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끝나고 여행기간 느꼈던 감정을 정리하는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서재를 오래도록 비워 이곳에 글을 쓴다는 것이 낯선 이유일것이다. 어느 서재지인의 회유와 협박에 못이겨 먼저 맛보기로 사진이나 몇장 올려봐야겠다. 시간이 허락하는데로 나만의 여행기를 하나하나 만들어가야겠다.
1. 인도 - 델리
-델리 골목길에서 만난 이발사
2. 인도 - 맥그로드간즈
- 맥그로드간즈 쭐라캉 코라 산책길에서 만난 티벳 할머니
3. 인도 - 자이살메르
- 자이살메르 골목길에서 만난 인도 꼬마
4. 인도 - 오르차
- 오르차 일출
5. 인도 - 바라나시
- 바라나시 일출
6. 네팔 - 룸비니
- 부처님 태어나신 성지의 나무
7. 네팔 - 포카라
- 포카라 페와호수 일몰
8. 네팔 - 카트만두
-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 , 리틀부다의 촬영지
9. 홍콩
- 홍콩 야경
10. 터키 - 이스탄불
- 이스탄불 술탄 아흐멧의 블루 모스크
11. 터키 - 사프란볼루
- 사프란볼루의 전통가옥
12. 터키 - 아마스라
- 흑해의 어촌마을 풍경
13. 터키 - 카파도키아
- 카파도키아 열기구
14. 시리아 - 알레포
- 알레포 시내 풍경
15. 시리아 - 하마
- 팔미라 유적지
16. 시리아 - 다마스커스
- 다마스커스 구시가지 골목 17. 요르단 - 암만
- 암만의 어느 까페
18. 요르단 - 페트라
- 페트라 가는 길, 3년째 세계여행중인 이 녀석은 지금 아프리카에 있다.
19. 요르단 - 아카바
- 아카바 노천 까페 , 홍해 건너 저 뒷편이 이집트 카바
20. 이집트 - 다합
- 다합의 서점
21. 이집트 - 카이로
- 기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22. 이집트 - 시와 사막
- 시와 사막에서 한컷
23. 이집트 - 알렉산드리아
- 알렉산드리아의 낚시꾼
처음 여행을 시작할때는 내가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든가 아니면 내 영혼의 구석 어딘가에 덕지덕지 달라붙어있을 욕망의 덩어리를 버려야 한다든지 하는 의무감 비슷한, 어쩌면 강박관념이라 표현해도 좋을 무엇인가가 분명 존재한듯 싶다. 인도-네팔 45일간의 1차 여행을 마치고 남미와 중동을 저울질하다 중동으로 떠나온 이번 여행은 그저 두 발이 가져다주는 자유로움을 따라 걷고 있는듯 했다. 그런데 터키 카파도키아의 어느 동굴 호텔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체 게바라" 여행을 떠나 삶의 이면을 다시 한번 바라보라고 등 떠민 이가 그였다. 그가 의대생 시절 오토바이 한대로 떠난 남미 여행이 나에게 길을 떠나도록 오랜 세월 재촉했고, 어떤 계기로 그 발을 내딪은 것인데, 그의 여행기를 다시 읽으며 내가 길떠난 의미를 다시 떠올려보게 된 것이다.너무 큰 욕심은 부리지 않을 생각이다. 사실 욕심만으로 될 일도 아니지만, 나이테가 나무는 겨울에도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듯 자유로운 길떠남 어딘가에도 영혼은 조금씩 자라고 있을것이다. 비 내리던 터키의 어느 시골 버스안에서 창문밖으로 그려지던 그리운 이들의 서늘한 눈매,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히 충만하다.
예상보다 일찍 시리아로 내려왔다. 터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살인적인 물가와 우기 특유의 우중충한 날씨에 시달리다 흑해의 어느 마을에서 일정을 바꿔 카파도키아만 찍고 바로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 애초 일정이 터키 30일, 시리아 15일 이었는데 터키를 열흘 정도 줄이고 다마스커스까지 내려오니 요르단 국경이 코앞이다. 요르단에는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전>에 나온 페트라 유적지와 적색의 와디럼 사막이 있으니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또 다시 국경을 넘게 될듯 싶다.
지금 머무는 다마스커스는 말그대로 고대 도시가 어떠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인간이 거주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느낌은 굳이 골목골목을 누비지 않아도 알수있다. 다마스커스행 버스에서 내리던 순간 불어닥친 세찬 돌풍이 부드러운 손길처럼 느껴진 순간, " 아, 이 도시에서 한참을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저녁무렵 의식을 알리는 모스크의 영혼의 소리가 들리고 저 수천년의 골목을 밝히던 가로등 위로 푸드득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는 순간 한참을 있기로 결정해버렸다. 내일을 다마스커스 올드 시티를 구석구석 누벼봐야겠다.
중동여행이후 한글이 되는 곳은 이곳 다마스커스 숙소가 처음이다. 인터넷 까페를 찾아다니지 않은 내 게으름이 그 이유겠지만.
인도 네팔의 많은 한국 배낭 여행자와 대조적으로 이곳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의 여행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중동인들이 영어도 잘 안되다보니 거의 묵언수행을 하듯 여행을 하고 있다.
