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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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띠지의 문구도 나를 끌어당겼지만, 무엇보다 문학동네 카페에 올라온 '매끈하지 않아요. 절묘하다는 느낌도 없어요. 그런데 가슴이 저릿저릿합니다'라는 이 책에 관한 찬사를 보고 마음이 움직여 읽기 시작했다. 붐비는 지하철 출퇴근 시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어디선가 바닷내음과 사람내음이 느껴져 어쩐지 일상이 아스라하게만 느껴졌다.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제목이 갸웃할 정도로 이 책 속에서 올리브 키터리지는 주변인으로 등장한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선생님, 누군가의 이웃으로 등장하는 그녀는 어쩐지 세상와는 떨어져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라 선뜻 가깝게 다가가기엔 어렵게만 느껴진다. 거구에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고, 사회성도 별로 없어 흔히 만나는 사랑스러운 주인공의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살을 경험했다고 담담히 털어놓는 모습이나 거식증으로 고통받는 소녀에게 자신도 굶주렸다고 말하는 모습, 아들과의 관계가 틀어지자 마음 아파 하고 갑자기 쓰러진 남편 헨리를 매일 요양원으로 찾아가는 모습 등 그녀의 다양한 모습을 엿보며 어쩌면 올리브 키터리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평생 눈물 한 번 안 흘려봤을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할 뿐인 외로운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문화도 환경도 다르지만 어쩐지 오랫동안 살아온 우리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웃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않고 무뚝뚝하게 살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폐품을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들을 하찮게 보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반찬값을 벌겠다고 자기도 폐품을 주우러 다니는 아줌마도, 자기 자식이 어디서 맞고 집에 돌아오면 당장 상대를 찾아가 욕설을 퍼붓는 아줌마도, 여름이면 늘 옥상에 올라와 파리나 잡으며 소일거리를 하는 할아버지도, 음치 주제에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고딩도, 사흘이 멀다 하고 지지고 볶고 싸우는 가족도, 공통점이라고는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 뿐인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 한때는 왜 이웃의 삶에 시시콜콜 참견을 하는 건지 어쩐지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개인화되어가는 도시에서 어쨌거나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일 수도 있겠구나, 나는 이웃을,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냥 아는 척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그리고 바닷가 근처의 작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 때문에 가슴에 상처 하나를 안고 살아가지만,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상처를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애써 감추며 살아가는 사람들. 결국 누군가를 통해 그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가는 모습. 그런 모습이 <올리브 키터리지>에는 담겨 있었다. 젊은 사람도 등장하긴 하지만, 중년 혹은 노년의 인물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단상도, 큰 기쁨과 작은 기쁨으로 삶을 생기를 불어넣어 지탱해가는 모습도, 그리고 단조로운(달리 말하면 평화로운) 일상을 흔드는 사건도, "누가 뭐래도 삶은 선물이라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이 그저 찰나가 아니라 선물임을 아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그것은 결코 벗어나고 싶은 무엇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따뜻한 기운임을, 내가 그런 일상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을 이 책은 느끼게 해줬다.

  지나치게 캐릭터에 빠지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고 있자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스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책을 덮고 나니 어쩐지 겨울 바다에 서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 느껴졌지만,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엘 듯한 찬 바람이 아닌 약간은 짭짜름하지만 따스한 바람이었다. 이 바람에 한동안 몸을 맡기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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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의 품격 - 마법 같은 유혹과 위로, 25가지 술과 영화 이야기
임범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4월
구판절판


발효주가 발견된 것이라면, 증류주는 일종의 발명품이라고 할까. 증류주의 '발명'과 함께 술이 인류 역사의 한가운데로 들어오면서, 술은 예술가의 창작혼을 불태우는 땔감이 되기도 했고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식생활에서 언어까지 다양한 층위의 인간 문화와 살을 섞으면서, 수백 수천 가지가 넘는 이 세상의 술들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성격, 태도, 습관 따위를 드러내는 상징이자 기호가 됐다. 가장 늦게 태어나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화라는 매체가 이 기호를 차용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5쪽

