 다방에서 절대 빠질수 없는 소품이죠. 라이카님이 드시는 커피는 아마 다방에는 없다죠.^^

미네르바 2004-08-2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이라는 말에는 촌스러움이 느껴지지만 거기에는 왠지 낭만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중학교 때 언니 따라 다방에 처음 가 보았지요. 그 곳에서 본 어항이 아직도 기억에 나네요. 다방 이름이 '초원다방'이었지?

겨울 2004-08-2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서 두어 번인가 가 본 다방에서 누군가 우유를 시켜줘서 마신 기억이. 맛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신기한 눈으로 열심히 바라보았었죠. 다방하면 그립고 서글픈 느낌이 묻어나요. 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친 다방아가씨가 내가 알던 누군가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을 때의 놀라움. 쫓아가 확인은 못했지만 쿵쿵 뛰는 가슴이라니.

잉크냄새 2004-08-2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립고 서글프고 왠지 낭만 한자락 남아있을것 같은 공간...그래서 고향 한켠에 남아있는 옛다방에서 고향의 냄새를 맡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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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08-1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 때 친구와 커피가 있다면 위안이 되겠어요...

호밀밭 2004-08-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커피의 달짝지근한 맛과 뭉툭하고 야트마한 커피잔도 매력있어요. 예전에 어디를 놀러갔다가 시간 보낼 곳이 없어서 다방에 들어갔었는데 텔레비전도 틀어 놓고, 음악도 틀어 놓고 있는 풍경이 재미있더라고요. 요쿠르트도 서비스로 주었었는데. 저 두 아저씨들 중 우울해하셨던 아저씨 표정이 활짝 폈네요^^.

갈대 2004-08-1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뮤휴휴~ 다방커피 시켜본 적은 없는데 저럴 땐 한 번쯤...^^

잉크냄새 2004-08-1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츠 머리 아저씨의 미소가 조인성이보다 근사하네요.
"우리땐 조인성이 미소는 미소축에도 못꼈어!!!"^^

waho 2004-08-20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전 벽다방(자파기) 커피가 달짝지근한것이 맛있던데.. 실제로 다방에 가본 일은 없어서 진짜 다방 커피 맛은 모르겠구요.... 참! 요즘 아이스커피믹스(네슬레에서 나온) 넘 맛있던데...드셔보셨나요?

잉크냄새 2004-08-2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릉댁님 정말 오랫만이네요. 님의 근황은 님의 서재에서 잠시 보았는데, 조만간 좋은 소식의 글 전해주실꺼죠?^^
 

통사론(統辭論)

- 박상천 -

주어와 서술어만 있으면 문장은 성립되지만
그것은 위기와 절정이 빠져버린 플롯같다.
'그는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라는 문장에서
부사어 '우두커니'와 목적어 '그녀를' 제외해버려도
'그는 바라보았다.'는 문장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그는 바라보았다.'는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나 서술어가 아니라
차라리 부사어가 아닐까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에는
눈물도 보이지 않고
가슴 설레임도 없고
한바탕 웃음도 없고
고뇌도 없다.
우리 삶은 그처럼
결말만 있는 플롯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힘없이 밥을 먹었다.'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밥을 먹은 사실이 아니라
'힘없이' 먹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

================================================================================

부하 직원이 올린 회의록을 보며 "결론이 뭔데?" 라고 묻곤 했지요. 각 팀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상황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노력이 묻어있는 그 회의록의 결론이 뭔가 부족한듯하여 그렇게 묻곤 했지요. 보고서 문화에 어느덧 물들어버린 사고구조가 과정이 아닌 결론에 집착하게 만들어가나 봅니다.

인간시대와 같은 인간의 따스함에 관한 장면을 봅니다. 처음과 끝, 그들의 모습은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소녀가장의 모습은 그대로 소녀 가장이고 바보스러울만치 착한 그들은 계속 그렇게 비춰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아야할 모습은 그 모습속에 담긴 진실이 아닐까요. 어려워도 따스함과 순수함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 그들 속에 무의식적으로 표현되어진 부사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삶이 세상살이 속에서 오롯이 솟아나는 시를 닮아가는 삶이 아닐런지요.

지금 아테네 올림픽의 양궁에서 윤미진 선수가 8강에서 탈락했더군요. 흔들리지 않으려는듯 쓴 검은 썬글라스 뒤로 작은 눈물 한방울 흘릴지도 모르겠네요. 성적이 아닌 숨이 턱턱 막히던 여름을 달려온 그녀의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열정을 바라봐주어야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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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8-1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는 말 기억하고 싶네요. 윤미진 선수가 떨어진 지 이제 시간이 좀 지났지만 다시 그 활을 잡았던 순간으로 가고 싶을 것 같아요. 우리 나라 선수들끼리의 금은 대결이기는 하지만 윤미진 선수를 생각하면 마음이 좀 아프네요.
시 속에 담긴 세상이 더 인간적이고, 올림픽 때 사람들은 더 애국자가 되고, 아침보다 밤에 더 세상이 또렷하게 보이는 듯해요.

