찡칭,
네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참 삭막한 주말이었을꺼야. 누런 하늘을 멍하니 보고 있었거나 목적지 없는 거리를 걸었을지도 몰라. 네가 사천성 출신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네가 사천요리를 사주고 싶어한다는 전화기 저편의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했을꺼야. 벌써 낙엽이 바람에 정처 없이 휩쓸리기 시작한 거리 벤치에서 식당에서 쓰는 중국어 표현을 어눌한 발음으로 연습하는 나를 멀리서 쳐다보는 너를 발견했을 때 순간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더라. 알 수 없는 먹먹함은 중국 식당에서도, 거리로 나오고 나서도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그토록 적응하지 못하는 중국음식의 강한 향신료 때문도 아니고, 사천요리 특유의 매운 맛도 아니었어. 물론 향수 때문도 아니었어. 잎을 다 떨구고 겨울을 맞이하는 가로수 옆 너의 모습이 앙상해 보였고, 낡고 닳아 헤어진 소매 자락이 힘없이 나폴거리는 모습이 서글퍼 보였기 때문인지도 몰라. 많은 인파 속에서 네 외투를 가리키며 선물해주고 싶다는 눈치를 보였을 때, 넌 “메이꿘시(괜찮아요)”를 되풀이하였고, 적합한 중국어 표현을 찾지 못한 난 “워~(난~)”만 되풀이하다 너의 손바닥에 “心”자를 적어주었어. 손바닥 위 글자를 따라 내려간 체온이 사라지기 전에 넌 밝은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어. 겨울 외투를 사서 나온 거리에서 한번 입어보라는 제안에 넌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에 입는 옷이 아니라며 다소 뽀로통한 표정을 지었고, 옷을 고르던 모습이나,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이나, 뽀로통한 모습에서 한국이나 중국이나 여자는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큰 소리로 웃고 말았어. 광장의 다른 중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찡칭, 천진의 겨울은 뼛속을 파고든다고 한다. 따뜻한 겨울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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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쩡찡이란 분은 아마도 잉크냄새라는 후끈하고 훈훈한 인간난로가 옆에 있었기에
그리 춥진 않았을 듯 싶습니다..^^

잉크냄새 2007-11-12 19:26   좋아요 0 | URL
천진은 향후 중국 산업의 중심이 된다고 합니다. 어디나 그렇듯 급속하게 자본이 침투한 곳은 양극화가 심해집니다. 짝퉁 천국이라는 양허시장과 신문화가 넘치는 탕구?중심을 가보았는데 10위엔을 깍는 양허시장과 달리 탕구에는 3000위엔이 넘는 옷들이 줄비하더군요. 댓글이 좀 빗나갔지만 메피님의 마음도 전해드리지요.^^참, 찡찡은 얼음 깨지는 소리고 찡칭입니다요.ㅎㅎ

가시장미 2007-11-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찡칭님..... 모습이 마구마구 상상이 돼요! :) 축하드려야 하는건가요? 으흐
겨울.... 따스할 수도 있겠죠? 전 요즘 따스한데 ㅋㅋ

잉크냄새 2007-11-13 09:34   좋아요 0 | URL
겨울은 그래요. 얼어붙을듯한 몸의 촉감으로도,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의 소리로도, 겨울나무의 냄새로도 겨울을 느낄수 있어요. 올 겨울은 낡고 닳은 그들의 외투자락에서 겨울을 더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겨울 2007-11-1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흐뭇하고 따뜻하면서도 그립고 쓸쓸한 풍경.
지낼만 하신가요? 뼛속을 파고드는 천진의 겨울이 사뭇 궁금하네요.
왠지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그런 겨울이 이곳에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잉크냄새 2007-11-13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몽님 / 네, 저도 쓸쓸했던 풍경속을, 흑백사진같던 풍경속을 서성인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아직까지는 얼음이 쩌엉~ 쩌엉~ 우는 겨울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곳 겨울 바람이 가히 살인적이라고 하더군요.

