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사론(統辭論)
- 박상천 -
주어와 서술어만 있으면 문장은 성립되지만
그것은 위기와 절정이 빠져버린 플롯같다.
'그는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라는 문장에서
부사어 '우두커니'와 목적어 '그녀를' 제외해버려도
'그는 바라보았다.'는 문장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그는 바라보았다.'는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나 서술어가 아니라
차라리 부사어가 아닐까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에는
눈물도 보이지 않고
가슴 설레임도 없고
한바탕 웃음도 없고
고뇌도 없다.
우리 삶은 그처럼
결말만 있는 플롯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힘없이 밥을 먹었다.'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밥을 먹은 사실이 아니라
'힘없이' 먹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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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직원이 올린 회의록을 보며 "결론이 뭔데?" 라고 묻곤 했지요. 각 팀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상황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노력이 묻어있는 그 회의록의 결론이 뭔가 부족한듯하여 그렇게 묻곤 했지요. 보고서 문화에 어느덧 물들어버린 사고구조가 과정이 아닌 결론에 집착하게 만들어가나 봅니다.
인간시대와 같은 인간의 따스함에 관한 장면을 봅니다. 처음과 끝, 그들의 모습은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소녀가장의 모습은 그대로 소녀 가장이고 바보스러울만치 착한 그들은 계속 그렇게 비춰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아야할 모습은 그 모습속에 담긴 진실이 아닐까요. 어려워도 따스함과 순수함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 그들 속에 무의식적으로 표현되어진 부사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삶이 세상살이 속에서 오롯이 솟아나는 시를 닮아가는 삶이 아닐런지요.
지금 아테네 올림픽의 양궁에서 윤미진 선수가 8강에서 탈락했더군요. 흔들리지 않으려는듯 쓴 검은 썬글라스 뒤로 작은 눈물 한방울 흘릴지도 모르겠네요. 성적이 아닌 숨이 턱턱 막히던 여름을 달려온 그녀의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열정을 바라봐주어야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