Laika 2004-08-1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네요..그런데, 올림픽에 관심이 없어서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올림픽때 조차 애국자가 되지 못하는 인간이군요...

icaru 2004-08-1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지요^^* 오늘....근...삼일만에 들어와봤는데...페이퍼 제목이 통사론이라...어인 통사론인가...하고...들어와 봤답니다...

참으로 적절한 비유를 가진 시네요...우리삶의 통사론은 부사어라는...
저도 요즘...조금은....바로 이 부사.."지친듯"...일을 하고 잠을 자고 밥을 먹고...하네요...

그리고 윤미진이요...정말...아깝지요...어제는...몸이 안좋아서...모처럼 휴가를 내고...집에 있으면서....종일.....
사격에 양궁에...죄다 봤거든요....
침착하게 하는 모습...참...이뻤는데....

대만의 그 선수한테...졌던...예전 기억이...작용을 한듯.....아쉽고...안타깝고...하데요...

잉크냄새 2004-08-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간 이의 삶을 시적이라 표현하는 것은 그 속에 포함된 부사어구를 보게되는 이유인것 같아요.
시 속에 삶이 있는 건지, 삶 속에 시가 있는 건지.. 어느 세상이 더 아름다울까 생각해 봅니다.
복순이 언니님, "지친 듯"..이라는 부사어구는 이제 헐헐 떨쳐버리길 바랄께요.^^

미네르바 2004-08-22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

미네르바의 말: 우리의 삶은 부사어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도 부사어를 사랑한다.

잉크냄새 2004-08-2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사어를 사랑합니다. 아마 삶이 더 풍요로워지겠죠.^^
 
 전출처 : 불량 > 퍼온 글이에요~ 슬램덩크!! ^__^

슬램덩크 1억부 돌파에 대한 감사 - 이노우에 다케히코
신문에 슬램덩크 1억부 돌파 감사광고 게재했다는군요.
자비로 1억 6천만엔 정도 들여서 일본 신문들에 그림을 실었다고 하네요.
이것 때문에 어제 일본의 신문이 모두 동이 났다는 소문이.. ^^;
여기에 인터넷에 실려있다죠.
http://www.itplanning.co.jp/slamdunk/np.html
밑의 그림은 요미우리에 실린 광고입니다.
요미우리 - 강백호 / 아사히 - 서태웅 / 일본경제신문 - 채치수
마이니치 - 정대만 / 산케이 - 송태섭 / 도쿄 - 권준호



요미우리 - 강백호 "제일 즐거웠던건 나였을지도 몰라.."

 

 



아사히 - 서태웅 "농구와 모두에게...고마워.."

 



일본경제신문 - 채치수 "관중석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마이니치 - 정대만 "너와 분명히 연결 되었던 것 같아"

 



산케이 - 송태섭 "당신의 목소리도 그려져 있어.."

 



도쿄 - 권준호 "함께 목이 쉬었던 동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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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8-1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거없는 자신감 강백호도 좋았지만 난 불꽃남자 정대만의 열렬한 팬이었다.
가장 잊을수 없는 대사는 해남전인지 능남전에서 3점슛을 쏘면서 말한 "내 눈엔 링만 보여!" 라는 구절이다. 중학 MVP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호밀밭 2004-08-1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윤대협을 가장 좋아했어요. 그리고 서태웅이랑 강백호랑 티격태격할 때가 가장 좋았어요. 모두모두 좋았지만 해남과의 마지막 경기가 기억에 남네요. 모두모두 그립네요.

잉크냄새 2004-08-17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실 윤대협을 북산고로 스카웃하려는 맘이 굴뚝같았답니다.^^
님의 말대로 참 그리운 인물들입니다.

겨울 2004-08-17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치수의 우직한 카리스마!!

잉크냄새 2004-08-1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채치수는 우직한 카리스마도 인정하지만 아무래도 강백호의 눈에 비친 고릴라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네요.

ceylontea 2004-08-19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전 왜 잉크냄새님이 만화 보는 모습이 상상이 안갈까요? 이런 면을 보니.. 또 새롭네요..

잉크냄새 2004-08-1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저 아직도 만화광입니다. 순정만화만 빼고요~~
언젠가 실론티님 방명록에서 만화 추천해주신 적도 있잖아요.^^

ceylontea 2004-08-1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흑백이미지 덕분에... 잉크냄새도 그렇고... 페이퍼에 올라오는 글도 그렇고... 상상이 안가요... 만화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하시니까.. ^^ 헤~~~

waho 2004-08-20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램덩크 1억부 돌파라...대단하네요. 신문 광고도 깜찍 기발하고... 베가본드도 좋던데...그림도 많이 좋아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