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눈을 의심했다. 어제의 세상이란 분위기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색이 변해있었다. 아, 이것이 진정한 황사이구나. 중국에서 황사를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세상은 온통 황색 천지였다. 몽롱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다 황금도시 자이살메르가 떠올랐다. 햇살을 받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던 자이살메르성의 골목골목이 다시금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곧게 잘린 돌들이 아스라하게 깊어지는 골목길을 내어달렸고 햇살 한조각 비집고 들어오는 공간마다 황금빛의 온화함이 슬며시 스며들곤 했다. 매일 그 골목길을 돌고돌았다. 저녁이 되어서도 그 황금빛의 여운이 쉬 가라앉지 않았다. 사방이 온통 황토빛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이 들곤 했다. 

황사를 보고 자이살메르가 떠오르다니. 언제런가 여행지 소개 프로에서 요르단의 와디럼 사막이 나온적이 있다. 이집트의 시와 사막이 뜻하지 않게 여행 계획에 포함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떠나온 붉은빛의 사막. 아카바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우울하게 물들어가는 사막의 저녁을 잠시 본것이 전부이다. 그 프로에 한 여성이 소개되었다. 여행 도중 만난 요르단 남자와 결혼하여 암만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국 여성이다. 아, 근데 어딘가 낯이 익다 싶더니 암만에 3일 정도 머물때 내가 머문 숙소의 주인이다. 술을 좋아하던 요르단 남편과 우리가 만든 어설픈 한국 요리를 사이에 두고 술도 몇잔 기울이곤 했다. 여행지가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사람들. 인도의 맥그로드 간즈와 바라나시, 요르단의 암만, 이집트의 다합. 그곳에서 현지인과 결혼하여 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한국 여성을 만날수 있었다. 문득, 나도 이 여행의 길 위에 삶의 터전이나 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곤하였다. 결국, 여행의 길 위에 머물지 못하고 다시 중국으로 생의 길을 떠나왔다. 얼마전 귀국했다 돌아오는 길에 여행때 사용한 배낭 2개를 들고 들어왔다. 장롱 한 구석에 자리한 배낭을 보면 어쩌면 이것들이 더 떠나고 싶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자이살메르의 황금빛도, 시와 사막의 모래바람도, 배낭 어딘가에 스며들어 있을것 같아 살며시 쓰다듬었다. 내 삶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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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8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10-03-3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제전화가 왔는데 못받을 때마다 잉크냄새님 전화가 아니었나 걱정이 됩니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잘 있습니다.
여우언니도 잘 계시고...
우리는 모두 조금은 시름시름 앓으면서 또 그렇게 잘들 지내고 있습니다.

잉크냄새 2010-04-02 02:06   좋아요 0 | URL
사성을 무시한 중국어를 구사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삶의 고리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