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관련된 드라마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실질적으로 저런 분위기가 형성된 회사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놀라움이다. 업무적으로 깨지거나 동료사이의 묘한 경쟁심리같은 것들은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그것이 인간적인 모멸로 이어지거나 도를 넘어버리면 문뜩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대부분이 그런 부분에서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암묵적으로 지키고 사는것 같다.

그런 분위기중 하나가 호칭의 문제이다. 이것이 우리회사만의 특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을 퇴사하고 다른 회사에 입사한 사람들 대부분이 현재 이곳의 분위기가 상당히 인간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흔히 호칭은 성 뒤에 직책을 붙여 부른다. 김대리, 박과장, 정차장... 이런식이다. 물론 이곳도 그런 호칭의 방식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것은 이름 뒤에 직책을 붙이는 것이다. 동건 대리, 혁 과장, 달룡 차장님... 이런 식의 호칭은 상당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 하나의 특징은 호형호제 하는 방식이다. 직책을 떠나 동건아, 혁아, 달룡이 형...주로 20~30대에 주류를 이루지만 40~50넘은 분들에게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우리 팀장도 밖에 나가면 형이다. 입사 초기에는 다소 어색한 면도 있었던 부분이지만 이 또한 상당히 친근한 방식인것 같다. 나머지 하나는 별명을 부르는 방식이다. 별명이라는 것이 친근감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할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개똥 과장, 머리 과장, 진갓 대리...이런식의 방식이다.

회사내에서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별명 몇가지 열거해봐야겠다.

1.주님 ( 특정 종교에 대한 비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 상당히 높은 양반. 상당한 지적 능력의 소유자나 언행불일치, 안하무인, 공포정치, 독재정치, 족벌체제, 낙하산부대 등등 부조리의 온상. 지적 능력 높이 만큼의 이성과 감성이 도달하지 못하는 잘못된 교육 방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진시황이고 사원들을 만리장성 축조에 동원된 주민 정도로 생각한다. 주님이 목청껏 외치는 "글로벌"이라는 구호가  "구라빨"로 변모되고 있다. 모든 사원이 목소리 높여 외친다. " 주님, 뜻대로 하소서". 그래서 그는 주님이라 불린다. 

2.정사공지
  : 회사 전체에 공지되는 것을 "전사공지" 라 한다. 그러나 전사공지보다 더 신속한 정보가 있으니 정모 대리이다. 별도 공지가 필요없이 그를 통하면 되니 이른바 "정사공지" 이다.



3.선발진 : 우리팀의 주당들
  : 아무래도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과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음날 출근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우리 팀내에 발생하는 그런 경우를 야구에 빗대어 선발투수진이라 부른다. 
선발투수 - 술먹은 다음날 지각하는 동료
완투펀치 - 5명의 선택받은 선발투수중 일이등을 다투는 전설적인 동료들
구원투수 - 선발에서 제외되었으나 가끔 그들의 어깨를 달래주기 위해 깜짝 지각하는 동료
완봉승 - 하루를 제껴버리는 강심장의 소유자
완투승 - 오전만 제끼는 동료
구원승 - 오후만 제끼는 동료
더블헤더 - 이틀 연속 지각하는 동료

4.최강라인 : 다른팀의 주당들
 : 우리팀의 완투펀치에 해당된다고 볼수 있다. 최모 과장과 강모 과장으로 형성된 경영부문 막강의 라인.
그 두명을 일컬어 최강라인 이라 칭한다.

5.곽전사와 진갓 : 또 다른팀의 주당들
 : 곽전사 - 곽모 과장. 한때 술독을 짊어지고 다닐 정도의 거침없는 모습으로 전사(Warrior)의 칭호를 얻었으나 그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는 못하는지 얼마전 만난 술자리에서는 전사(Warrior)의 모습이 아닌 전사자(dead man)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동음이의어의 교묘한 방식으로 아직 곽전사의 이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 진갓 -  진모 대리. 흔히 최고의 위치를 신이라 부른다. 김삿갓의 갓이 아닌 물건너 온 갓(God)으로 아마 동양의 주선에 해당하는 위치라 할수 있다. 그 또한 곽전사와 더불어 저물어가고 있지만. 그의 기념비적인 발차취를 흠모하여 아직 그를 진갓의 위치에서 끌어내리지는 않고 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4-0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핫! 재밌어요 잉크냄새님
전 아직까지는 만취해도 다음날 지각하는 일 없이 칼출근 하는데 쿡쿡...
그럼 갓까지는 아닌거 같구 워리어라고 불려도 되나요? :)
주님, 이 표현도 한번 써먹음 좋겠군요
주여-! ^^