데킬라는 위험하다. 모든 술이 많이 마시면 안 좋고 더 안 좋으면 사고치게도 만들지만, 데킬라가 주는 취기는 꼬장이나 객기와 조금 달리 뭔가를 능동적으로 하고 싶게 만든다. 누군가가 그랬다. 창조에 수반되는 게 기쁨이고, 쾌락은 소비할 때 생기며, 이 둘이 섞인 게 관능이라고. 바로 그런 의미에서 테킬라는 관능적이다. 시한부 삶의 운명에 좌절한 젊은이들로 하여금 바다의 석양을 찾아 나서게 만드는 술로, 테킬라만한 게 또 있을까.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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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5-3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양한 책들을 읽으셔요

이매지 2010-05-31 22:56   좋아요 0 | URL
원래는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느긋하게 보려고 했는데,
골골 거리는 바람에 결국 침대에서 읽고 있어요 ㅎㅎㅎ
 


1.
연휴 푹 쉬고 월요일에 출근해서 오랫만에 앉아 있었더니 한동안 괜찮았던 허리가 또 맛이 갔다. 허리만 아프면 어떻게 참아보겠는데 이건 뭐 또다시 오른쪽 다리가 찌릿찌릿. 수요일에 오랫만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더니, 물리치료사가 방긋 웃으며 "오랫만에 오셨네요"라고 하더라. 안 아파서 안 왔는데 다시 아파서 왔다니까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임마, 니가 나보다 더 젊어뵌다.) 어쨌거나 지난 번에도 애초에 다리가 저려서 병원에 갔었던 건데 그때는 물리치료 한 번 받으니까 싹 풀려서 살만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맛이 간건지 한 번으로는 택도 없네 ㅠ_ㅠ 낼 또 받으러 가야겠다.

2.
책장을 뒤적거리면서 뭘 읽을까 고민고민고민하다가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기 시작. 예전 같았으면 퇴근 길에 지하철에서 읽었을 텐데, 요 며칠 야구를 보느라(속 벅벅 긁어가면서도 왜 계속 보게 되는 것인지!) 출근길에만 읽었더니 조금 오래 걸렸다. 뭔가 아련하고, 뭔가 안타깝기도 한, 여튼간에 좋았다.

3.
연봉협상을 했는데, 다른 얘기는 다 듣고 액수를 제대로 못 들었다. 그 상황에서 차마 얼마 올려주시는 거냐고 되물을 수 없어서 그냥 월급날을 기다리기도 했다. 들은 액수가 맞는 거면 참 좋을 텐데 -ㅅ-;;

4.
고전문학전집을 7월 중순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출간해야 하는데, 어째 달력을 보니 한숨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으음... ㅠ_ㅠ

5.
오늘 택배 일부 발송 완료. 같은하늘님, 글샘님, 치카님, 다른 다락방님 택배는 발송 완료. 아마 빠르면 내일, 늦으면 월요일 즈음에 받아보시지 않을까 싶음. 아직도 책을 회사로 덜 옮겨가서 발송은 월요일에 아마도(-_-) 마칠 예정.

6.
뭔가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살짝 혈압이 올라간 상태에서 남친이 보내준 이 사진을 보고 피식. 아. 어쩐지 깝대스럽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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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5-2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중요한 걸 못들으면 어떡해요.
하긴 제 연봉이 얼만지는 알아도, 월급이 얼마인지는 5년째 모르고 있는 1인도 있습니다.
숫자 싫어!!!!

이매지 2010-05-29 00:40   좋아요 0 | URL
뭔가 듣기는 들었는데 긴가민가하고 있어요. 갸웃갸웃. 뭐 월급 나오는 걸 보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죠.
그나저나 웬디양님 오늘은 일찍 안 주무세요?ㅋㅋㅋ

웽스북스 2010-05-29 00:50   좋아요 0 | URL
졸린데 자기 싫어서 또 발버둥치고 있어요.
아아아. 금요일인데 말이죠.