殺靑님 / 저도 그래요. 사람사는 냄새, 어찌보면 당연한 냄새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 참 씁쓸하기도 하더군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가시장미 2007-11-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끼어든 가시장미 -_- 사람냄새... 음.....잉크냄새도 나죠. ㅋㅋㅋ
그나저나.. 중국의 공기나 물에 적응은 하셨나요? 중국가면 그게 가장 힘들다던데...
참 음식도 적응하기 힘드시겠네요. 바쁘시겠지만, 행복한 소식 많이 전해주세요 :)

잉크냄새 2007-11-14 09:45   좋아요 0 | URL
이곳의 공기와 물에 대하여는 이런 말이 있더군요. 여기 있다가 귀국하면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요.ㅎㅎ 진짜 적응하기 힘든건 음식이네요. 자극성 강한 향신료, 징그러운 음식재료,,, 요즘 음식이 무서워지고 있어요.-,.-

프레이야 2007-11-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에 새긴 필담 '마음'..
잉크냄새님, 너무 따뜻해져요^^

잉크냄새 2007-11-14 13:48   좋아요 0 | URL
전 옆지기님의 사진에 항상 따뜻해지는걸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1-1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 사이에서 통하는 건 언어가 아니라 마음인 듯.

icaru 2007-11-14 12:52   좋아요 0 | URL
마음 심 자!
초면이지만 빙고를 크게 외치고 싶었다는.... 2

잉크냄새 2007-11-14 14:23   좋아요 0 | URL
마음님 / 이심전심인가 보죠, 세상 어디든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문이 존재하나 봅니다.

살청님, 이카루님 / 구면이지만 빙고를 크게 외치고 싶었다는....3

잉크냄새 2007-11-14 18:56   좋아요 0 | URL
한때는 이렇게 굴비 엮으며 놀던 것이 유행이었던 적도 있지요.ㅎㅎ

라로 2007-11-1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이 이 계절을 더욱 따뜻하게 해주는것 같아요~.(겨울, 춥지만 따뜻한 계절이라는 느낌~.^^;;;)

잉크냄새 2007-11-15 13:58   좋아요 0 | URL
한국은 지금쯤 늦가을 날씨겠네요. 이곳은 어제부터 초겨울로 진입했네요. 따뜻한 계절 보내시길...

춤추는인생. 2007-11-1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에 심자새기는 부분. 영화에 써도 좋을듯해요.. 저는 과장님 글 읽는 동안 영화 파이란이 생각났어요. 영화속 배경도 겨울로 기억남을만큼 참 시리고 추운 영화면서도 뭔지 모르게 따뜻한 영화니까요.^^

잉크냄새 2007-11-19 20:23   좋아요 0 | URL
파이란, 장백지의 편지를 읽으면서 꺼억꺼억 울던 남자의 모습과 목이 졸려 숨이 넘어가면서도 슬며시 미소짓던 남자의 마지막이 참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영화죠. 복귀, 축하해요.
 

급하게 결정된 3달간의 중국 장기출장이었다. 중국공장에서의 긴급요청과는 달리 한국본사에서는  보내냐 마느냐를 두고 이곳 중국공장과 꽤 오랫동안 입씨름을 한 모양이다. 중간에 끼어 좀 난감한 입장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묻는 중역이나 팀장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접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는 했다. 새로운 문화라니, 조직구조 속에서 무시당하기 쉬운 의견이지만 내 솔직한 감정은 그것이었다.

출장을 며칠 앞둔 어느 시점부터 가슴속에 묘한 감정이 자라났다. 약간의 두려움, 회피하고픈 욕구, 설레임, 동경, 여행도 아니고 년말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 분명한 업무를 추진하러 혼자 떠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본사 업무로 출장이 힘들것이라는 말 한마디면 빠질수 있다는 회피욕구, 삼십여년을 익숙하게 지내온 환경을 버리고 떠난다는 설레임, 내 삶의 저 밑바닥에 언제부터인가 웅크리고 앉아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두려움이나 회피하고픈 나약한 생각이 들때마다 난 차안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만약 내가 20대라면 주저없이 설레임과 동경의 손을 들어주었을꺼야" 점차 두려움과 동경이라는 시소의 무게중심은 동경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나는 열망한다. 세월이 흘러 백발이 성성하여도 설레임과 동경함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살아가길. 좀더 자유로와져 티벳의 어느 거리에서 다이아몬드를 박은듯한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체게바라가 질주하던 남미의 어느 도로위를 달려가기를...

p.s) 호텔이 아닌 아파트에 투숙하게 되었다. 공안당국에 거주지 신고가 늦어져 오후에 경찰서로 출두해야한다. 한국에서도 안가본 경찰서를. 퇴근길에 세제와 피죤을 사야한다. 중국어로 알아두어야겠다.

p.s) 불빛이 없다. 시내중심의 화려한 불빛과는 반대로 거주지에는 거의 불빛이 없다. 그래서 삭막하다.