잉크냄새 2007-04-0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 Warrior와 dead man중 선택하시죠. ^^

비로그인 2007-04-05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는 워리어라고 우길래요 ㅋㅋ~
어쩜좋아 사무실인데 웃음보 터졌어요, 하하-

잉크냄새 2007-04-0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 곽전사만큼의 위용을 자랑하는 체전사가 되시려면 주당 3~4회 / 1회당 소주3병에 해당하는 분량의 술을 마셔줘야 합니다. 워리어의 아성에 도전하다 실패하고 그 좌절감에 내면의 폭력성이 발휘되어 일명 "파이트 클럽"의 칭호를 얻은 부류들도 있답니다.

비로그인 2007-04-05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그럼 워리어는 도저히 안되겠군요(제가 보기에 그수준은 마태님도 안될듯)
파이트클럽... 이건 어케좀 안될까요? ㅎㅎ

잉크냄새 2007-04-0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 파이트클럽은 뭔가 남성적인 냄새가 너무 나네요. 졸리양도 기념할겸 라라 크로포트에 필적할만한 술 크로포트 클럽을 창설하시죠. 적극 후원합니다.^^ 19%만 지켜주면 맘을 열수있듯이 회원 19명만 넘으면 소주 판촉용 전단을 보내드립니다.

비로그인 2007-04-0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자... 술 크로포트 클럽 전단지 보내주세요 :)

춤추는인생. 2007-04-0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님이라는 표현부터 시작해서 진갓까지 뒤로넘어가게 웃었네요.^^
그런데 잉과장님의 별명은 무엇일까요? 정말 잉과장님은 아닐테고. 혹시 술드시면
완봉승이시던가요?ㅎㅎ

icaru 2007-04-0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사(Warrior)의 모습이 아닌 전사자(dead man) ㅋㅋ
글게요~ 잉과장님의 별명은.. 혹시 잉과장님 팀에 갓이 둘 계신거 아녜요~ 진갓 대리와 잉갓 과장

잉크냄새 2007-04-09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 님의 서재에 전단지 뿌렸습니다.ㅎㅎ
춤추는인생님 / 뒤로 넘어가기까지 하시다니요...전 저희팀의 별명을 두루 섭렵하고 지금은 은퇴한 상태입니다.^^
이카루님 / 동음이의어, 무섭죠? ㅎㅎ 전 솔직히 만오천 이랍니다. 맥주 만오천을 마실수 있기에 한동안 그렇게 불렸답니다.
 

전신마비 장애인이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보내는 편지

알고 있니?
난 한 번도 죽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걸.
전신 마비에 손가락 하나만 겨우 움직일 수 있지만,
내 비좁은 육신에서 신을 불러본 적도 없어.
나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거든.
신은 두려울 때만 찾는 거야.

고통이란 한이 없단다.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단 의미지.
인간은 본능에 따라 살면 돼.
본능은 내게 이렇게 말해줘.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고 .

그 동안 기대를 갖고 살았어.
삶이 내게 걸고 있는 기대말이야.
자원봉사자가 밥을 먹여줄 땐 정말 맛있게 먹으려 했고,
한달에 한 번 목욕을 시켜줄 때 나는 새로운 인간이 되는 것 같았어.
그렇다고 정신적 압박이 없었던 게 아니야.
오로지 정신만은 자유로웠기에 살아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따랐을 뿐
인간에게 살아야 한다는 것만큼 가장 큰 책임은 없단다.

장애인 작업장에서 일하다 힘들 때마다 너는 내게 찾아왔어.
월급이 40만원밖에 안 되고, 잔업수당도 안 주며, 작업반장은 잔소리가 심하다면서.
중증 장애를 가진 네가 노동을 비관하는 건 당연해.
이 곳이 아니면, 네가 취업할 수 있는 사업장을 찾기란 어렵겠지.

너는 행복을 바라지 않았어.
당장 처한 상황에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바빴고,
그런 너의 불평을 듣는 나는 행복했단다.
친구가 생겼기에.

우리 사이에 거리가 있다면,
너는 불행했고 나는 행복했다는 정도일 거야.
이 차이를 잘 생각해보길 바래.
날이 갈수록 호흡이 가빠지고 있구나.
탁 트인 곳으로 가고 싶어.
영원한 삶이 있다면 그곳에 가게 될 거야.

