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 강연호 -
절구통만한 먹이를 문 개미 한 마리
발 밑으로 위태롭게 지나간다 저 미물
잠시 충동적인 살의가 내 발꿈치에 머문다
하지만 일용할 양식 외에는 눈길 주지 않는
저 삶의 절실한 몰두
절구통이 내 눈에는 좁쌀 한 톨이듯
한 뼘의 거리가 그에게는 이미 천산북로이므로
그는 지금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게 아니다
누가 과연 미물인가 물음도 없이
그저 타박타박 화엄 세상을 건너갈 뿐이다
몸 자체가 경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노상 엎드려 기어다니겠는가
직립한다고 으스대는 인간만 빼고
곤충들 짐승들 물고기들
모두 오체투지의 생애를 살다 가는 것이다
그 경배를 짓밟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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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미
신문지 앞에 들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건진 시 한수, 과감히 신문 한쪽을 부욱
찢음으로써 내 삶의 절실한 몰두를 이루었으되, 다음 타자의 깊은 시름에 빵꾸난
시름을 하나 더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경배를 짓밟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