터키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는 세계 3대 열기구에 속한다. 110~230유로까지 그 비용도 다양한데 큰 맘먹고 탄 열기구가 카파도키아의 멋진 바위와 부딪히고 벌판에 불시착했다. 나에게 카파도키아는 요정의 굴뚝, 젤베 계곡, 로즈 밸리보다도 그 바위가 더 기억에 남을듯 싶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요금도 환불받았다. 어쨌든 난 그 유명한 카파도키아 열기구를 20분을 공짜로 탄듯 싶어 열기구보다 더 날아오를듯 했다.
델리에서 맥그로드간즈로 넘어오는 길은 긴 여정이었다. 정해진 버스 시간은 12시간이었지만 보통 인디언 타임 2시간 포함시켜 14시간으로 일정을 잡는다. 게다가 내가 탄 버스는 새벽 2시경 어느 한적한 산길에서 고장나는 바람에 달밤에 체조라도 하듯 현지인들과 뒤엉켜 버스를 밀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새벽 어둠을 뚫고 나타난 마을버스에 올라타기까지 지체된 3시간 포함, 무려 17시간이 소요된 여정이었다. 그 긴 여정에서 두명의 젊은이를 만났다.
21살의 한국인 처자는 벌써 2달째 여행중이었다. 티벳 자치구와 파키스탄을 거쳐 이곳 인도에 머물고 있었다. 그녀는 맥그르도간즈에 살고 있다는 티벳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녀가 머물던 바라나시에서 델리까지 기차로 12시간, 다시 델리에서 맥그로드간즈까지 버스로 12시간, 무려 24시간의 거리를 달려가는 길이었다. 앙탈이라도 부리듯 혼자 투덜거리다 누구냐는 물음에 남자 친구라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폼이 영락없는 소녀다. 근데 사랑일까, 호기심일까.
21살의 티벳 청년은 올초 티벳사태 이후 6000미터의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 맥그리드 간즈로 왔다고 한다. 맥그리드간즈에서 만난 한국인 처자를 배웅하기 위해 델리까지 12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12시간의 버스에 올라탄 상태이다. 같이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며 여자친구라 말하며 환하게 웃는 폼이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청년이다. 근데 사랑일까, 착각일까.
그들의 사랑을 호기심일까, 착각일까 내 나름의 잣대로 생각한다는 것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곳에서 티벳인과 결혼한 사람을 셋이나 보았다. 사랑에 국경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사랑은 번갯불 치듯이 그렇게 시작되기도 한다. 근데 여기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며 본 젊은 티벳인들의 눈에는 불안함과 고독이 서려있다. 히말라야 저쪽에 고향과 부모를 모두 두고 넘어온 그들이기에, 국적불명의 불안한 미래이기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여행자의 객창감에 던진 아주 작은 호의에도 큰 의미를 두게 되지 않을런지. 여행자는 본질적으로 이방인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런지. 벼랑끝까지 몰려있는 그들에게 단 하나의 상처는 돌이킬수 없는 아픔을 주게 될 것 같다.
사랑은 쉽게 말하여지면 안될것 같다. 쉽게 말하여진 사랑은 부서지기 쉽고 깨어지기 쉽다. 그 조각은 가슴에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오래도록 아물지 않는다. 단순한 나의 노파심으로 그치길. 그들의 사랑이 진정이길.
"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늙어가는 아내에게" 일부 - 황지우 -
그는 '안 돼'라는 말에 특히 힘을 주었다. 사람이 자기 생애를 되돌아보는 것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방해하지 말라는 거였다. 이번에도 고리드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진정한 고독은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는 순간에야 가장 절절한 것 같다. 누구나 고독한 때에야 지나온 모든 일들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오래도록 팽개쳐둔 자신의 실체가 기억 저편에서 가만히 다가오는 것이다. 과거는 한낱 지난 세월이 아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실체이다. 살아 있는 인간이 겪어온 모든 관계, 모든 행위가 단지 과거라는 이름으로 묻혀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노릇이다.