이 편지를 남기는 이유는 영혼도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야.
너는 절대적인 공정성을 원하지만 그건 환상이야.
극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영혼을 살찌울 수 있어.
장애는 공포가 아니라 인생이란다.
나는 너보다 더 소중한 인생을 살았던 셈이야.


친구
진실로 순수한 인간은 선도 악도 아닌,
절망에서 희망으로 증오에서 사랑으로 승화되는 인간이야.
이 편지가 너의 평화로운 집에 도착하기를 바랄께.

출처: withnews.com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3-29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울컥하는 글입니다.
육체보다는 정신이 더 연약하고 부서지기 쉽지요.
그래서 이러저런 중독들에 빠지는 거구요.
아마 지금의 저를 묘사하는 표현 같습니다. "영혼의 영양실조"...

은비뫼 2007-03-2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영혼을 살찌울 수 있어...
잠시 멈추게 하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잉크냄새님.

마노아 2007-03-30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 또 행복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글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잉크냄새 2007-03-3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 / 육신의 영양실조는 눈에 띄어도 영혼의 영양실조는 눈에 띄지 않죠.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결코 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것, 그것이 영혼의 영양실조인가 봅니다.
은비뫼님 / 저도 그 문장 참 오래도록 머물게 하더군요.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는 스스로에게 남겨진 과제겠지요.
마노아님 / 저도 부끄러움이 앞서더군요. 부끄러워할수 있다는 것은 아직 가슴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니 그것도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숲

                                                                                                                             - 김진경

오늘 숲길을 걸었다. 간벌을 위해 닦아놓은 길을 따라 올라가노라면 여기저기 흙이 무너진 곳 새로이 흐르는 작은 개울물 간혹 베어진 통나무를 만나곤 한다. 숲 깊이 들어가노라면 어느새 나무들의 향기에 싸이고. 이 향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다시 베어진 통나무 더미를 만나 숨이 멎듯 발걸음을 멈춘다. 진한 향기는 베어진 나무의 생채기에서 퍼져 숲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의 상처에서도 저렇게 향기가 피어날 수 있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누아 2007-03-27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페이퍼에도 올렸던 시인데, 다시 올립니다. 맘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잉크냄새 2007-03-2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
이누아님 고마워요. 예전에 님의 서재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아마 제가 답시로 복효근님의 이 시를 올렸었던것 같네요.


icaru 2007-03-2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두 시인의 시가 정말...음...

김진경의 시 중에 좋아하는 시! 저도 붙여놓아보아요~




'대구에 가서'


긴 겨울 벌판에 눈이 내리고

기우는 집들의 바람벽 봉창마다

불빛이 졸고 있을 때

너는 그것이 따뜻함이라고 말했다.

나는 말없이

너와 나의 어깨 사이로 내리는 눈을 보았고

마음 깊이

아니, 그것은 고통이라고 거부했다.


2007-03-29 0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네 이발소에서
- 송경동-

어떻게 깍을 거냐는 말에
저번 머리가 참 좋더라 하자
가위질 소리
쉬엄쉬엄 백 번 들릴 게
째각째각 이백 번도 넘게 들린다
아저씨 담배 한대 길게 하고
하품 두서너 번 할 동안도
주인아줌마 면도해주기
머리 감겨주기 말려주기
다 끝나지 않는다
흔쾌히 맞은 나를 시작으로
오늘의 성업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 나름의 축원이려니 하며
깜박 졸음 드는데
누가 내게도 다가와
아, 당신이 한 용접 참 튼실합디다
한 마디만 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

----------------------------------------------------------------------------------------------------

 1.기억
 서글프게 돌아가던 빛바랜 네온, 먼지낀 유리창 위에 휘갈겨쓴 페인트 글씨, 이가 맞지 않은듯 신음하던 미닫이 문, 손님을 평생토록 온몸으로 받아낸 낡은 갈색 소파, 철 지난 성인 잡지, 화물회사나 주류회사에 공급되었을법한 아슬아슬한 여자들의 누드 사진, 김지미 주연의 영화 포스터, 쉐이빙 폼을 대신하던 난로위의 비누거품, 비누거품을 찍어바르던 뭉퉁한 면도솔,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수염이나 깍을법한 면도날, 슥삭슥삭  면도날 갈던 소가죽, 샤워기 대용으로 사용된 파란 통(화단에 물주는 통을 잘라서 만듬), 잘 감지 않던 머리를 시원하게 긁어주던 머리솔(개인적으로 하나 사고 싶다. 얼마나 시원하던지), 남성 화장품임을 온몸으로 증언하던 강력한 향기의 싸구려 스킨과 로션, 억센 손으로 머리를 감져주던 아줌마, 아저씨들에게만 발라주던 포마드 기름....벌써 10여년전의 일이다. 대학교 1학년때 멋모르고 약간 변태스러운 이발소 아저씨에게 머리를 자른후 발길을 끊었다.