이매지 2010-05-29 00:53   좋아요 0 | URL
그러다 또 메일 날라옵니다 ㅋㅋㅋ

마노아 2010-05-29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앉아 있는 날이 앞으로도 많을 텐데 그리 아파서 우째요...ㅡ.ㅡ;;;
주말에 물리치료 또 받으세요. 건강이 그저 쵝오!

이매지 2010-05-29 22:16   좋아요 0 | URL
오늘 물리치료 받았는데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갸웃.
지난 번에 갔을 때보다 확실히 좀더 맛이 간 듯 싶네요 -ㅅ-;;;

L.SHIN 2010-05-2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리...아픈 거 남일 같지는 않다는..전 반년 동안 불편한 책상과 의자에 앉아 있었더니..
상태가 완전히 안 좋은...그래서 조만간 좋은 의자를 구매하려고.
매지님도 혹 그런 문제는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바르지 못한 자세가 치명적이거든요.-_-
스트레칭도 매일 매일 해주시고.

이매지 2010-05-29 22:17   좋아요 0 | URL
바르지 못한 자세가 치명적이라는 건 알지만 역시 고치기 쉽지 않네요 ㅠ_ㅠ
의자도 바꾸고, 공기 방석도 하나 사볼까 생각중이예요.
스트레칭 요새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ㅎㅎ

무스탕 2010-05-2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아프심 어찌요. 젊은분이.. (전 나이가 훨 더 많으니 이런말 해도 괜찮아요 ^^;)
병원 잘 챙겨서 다니시고요. 건강이 그저 쵝오!

건 그렇고 연봉.. 벼룩 뛰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토깽이 뛰는 만큼은 올라야 할텐데 말이에요. ㅎㅎ

이매지 2010-05-29 22:18   좋아요 0 | URL
정말 그 물리치료사는 끽해야 저보다 1~2살 차이밖에 안 나보이는데 말이죠.
(이상하게 그 청년은 나이가 대번에 감이 안 오는;;)
벼룩만큼인지, 토끼만큼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오르기는 했어요~ ㅎㅎ

BRINY 2010-05-2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리가 아프면 꼭 다리까지 저리더라구요. 한번도 요통이란 걸 모르고 살았는데, 지난 달에 어디가 잘못됐는지 걷기도 불편하고 눕기도 불편해서 경락맛사지 일주일동안 매일 받고 고쳤어요. 조금 아플 때 귀찮다고 그냥 놔두니까 통증이 심해지더라구요. 때를 놓치지 말고 치료하세요.

이매지 2010-05-29 22: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플 때 좀 괜찮아지겠지 하고 냅두면 한방에 훅 가더라구요 -_-;;;
경락맛사지 갑자기 혹하네요~
일단 물리치료 꾸준히 받고 운동이라도 해야지 원 ㅠ_ㅠ

BRINY 2010-05-31 20:09   좋아요 0 | URL
파워워킹을 하루 30분이상 꾸준히하면 요통이 낫는다는 경험담이 있던데, 10시에 퇴근하면서 걸어서 퇴근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

이매지 2010-05-31 22:57   좋아요 0 | URL
사실 하루에 30분 이상 꾸준히 걷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그나저나 10시에 퇴근하세요?