p.s) 택시를 탈때마다 공포를 느낀다. 신호무시, 사람무시, 차량무시...먼저 들이대면 임자다. 어제도 반대 차선에 널부러진 오토바이와 사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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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1-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여 년...? 그 보다 더 되지 않으셨나요? ㅋ
그럼 지금도 중국에 계시는가 보군요. 세제와 피죤은 중국어로 뭐라고 하나요?
암튼 건강하게 잘 마치시고 귀환하시길 빕니다.
간간히 잉크님이 보시는 중국이야기도 올려 주시면 고맙구요.^^

잉크냄새 2007-11-06 14:00   좋아요 0 | URL
30여년이면 31~40을 다 포함하지 않나요.ㅎㅎ 40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전 항상 30여년입니다. 세제와 피죤은 좀 찾아봐야할듯 합니다. 중국은 영어가 하나도 통하지 않아요. 택시도, 호텔도 영어로 이야기하면 전혀 못알아듣더군요.

장미 in Korea 2007-11-0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물 사다줘요. 홍콩판 육포! ㅎㅎ (맛난걸로 유명하다던데..)
중얼중얼..

Mephistopheles 2007-11-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달 동안 몸 건강히 일 무사히 마치고 오세요 잉과장님..^^
길에서 마주 친 어여쁜 꾸냥이 잉과장님을 유혹해도 절대 넘어가지 마시고요.^^(아 갑자기 시마이사 중국출장편이 생각이 나버린다는..)

잉크냄새 2007-11-0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오호, 그럼 중국어판 소설을 읽으실 정도로 중국어에 정통하시다는 말씀이신데,,,잠시 여기 오셔서 통역좀 해주세요.

장미님 / 홍콩판 육포의 맛은 잘 모르겠고 얼마전 중국 육포를 선물받기는 했는데, 그건 맛이 영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메차장님 / 큰일입니다!!! 어여쁜 꾸냥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뎁쇼!!!

2007-11-06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비뫼 2007-11-0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에서 적응하셔야 겠네요. ^^ 건강 잘 챙기시고요.
그나저나 택시 탈 때 걱정 좀 되시겠습니다. 가끔 재미있는 중국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1-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단기 출장이 아니었네요. 저는 다음에 여행을 가면 딱 한 나라만 정해서 몇 달 살아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출장은 여행이 되기 어렵다눈. ㅡ,.ㅡ 그래도 석 달 동안은 신선하겠어요.:)

마노아 2007-11-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럼 해 바뀌어서 돌아오시는 거야요? 건강히 잘 지내셔요~ 택시는... 듣는 사람도 무섭네요ㅠ.ㅠ

잉크냄새 2007-11-0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비뫼님 /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구태여 아파트 적응이라는 부분이 생소하네요. 택시는 여전히,,,,맘에 들지 않아요.^^

마음님 / 전 현재 생각중인 것은 인도 6개월 / 남미 6개월 이렇게 장기여행을 하는겁니다. 은퇴후나, 혹은 이직을 하게 될경우 꼭 해보고 싶은 겁니다.

마노아님 / 그렇죠, 한살 더 먹고 와야죠, 그리고 중국에서 먹은 나이는 잊어야죠.ㅎㅎ

2007-11-07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1-0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중국 계신 거군요. 3개월 안녕히 지내시다 오시길요..
택시 타기 겁난다시니 참..ㅜㅜ

잉크냄새 2007-11-12 18:17   좋아요 0 | URL
택시는 이제 익숙해져갑니다. 혜경님도 건강히 잘 지내시길...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
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
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
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
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
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
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삶의 원심력이 작용하는 거리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명왕성에 다가가지 못하고 지구만큼의 삶의 궤도를
빙빙 돌 뿐이다. 생성과 소멸이 찰나인 별똥별에게
그저 성호를 하나 긋는 것으로 이탈한 자의 자유로움에
경의를 보내며 언제가 소멸한 나의 삶의 궤적을 그냥
흘낏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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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2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9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7-10-2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자의 삶의 궤도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궤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할 때면 다가오는 시간이 두렵기만 했어요. 반복되는 것이 두렵다는 것보다는 고착되는 나의 모습이 두려운 것이였죠. 고착이라는 것은 내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더 이상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니깐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해요. 궤도가 변하지 않더라도, 내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거나 반성하는 시간을 통해서 궤도안에서도 다른 모습을 지닐 수 있다면... 그것은 궤도를 벗어난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조금 엉뚱한 이야기지만, 요즘은 그것에 만족하면서 보낸답니다. 삶의 궤도보다는 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제 생각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요. 참... 신기하더라구요. :)

2007-10-25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9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7-10-29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위에 남긴 글.. 다시 읽어보니, 완전 횡설수설이네요 ㅋㅋㅋ 비몽사몽한 상태에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_-;; 요즘은 쓰는 글도, 읽는 글도.. 이상하게 와닿지 않네요. 잉크님, 문득 안부.. 인사 드리러 왔어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말이죠.. 이런 날이 있다는게 신기해서.. 알려드리러 왔어요. 저 아무래도 상태가 별로 안좋은 것 같아요 ㅋ
그래보이죠? ㅠ_ㅠ 아흐.. 어쨌든, 날이 너무 추워지고 있네요. 감기조심하세용!