2.난감한 질문 :  미장원에서 받는 가장 난감한 질문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머리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없는건지 표현이 부족한건지 몰라도 참 난감하다. 그냥 이렇게 말하곤 한다.  " 머리 자른지 1달 되었거든요."

3.시간
 여자들의 시간 관념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중의 하나이다. 쇼핑과 미장원. 10분을 넘어서면 지루하다. 회사 기숙사 앞의 미장원중 가장 인기있던 미장원은 속도전에 능한 미장원이었다.  "아줌마, 분식집에 라면 시키고 왔거든요." 가장 많이 써먹던 수법이다. 대기 손님 1명인 경우 라면이 불을 일이 전혀 없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춤추는인생. 2007-03-1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분식집.ㅎㅎ 저도 이제부터 그런방법을 써먹어야 겠군요 저도 미용실에서 10분이 넘어서면 지루해지거든요 ;;계속 생머리인 이유도 아마 꼬박꼬박 미용실 가서 머리손질할 필요가 없어서인지도 몰라요 ㅎ
그나저나 시속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동네이발소가 있다면 꼭한번 놀러가고 싶네요^^

마늘빵 2007-03-1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죄송합니다. 사상이 불순한지라 이발소 하면, -_- 엉뚱한 것만 생각이.
저는 두달 전 길이로, 한달 전 길이로 잘라주세요, 라고 말해요. ^^

잉크냄새 2007-03-20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한번 같이 놀러 가시죠. 가신 김에 머리도 한번 하고요. 10분이상 걸리지 않는 상고머리나 스포츠 머리로 시원하게.....ㅎㅎ
아프락사스님 / 불순하다기보다는 지금 이발소의 행태가 다 그러하니. 이발소의 하락이 타락을 가져온것인지 타락이 하락을 가져온것인지는 알수 없지만요.^^

얼음장수 2007-03-2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시가 정겨워 읽고 갑니다.
저는 한 때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폰으로 찍어 보여주면서 "이렇게 잘라주세요"라고까지 말했는데, 제가 이상한 건가요. ㅋㅋ. 저는 돈만 많다면 자주 미장원 가고 싶기도 하구요.

은비뫼 2007-03-20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훈한 시네요. ^^ 시원하게 긁어준 머리솔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써본 이가 정말 시원하다고 하더군요. 푸핫. 참고로 전 미용실갈 때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하더군요. 정말 지루합니다. 흐흐.

잉크냄새 2007-03-2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님 / 반가워요. 처음 뵙네요. 핸드폰을 사용한 전략이라,,,,창조적 아이디어입니다.^^
은비뫼님 / 그죠, 훈훈한 시죠. 어릴적 다니던 시골 이발소의 풍경이 잔잔히 그려지더군요. 많은 묘사를 하지 않아도 눈앞에 영상이 촤라락~ 펼쳐지더군요.^^

icaru 2007-03-2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끼의 에세이를 보면 십대 시절 이발소에 얽힌 기억과 잔향을 다룬 글들이 더러 있어요. 이발소와 머리깎기라는 체험은 남다른 시적 서정을 주는가 보네 했네요.
그나저나 "머리는 잘 나왔어요?"

잉크냄새 2007-03-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그런가봐요. 예전에 이발소 관련된 단편 영화를 한번 본적이 있는데 어쩜 그리고 공감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더군요. 머리는 그냥 그래요.^^

비로그인 2007-04-2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쇼핑과 미장원.
쇼핑에 대한건 잘 모르겠지만, 미용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저도 낭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파마를 안하지요 ^^ 머리 한번 말려면 서너시간은 금방 가거든요 휴-
그시간이면 책을 읽거나 영화를 한편 볼텐데!

잉크냄새 2007-03-2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음...남자들도 머리 귀찮다고 스포츠 하고 다니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전 10년만에 약간 길러보고 있지만요.
 