그린브라운 2010-05-3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른 다락방입니다 ^^ 책은 아주 빨리 토욜에 잘 도착했는데 제가 집에 없어서 오늘에서야 받아왔네요 분명 한권만 찜했는데 받은 건 두 권입니다 이것도 재미있어 보이네요 비슷한 분야라서 센스있게 챙겨주신듯해서 너무 감사해요 ~ 즐거운 주말이 벌써 끝나지만 담주는 하루 휴일이 있으니 직장인은 힘내야겠지요 저두 허리가 조금씩은 항상 아픈데 한의원까지 가기전에 빨리 자세교정을 해야할 듯.... 즐거운 주말저녁 보내세요 ^^

이매지 2010-05-30 18:5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취향을 잘 몰라서 입맛에 맞으실 지 모르겠네요^^; 재미있게 읽으세요~ 다락방님도 허리 더 아프시기 전에 건강관리 잘 하세요! :)

같은하늘 2010-05-3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토요일에 택배 잘 도착했습니다. 한 권 찜했는데 한 권 덤으로 주신다더니 또 한 권이 덤으로 들어 있네요.^^ 우선 <2058제너시스> 먼저 보고 다른건 천천히 볼께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허리가 아프셔서 어째요? 물리치료 잘 받으셔서 꼿꼿한 허리 유지하시길~~

이매지 2010-06-01 09:37   좋아요 0 | URL
어제는 물리치료 받으러 갔더니 너무 늦어서 안 된다고 하더군요 ㅠ_ㅠ
그냥 집에서 스트레칭 좀 했는데 괜찮은 것 같네요 :)
같은하늘님 즐건 독서하세요~~

미미달 2010-06-0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취업하시니까 좋아요? 아 저도 이제 졸업 할 날이 코앞이네요.

이매지 2010-06-02 22:11   좋아요 0 | URL
뭐 지금으로서는 대만족입니다 :)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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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해. 그해가 헨리 키터리지의 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을까? 인생의 어떤 해가 되었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인 줄 알면서도 헨리는 그해가 그랬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의 기억에 그해는 시작이나 끝이라는 개념이 없는 시간이라는 달콤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겨울날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또는 봄이 되어 동틀 무렵에, 또는 한여름을 가르며 약국으로 운전해올 때 그를 소박한 충만함으로 채워준 것은 일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들이었다. -21~2쪽

그녀는 외로움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124쪽

사실 닥터 수가 올리브 가까이에서 살 거라면, 수잔이 스스로에 대해 계속 의구심을 갖도록 올리브가 이것 조금, 저것 조금을 가져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올리브가 스스로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다. 크리스토퍼는 자기가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살 필요는 없다. 뭐든 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사람은 자기가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니까. -133쪽

어떤 나이가 되면 어떤 것들을 예측하게 된다. 하먼도 그걸 알았다. 심장발작, 암, 대수롭지 않은 기침이 심한 폐렴이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것 등을. 어쩌면 중년의 위기를 겪을지 모른다고도 예측하게 되지만 하먼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이 땅 위로 솟아오른 투명한 플라스틱 캡슐에 넣어져 발사되어 날아간 다음, 캡슐이 호되게 흔들려 지나온 인생의 일상적인 기쁨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만 같았다. 그는 이것만은 결코 원치 않았다.-176쪽

시내에 나가면 온통 커플들뿐인 듯했다. 사람들은 다정하고 친밀하게 서로 팔짱을 끼고 다녔다. 하먼은 보았다. 그들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을. 그것은 삶의 빛이었다. 그들은 살아 있었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까? 이론이야 이십 년, 심지어 삼십 년도 더 살 수 있었지만 그렇진 않을 터이다. 그리고 완전히 건강하지 않다면 그렇게 오래 살고 싶을 까닭이 무엇이랴. -178쪽

아내는 지금 행복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제인 훌턴은 근사한 검정 코트 속에서 몸을 조금 움직이며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삶은 선물이라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이 그저 찰나가 아니라 선물임을 아는 것이라고. 게다가 사람들이 연중 이맘때를 이렇게 열심히 기념하는 것은 또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사람들의 삶이 어떻든(그들이 지금 지나치는 이 집들 가운데에는 근심스러운 고민도 있으리란 걸 제인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삶이란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축하할 일임을 알기에 그들은 이맘때를 축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밥은 깜빡이를 켜고 대로로 나섰다. "아, 정말 근사했어." 그녀가 뒤로 물러나 앉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요즈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로. 마치 결혼생활이라는 복잡하고 기나긴 식사가 끝나고 이제야 근사한 디저트가 나온 것만 같았다. -227~8쪽