잉크냄새 2007-10-2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님 댓글 2건 합쳐서 / 미지의 대상이 갖는 보편적인 이미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동경인것 같아요. 한살 두살 나이를 먹을수록 그 무게중심이 동경에서 두려움으로 옮겨가나 봅니다. 원심력을 벗어나 삶의 궤도를 이탈하는것 또한 이제는 동경보다는 두려움의 이미지가 커지는 거겠지요. 그 궤도안에서 삶의 모습의 변화를 통하여 느끼는 작은 이탈, 그것이 현실적인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이탈한 자유로움일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주무시다 인사하러 오시다니 이거 황공무지로소이다.^^

가시장미 2007-11-01 11:59   좋아요 0 | URL
으흐흐 역시! '궤도안에서 삶의 모습의 변화를 통하여 느끼는 작은 이탈, 그것이 현실적인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이탈한 자유로움이라...'
제가 남기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시는 센스!! ㅋㅋ 아무래도 잉크님께 첨삭지도 받아야 할까봅니다. ㅋㅋㅋ
잉크님 오늘 너무 추워요. 얼어죽을 것 같아서 회사에도 담요를 갖다 놓았는데, 얼어죽지는 않았어요. 저 살아있어요! -_-)/ (누가 뭐래?ㅋ)
감기조심하세요~~~~!!!! (약 광고 같죠?ㅋ)

잉크유령 IN CHINA 2007-11-05 16: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거, 중국에서 이상하게도 로그인이 되지 않네요. 제 서재에 제가 유령으로 나타나야 하다니...제 글에 장미님이 첨삭지도를 해주고 계시지요. 항상 깊이있는 댓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전 지금 중국 출장중입니다. 올해를 넘기고 내년초에는 귀국할것 같은데, 알라딘에 출장보고서를 쓰려고 하니 로그인이 되지 않네요.-,.-;

가시장미 2007-11-09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초에 귀국요? 출장을 그리 오랜시간?!!! 잉크님이 없는 한국은 누가 지켜욧! ㅠ_ㅠ

잉크냄새 2007-11-12 18:16   좋아요 0 | URL
장미님이 지켜주세요!!!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주는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양귀자 <모순>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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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7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8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0-0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붉은 신호등에 비유한 구절이 멋집니다. 저도 언젠가 그 신호등을 만나고 싶습니다.^^

잉크냄새 2007-10-08 13: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엘신님.
서재곳곳에서 자주 뵈었는데. 전 붉은 신호등 비유도 좋지만 굵게 칠한 서술형 부분이 더 맘에 들더군요. 걸음을 멈추고 한없이 빙빙 도는 모습에 고마워하잖아요.ㅎㅎ

2007-10-08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8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7-10-2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마음이 아파오는 글이네요..

잉크냄새 2007-10-23 12:44   좋아요 0 | URL
네,아마 저런 식의 사랑은 아픔을 동반하는 것이 대다수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저런 사랑이 그리운 오늘입니다.
 

망각의 저편에 있던 기억 한조각이 불현듯 다가오는 때가 있다. 그것이 잊지못할 추억이라는 이름이라도 품고 있다면 그려러니 하겠지만 전혀 쌩뚱맞은 기억이라면 그 기억 자체가 궁금해지곤 한다. 도대체 발자국 한걸음도 찍지 않은, 손길 한번 쓰다듬지 않은 장소가 이토록 강렬하게 떠오르다니. 수구지심이란 사자성어에 홀린듯 차를 끌고 다녀온 곳은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이다.