고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대학시절 여자친구를 희롱하는 ROTC 선배의 이빨을 3대쯤 날려버리고 최전방으로 끌려간 녀석이다. 제대후 대학이 정나미 떨어진다고 대학을 중퇴하고 가업을 이어받아 10년이 넘도록 고향에서 횟집을 운영중이다. 대부분 고향을 떠나는 어촌의 특성상 명절이나 휴가때 가끔 만나는 친구들의 사랑방 역활을 톡톡히 해내는 곳이 또한 그 녀석의 횟집이다. 고향이라는 곳이 아직 순수함을 내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아직 품게 만드는 곳의 한 장소도 그 횟집이다.

토요일 늦은 오후, 오랫만에 녀석의 전화가 왔다. 회를 한접시 썰어서 서울로 가는 길에 건 전화였다. "어떤 넘이 서울서 회 배달시키더냐" 는 농에 회신된 녀석의 답변이 참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얼마전 또 다른 고향친구가 횟집에 들러 자신이 아프면 회가 참 먹고 싶을거라고 농담삼아 말을 했었고 실제로 일주일후 대장암으로 서울 모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횟집 친구는 그 소식을 들은후 그 말이 참 가슴에 남았던 모양이다. 회를 뜨면서도 그 생각이 자꾸만 나길래 "에라이~" 하고 횟집을 하루 접고 각종 회를 종류별로 썰어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차가 고장나 버스를 타고.

전화를 끊고 한동안 흐뭇했다. 회 접시를 끌어안고 버스에 있을 녀석의 모습과 감격하며 회를 받을 환자를 생각했다. 분명 그 회에는 순수함과 우정이라는 항암제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 따뜻함을 품고 환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발암물질 - " 야, 너 지저분한 병 걸렸다며?"
환자 - "어, 대장암이래"
발암물질 - " 어린넘이 몇살이나 먹었다고. 고등학교때 치질도 걸리더니. 평소에 잘 닦아라."
환자 - "너나 잘 닦아라."

---- 잠시 중략 (별로 영양가없는 대화들)----

발암물질 - " 야, 죽지 마라"
환자 - "지랄한다"

참, 대화 꼬라지 하고는.... 평소에 스스럼없다는 것이 이렇게 개떡같은 대화를 연출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신선한, 우정과 순수함이 가득 담긴 회를 썰어 "有朋自遠方來 with회" 하는 항암제같은 친구와 전화나 찍~ 걸어 "뒤나 잘 닦아라, 죽지마라" 라는 발암물질 같은 말을 퍼붓는 넘의 이 엄청난 대조라니...허나 모른다. 그 순수하지만 터프한 횟집녀석이 회를 주는 순간 환자의 강냉이 몇개 날려버릴지도... 

하여간, 환자녀석은 회도 싹 비우고 뒤도 잘 닦고 치료도 잘 받아 조만간 죽을 일은 없을것 같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7-02-1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진주 2007-02-1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이들었다는 확실한 증거를 잡았습니다. "with 회"에만 팍 꽂히는군요. 그래요, 이왕 오는 친구, 내 좋아하는 걸 들고오면 그야말로 불역락호아죠 ㅎㅎㅎ

paviana 2007-02-1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설연휴 마지막날에 뉴욕에서 有朋自遠方來한다고 해서 회 사줄일만 남아있답니다.내돈 쓸 일을 기다리고 있다니 우습지만, 그래도 즐겁게 기다리고 있어요.
설 연휴 잘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잉크냄새 2007-02-1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 항암제는 저도 따뜻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진주님 / 그렇죠. 불역 very very 락호야.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파비아나님 / 진짜 유붕자 very very 원방래 로군요. 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파란여우 2007-02-1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눈물 나올뻔 했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친구의 추모 1주기가 얼마전이었는데...

마노아 2007-02-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름다운 사연이에요. 우정이라는 항암제에 힘입어 건강히 일어나실테죠?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은비뫼 2007-02-1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훈한 이야기네요. 오고가는 대화도 거침없고요. ^-^
잉크냄새님, 명절 따뜻하게 보내시고 복도 많이 받으세요.

잉크냄새 2007-02-2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아니, 그런 일이...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노아님 / 항암제의 사연만이 아름답죠...ㅎㅎ..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은비뫼님 / 거침없고 약간 지저분하죠...ㅎㅎ...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icaru 2007-02-2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훈훈해...
추처언~! 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잉크냄새 2007-02-2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따끈따끈하죠? 호빵처럼...ㅎㅎ...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로그인 2007-03-1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잉크냄새 님 인사 첨드리는 것 같은데...

정말 잘 읽고 갑니다.
이런 친구는 언제든지 부러워요. :)

잉크냄새 2007-03-1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님 / 반가워요. 저도 님의 서재로 인사드리러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