마치 예뻐지고 싶어했던 젊은 시절의 루이즈의 노력이, 염색한 금발과 짙은 분홍 립스틱, 수다스러움과 조심스럽게 맞춰 입었던 옷차림, 비즈와 팔찌와 좋은 구두 등(올리브는 기억하고 있었다)이 외려 루이즈의 본질을 가리고 있었던 듯했다. 슬픔과 고립으로 이런 것들이 다 벗겨지고, 아마도 약에 잔뜩 취해 있으니,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운 얼굴과 더불어 연약함 속에서 루이즈의 본질이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정말로 아름다운 늙은 여자는 보기 어려운데, 하고 올리브는 생각했다. 젊었을 때 예뻤던 여자라면 아름다움의 잔상은 볼 수 있겠지만 지금 올리브의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은 아름다움은 보기 어려웠다. -27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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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되신 모든 분들 주소, 연락처, 성함(삼종세트!) 댓글로 남겨주세요~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ㅎㅎㅎ
다음에 또 즐건 이벤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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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6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6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0-05-2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맙습니다. 꾸벅.

이매지 2010-05-26 22:07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주소요~~~ ㅎㅎㅎ

2010-05-27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7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5-26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전호인님은 대박이시네요.
모두 모두 축하드립니다.
주인공이신 이매지님은 더블 축하드려요^*^

이매지 2010-05-26 22:08   좋아요 0 | URL
세실님과 같은 날 이벤트라니, 제가 다 영광! ㅎㅎ
행복한 결혼기념일 주간 보내세요!

L.SHIN 2010-05-2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지님, 미워...ㅜ_ㅡ 반칙이야.
이벤트를 시간 여유 없이 이렇게 갑자기 하다니...하지만 아쉽지는 않아요.
나는 이벤트 당첨되는 것 보다는, 내가 이벤트를 벌이는 것을 더 좋아하니까.^^

이매지 2010-05-26 22:0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제가 며칠 서재에 소홀할 동안에 27만이 지났을 줄 알았...
근데 글을 안 쓰니까 인기가 없데요 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0-05-2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순식간에 끝났어요. 모두모두 축하해요.^^ㅎㅎㅎ

이매지 2010-05-26 22:1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다음엔 참여해주세요~~ ㅎㅎ

마노아 2010-05-26 22:20   좋아요 0 | URL
이거 참여하려고 별찜까지 해뒀는데 순식간에 끝나버렸어요. ㅋㅋㅋ

이매지 2010-05-26 22:24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노아님은 수고비가 나갈 꺼니까 그걸로 위안을 ㅎㅎ

2010-05-26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6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5-29 23:32   좋아요 0 | URL
님, 오늘 책을 정말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잘 읽고 리뷰 올릴게요.

이매지 2010-05-30 12:45   좋아요 0 | URL
도착했군요 :)
재미있게 읽으세요~~

그린브라운 2010-05-2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감사합니다 ^^ 주소 남겨놓을께요 ^^

이매지 2010-05-26 23:22   좋아요 0 | URL
참여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

2010-05-2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6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6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6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6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7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7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10-05-27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도 이벤트를 하셨군요,,
이런 전 왜 몰랐을까요,
뭐가 그리 바쁘다고 ,,날씨가 어제 만큼은 아니더라도 참좋네요,
해피하게 보내세요,

이매지 2010-05-27 18:19   좋아요 0 | URL
울보님도 참여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에는 꼭 참여해주세요~~
울보님도 해피한 하루! :)

2010-05-27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7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8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8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5-28 10:59   좋아요 0 | URL
우리 사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러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매지 2010-05-28 11:05   좋아요 0 | URL
멸치 똥 빼주는 사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어요 ㅋㅋㅋㅋㅋ