<그림 출처 : 네이버 블로그-치앙마이님  >

사실 배다리 골목은 한치의 기억도 없던 곳은 아니다. 대학을 버스로 등하교하던 시절, 동인천을 휘감듯 돌아다니던 41번 버스의 창밖으로 골목 언저리가 잠시 스치듯 보이던 곳이었고, 배다리의 '배'자가 주는 인상은 어촌 출신인 나에게 향수처럼 스며들곤 하여 그곳을 지나며 배다리 표지판이 보이면 나도 몰래 "배~~"하고 길게 읊조리고 하였다. 그렇게 잦아들던 기억이 알라딘에서 인천과 헌책방에 인연이 깊으신 된장님과 파란여우님의 페이퍼를 통하여 다시 표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내가 가진 기억외에 <아벨서점>으로 대표되는 헌책방의 기억이 더하여진 것이다. 더하여진 것이 아니라 헌책방의 기억은 내 기억위에 무의식적으로 각색된 것이다.

 

<그림 출처 : 네이버 블로그-치앙마이님>

고즈넉하고 적막했다. 아벨서점을 필두로 한손가락에 꼽히는 정도의 헌책방만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원래의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산업화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풍경인지는 알수 없었다. 어쩌면 아벨서점에 붙어있던 산업도로 관련 글들이 주는 이미지와 다른 기억속의 배다리에 얹혀진 각색된 또 다른 기억의 과장 때문일지도 모른다. 골목 이곳저곳을 한참을 걷다 아벨서점으로 향하였다. 오래된 책과 자그만한 공간이 풍기는 향기속에서 2시간여를 서성거렸다. 삼십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곳 서점 이 자리에서 누군가 또 그렇게 서성거렸을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장 그르니에의 <섬><까뮈를 추억함>를 들고 돌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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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0-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헌책방의 기억은 동대문일대와 서울역에서 조금 내려오면 있었던 고래서점이 전부인데. 인천에는 왠지모를 고풍스런 헌책방이 존재하는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0-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저 아벨서점이 주인아저씨가 무지 사람 좋으시다는 그 헌책방인가요?
친구가 싸이에서 헌책방 모임에 나가는데,
인천에 있는 한 헌책방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가면 대접을 너무 잘 받아서,
이집이 이러다가 망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면서요. :)

잉크냄새 2007-10-0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차장님 / 된장님의 서재에 가시면 헌책방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들을 볼수 있습니다.

마음님 / 땡!!! 아벨서점 주인은 아저씨가 아니고 아줌마입니다.^^ 마음님이 말씀하시는 분의 이야기도 된장님 페이퍼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나네요.

겨울 2007-10-0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 주변의 헌책방들은 거의 창고나 책들의 무덤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작년에 작심하고 찾아갔다가 허탈해서 돌아왔는데, 불현듯 다시 찾고 싶네요.

잉크냄새 2007-10-05 13:25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때 참고서를 헌책방에서 산 이후 처음 가보았어요. 다른 분의 기억에 동화되어 찾아가본 곳이랍니다.

icaru 2007-10-0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배다리...
전, '배바지'로 읽었네요.
배바지와 잉과장님과 얽힌 사연 좀 들어보자고! 왔네요.

근데근데...찌찌뽕야~ 저도 최근에 카뮈를 추억하며.. 를 샀고만요~
두번쨰 사진에 커피 자판기가 무지 인상적이네요. *.*

가시장미 2007-10-07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오래된 서점이네요. 갑자기 잉크님의 연륜이 느껴지는 것 같다는..;; ㅋㅋ
생각해보니, 전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도 책과의 인연이 깊었던 것 같지는 않네요. 생각나는 서점 한 곳이 없는 것을 보니.. -_-

영화 속에 한 장면을 장식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풍경이네요..

잉크냄새 2007-10-0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아쉽게도 배바지에 대한 추억은 없네요. 서점에 장 그르니에의 전집이 있던데, 나중에 가면 한권 두권 사보려고요.^^

장미님 / 가끔 저런 고풍스런 거리를 걷다보면 흘러간 시대의 어디쯤을 걷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춤추는인생. 2007-10-11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저도 이페이퍼 보고 헌책방에 다녀왔답니다. 이곳에 이사온지 얼마 안된터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다녀왔는데. 새책못지않게 깨끗한책은 좋았지만. 대형서점분위기라 아쉬웠어요 저한테 헌책방은 그런곳이예요. 가게라고 하기보다는 `전방`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곳에 등이 구부러지신 할머니한분이 늘 물속에 푹 담근 마늘을 까고 계셨고 손톱이 까만 그손으로 500원 거스름돈을 남겨주시던... 스물한살에 마지막으로 가보고 다녀오지 못했으니. 할머님도 잘 지내셨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잉크냄새 2007-10-11 12:46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미지로 형상화된 장소가 있나봅니다. 전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뭐랄까요 아주 오래전에 다녀온, 그래서 내 추억이 조금이라도 묻어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