<데르수 우잘라> 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 p147~148
동해안 : 강원 주문진 ~ 부산 해운대 ( 500.19km)
남해안 : 경남 거제 해금강 ~ 전남 해남 땅끝 ( 404.24km)
서해안 : 전남 해남 땅끝 ~ 인천 소래포구 ( 629.19km)
---> 총 주행거리 : 1,533.62km ( 차량이동/선박이동 제외)
1) 1일차 (10/8일) : 강원 주문진 ~ 강원 동해항 ( 84.55km ) ㄱ) 주문진 출발 ~ 첫 패달을 밟으며 ㄴ) 심곡 앞바다의 파도 ~ 부서져라 부서져라 ㄷ) 심곡 금진간 해안도로 ( 일명 헌화로 ) ~ 수로부인을 유혹하던 노인의 노익장이 서리다 2) 2일차 (10/9일) : 강원 동해항 ~ 강원 원덕 ( 57.18km ) ㄱ) 숨을 깔딱이며 임원 고개에서 바라본 바다 ~ 아직도 더 올라가야 할 길
3) 3일차 (10/10일) : 강원 원덕 ~ 경북 울진 ( 32.08km ) ㄱ) 울진 연호 호수 연꽃 ~ 연꽃진 자리가 쓸쓸하다
4) 4일차 (10/11일) : 경북 울진 ~ 경북 영덕 창포리 ( 87.51km ) ㄱ) 망양 오징어 말리는 도로 ~ 바람에 실려오던 그 내음 ㄴ) 창포리 바다 축제 ~ 달맞이와 돼지고기의 만남. 축제 이름이 참~~ ㄷ) 아침을 맞는 창포리앞 갈매기섬 ~ 아침이 쉬 밝아오지 않음이 갈매기 너 때문이라. 5) 5일차 (10/12일) : 경북 영덕 창포리 ~ 경북 포항 호미곶 ( 84.86km ) ㄱ) 호미곶 바다위의 손 ~ 가장 아름다운 손은 그대의 손 ㄴ) 또 다른 손과 등대 ~ 움켜쥐려느냐? 버리려느냐? 6) 6일차 (10/13일) : 경북 포항 호미곶 ~ 경북 울산 장생포 ( 93.32km ) ㄱ) 장생포 고래 박물관 ~ 고래의 꿈은 화석이 되어가고
7) 7일차 (10/14일) : 경북 울산 장생포 ~ 부산 해운대 (60.69km ) ㄱ) 해운대 백사장 ~ 동해의 끝, 남해의 새로운 시작 ㄴ) 광안리 광안대교 ~ 달빛이 외롭다
8) 8일차 (10/15일) : 부산 해운대 ~ 경남 거제 해금강 ( 트럭 이동 -> 휴식 ) ㄱ) 해금강 바닷가 ~ 역시 인간은 작은 존재구나 ㄴ) 바닷가 집 ~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 ㄷ) 해금강 일출 ~ 저 섬 사이로 일출이 떠오른다네
9) 9일차 (10/16일) : 경남 거제 해금강 ~ 경남 거제 동상 ( 47.15km )
ㄱ) 유람선 선상위에서 바라본 등대섬 ~ 등대지기의 신상이 문득 궁금해지고 ㄴ) 등대섬과 갈매기 ~ 얼어붙은 달 그림자를 갈매기가 깨우고 ㄷ) 글썽이굴 ~ 불로초를 찾으라는 진시황의 명을 받은 학사가 불로초는 안찾고 저기 절벽위에 시 한수를 남겼다는데
10) 10일차 (10/17일) : 경남 거제 동상 ~ 경남 사천 늑도 ( 93.15km ) ㄱ) 고성군 옛길 마을 ~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다
11) 11일차 (10/18일) : 경남 사천 늑도 ~ 전남 순천 ( 96.60km ) ㄱ) 남해 해안도로 ~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20여킬로에 달하는 해안도로. 이성복의 남해 금산이 멀지 않다.
12) 12일차 (10/19일) : 전남 순천 ~ 전남 강진 ( 106.65km )
ㄱ) 보성 녹차밭 ~ 몇년만의 해후이던가
13) 13일차 (10/20일) : 전남 강진 ~ 전남 해남 땅끝 ( 60.69km ) ㄱ) 다산 초당 가는길 ~ 어느 시인이 뿌리의 길이라 노래했다. ㄴ) 땅끝 마을 ~ 드디어 땅끝에 서다. 14) 14일차 (10/21일) : 전남 해남 땅끝 ~ 전남 무안 ( 120.30km ) -> 휴식 (10/22일) ㄱ) 땅끝 마을 초입 ~ 여기에 서던 순간의 희열을 잊지 못하리라.
15) 15일차 (10/23일) : 전남 무안 ~ 전북 부안 곰소항 ( 117.33km ) ㄱ) 법성포 굴비 ~ 요건 써비스! ㄴ) 곰소 염전 ~ 아, 해질녘의 염전처럼 우울한 풍경도 드물것이다.
16) 16일차 (10/24일) : 전북 부안 곰소항 ~ 전북 군산 ( 101.32km ) ㄱ) 채석강 ~ 수만년의 지층이 나를 기다리고 ㄴ) 변산 어느 고개 ~ 문득 고개를 돌리니 구비구비 고개를 넘어왔구나. 17) 17일차 (10/25일) : 전북 군산 ~ 충남 대천항 ( 69.27km ) ㄱ) 춘장대 바닷가 ~ 고생했다고 자전거를 쓰다듬어 주고 싶더라
18) 18일차 (10/26일) :충남 대천항~안면도(배 이동)~경기 평택 아산만 ( 122.94km) ㄱ) 대천항 여객선 일출 ~ 어제의 강풍이 잠잠해진 아침을 돋보이게 한다.
19) 19일차 (10/27일) : 경기 평택 아산만 ~ 인천 소래포구 ( 98.03km) ㄱ) 화성 매향리 갈대 ~ 저 갈대밭 뒤로 인간의 탐욕이 중장비를 굴리고 있음이라. ㄴ) 소래포구 ~ 91년 운항을 멈춘 3냥짜리 협궤열차옆에 자전거 잠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